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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외부 인재에게서 배우는 ‘다른 생각’

규범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 의견 표출
잘나가는 회사는 계약직 관리자를 잘 쓴다

트레이시 앤더슨(Tracy Anderson),피터 카펠리(Peter Cappelli) | 351호 (2022년 0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임시로 채용한 계약직 매니저들의 경우, 느슨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사내 문화와는 거리를 두는 것이 리더로서 성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계약직 매니저는 회사와의 인연이 없어 사회적 자본이나 사내 문화 지식, 조직 기능과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과정에 대한 배경지식 등이 부족하지만 회사에는 없는 새로운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내부 직원이 아니기에 보상이나 인사고과에 대한 영향력이 제한적이지만 반대로 사내 규범과 사내 정치의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객관적인 의견을 낼 수 있다. 조직은 계약직 매니저에 대한 장단점을 이해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Sloan Management Review 2021 가을 호에 실린 아티클을 번역한 것입니다. 프리랜서 형태의 직업이 일반화되고 개발자 등 스타형 인재의 몸값이 뛰면서 미국과 유럽을 넘어 아시아에서도 프로젝트 중심의 외부 계약직 채용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외부 채용이 정규직 중심으로 진행돼 오던 한국 사회에도 이 같은 형태의 채용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내부 직원뿐 아니라 외부인이 함께 일하는 단기 혼합형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는 데 혜안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학계는 매니지먼트에 있어 인간관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수십 년간 연구해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관리직 리더, 즉 매니저는 따로 움직이면서 일하지 않는다. 매니저는 프로젝트를 이끌고, 사업부를 운영하며, 직원 간 업무를 조정한다. 다시 말해, 다른 직원들을 통해 일을 처리한다.

저명한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어떻게 관료제가 기능하는지 설명한 내용을 보면 매니저들은 대개 부하직원을 다룰 수 있는 공식적인 권한을 받고 이에 의지해 업무들을 처리했다.1 그 이후로는 저번에 진 빚을 갚아 달라고 요청하거나, 공동의 가치와 경험을 강조하거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상부상조를 제안하거나 암시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자신만의 무기를 늘려왔다.2 이러한 사회적 권력 행사는 매니저가 상사, 직속 부하 직원, 동료 직원 등 사내 다른 사람들과 맺는 관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3

매니저로서 성과를 내려면 이러한 관계들이 필요할까? 오늘날 많은 전문가가 그렇다고 말한다. 관리자의 사내 인간관계는 넓고 깊게 유지될수록 더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만으로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과거 연구들은 기존 유형의 매니저, 즉 사내에서 인간관계를 구축했거나 구축할 예정인 매니저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사내 인맥을 만들지 않으면서 똑같은 일을 수행하는 유형의 직원은 제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달리 접근해봤다. 유럽에서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전형적이지는 않은 형태로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확산되고 있는, 개인 ‘계약직’에게 매니지먼트 역할을 부여하는 과정을 살펴봤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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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계약 형태는 일반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드물지도 않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내 독립 계약직의 14%가 매니지먼트(매니저 업무)로 분류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5 (하지만 이 가운데 일부에 여러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 아닌 개인 수준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매니저 역할이 포함될 가능성은 있다).

그리고 많은 기업이 계약직 매니저를 알선하는 인재 소개업을 하고 있다.6 이런 소개 건수는 수만 개에 달한 것으로 확인된다. 물론 오해는 금물이다. 이 매니저들은 임시로 조언만 하는 컨설턴트가 아니며 일단 계약직으로 채용된 다음 나중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나 정규직 일자리를 노리고 들어온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계약직으로 클라이언트사의 내부 직원들만 공유하는 최종 목적지를 향해 함께 나가면서 사전에 정한 근로계약 조건에 따라 일한다. 그리고 이들은 실제로 핵심 매니지먼트 업무를 수행한다. 내부 직원의 감독, 자원 관리, 이니셔티브 추진을 통해 목표한 성과의 달성 등도 포함하는 일이다.

계약직 매니저는 엄밀히 말해 외부인이기에 과거 클라이언트사에서 일한 경험이 없고 계약이 끝난 이후 이 회사에서 기약된 미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부분을 보면 매니저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리라는 기대를 갖기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필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계약직 매니저들은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성공했고, 이는 바로 외부인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이었다.

