Article at a Glance인류학자인 마이클 프렌티스 셰필드대 교수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약 1년간 한국 그룹사 HR팀에서 일하며 한국 조직을 인류학적 관점으로 연구했다. 그는 한국에서 대기업이 갖는 사회적 의미가 상당하다고 말한다. 대기업에 입사하고 승진하는 것이 삶의 지침으로 여겨지는데, 이는 대기업의 영향력이 줄어든 미국, 영국 등과는 대비되는 현상이다. 그는 이처럼 경제적 가치를 넘어 사회와 개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을 ‘초기업(Supercorporate)’이라 정의했다. 아울러 한국 조직에는 실력, 성과, 노력에 따른 공정한 구별과 동등한 참여를 원하는 목소리가 혼재됐다고 진단한다. HR팀에는 가시화되지 않는 수준에서 구별을 유지하면서도 탈위계를 위한 참여를 장려하는 미션이 주어진다.
2014년, 미국에서 온 한 학자가 ‘K- 직장생활’ 한복판에 몸소 뛰어들었다. 한국의 조직 문화를 연구하는 인류학자 마이클 프렌티스(Michael Prentice) 셰필드대 교수다. 그는 연구를 위해 한국의 대형 그룹사인 상도(가명)의 지주사 HR팀에서 실제로 근무했다. 다른 팀원들과 사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직함을 개편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는 등 실무적인 업무도 맡아 진행했다.
1년간 한국의 조직 생활을 겪은 그는 올해 책 『초기업(Supercorpor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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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냈다. 프렌티스 교수는 “한국에서 대기업은 경제적 가치 이상의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며 한국의 대기업을 책의 이름인 ‘초기업’이라 정의했다. 아울러 한국의 조직은 ‘구별(Distinction)’과 ‘참여(Participation)’가 혼재돼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대한 합당한 인정과 모두가 공평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조직에 동시에 요구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인류학자가 어쩌다 한국 조직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그가 말하는 초기업, 구별과 참여 사이의 긴장은 무슨 뜻일까. DBR이 인류학적 관점에서 한국 조직을 연구한 프렌티스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 기업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학부 시절에는 언어인류학과 이탈리아어를 이중 전공했다. 사실 그때만 해도 한국이나 경영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의 작은 브랜딩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게 됐다. 한국의 대형 광고 에이전시와 일하면서 처음으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종종 그들로부터 받는 문서는 형식적으로 간결하면서 내용적으로도 완결했다. 사회 초년생인 나에게 한국인들이 만든 문서는 마치 마법처럼 보였다. 당시가 2000년대 후반이었는데 미국에서도 삼성, 현대에 주목하기 시작할 때였다. 일을 하다 인류학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한국 대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반해 한국 조직의 역학에 대해서는 학계에 알려진 게 많지 않아 연구 주제로 삼게 됐다.
인류학적 관점에서 조직을 연구한다는 게 흥미롭다. 경영학적 관점에서의 연구와는 어떻게 다른가?인류학은 경제학, 정치학, 심리학, 사회학과 함께 5대 핵심 사회과학 중 하나이다. 인류학은 전 세계 문화의 다양성을 연구한다. 주로 각 문화에서 일, 죽음, 가족, 사랑, 부, 일 등의 인간의 삶과 연관된 주요 요인을 어떻게 다르게 이해하는지 탐구한다. 전통적으로는 작은 부족이나 섬의 주민 등 독특한 문화를 가진 사회에 더 주목해왔던 학문이지만 최근에는 도시 환경, 온라인 커뮤니티 등 현대적인 그룹에 대해서도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모든 인류학자는 현장을 중요하게 여긴다. 설문지 등 구조화된 연구 방법보다는 그 사회를 직접 보고 참여하는 참여관찰법(Participation Observation Method)을 더 선호한다. 현장에서만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장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민속지학적(Ethnographic) 접근이라고도 많이 부르는 듯한데 이는 비교적 오래된 용어이다.
따라서 한국의 조직 문화를 이해하고자 한 내 프로젝트에도 이론이나 아이디어를 적용하고 검증하기보다는 회사에서 1년간 HR 관리자들과 함께하며 기업 조직의 임직원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생각하는지 살펴보는 방식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