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전례 없는 광범위한 관세 정책을 통해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브레턴우즈체제 이후 지속돼온 자유무역 기반의 세계경제 질서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으며 글로벌 공급망과 물류망은 북미 중심 체계와 아시아 중심 체계로 이원화되는 구조적 재편기에 들어섰다. 특히 글로벌 제조·물류 흐름은 미·중 갈등, 관세 장벽, 지정학적 충돌, 물류망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예측 불가능성’이 일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단순한 비용 최적화나 유연성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이제는 ‘전략적 이원화’와 ‘Fortitude(인내와 회복력)’ 기반 복합 전략을 통해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장기적으로 견뎌내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특히 공급망, 생산망, 물류망 모두에 대해 ‘미국 중심 체계’와 ‘아시아 중심 체계’를 병렬적으로 구축하는 이원화 전략이 필수적이다. 또한 미국 내 물류 거점 확보, 멕시코 국경 물류망 확대, AI 기반 디지털 물류 체계 전환 등 현지 물류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며 자유무역시대의 종말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1기보다 더 신속하고 광범위한 관세전쟁으로 나타났으며 대부분 국가가 협상과 대립 사이에서 전략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형성된 브레턴우즈체제11제2차 세계대전 직후 구축된 국제 통화·금융 질서로 달러를 기축통화로 삼고 고정환율제를 통해 세계 무역과 경제 안정을 도모한 체제닫기는 자유무역주의로 이어지며 세계 경제의 통합과 평화를 지탱해 왔다. 자유무역주의는 국제분업과 국가 간 상호 의존을 통해 안정에 기여했다고 평가돼 왔지만 오늘날 미국 스스로 이 원칙을 부정하며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은 1970년대 금본위제22화폐의 가치를 금(金)에 연동해 발행량을 제한하는 통화 제도로 일정량의 금으로 화폐를 교환할 수 있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됐음닫기를 폐기하며 브레턴우즈체제의 한계를 벗어나는 동시에 자국 통화인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구사했다. 바로 중동 산유국의 석유 판매를 달러와 연동하는 ‘페트로(Petro) 달러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그림 1) 이는 외부 충격을 활용해 재정 부담을 간접 완화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산층 붕괴와 함께 재정적자는 오히려 심화됐고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15,000개의 아티클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
가입하면, 한 달 무료!
걱정마세요. 언제든 해지 가능합니다.
이성우waterfront@kmi.re.kr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미물류공급망센터장
필자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이다. 서울시립대에서 도시공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홍콩대학 연구원, 미국 뉴저지시티대 교수를 역임했고 교통지리학 관점에서 아시아와 서방으로 연결되는 물류·공급망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나는 커피를 마실 때 물류를 함께 마신다(2020)』 『해상 물류(2019)』 『항만과 도시(2015)』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