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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AI 도입해도 생산성은 제자리, 왜?

어승수,정리=장재웅 | 433호 (2026년 1월 Issue 2)
AI 생성물 검토 과정서 ‘인간병목’ 발생
리더가 워크플로 재설계해 속도 높여야
Article at a Glance

인공지능(AI) 도입으로 개인의 단위 시간당 산출량은 비약적으로 높아졌으나 정작 조직의 수익성이나 의사결정 속도 등 거시적 지표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는 개별 과업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 결과물을 검토·조율하는 데 드는 내부 ‘조정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업무 병목 지점이 ‘작성’에서 ‘검토’ 단계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리더가 투입된 노력과 가치를 동일시하는 ‘노력 편향’과 기존 관료제적 보고 체계가 더해지면서 조직 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인간 병목’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은 기능별 사일로(Silo)를 타파하고 AI와 전문가가 한 팀이 되는 ‘포드(Pod)’ 구조로 전환하는 한편 AI 에이전트 간 자율적 협업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업무 체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특히 AI의 단순 활용을 넘어 리더가 ‘시스템 설계자’로서 낭비되는 조정 과정을 구조적으로 제거하고 생산물이 가치로 연결되는 통로를 넓혀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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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적 생산 도구인 생성형 AI와 우리가 공존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3년이 흘렀다. 생성형 AI는 지식노동의 생산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왔다. 현장 구성원들이 체감하는 단위 시간당 산출량은 분명 커졌다. 그럼에도 많은 조직에서 신제품 출시 주기, 고객 대응 리드타임, 내부 의사결정 속도, 영업이익률 같은 거시 지표는 기대만큼 달라지지 않는다. 개인은 더 빨리 달리는데 조직은 여전히 무겁게 움직이는 듯한 이 현상을 단순히 기술 성능의 한계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개인은 ‘슈퍼맨’이 돼 날아다니는데 그들이 모인 조직은 여전히 거대한 공룡처럼 느리게 움직이는 기이한 현상. 이것이 ‘AI 생산성 역설(AI Productivity Paradox)’이다.

이와 같은 역설의 원인은 기술의 부재나 AI 모델의 성능 부족만은 아닐 것이다. 진짜 문제는 변화 속도에 아랑곳없이 조직 구조 자체는 지체(Lag) 현상을 겪고 있는 데 있다. 19세기 산업혁명기에 고안된 위계적 관료제와 20세기 정보화 시대에 최적화된 일하는 방식이 21세기의 고도화된 AI 도구와 충돌하며 거대한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이 마찰의 실체를 ‘조정비용(Coordination Costs)’이라 정의한다. 개별 구성원의 과업 수행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 결과물을 검토하고 통합하고 조율해야 하는 조직 차원의 조정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베인앤드컴퍼니가 ‘조직 항력(Organizational Drag)’이라고 명명했던 이 보이지 않는 비용이 AI 시대를 맞아 더욱 비대해지고 있는 것이다. AI 도입 이후에도 조직이 여전히 분주하기만 할 뿐 실질적 생산성이 오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조직경제학의 조정비용 관점에서 분석해보자.


거래비용의 붕괴와 조정비용의 역습

조직의 비효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이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193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고 미 시카고대 석좌교수를 지낸 고(故) 로널드 코스 교수는 그의 기념비적 논문 『기업의 본질』에서 거래비용이라는 개념을 통해 기업의 존재 이유를 설명했다. 1 시장 가격 기구를 이용해 매번 필요한 인력을 찾고, 계약을 맺고, 그 이행을 감시하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기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관리자의 명령과 통제로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었다. 즉 기업은 시장의 거래비용보다 내부의 조정비용이 낮을 때 성장한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생성형 AI는 이 100년 가까이 된 공식을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다. AI는 외부 전문가에게 의존해야 했던 고도의 전문성을 기업 내부로 이식하며 시장 거래비용 자체를 최소화한다. 예컨대 과거에는 해외 진출을 위해 현지 법률 자문사나 번역 에이전시를 물색하고 계약하는 데 수 주일이 소요됐다면 이제는 법률 및 언어 전문 AI 에이전트가 수 초 만에 계약서 초안을 작성하고 리스크를 분석한다. 이는 외부에 존재하던 전문성이 별도의 훈련이나 채용 과정 없이 조직 내부에 즉시 활용 가능한 역량(Instant Capability)으로 내재화됨을 의미한다. 복잡한 코딩, 재무 분석,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등 과거 전문가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실무가 AI를 통해 내부에서 즉각 해결되면서 이제 기업에 남은 가장 큰 비용 덩어리는 제작이나 구매 비용이 아니다. 바로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AI와 인간의 협업 결과물을 기존의 조직 문법과 절차에 끼워 맞추고 이를 검증 및 통합하는 데 소요되는 내부 ‘조정비용’뿐이다. 즉 개별 작업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를 조직적 결론으로 수렴하는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문서와 코드와 분석 결과가 더 많이, 더 빠르게 생성될수록 관리와 검토의 대기열이 길어진다. 생성이 쉬워진 만큼 검토가 어려워지는 역설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오늘날 기업 현장에서 조정비용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AI의 속도를 잠식하고 있는가? 베인앤드컴퍼니가 지적한 ‘조직 항력’의 개념을 빌려 AI 도입을 저해하는 조정비용의 실체를 경제학적 관점의 세 가지 차원(정보, 협상, 집행)에서 재조명할 수 있다.

