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함은 경이로운 수준까지 올라왔다. 사실상 업스트림(조달)의 시작점과 다운스트림(유통)의 종점이 모두 희미해질 정도로 각 단계의 상호의존성은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망의 회복탄력성을 끌어올릴 중요한 해법으로 떠오른 것이 기술 발전과 인공지능(AI)에 기반한 혁신이다. AI는 인간의 전문성과 결합해 각종 공급망 관리 과제를 해결하고 있다. MIT 트랜스포테이션·로지스틱스 연구센터의 대화형 다중 사용자 컴퓨터 인터페이스 공간 ‘케이브(CAVE)’와 같이 공급망 전반의 재설계를 돕는 도구도 속속 등장했다. 당장의 활용도는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인지하고 철저히 실험해야 한다. 다만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한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공급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기업 운영의 기본 조건이 됐다.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공급망 중단은 더 빈번히 발생하고, 그 영향 또한 즉각 눈에 보이게 된다. 지난 3월 컨테이너선과 충돌한 미국 볼티모어 교량 붕괴 사고는 올해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한 공급망 중단의 가장 최근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사실 기업은 매일 무수히 많은 공급망 운영상의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공급망 관리자 선에서 공급 부족 문제가 표면화하지 않도록 노력하기 때문에 겉으로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하지만 관리 범주를 넘어선 문제가 발생할 경우 리드 타임은 길어지고, 한동안 가격 인상이 발생하거나 아예 공급이 중단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팬데믹이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큰 혼란은 특정 기업이 아닌 업계 전반의 공급 부족을 초래한다.
필자는 기업 리스크와 리질리언스, 지속가능 경영 분야에서 24년간 컨설팅을 했다. IBM 리질리언스 서비스 리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기업리스크자문본부 디렉터를 역임하고,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겸임교수로 기후재난, 탄소중립, ESG를 연구, 강의했다. 현재 EY한영에서 지속가능금융(ESG)과 리스크 관리, 책무구조도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으며 서강대 일반대학원 신문방송학과에서 겸임교수로 전략적 ESG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