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銀 개입 아닌 자동화 구조로 설계 기업은 회계-결제 전환 준비 시작해야

미국이 ‘GENIUS Act’를 통해 결제형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편입시킨 지금, 한국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국가적 기회로 삼을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핵심은 금리 등 경제 지표에 따라 수수료와 한도를 자동 조정하는 로직을 스마트 콘트랙트에 내장해 규제가 아닌 ‘코드’로 실시간 통화 정책을 집행하는 ‘프로그래머블 금융’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고채 기반의 투명한 준비자산 운용, 유동성 충격을 막는 완충 장치, 디페깅 시도 차단 시스템 등 3중 안전장치가 필수다. 성공한다면 역외 원화 결제망을 통한 ‘원화 국제화’와 기업 재무 효율성을 높이는 ‘프로그래머블 트레저리’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결국 정부는 단순 감독자가 아니라 정책 목표를 코드로 구현하며 시장과 공동 설계하는 ‘코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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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은 통화 설계와 금융 인프라 구조를 동시에 재정의하는 디지털 실험 플랫폼이다. 2025년 7월 미국이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제정·공포하면서 결제형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방 차원의 법적 요건과 감독 체계를 명확히 규정했다.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의 준비자산 요건, 자본 건전성 기준, 은행 라이선스 등록 의무, 연준·FDIC의 감독 권한 등을 명시했으며 특히 외국계 발행자에 대해서는 미국과 유사한 규율 수준을 갖춘 국가에 한해 발행을 허용하는 상호주의 조항을 포함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공식 디지털 달러 유통 수단으로 편입됐음을 제도적으로 천명한 사건이며 글로벌 결제 인프라가 점차 블록체인 기반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흐름을 제도화한 국제 기준 형성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각국의 통화정책과 금융 시스템 운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 한국 역시 허용 여부를 논하는 초기 단계에서 벗어나 이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통화정책, 외환 정책, 원화 국제화 전략을 어떻게 구조적으로 재설계할 것인지 논의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원화는 아직 글로벌 금융에서 쓰임이 적고 해외에서 형성되는 원화 유동성도 실제 원화가 오가지 않는 차액결제선물환(NDF)1 1원화처럼 역외에서 실물 통화를 주고받지 않고 만기 시 계약환율과 현물환율의 차이만을 보통 달러로 현금 정산하는 선물환. 주로 자본통제·환거래 제한이 있는 통화에서 헤지·투기 수단으로 쓰이며 역외 기대가 현물 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닫기 거래에 치우쳐 있다. 이 때문에 환율은 실물 외환 수급과 따로 움직이기 쉬워지고 정책 파급력도 제약을 받는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구조적 제약을 디지털 기반 유통 구조와 정책 내재형 설계를 통해 보완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불러올 정책 변화를 세 가지 방향에서 분석해보자. 첫째, 통화정책 관점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했을 때 금리 조정이나 유동성 공급 같은 기존 정책 수단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수치로 평가해야 한다. 아울러 중앙은행의 정책 신호를 스마트 계약 속에 직접 반영해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새로운 구조도 제안할 수 있다. 둘째, 외환 정책에서는 자본 이동과 환율 불안 리크스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환경에 맞는 새로운 개입 방식과 이를 관리·완화·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