첫째, 정보 비대칭과 데이터 사일로가 만들어 내는 정보 탐색 비용이다. AI가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부서 간 경계를 넘나드는 데이터 활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각 부서가 데이터를 독점하거나 파편화된 시스템(Legacy System)에 가둬 두고 있다. 영업팀의 고객 데이터와 개발팀의 로그 데이터가 통합되지 않아 AI가 반쪽짜리 대답만 내놓게 만드는 상황 혹은 데이터를 찾고 정제하는 데만 AI 프로젝트 기간의 상당수를 허비하는 현상이 대표적인 정보비용이다.

둘째, 의사결정 및 협상 비용(Bargaining Cost)이다. AI 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직 내 이해관계와 정치적 조율 비용은 크게 세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며 조직의 발목을 잡는다.

1. 과도한 신중함과 검증: ‘경쟁사는 도입했나? 레퍼런스가 확실한가?’를 따지며 의사결정을 미루는 시간이다. AI의 효용을 판단하기보다 남들이 하는지를 확인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2. 역할과 책임(R&R)의 모호성: ‘도입은 찬성하지만 운영과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에 대한 소모전이다. IT 부서는 현업이 주도해야 한다고 미루고, 현업은 기술적 유지보수는 IT 몫이라며 서로에게 공을 넘기는 사이 골든타임은 지나간다.

3. 거시적 동의와 미시적 저항: ‘AI 도입은 시대적 소명이지만 우리 팀 업무는 너무 특수해서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방어기제다. 내 업무가 투명하게 공개되거나 대체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조직적인 저항으로 이어지며 합의를 위한 수십 번의 회의를 하게 된다. 기술은 이미 준비됐지만 이처럼 조직 내부의 이해관계 충돌과 리스크 분산, 변화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뒤섞인 합의 과정이 길어지면서 결국 적시성을 저해한다.

마지막 조정비용은 레거시 프로세스 집행 및 검증 비용(Enforcement Cost)이다. AI의 압도적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보고 체계와 관료적 승인 절차다. AI는 1분 만에 전략 보고서 초안을 생성할 수 있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팀장, 본부장, 대표이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대면 보고와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한 AI가 산출한 결과물을 회사가 규정한 표준 양식에 맞춰 재가공하거나 과거의 관례에 끼워 맞추는 과정에서 막대한 시간이 소모된다. 이른바 ‘인간 병목(Human-in-the-loop Bottleneck)’ 현상이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었던 엄격한 표준화와 관료제적 통제 시스템이 AI의 폭발적인 산출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오히려 마찰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전체 프로세스의 속도를 하향 평준화시키는 가장 큰 비용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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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논의의 연장에서 AI 시대를 맞이한 조직이 추구해야 할 효율성은 다음과 같이 재정의돼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조정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지 않는 것이다. 목표 정렬, 책임 배분, 리스크 통제, 품질 기준 합의 같은 필수 조정은 생략될 수 없다. 목표는 분모 전체를 0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관행과 중복, 책임 회피를 위해 늘어나는 낭비 조정을 구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AI 도입으로 분자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분모가 비대하면 조직의 속도는 바뀌지 않는다. AI 시대의 생산성 혁신은 분자를 키우는 경쟁만이 아니라 분모 중 낭비 조정을 줄이는 설계 경쟁이기도 하다.


낭비적 조정비용과 병목현상, 왜 발생하는가?

그렇다면 왜 개인의 생산성 향상이 조직의 성과 향상과 높은 효율성으로 직결되지 않는 것일까?

