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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모두의 벤처 투자’ 시대를 열기 위해

이종훈 | 438호 (2026년 4월 Issue 1)
정부는 혁신 생태계를 활성화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창업을 특정 계층이나 기술 엘리트의 전유물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도전하고 지지하는 구조로 확장할 계획이다. 그러나 금융 투자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일반 대중의 관심은 창업보다는 상장 주식 투자에 쏠려 있다. 인공지능, 로봇, 우주·방산 등 미래 산업 관련 종목에 대한 기대는 크지만 기대의 초점은 ‘수익 가능성’ 이다.

‘모두의 주식투자 시대’가 열렸지만 혁신 시장을 향한 ‘모두의 벤처 투자’ 시대가 아직 열리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초기 기업에 대한 개인의 벤처 투자, 즉 엔젤 투자는 자본시장의 풀뿌리 투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엔젤 투자의 건수와 금액은 최근 수년 동안 정체하고 오히려 감소하는 흐름까지 보였다. 경기 불확실성과 회수 시장 위축, 고금리 환경 속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높고 정보 접근이 쉬운 상장 주식으로 이동했다. 초기 기업 투자는 높은 리스크와 긴 회수 기간이라는 이유 때문에 점점 외면받고 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투자 대상으로 삼는 상장 기업들도 한때는 모두 창업 초기의 작은 기업이었다. 매출도 브랜드도, 확실한 시장도 없던 시기를 지나 성장해왔다. 그 과정에는 개인투자자의 초기 자본과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정책적 뒷받침이 있었다. 주식 시장 또한 수많은 초기 도전과 실패, 이를 감내한 자본이 축적되면서 탄생한 결과물이다.

활황의 주식 시장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힘은 더 많은 단기 자금의 유입이 아니다. 더 많은 혁신 기업의 등장이다. 상장 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것은 매수 버튼을 누르는 투자자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사업 모델로 도전하는 창업가들이다. 그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초기 단계의 벤처 투자다. 가을의 수확은 눈에 보이고 가격도 형성돼 있으며 예측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반면 씨앗을 고르고, 모종을 심고, 물을 주며, 병충해를 관리하는 일은 훨씬 고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결과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씨앗을 뿌려야 한다. 모두가 수확과 판매에만 관심을 둔다면 언젠가 거둬들일 곡식 자체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 풍성한 주식 시장이 있기까지 과거 누군가 뿌렸던 씨앗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엔젤 투자는 미래 산업 구조에 대한 참여다. 동시에 혁신의 초기 리스크를 분담하는 사회적 역할이다. 특히 전문성을 갖춘 투자자는 단순한 자금 제공을 넘어 창업가의 전략적 동반자가 될 수 있다.

‘모두의 창업’이 성공하려면 결국 ‘모두의 참여 자본’이 필요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정부도 교육과 세제 혜택,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엔젤 투자 활성화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이가 수도권뿐 아니라 여러 지역 현장에서 더 나은 창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기대하는 선순환 구조는 정부의 힘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정책은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생태계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민간 자본의 선택이다.

‘모두의 주식투자 시대’가 열린 지금이 한 걸음 더 나아갈 때다. 수확만 바라보는 시장에서 씨앗을 심는 시장으로, 상장 이후의 가치뿐 아니라 창업 초기의 가능성에도 자본이 향하는 시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것이 ‘모두의 창업 시대’가 진정으로 완성되는 길이며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모두의 벤처 투자 시대’다.
  • 이종훈

    이종훈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

    롯데벤처스 상무(투자본부장)와 GS그룹 전무이자 GS건설의 신기술금융사인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의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기업형벤처캐피털(CVC)의 설립과 운영 전문성을 쌓았다.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교수, 한양엔젤클럽 사무국장, 엔젤투자교육 강사 등으로 활동하며 스타트업 발굴과 엔젤 투자 저변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2026년 2월 한국엔젤투자협회 제3대 협회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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