우리는 계약직 매니저 인재를 소개하는 글로벌 대기업 ‘a-Connect’를 통해 전 세계 계약직 매니저 인력풀에 접근할 권한을 부여받았다. 이러한 계약직 매니저의 경우 대개 여러 사업 활동에 대한 기획, 관리, 지원을 통해 전략을 구현하는 프로젝트 리더(PL)나 프로젝트 매니저(PM)로 채용한다. 이를테면, 신제품 마케팅과 홍보 계획을 세워 실행하거나 합병 이후 순조로운 내부 통합을 위해 작업 흐름을 수립하고 모니터링하기도 한다. 임상 시험과 규제 프로세스를 통해서 신약 개발을 촉진하기도 한다.

제약, 금융, 농업 관련 산업, 식품 제조 등등 여러 업계의 계약직 매니저 수백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계약직 매니저를 채용하는 주요 이유는 클라이언트사에 해당 분야의 전문 인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다음으로는 단기간 활용할 전문 역량의 부족이었는데 클라이언트사에도 해당 분야 전문가가 일부 있기는 하지만 현재 필요를 충족할 만큼 충분하지는 않아서였다. 이런 상황이 오면 클라이언트사는 필요한 전문 인력과 현재 보유한 전문 인력 사이의 일시적인 격차를 메우고 싶어 하지만 정규직 포지션을 따로 마련하고 싶어 하지는 않아 했다.7

우리는 여기서 계약직 매니저가 조직의 외부인으로서 겪는 어려움은 물론이고 다소 의아하겠지만 외부인이기에 누리는 이점들을 함께 다루고자 한다. 그리고 좋은 매니저가 된다는 것은 어떤 뜻인지, 이와 관련해 어떻게 회사가 더 개념을 확장할 수 있을지도 논의해보려 한다.

외부 인재가 겪는 어려움들

충분히 예상했겠지만 계약직 매니저로 일하는 데는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계약직 매니저와 이들과 함께 일한 정규직 매니저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한 결과 단점을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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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계약직 매니저들은 클라이언트사와 인연을 맺었던 역사가 없는데다 잠시만 일하다 떠나는 만큼 사회적 자본을 많이 얻을 수 없다. 외부에서 영입한 정규직 매니저도 처음에는 계약직 매니저와 사정이 비슷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적 자본을 얻어 나중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계약직 매니저 대부분이 이런 사회적 자본이 충분히 구축될 만큼 오래 넉넉히 머무르지 않는다. 회사에 속한 정규직 매니저를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번에 도움을 준 보답으로 원하는 자원을 받아내거나 기저에 깔린 맥락에 대한 정보를 구하는 등 개인적인 인간관계가 매니지먼트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런 부분에서는 계약직 매니저가 불리한 처지에 있다고 여겼다. 클라이언트사들은 계약직 매니저에겐 내부 인맥이 없기에 어려움에 빠졌을 때 동료 직원의 영향력을 이용하기가 불가능해 문제에 대응하기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어려움은 해당 기업에 대한 지식 문제다. 계약직 매니저가 클라이언트 기업의 문화를 잘 파악하지 못해 일에 어려움이 생긴 경우였는데, 이를테면 이 회사에서는 언제, 어떻게 의견을 표명해야 통하는지 잘 모르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 결과 계약직 매니저들은 사내 모두가 암묵적으로 지키고 있는 규칙을 어기고 직원들과 관계를 맺는 데도 실패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계약직 매니저들은 중요한 맥락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 특히나 특정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직원에게 영향력을 행세해야 일이 돌아가는지를 완벽하게 간파하지 못했다. 조직 기능과 의사결정의 진짜 얼굴은 공식적인 보고 체계에서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네 번째 어려움은 정직원이 아니라는 점과 업무가 정해진 기한까지만 이뤄진다는 본질적인 요소 때문에 발생한다. 계약직 매니저 대부분이 인사고과, 인정, 보상 등을 결정하지 않고, 설령 결정에 참여하더라도 비중이 미미하다. 우리가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인사고과나 보상과 같은 사안에 대해 사내에서 의견을 냈으나 무척 제한적인 수준에서만 가능했다고 답했다. 그래서 회사 내부 직원들은 계약직 매니저가 자신들에 대한 추후 성과 평가에 영향을 미치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이는 부정적인 고과를 피하고자 계약직 매니저가 원하는 일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마지막 어려움은 내부 직원이 아닌 계약직 매니저 신분이라서 정규직 매니저와는 달리 어떤 시스템과 정보에 접근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전사종합정보시스템 접근이 제한되거나 회사 내부 기록을 조사할 권한을 부여받지 못했다. 특히 회사의 지식재산권 관리가 엄격한 경우 유독 제약이 많았다. 연구팀이 수많은 인터뷰를 진행해 정리한 이러한 불리한 점들을 보면 회사에 소속된 신분으로 매니지먼트를 하면 거꾸로 얼마나 많은 장점이 있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다. 우리 설문 조사에 따르면 많은 응답자가 하나같이 똑같은 부분을 지적했다. 즉, 정규직 매니저일 때는 동료 직원 및 부하 직원과의 끈끈한 관계와 조직 기능에 대한 정보 덕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계약직 매니저일 때는 아니었다고 답했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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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못했던 이점