첫째, 조직 내 병목 지점이 ‘창조’에서 ‘검토’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DORA(DevOps Research and Assessment)가 발표한 2025년 리포트는 이 의문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2 AI 코딩 어시스턴트 도입 이후 개발자들이 생성해낸 풀 리퀘스트(PR, 코드 변경 요청)의 양은 전년 대비 무려 98%나 폭증했다. 그러나 조직 전체의 소프트웨어 배포 속도나 안정성 지표는 상승하지 않고 평행선을 그렸다. 이는 업무 프로세스상의 병목(bottleneck)이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과거에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성 단계가 가장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병목이었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이 비용을 거의 제거했다. 그 결과, 병목은 이제 쏟아지는 결과물을 검증하고, 수정하고, 조율하는 하류 단계인 검토로 이동했다. AI가 1분 만에 만들어낸 10개의 시안은 관리자에게 10개의 검토 거리가 된다. 이른바 ‘검토 폭탄’이 의사결정자의 인지 용량을 초과하게 되면서 조직 전체의 흐름이 막히는 동맥경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술이 생산을 가속해도 조직의 흐름이 병목에 의해 제한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AI 활용의 효과는 개인 생산성 지표가 아니라 흐름 지표로 검증돼야 한다.

둘째, 신뢰 비용과 이중 작업의 증가다. AI 산출물은 겉보기엔 완성도가 높아도 조직 안에서는 출처와 정확성,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신뢰 문제가 쉽게 생긴다. 특히 보안 규정이 엄격하거나 AI 사용 기준이 모호한 환경에서는 구성원이 AI 사용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늘어난다. 이른바 ‘섀도 AI’다. 현장에서는 속도를 맞추기 위해 개인 계정이나 비공식 도구로 AI를 쓰지만 공식적으로는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처리되면서 관리자는 결과물의 생성 과정과 근거를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이 정보 비대칭은 곧바로 조정비용으로 전환된다. 상사는 결과물이 검증됐는지 확신하지 못해 추가 확인을 요구하고 구성원은 결론의 타당성을 논의하기보다 과정과 근거를 증빙하는 자료를 만드는 데 시간을 쓴다. 이때 AI가 줄여준 시간은 생산이 아니라 방어와 검증을 위한 작업으로 재투입된다. 같은 내용을 양식만 바꿔 다시 쓰거나 이미 정리된 내용을 원문까지 붙여 반복 확인하는 일이 늘면서 이중 작업이 발생한다. 결국 조직이 느려지는 핵심 이유는 AI를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AI 산출물을 믿고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는 기준과 기록 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AI 사용 기준이 불명확한 상태가 지속되면 섀도 AI는 커지고 신뢰 비용과 이중 작업은 구조적으로 고착된다.

셋째, 리더-구성원 간 역량의 역전과 리더의 편향성이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는 조직 내 디지털 문해력 격차를 벌리며 AI 역량 역전 현상을 초래했다. 실무진은 최신 AI 툴을 활용해 결과물을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데 익숙한 반면 기존 리더십 그룹은 이러한 도구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여기서 리더들은 심리적 저항에 직면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투입된 시간과 노력의 양이 결과물의 가치와 비례하다고 믿는 ‘노력 편향(Effort Heuristic)’을 가지고 있다. 리더의 입장에서 10초 만에 생성된 결과물은 본능적으로 깊이가 없고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결국 리더는 자신의 통제력을 회복하고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 AI가 생략해버린 과정을 인간이 다시 수작업으로 재현하도록 강요하는 비효율을 범하게 된다. 또 AI와 AI 활용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은 리더들로 하여금 강한 현상 유지 편향(Commitment to Status Quo)을 갖게 한다. 이는 단순한 신중함이 아니라 변화로 인한 잠재적 이득보다 불확실성으로 인한 손실을 더 크게 인식하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 성향에서 비롯된다. 리더들은 자신들을 현재의 지위로 이끌어준 과거의 성공 방식(치밀한 수작업, 단계적 대면 보고)에 애착을 갖는다. AI 도입이 가져올 생산성 혁신보다는 통제 불가능한 새로운 변수가 초래할 리스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과거의 관성으로 회귀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 유지 편향은 조직 전체의 AI 혁신 속도를 늦추고 새로운 도구를 기존의 낡은 프로세스에 억지로 끼워 맞추게 만드는 가장 큰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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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 조정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직 최적화

