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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LG전자 자동차부품사업

부진한 신사업에 ‘독립성’ ‘자율성’ 부여, LG전자의 신성장 엔진으로 급가속

강신형,장재웅 | 239호 (2017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대기업이 전혀 다른 업종에 진입해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 것은 결코 수월한 일이 아니다. 특히 재무성과를 기준으로 관리되는 사업부제 조직구조에서 적자투성이인 신사업은 달가운 존재가 아니다. 신사업은 자원 투입의 생산성이 떨어지기에 사업부는 자신의 베테랑 인력보다는 신입이나 외부의 경력 직원을 투입하고 이는 신사업의 조직 역량을 약화시킨다. 그런 측면에서 LG전자가 카인포테인먼트 분야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사례는 여러 함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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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21일 하루 동안 LG전자 주가는 12% 넘게 상승했다. 2011년 9월 이후 장중 최대 상승폭이었다. 주가 상승을 견인한 소스는 LG전자가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에 쉐보레 볼트 전기차(Chevrolet Bolt Electric Vehicle) 핵심 부품을 공급한다는 소식이었다. LG전자는 그동안 GM에 텔레매틱스 단말기 등 IT 부품을 납품했지만 이번 계약은 구동모터, 인버터, 차내 충전기 등의 전기차 구동에 핵심적인 부품을 포함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였다.

실제로 올해 LG전자의 주가를 견인한 것은 GM 볼트 전기차의 판매 호조 및 꾸준한 수주 물량 확보였다. 휴대폰 사업이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부품사업에서 외형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LG전자 주가는 연초 대비 80%가량 올랐다.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LG전자의 향후 성장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는데 자동차 부품 사업의 외형 확대가 이를 불식시켰다.

LG전자는 가전회사로 유명하지만 자동차 부품 사업도 주요 수익원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LG전자 VC사업부의 매출액은 2015년 1조8000억 원을 넘어선 데 이어 2016년 2조800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4조 원에 육박하는 매출이 예상된다. 특히 완성차 업체와의 오랜 협업을 통한 레퍼런스 확보가 중요한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 가전과 IT 기기를 만드는 회사가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이 놀랍다. LG전자는 어떻게 자동차 부품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일까. LG전자가 카인포테인먼트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겪은 어려움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LG전자의 신사업 성공 비결을 DBR이 분석했다.


LG전자, 국내 최초 텔레매틱스 단말기 개발하다

자동차 부품 시장은 자동차 제조라인에 투입되는 양산형 시장인 비포마켓(before-market)과 자동차 출시 이후 튜닝, 수리 등 추가 수요에 의해 형성된 시장인 애프터마켓(after-market)으로 양분된다. 비포마켓의 시장 규모가 더 크지만 요구되는 품질, 가격, 공급 기준이 까다롭다.

1990년대 LG전자의 자동차 부품 사업은 애프터마켓 카오디오가 전부였다. 주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러시아 등 CIS 지역이 대상이었다. 그렇다고 자동차 부품 사업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당시 AV사업부의 제품 다각화 전략의 일부였다.

변화는 자동차 업계에서 먼저 시작됐다. 90년대 말부터 이동전화가 빠르게 보급되고 새로운 이동통신 기술 표준이 제정됨에 따라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가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GM의 경우 1996년 자회사인 온스타(OnStar)를 통해 차량용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온스타는 GPS와 이동통신 기술을 이용해 핸즈프리 통화, 원격차량진단, 긴급 구조, 사고통보 등 안전과 보안에 대한 서비스는 물론 음성 기반의 턴바이턴(turn-by-turn) 길 안내 서비스를 제공했다. GM은 자사의 제조 차량에 온스타 단말기를 빌트인 형태로 탑재했고 원하는 고객에 한해 유료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GM에 자극받은 현대차 역시 이동통신 기술을 이용한 텔레매틱스 서비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04년 모젠(Mozen)이라는 자체 텔레매틱스 서비스의 상용화를 목표로 1998년부터 차량정보시스템 단말기 등 핵심 기술 개발에 투자를 감행했다. 음성 기반의 온스타 단말기와 달리 현대차는 AV기기가 통합된 액정형 단말기를 추구했다. 터치패드 화면에서 차량 AV기기와 공조 장치 등을 제어하는 것은 물론 이동통신망을 통해 지도 기반의 길 안내 서비스, 실시간 교통정보, 무선인터넷, 긴급 구조 등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었다.