계약직 매니저들이 마주하는 위와 같은 문제들을 고려할 때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매니지먼트를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진행한 설문 조사와 인터뷰 결과, 계약직 매니저들은 다양한 회사에서 일하면서 갈고 닦고 쌓은 전문성과 신뢰에 더 기댔다고 답했다. 이는 그들이 과거 정규직 매니저로 일했던 시절보다 훨씬 더 많이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8 그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를 보자.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바로 회사 내부인이 아닌 데서 생기는 객관성과 독립성 덕분에 역으로 직원들과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점이었다. 따라서 외부인이라는 명백한 한계를 오히려 기회를 창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외부 인재의 경험과 전문성. 우리가 연구한 계약직 매니저들을 보면 특정 회사에 특화된 경험은 부족했지만 대부분이 내부 직원보다 넓은 경험의 폭을 갖추고 최근 트렌드를 경험해 봤으며 이는 클라이언트사에서 가장 경력이 오래된 직원보다 월등한 수준이었다. 사내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 있는 덕에 계약직 매니저들은 사회적 영향력과 당위성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결국 우리와 인터뷰한 클라이언트들에 따르면 주로 사내에 필요한 역량과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해 매니저 역할을 맡긴다고들 말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계약직 매니저의 전문성과 그 가치를 바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계약직 매니저는 과거 해당 회사에서 일한 적이 없기에 일을 시작하는 즉시 최대한 빨리 자신의 전문성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어떤 계약직 매니저에 따르면 클라이언트사에서 탄탄한 이력을 가진 매니저를 원했다가도 “회사에 들어간 그 순간, 계약서에 최종 서명한 그 순간부터 클라이언트는 우리가 단순히 관리만 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클라이언트사가 정말로 계약직 매니저인 자신을 신뢰하기 전까지는 새로운 인사이트나 자료, 리서치 결과에 대한 접근 권한 등 클라이언트사가 기존에 갖지 못했던 것들을 안겨줘야 하는데다 이 모든 일을 겸손하면서 정중한 태도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뛰어난 전문가라는 점과 겸손한 사람이라는 점을 동시에 증명해야 하는 이 어려운 과제는 계약직 매니저가 회사가 가진 내부 전문성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이 가진 개인적 전문성도 발휘했으면 하는 클라이언트사의 바람 때문이다. 가령, 어떤 클라이언트 회사는 “‘계약직 매니저들도 내가 활용할 만한 전문 역량 자원이 사내 어디에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어야 한다. 계약직 매니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리소스를 찾고 내부 역량을 제대로 활용할수록 회사도 이들을 더욱더 두 팔 벌려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계약직 매니저들이 아직 쌓아놓은 평판이 없다면 겸손하고 정중한 태도로 임하는 것이 사내 구성원들에게 존중받으며 원하는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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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 매니저는 또 외부 전문가라는 자신의 위치를 활용해 직원들이 성장하고 두각을 나타내도록 기회를 만들어 준다. 이를테면, 이들은 자신이 맡고 있는 프로젝트로 직원들을 데려오고 일하는 동안 멘토링을 해준다. 프로젝트 성공을 보고할 때 이 직원들이 임원진 앞에 나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 계약직 매니저는 “우리는 기본적으로 직원들을 지원하고 이들이 잘하고 있다 여기게 하려고 회사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회사에 잘 보일 필요가 없다. 사내 구성원들과 같이 일할 때마다 이 점을 강조하려고 정말 노력한다”고 말했다. 어떤 클라이언트는 이렇게 멘토이자 후원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특히나 중시했다.

“계약직 매니저들은 풍부한 경험을 자랑한다. 내가 보기에 ‘내부 직원들은’ 새로운 사고방식을 배우고 받아들이기를 열렬히 원한다. 새로 영입한 컨설턴트와 직원들이 좋은 관계로 발전하는 사례가 있었다.” 두말할 것 없이 이런 관계는 서로에게 이롭다. 직원들은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고, 계약직 매니저에게는 내부 직원들과 엮이고 이들의 수용과 헌신을 얻을 길이 열린다.