이상에서 언급된 AI가 촉발한 새로운 조직의 병목현상을 해결하고 낭비적 조정비용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업무 방식, 조직 구조, 리더십을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첫째, 워크플로의 재설계다. 전통적인 기업의 업무 방식은 마치 릴레이 경주와 같았다. 사원이 자료를 조사해서 바통을 넘기면 대리가 초안을 작성하고, 과장이 검토해 다시 넘기는 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바로 ‘핸드오프 비용’ 3 이다. 바통을 넘길 때마다 정보의 누락이 발생하고 다음 주자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대기시간이 생긴다. AI 시대의 업무 방식은 순차적 오케스트레이션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는 인간이 개입하지 않는 상태에서 AI 에이전트들이 서로 바통을 주고받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보자. ‘자료 조사 에이전트’가 시장 데이터를 수집해 완료 신호를 보내면 그 즉시 ‘초안 작성 에이전트’가 이를 이어받아 보고서를 작성한다. 작성이 끝나면 ‘검증 에이전트’가 사내 규정과 팩트 체크를 수행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인간 간의 핸드오프는 0이 되며 에이전트 간의 데이터 이동은 밀리초 단위로 이뤄지므로 대기시간 자체가 소멸한다. 인간은 이 모든 과정이 끝난 후 최종 결과물의 전략적 방향성만을 판단하면 된다. 나아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워크플로를 도입해야 한다. 이는 AI에 단순한 작업이 아닌 목표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적인 산업, 인프라, 운송, 헬스케어 분야의 제조기업인 지멘스(Simens)는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유지보수 워크플로 운영을 혁신하고 있다. 기존의 유지보수 워크플로는 ‘고장 발생 → 인간 인지 → 수리’로 이어지는 반응형 구조였다. 그러나 지멘스는 AI 에이전트가 센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자율적으로 유지보수 일정을 생성하고 부품을 발주하는 AI 에이전트 워크플로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계획되지 않은 다운타임을 50% 줄이고 선제적 유지 활동을 통해 유지보수 비용을 25%를 절감했다. 이 과정에서 AI는 단순한 조기 경보가 아닌 유지보수 일정을 자율적으로 생성하고 소요되는 부품을 발주하는 행동의 주체가 된다. DHL의 AI 에이전트는 실시간 교통 상황과 연료 효율성을 고려해 배송 경로를 동적으로 재설정한다. 단순한 내비게이션을 넘어 전체 물류 자원의 배분을 최적화하는 의사결정을 자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기능 중심 사일로에서 결과 중심 포드(Pod)로의 조직 구조 개편이다. 포드는 특정 비즈니스 목표(예: 신규 모바일 앱 론칭, 특정 고객군 점유율 확대)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자원을 갖춘 작은 조직이다. 일하는 방식이 바뀌었다면 그 일을 담는 그릇인 조직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 마케팅팀, 개발팀, 디자인팀으로 나뉜 전통적인 기능 조직, 즉 사일로는 필연적으로 부서 간 장벽을 만든다. 마케팅팀이 기획안을 던지면 개발팀이 안 된다고 거절하고 다시 디자인팀과 조율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조정비용이 발생한다. AI 시대의 최적화된 조직은 이러한 사일로를 타파하고 완결성을 가진 소규모 정예 부대인 포드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포드에는 제품 책임자(PO), 도메인 전문가, 다수의 AI 에이전트(코딩 에이전트, 데이터 분석 에이전트, 디자인 에이전트)가 한 팀으로 소속된다. 중요한 점은 이 포드 내에 인간보다 더 많은 수의 AI 에이전트가 배치된다는 것이다. 인간 팀원은 자신이 직접 코드를 짜거나 디자인을 하는 실무자의 역할보다는 각 분야의 전문 AI 에이전트들에게 작업을 지시하고 결과물을 통합하는 감독관 역할을 수행한다. 이렇게 되면 부서 간 업무 조율을 위한 별도의 회의를 진행할 필요 없이 포드 내부에서 즉각적인 의사결정과 실행이 가능해진다.

네덜란드의 ING는 전체 조직을 애자일 조직 형태로 재편하며 기능 간 융합을 도모했는데 마케터, 개발자, 데이터분석가, 디자이너 등이 포함된 9명 내외의 소규모 팀을 구성해 특정 문제 해결에 대한 전적인 권한을 보유하도록 했다. 싱가포르 DBS은행의 경우 스스로를 ‘은행 업무를 하는 기술기업’으로 정의하며 하위 조직을 33개 플랫폼으로 재편했다. 각 플랫폼은 비즈니스 리더와 기술 리더가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2-in-a-box’ 리더십을 채택해 비즈니스 목표와 AI를 활용한 기술 구현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목표 아래 실행되도록 했다.

