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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OTT처럼 ‘라이프스타일 인프라’ 된 비만약

하수정 | 443호 (2026년 6월 Issue 2)
비만약, D2C 구독 체제로 월 100달러대
(제약사→소비자 직판)
가격 파괴되자 수억 명 비고객 유입됐다
Article at a Glance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가격이 출시 초기 대비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공급 부족 사태가 만든 조제약 시장이 100년간 고착화된 의약품 유통 구조에 첫 균열을 냈고, 제약사들이 중간 유통상을 건너뛴 소비자 직판(D2C) 플랫폼으로 가격 주도권을 되찾았다. 글로벌 특허 만료로 쏟아진 신흥국 제네릭은 빅파마를 압박하는 협상 카드가 됐다. 주사제를 대체하는 경구용 알약의 등장은 콜드체인이라는 물류비용의 근본 구조를 해체했다. 한국은 미국과 다른 경로로 가격이 무너졌다. 소비자들이 ‘성지’ 약국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자생적 가격 파괴 생태계를 만들었다. 가격 장벽이 무너지자 시장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수억 명의 ‘비고객(Non-customers)’이 유입되며 비만약은 질병 치료제를 넘어 통신비나 OTT처럼 매달 자동 결제되는 ‘라이프스타일 인프라’가 됐다. 더 싸게 팔수록 더 많은 소비자가 더 오래 복용한다. 요요의 공포가 이탈을 막고, 이탈이 줄수록 환자 한 명의 평생 가치는 커진다. 이 역설을 먼저 이해한 기업이 다음 10년의 패권을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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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대기업 직장인 이 모 씨는 매달 서울 종로에 있는 병원과 약국에 들른다. 그가 향하는 곳은 일명 ‘종로 위고비 성지’다. 여기선 강남에 있는 회사 근처 약국보다 위고비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 한 달 용량만 놓고 보면 10만 원 이상 저렴하다. 이렇게 이 씨가 매달 위고비를 맞는 데 쓰는 돈은 25만 원가량이다.

이 씨는 복부비만과 고혈압이 있는 대사증후군 환자였다. 불규칙한 야근과 잦은 회식, 스트레스가 누적된 결과다. 키 170㎝인 이 씨가 100㎏까지 불어난 체중을 줄이려 위고비를 처음 접한 건 2024년 말이다. 투약만 하면 입맛이 뚝 떨어지는 마법 덕에 석 달 새 10㎏을 뺐지만 월 70만 원이 넘는 비용은 부담이 컸다. 결국 넉 달 만에 투약을 중단하자 식욕이 폭발하며 다시 살이 찌고 혈압이 올랐다. 그는 다시 비만약 치료를 시작했다. 경쟁 약 마운자로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위고비 가격이 반값 수준으로 저렴해진 것도 다시 치료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

위고비를 끊은 후 ‘요요 현상’를 겪었던 이 씨에게 이제 비만약은 통신비나 OTT와 같은 정기 구독 대상이 됐다. 그 사이 이 씨의 소비 패턴은 완전히 달라졌다. 월 20만 원씩 나가던 야식 배달 결제가 사라졌다. 마트 주류 코너마저 그냥 지나치게 되면서 술값 9만 원이 절약됐다. 대신 단백질 보충제와 닭가슴살을 정기 배송으로 받기 시작했고 동네 헬스장을 등록했다. 매달 드는 비만약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한 달 지출 규모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씨의 소비가 ‘욕망을 채우는 쪽’에서 ‘욕망을 관리하는 쪽’으로 옮겨간 것이다.


비만약, ‘단기 체험’에서
‘평생 구독’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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