사내 정치와 제약에서의 상대적 자유 우리와 이야기한 계약직 매니저들은 정해진 계약 기간까지만 일한다는 측면을 이용해 직원들의 존중을 끌어내고 관계를 구축했다. 계약직들은 사내 규범과 정치, 평판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은 이들이 직설적이고 객관적이며 사내 정치와 거리가 멀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또 이 상대적 자유 덕분에 계약직 매니저들은 어느 정도 재량이 주어져 실수해도 용서를 구할 여지가 생긴다. 물론 이는 일찌감치 자신의 쓸모를 증명한 이후에 가능하다. 정규직이라면 이처럼 솔직하게 나오기 어렵다. 자신의 발언이나 행동이 회사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어떤 계약직 매니저는 “내가 정규직 직원이었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잘나가는 커리어를 쌓으려면? 좋은 이미지를 만들려면? 우리 부서 평판은? 아니면 어떻게 해야 승진하지? 같은 고민을 해본다. 사실은 하나하나 크게 다른 과제들이다”라고 말했다.

계약직 매니저들은 이처럼 속마음을 가감 없이 얘기할 수 있는 점과 클라이언트사에서의 미래에 관심 없는 점을 이용해 오히려 존중을 받을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직원들과 더 건설적으로 일할 수 있다. 아웃사이더의 이점들을 보면 모든 조직에 공통으로 유효한 진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직원들은 때로 조직의 장기적 이익보다는 당장 상사를 만족시키는 데 더 의욕적으로 덤빈다.

일부 계약직 매니저는 정해진 계약 기간 덕분에 개인적인 인간관계를 오히려 잘 쌓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들은 현재 상황에 아무런 지분도 없고, 사내에 네트워크도 없어 민감한 대화가 누군가를 통해 밖으로 새어 나갈 일이 없기 때문에 내부 직원들은 다소 무방비한 상태로 그들을 대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회사 직원들에게 외부 계약직원은 오히려 신뢰할 수 있는 존재다.

이런 문제에 대해 계약직 관리자를 도울 수 있는 또 다른 조력자를 끌어들여 조직이 마주한 어려움을 해소하도록 돕는 게 유용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계약직 매니저들에 따르면 이렇게 하면 계약직으로서의 독립성 등 그 저력의 뿌리가 약화될 수도 있다.

기업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

계약직 매니저가 전략 실행을 위해 인력과 리소스 관리의 핵심 부서를 다루는 모습은 다소 생소한 풍경이다. 이를 계기로 매니지먼트란 무엇인지,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개념이 확장된다.

계약직 매니저들에게는 좋은 매니지먼트에 필수적이라 생각되는 인맥이 없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오히려 계약직 매니저들은 독립적인 위치를 이용해 신뢰와 객관성, 솔직함과 같이 공식적인 회사 구조에서는 찾기 어려운 요소들을 확보할 수 있다. 사내 정치로부터 거리가 있는 덕분에 신뢰를 얻어 업무 지시와 지원, 조언에 보다 적극적으로 따르고 수용하도록 할 수 있는데다 직원들이 기꺼이 아이디어도 공유한다. 짧은 기간 여러 계약을 통해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쌓았기에 클라이언트사의 신뢰를 쉽게 끌어낼 수 있고 성장이 간절한 내부 직원들에게 자신의 전문 지식을 전수해 줄 수 있다. 이런 장점들을 적절히 이용하면 직원들의 참여와 헌신, 성과를 드높일 수 있다.

이러한 인사이트를 통해 우리는 조직 내 ‘도움을 주는 행동’이란 무엇인지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짧은 인연이 서로에게 장기적인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 직원들이 계약직 매니저와 함께 일하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동안 계약직 매니저 본인도 더욱 풍부한 경력과 지식을 쌓아 나간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사내 정치를 하지 않고도 서로 상부상조하며 일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9