셋째, 리더의 역할이 관리자에서 설계자로 변화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리더십이 구성원의 동기부여와 심리적 관리에 집중했다면 AI 시대의 리더는 사람과 AI 에이전트를 결합해 최적의 성과를 내는 시스템 아키텍트로서의 역량을 갖춰야 한다. 즉 리더의 역할을 관리에서 설계로 이동시켜야 하는 것이다. AI 시대의 리더는 구성원의 작업을 미시적으로 통제하기보다 사람과 도구가 성과를 내도록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이는 목표를 작업으로 분해하고 위임 단위를 설계하는 능력, 도구의 한계를 이해해 검증 기준을 설계하는 능력, 책임과 권한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동시에 조직은 결과 지표만으로 AI 효과를 판단하려는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매출과 이익 같은 결과는 중요하지만 AI가 먼저 바꾸는 것은 흐름이다. 흐름을 보지 않으면 개인 생산성의 상승이 왜 조직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지 설명할 수 없다. 이를 위해 리더는 AI 워크플로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업무를 AI 에이전트에게 위임하고, 어떤 업무를 사람이 수행할지 전체적인 파이프라인을 설계하는 능력이다. 둘째, 리더는 기술적 문해력을 바탕으로 프로세스를 검증해야 한다. AI가 내놓은 결과물이 겉보기에 그럴듯해 보여도 그 작동 원리와 한계를 이해하고 있는 리더만이 결과물의 유효성을 판단할 수 있다. 결국 AI 시대의 리더는 업무의 본질(Domain Knowledge)과 도구의 특성을 결합해 조직의 생산성 구조를 설계하는 진정한 아키텍트로 거듭나야 한다.

이와 같은 리더십 변화의 핵심은 리더가 AI 기술을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지능(Technology Quotient, TQ)’을 갖축도록 하는 것이다. 일례로 액센추어는 전사 차원의 TQ 프로그램을 도입해 모든 리더가 클라우드 및 AI 등의 기술적 기초를 이해하게 했다. 이는 리더를 개발자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술적 유창함(fluency)을 함양하기 위한 것이었다.


구조조정이 아니라 구조의 재조정

AI 시대의 격차는 누가 더 좋은 모델을 갖고 있는지에서 갈리지 않는다. 최고 수준의 도구는 빠르게 보편화된다. 격차는 누가 더 낮은 낭비 조정으로 AI를 활용하느냐에서 발생한다. 같은 AI를 쓰더라도 낭비적 조정비용이 큰 조직은 더 많은 문서, 더 많은 회의, 더 많은 검토로 더 바빠지고 낭비 조정이 작은 조직은 더 짧은 리드타임으로 더 빨리 실행한다. 결국 AI 시대의 생산성 혁신은 인력을 줄이는 방식의 인적자원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필수 조정을 남기고 낭비 조정을 줄이는 방식의 구조 재조정에 가깝다. 이 관점은 불편한 함의를 갖는다. AI가 만들어내는 산출물을 늘리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반면 낭비 조정을 줄이려면 권한과 책임, 기준과 검증, 데이터 접근과 지식 관리 같은 조직의 핵심 규칙을 건드려야 한다. 그래서 어렵다. 그러나 조직 성과를 바꾸는 지점도 그곳에 있다. AI는 생산을 가속한다. 조직은 그 생산이 가치로 전환되는 통로를 넓혀야 한다. 그 통로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능력이 2026년형 경쟁력의 중심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1. Mankins, M. C., & Garton, E. (2017). Time, Talent, Energy: Overcome Organizational Drag and Unleash Your Team s Productive Power.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2. Yang, C., Amariles, D. R., Allen, L., & Troussel, A. (2025). GPT Adoption and the Impact of Disclosure Policies. arXiv preprint arXiv:2504.01566.
  • 어승수

    LS Holdings 피플랩 리더

    어승수 리더는 ㈜LS의 HR 애널리틱스 전문조직 People Lab의 리더로 데이터 기반 HR과 인공지능의 HR 적용을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가천대 경영대학원에서 HR 애널리틱스, HR AI를 강의하고 있다. SK아카데미 리더십 평가 전문조직 Assess-ment CoE와 LG디스플레이에 재직했으며 성균관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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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장재웅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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