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발 팬데믹, 동일본 대지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실상 예측이 불가능한 사건들이 오늘날 공급망 안정성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수많은 불확실성 앞에서 기업에 필요한 것은 회복탄력성, 즉 ‘동적역량’이다. 조직이 운영 중단을 신속하게 복구하고, 핵심 성과를 다시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이를 위해 많은 글로벌 기업이 공급망 분야에서 크게 5가지 전략을 추진한다. 높은 재고 수준 유지로 안전판을 마련하는 중복성 전략, 표준화를 통한 유연성 확보 전략, 다른 이해관계자와의 협업을 통한 유연성 확대 전략, ‘워룸(War room)’ 개념에 입각한 중단 관리 시스템 확보, 마지막으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플레이북(대응 매뉴얼)’ 마련이다.
일상적인 운영상 결함부터 발생 확률은 낮지만 한번 일어나면 신문 1면을 장식하는 매우 큰 이벤트(low-probability, high-impact events)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에서 공급망 중단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공장 가동 중단이나 항만 폐쇄, 일부 부품의 예기치 않은 품질 문제, 운송 지연, 자재 및 상품에 대한 관세 인상 등 수많은 사례가 지금 이 시간에도 공급망 안정성을 위협한다. 그래서 기업도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추가적으로 안전 재고(부품 및 완제품 모두)를 유지하고, 더 많은 공급업체를 확보하고, 더 신속한 배송 루트를 활용하면서 공급망 위기 상황에 대비한다. 하지만 예측이 매우 어려운, 발생 확률이 극히 낮은 사건에 대한 대응은 이것만으론 쉽지 않다.
회복탄력적 공급망 관리와 전략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급망 중단에 대한 대비는 주로 과거 경험에 대한 통계적 분석을 기반으로 한다. 통상 어떤 시그널이 있을 때, 어떤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미리 대책을 마련하자는 식이다. 그러나 확률이 낮은 사건은 통계에서 벗어나 있다. 통계적 접근으로는 가능성을 계산할 수 없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사건의 예로는 2005년 뉴올리언스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2011년 일본 동일본 지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이 있다.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대처할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예측 가능한 소소한 사건보다 훨씬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아 빠르고 적절한 대응이 중요하다. 이런 불측의 사건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열쇠가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류종기esilience@korea.ac.kr
EY한영 상무
필자는 기업 리스크와 리질리언스, 지속가능 경영 분야에서 24년간 컨설팅을 했다. IBM 리질리언스 서비스 리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기업리스크자문본부 디렉터를 역임하고,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겸임교수로 기후재난, 탄소중립, ESG를 연구, 강의했다. 현재 EY한영에서 지속가능금융(ESG)과 리스크 관리, 책무구조도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으며 서강대 일반대학원 신문방송학과에서 겸임교수로 전략적 ESG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