현대차는 2000년 10월 망 사업자인 LG텔레콤(현재 LG유플러스)과 무선 차량정보서비스 제공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양 그룹사 간 제휴에는 정몽구 회장과 구본무 회장 간의 친분이 결정적이었다. LG전자는 현대차의 그랜저XG 등 고급 차종에 들어가는 단말기 개발을 맡기로 했다. 2001년 7월 시제품 개발에 착수했고 같은 해 9월에는 2003년 8월 납품을 목표로 현대차와 계약을 체결했다. 2002년 11월, LG전자는 CTO 산하 디지털미디어(DM)연구소 주도로 1년여간 40여 명의 연구인력을 투입해 국내 최초로 AV 통합형 텔레매틱스 단말기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양산은 애프터마켓 카오디오를 생산하던 AV사업부가 맡았다.


카인포테인먼트를 미래 성장 엔진으로 결정하다

그러나 현대차 물량만으로는 텔레매틱스 R&D 및 시설 투자를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현대차에 탑재되는 텔레매틱스 단말기는 차량 구매 시 고객이 옵션으로 선택하는 제품으로 물량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현대차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거나 규모의 경제를 위해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전자의 경우 현대차의 제의가 여러 번 있었다. 공동 R&D센터 설립이나 현대오토넷 공동 인수 제안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현대차와 JV 형태로 협력할 경우 사업의 주도권을 잃을 여지가 상당했다. 자사의 연구 인력 이탈도 예상되는 문제점 중 하나였다.

고심하던 LG전자 경영진은 2003년, 텔레매틱스, 카AV 등 카인포테인먼트(carinfotainment)1  사업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상담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비포마켓 카AV 제품 경쟁입찰에 참여했다. 르노, 폴크스바겐 등과 비포마켓 카오디오 계약을 체결했다. 소니와는 차량용 앰프 등의 AV 부품 공급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애프터마켓 카AV 사업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나중에 전기차 부품 사업의 핵심 파트너로 등장할 GM과의 첫 번째 계약도 이 시기에 이뤄졌다. 당시 GM은 온스타 단말기 대부분을 모토로라에서 공급받고 있었으나 원가 절감을 위해 대체 공급처를 찾고 있었다. LG전자의 현대차 텔레매틱스 단말기 공급 계약 소식을 듣고 GM이 견적을 의뢰했던 것이다. 2003년 6월, LG전자는 2006년 출시 차량에 탑재되는 온스타 단말기에 대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조직도 새롭게 정비했다. 2003년 10월, AV사업부 내 모바일 사업 추진실 조직을 신설해 텔레매틱스, 카AV, MP3플레이어 등의 모바일 AV기기를 전담하도록 하고 DM연구소의 연구인력을 제품 개발에 집중 투입했다. 이후 2004년 7월, 자동차 부문을 카사업 담당 조직으로 분리하고 AV사업부의 설계실을 책임지던 최정혁 연구위원을 수장으로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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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의 높은 진입 장벽

2003년 초, 카인포테인먼트 사업을 확대하기로 결정할 당시만 하더라도 LG전자는 완성차 업체로부터 물량을 수주하면 제품 개발과 생산은 문제없이 해낼 것으로 내다봤다. 핵심 기술인 이동통신과 멀티미디어 응용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범용 부품(LCD, 통신 모듈, 메모리 등)에 대한 규모의 경제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AV사업부가 예전부터 애프터마켓 카오디오 사업을 하고 있었기에 기존 보유 장비들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의 진입 장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현대차 텔레매틱스의 경우 현대차 쪽의 문제도 있었지만 기존 목표보다 4개월이 지나서야 첫 물량을 출하했다. LG전자의 첫 번째 온스타 텔레매틱스 단말기는 소프트웨어 등의 개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2005년 양산 검증 단계에서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바로 연이어 수주한 제품도 GM에서 2006년 2월 납품을 요청했으나 GM의 공정 감사 지적 사항이 많아 6개월 지연된 8월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손실 규모도 예상보다 컸다. 빠른 사업화를 위해 공격적인 견적을 낸 탓도 있지만 개발 기간이 길어지며 개발비가 당초보다 늘어났고 생산, 품질보증, AS, 물류 등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비용들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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