이 아이디어를 뒤집어보면 회사의 공식적인 위계질서와 문화, 사회 구조로 인해 내부인인 정규직 매니저는 직원들의 신뢰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이들은 회사 내에서 자신의 장기적 이익을 보호하려는 마음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연구 결과는 매니저의 역할을 더 깊게 고심하고 더 창의적인 커리어를 고민하는 매니저 개개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도 하고, 더 큰 유연성을 추구하는 기업에도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시한부 매니저를 채용한다는 아이디어는 급성장하는 회사에 특히 매력적인데 이런 곳은 매니지먼트의 필요성이 빠르게 변화해 이에 맞춰 정규직 자리를 만들기가 적절치 못하기 때문이다. 또 불확실한 미래에 어떻게 회사가 적응할지 고민하는 경우에도 쓸모 있다. 실제로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조직이나 사내 정치로 정체된 회사 등등 기존의 규범과 절차를 깨야 하는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상황이라면 계약직이 내부 직원보다 더 적합하다. 또는 신생 스타트업처럼 규범과 프로세스가 아직 확고히 자리 잡지 않은데다 모두가 신입이라 서로 낯선 조직에서도 계약직은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 기성 기업의 내부 매니저로만 주욱 일했다면, 특히 온갖 공식 절차와 사내 규범으로 가득한 대기업에서만 일했다면, 이와 같은 환경에 놓였을 때 꽤나 고생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계약직 매니저는 사내 문화의 변화가 당연한 기업에서는 성공 확률이 낮아진다. 내부의 유능한 계약직 매니저보다 행동을 변화시킬 수단이 적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개 이런 변화 노력을 위해 자신들이 기여할 만한 게 상대적으로 적다. 임원진이 단순히 정리 해고나 다른 불편한 일로 자기 손을 더럽히기를 원치 않아 계약직을 데려와 대신한다는 인식이 사실일 수는 있다. 하지만 내부 직원들의 근본적인 마인드세트와 행동을 바꾸고 효과적으로 일하기 위해 외부 인력을 도입하는 것도 사실이다.

“계약직 매니저들을 쓰면 아무래도 클라이언트사를 위한 매니지먼트 업무에 한계가 있는가?” “그렇다면 그 한계는 주로 어디서 발생하는가?” 같은 질문들은 회사란 어떤 존재며 이를 가르는 경계는 어디인가라는 질문과 직결된다는 측면에서 흥미롭다. 클라이언트가 계약직 매니저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는 어떻게 매니지먼트를 시킬지 제대로 정할 수 없다면 프로젝트 내 변화가 수시로 일어나 그 방향을 재설정해야 하는 일이 잦은 경우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계약서는 고도로 구체적이고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는 문서이기에 프로젝트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경해야 한다. 매번 어떤 업무를 해야 하고, 어떤 성과를 내야 하는지 처음부터 다시 정해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직 매니저는 다른 계약직들과 마찬가지로 원하는 업무와 성과가 확실하게 정해져 있고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을 때 유치하는 게 가장 좋다. 그렇지 않다면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고 이행하고 계속해서 업데이트해야 하는 소모전을 번번이 치러야 한다.

계약직 매니저와 관련한, 다른 고려사항으로는 공급 측면에서 발생한다. 우리가 연구한 계약직 매니저들은 정규직이 되는 데 큰 관심이 없었다.10 오히려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지금 상황을 더 선호했다. 계약직 매니저가 된 주된 이유 세 가지가 자신이 하는 일에 더 통제력을 확보하고,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고, 원하는 때에 휴가를 쓸 수 있어서였다. 솔직히 일반적으로 정규직 직원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뛰어난 역량과 경험의 매니저들이 점차 더 늘어난다면 적기에 인재를 데려오는 저스트인타임(Just-In-Time) 방식을 원하는 기업들은 점점 더 계약직 매니저 채용에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조직 내부자가 조직을 관리하는 것에는 당연히 그 자체의 장점이 있지만 우리 연구에 따르면 계약직 매니저도 그 나름대로 다른 레버리지가 있었다. 외부자의 시선과 역량 그 자체가 필요한 상황이 꽤 많다.

요즘에는 정규직 매니저들에게 관리하는 직원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성장을 효과적으로 돕기 위해 인간관계를 잘 다지라고 조언하고 코칭하는 게 대세다. 한 회사에 오래 다녔을 경우나 깊고 넓은 수준의 사내 인간관계가 있어야 해결되는 관리 문제를 다룰 때는 유용한 조언이다. 하지만 이것만이 길이 아니다. 한 발짝 물러나 바라보고 정해진 결말을 미리 알고 있을 때 많은 것을 얻기도 한다.


트레이시 앤더슨(TRACY ANDERSON) 피터 카펠리(PETER CAPPELLI)
트레이시 앤더슨(Tracy Anderson)은 밀라노 보코니대(Bocconi University) 매니지먼트와 테크놀로지 조교수이다. 피터 카펠리(Peter Cappelli)는 와튼스쿨 매니지먼트 교수 겸 전미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 | 노이재 whodoneit@naver.com
  • 트레이시 앤더슨(Tracy Anderson) | 밀라노 보코니대(Bocconi University) 매니지먼트와 테크놀로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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