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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Resource Management

‘님’ ‘프로’ 같은 호칭으로 직급 파괴
수직적 문화 완화에 별 효과 없어

이규열 | 448호 (2026년 9월 Issue 1)
▶ Based on “Beyond the Expectations of Organizational Delayering in Korean Firms: Verifying the Effectiveness of Job Grade Simplification Through News Text and Panel Data Analysis”(2026) by Oh, M. J., Kim, S., & Lee, H. J. in Korean Management Review, 55(2), pp 87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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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연공서열 중심의 직급 체계는 과거 효율적인 조직 운영에 기여했으나 시간이 흐르며 의사소통 경직과 권위주의적 문화를 심화시켜 혁신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수평적인 소통과 창의성을 자극해 성과를 높이려는 목표로 직급 단계 축소 및 호칭 통일과 같은 직급 파괴를 추진해 왔다. 직급 대신 ‘님’ ‘프로’ 등의 호칭으로 서로를 부르는 게 대표적인 조치다. 그러나 한화, KT, 포스코 등 일부 기업이 다시 예전의 위계적 직급으로 되돌아가며 실효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울대 연구진은 직급 파괴 제도가 조직문화를 바꾸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 에드거 샤인의 조직문화 3단계 모형과 허버트 블루머의 상징적 상호작용 이론을 이론적 기반으로 삼았다. 조직문화 3단계 모형에 따르면 조직문화는 눈에 보이는 가시적 수준인 ‘인공물’, 조직 내 행동 판단 기준을 제공하는 인지적 틀인 ‘가치’, 무의식적으로 당연하게 내면화된 신념인 ‘기본 가정’으로 구분된다. 기업이 단행하는 호칭의 변화나 직급 단계 축소는 단지 가장 표면적이고 외형적인 차원인 인공물의 변화에 불과하다. 또한 상징적 상호작용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타인과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 상징에 의미를 부여하고 현실을 구성한다. 즉 직급이나 호칭 같은 표면적 장치(인공물)가 변경되더라도 구성원들이 일상의 반복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이 변화를 실제 수평적인 관계의 상징으로 해석하고 마음속 깊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심층적 수준의 가치관이나 기본 가정은 전혀 변하지 않는 디커플링(괴리)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본 연구는 직급단순화 제도의 정성적 담론과 정량적 현실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단계적 혼합 연구 설계를 채택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빅카인즈를 활용해 2000년부터 2024년까지 보도된 총 167건의 직급 파괴 관련 뉴스 기사를 텍스트 분석해 기업들이 직급 파괴를 시행하며 사회적으로 어떤 기대와 목적을 가졌는지 파악했다. 또한 실제 기업 데이터에서 제도의 효과가 나타나는지 정밀하게 검증하고자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인적자본기업패널(HCCP) 2011년부터 2017년까지의 4개 차수 데이터를 활용했다. 최종적으로 제조업, 금융업, 서비스업 등에 걸친 고유 기업 475개사의 1292개 기업-연도 관측치 데이터를 병합했고 엄밀한 인과관계 분석을 위해 패널 고정효과 회귀모형을 적용해 분석을 수행했다.

뉴스 텍스트 분석 결과, 직급 파괴 언론 보도에서 가장 빈번히 나타난 상위 키워드는 ‘연공서열’ ‘조직문화’ ‘수평적’ ‘의사결정’ 등이었다. 이는 대다수 기업이 기존 위계질서를 완화하고 수평적인 의사소통 구조와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직급 파괴를 강력한 해결책으로 기대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기업 패널 데이터를 통한 실증 분석 결과는 이러한 사회적 기대와 완전히 어긋남을 보여준다. 첫째, 통계 분석 결과 직급단순화의 강도는 위계지향적 문화를 약화시키는 데 어떠한 유의미한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즉 직급 단계를 물리적으로 줄였다고 해서 수직적 분위기나 하향식 정보 흐름이 사라지지 않았다. 둘째, 직급단순화는 혁신지향적 문화를 강화하는 데도 전혀 통계적으로 기여하지 못했다. 단순 제도의 물리적 조합이나 제도적 배경의 결합만으로는 뿌리 깊은 수직적 문화 장벽을 넘어 구성원의 내면적 인식과 태도를 바꾸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수평적인 조직 혁신을 꿈꾸며 직급단순화나 호칭 변화를 고민하거나 이미 시행 중인 조직의 경영진 및 HR 실무자들에게 현실적인 경고를 보낸다. 첫째, 호칭을 바꾸고 직급 단계를 통폐합하는 표면적 인사 개혁은 조직문화 혁신의 출발선은 될 수는 있을지언정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서로를 ‘님’으로 부르면서도 보고 및 결재 라인, 지시 방식, 리더들의 태도와 비공식적 위계가 예전 방식 그대로 작동한다면 이는 껍데기만 바뀐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 또한 직급단순화가 실제 수평적 소통과 혁신적 성과로 내면화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제도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도록 돕는 다차원적인 조직적 장치가 긴밀히 맞물려야 한다. 리더가 수평적으로 아이디어를 경청하고 반영하는 리더십 교육 및 실질적 권한 위임, 사내의 열린 의사소통을 이끄는 커뮤니케이션 지원과 함께 보상 및 평가 체제까지 일관되게 설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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