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NBA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과정에서 꼽은 5가지 명장면과 교훈1. 딘 올리버는 농구계 출신이 아니라 성공한 팬 - 업계 출신이 아닌 데이터 전문가가 오히려 새로운 시각으로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난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2. 모리볼을 통해 강팀의 반열에 오른 휴스턴 로케츠 - 새로운 시스템은 실질적인 결과로 검증돼야 한다.
3. 축구를 위해 개발했지만 농구 시장을 공략한 Sports VU -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려면 기술 자체의 혁신성뿐만 아니라 기술과 업의 궁합을 잘 고려해야 한다.
4. 데이터팀에는 현장의 경험, 현장에는 데이터 리터러시 - 데이터 인력과 현장 인력이 모두 하이브리드형 인재로 거듭나야 한다.
5. 지나친 로드 매니지먼트를 강력히 반대한 애덤 실버 총재 - 리더는 데이터 트랜스포메이션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 역할뿐 아니라 조직원들의 지나친 데이터 우선주의를 견제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한 대형 건물의 천장에는 삼성전자가 제작한 총면적 9302㎡의 초대형 스크린이 무려 2600만 개의 LED를 환하게 빛내며 매달려 있다. 벽면 곳곳에 설치된 최첨단 비디오카메라가 1초당 25컷 속도로 촬영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는 구글 클라우드에서 처리돼 오라클이 만든 온라인 대시보드에 정리되고 실시간 업데이트된다. 이곳은 실리콘밸리의 어느 대형 IT 회사의 사무실 얘기가 아니다. 바로 2021/22 NBA 시즌 우승팀인 골든스테이트워리어스의 홈구장, 체이스센터 경기장의 모습이다.
2011년 개봉한 영화 ‘머니볼(Moneyball)’ 흥행 이후 데이터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스포츠로 흔히들 야구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미국 프로농구(NBA)에도 데이터 물결이 거세게 불었다. 매 경기 중 양 팀 선수의 모든 세부 동작에 대한 수백만 개의 데이터 포인트가 수집돼 다음 경기를 위한 전술 수립에 활용되며 경기 이후에도 훈련, 건강관리, 스카우팅 등 팀 매니지먼트의 모든 과정에 데이터가 활용된다. 그뿐만 아니라 경기 스케줄링, 티켓 가격 책정, 마케팅, 부가 수입 창출 등 사실상 모든 백오피스 기능까지 데이터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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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구단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 NBA에 소속된 모든 구단이 데이터 분석팀을 운영하며 최첨단 디지털 촬영 툴, 클라우드 컴퓨팅, AI, 머신러닝 등의 기술을 적극 활용해 승리를 다투고 있다.
혁신이라고 일컬을 만한 지난 10년간의 빠르고 드라마틱한 데이터화의 결과로 NBA는 미국 프로야구(MLB)와 미국 미식축구 프로리그(NFL)가 어른들의 고리타분한 스포츠로 젊은 세대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과 달리 예전보다 더 박진감 넘치고 숨 막히는 경기력으로 기존 팬들뿐만 아니라 MZ세대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글로벌 서베이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1년 스스로를 스포츠팬이라고 답변한 미국 16∼25세 응답자 중 NBA 팬이라고 답변한 응답자는 40%로 NFL 33%, MLB 25%를 앞질러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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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팔로워는 NBA가 7820만 명으로 MLB 970만 명, NFL 2740만 명을 합친 수보다도 2배 이상 많다. 전국 중계권 계약에서도 2016년 ESPN과 TNT 등은 2024/25 시즌까지의 NBA TV 중계권을 MLB보다 약 2배 높은 매년 약 26억 달러에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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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기 덕분에 NBA 선수들의 위상도 크게 높아져 2022/23 시즌, NBA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무려 970만 달러로 2012/13 시즌 480만 달러에서 최근 1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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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MLB와 NFL가 미국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것과 달리 NBA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중계권, 광고, 브랜드 파트너십, 용품 판매 등으로 엄청난 수익을 남기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NBA 리그 매출은 2012년 약 37억 달러에서 2022년 약 100억 달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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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구단의 평균 가치는 2012년 약 4억 달러에서 2022년 29억 달러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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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감히 측정할 수 없는 천부적 재능과 본능적 직감의 세계로 여겨졌던 NBA에서 소수의 데이터 ‘긱(Geek)’들이 과감하고 우직하게 데이터 기반의 시스템을 쌓아 올린 과정은 오늘날 데이터 트랜스포메이션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사례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등장으로 전 세계적으로 NBA 열풍이 불었던 1980∼90년대 전성기 이후, 쇠퇴의 길을 걷던 NBA가 데이터의 힘으로 어떻게 다시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됐는지 그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자.
1. 슈퍼스타의 시기: 불안한 전성기2000년 이전의 NBA는 천부적 재능을 가진 소수의 스타 플레이어가 압도적으로 경기를 주도하는 스포츠였다. 1980년대 초반이 매직 존슨의 시대였다면 1990년대엔 마이클 조던이라는 슈퍼스타의 등장으로 NBA는 유례없는 최전성기를 누린다. 80년대 최고 스타인 매직 존슨조차 90년대 NBA를 “조던과 나머지(Jordan and the rest of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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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표현할 정도로 경기력뿐 아니라 대중의 인기도 조던 한 사람에게 쏠려 있는 상황이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이 시기 승리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전술은 경기를 분석하고 이에 기반해 팀의 경기력을 강화하는 것보다 조던 같은 천재를 발굴하는 일이었다. 당시 그나마 존재하던 데이터는 단순한 박스 스코어 통계 외에 모두 스카우팅을 위한 선수 평가 지표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스카우팅조차도 체계적인 시스템이 아닌 스카우터 개인의 직관이나 머릿속에 저장된 ‘휴먼 데이터베이스’ 기반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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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리그의 흥망사가 선수 발굴과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아닌 소수 선수와 스카우터들의 개인기에 좌지우지되는 아슬아슬한 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