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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ganizational Behavior

여성 창업자들이 투자자를 설득하는 법

이용훈 | 406호 (2024년 12월 Issue 1)
Based on “We Ask Men to Win and Women Not to Lose: Closing the Gender Gap in Startup Funding” (2018) by Dana Kanze, Laura Huang, Mark Conley, and E. Tory Higgins in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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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왜 연구했나?

스타트업 투자자들은 투자 경연 대회를 열어 많은 창업자를 직접 만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곤 한다. 투자 경연 대회에서 투자자는 창업자의 사업 아이디어에 관한 발표를 듣고 질의응답을 거쳐 창업자와 사업을 평가한다. 그런데 이런 평가는 불확실한 상태에서 이뤄진다. 로라 황 하버드대 교수는 투자 경연 대회에서 투자자들이 정량적인 자료를 기초로 판단하기보다 직관적인 육감에 의존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직관적이고 감에 의존한 의사결정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선입견으로 인해 편향되기 쉽다. 이는 특히 여성 창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데 여성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이 성공적인 창업자의 이미지와 상충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일반적으로 좀 더 안정적이고, 사람들을 지원해주고, 감정적이고, 위험회피적이며, 일보다는 가정에 더 충실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이는 진취적이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주도적이며, 헌신적이고, 때로는 무자비해야 하는 창업자의 역할에 맞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같은 선입견은 여성 창업자들이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외부 투자자를 찾기 힘든 여성 창업자들은 적은 투자금으로 시도할 수 있는, 잠재력이 떨어지는 창업 아이템을 선택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와 관련해 본 연구는 사회적 선입견으로 인해서 여성 창업자들이 투자 경연 대회에서 경험하는 차별을 연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본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 경연대회인 테크크런치(TechCrunch)에서 일어나는 창업자와 투자자 간 질의응답을 분석했다. 본 연구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주로 남성인 투자자들은 남성 창업자들에게는 ‘성장’에 초점을 맞춘 질문들을 하는 반면 여성 창업자들에게는 ‘예방’에 초점을 맞춘 질문을 했다. 예컨대 남성 창업자들에게 향후 어떻게 사업이 성장할지, 혹은 어떤 성취 목표를 가지고 회사를 이끌고 있는지를 물어본다면 여성 창업자들에게는 어떻게 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구매자들을 잃지 않을 것인지를 물어보는 식이다.

문제는 질문 방향성의 차이로 인해 창업자들이 응답하는 방식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즉 남성 창업자들은 사업의 향상에 초점을 맞춘 대답을 하는 반면 여성 창업자들은 사업 실패 예방에 초점을 맞춘 대답을 한다. 예컨대 남성 창업자들이 앞으로 어떤 사업 목표를 성취하고, 어떻게 고객층을 늘릴지에 대해서 대답한다면, 여성 창업자들은 사업이 실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비용을 낮출지, 혹은 고객을 유지할지에 대해 대답한다. 이러한 질의응답 패턴은 투자자들에게 남성 창업자들의 사업이 여성 창업자들의 사업보다 더욱 성장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투자 가치가 더 높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남성 창업자들은 여성 창업자들에 비해서 투자받을 확률이 더욱 커진다.

여성 투자자들은 어떻게 이런 질문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연구팀은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실제 벌어진 질의응답에서 성장에 초점을 맞춘 대답과 예방에 초점을 맞춘 대답을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로 녹음한 뒤 투자 경험이 있는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무작위로 들려줬다. 그 결과 여성이 예방에 초점을 맞춘 대답을 할 경우 남성이 성장에 초점을 맞춘 대답을 할 때보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런데 질문 자체가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에도 여성이 성장에 초점을 맞춘 대답을 했을 때는 사업이 투자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즉 질문자가 여성 창업자들에게 사회적 선입견에 기반한 질문을 하더라도 여성 창업자들이 그 질문의 톤에 끌려다니지 않고 성장에 초점을 맞춘 대답을 하면 남성 창업자들과 비슷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는 여성 창업자들이 투자자 확보에 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또 그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특히 창업을 준비하는 여성들의 경우 사회적 선입견에 사로잡힌 질문에 얽매이지 말고 성장에 초점을 맞춘 대답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교훈을 준다.

본 연구 결과는 투자자와 창업자뿐 아니라 일반 기업의 관리자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리더들은 혁신 등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을 하는 회의에서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서 남성 관리자가 부지불식간에 여직원에게 예방에 초점을 맞춘 질문을 할 수 있는데 이런 질문은 여직원으로 하여금 예방에 초점을 맞춘 의견만 제시하도록 유도해 결국 여성의 의견이 기업 혁신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여성 인력을 활용하는 기업 입장에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기업, 특히 남성 관리자는 회의를 진행하거나 의견을 수렴할 때 본인도 모르게 이 같은 실수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
  • 이용훈 yglee@tamu.edu

    텍사스 A&M대 경영대학 경영관리 교수

    필자는 고려대에서 경영학 학사, 석사학위를 받고 프랑스 인시아드(INSEAD)에서 조직 행동(Organizational Behaviour)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경영대에서 조교수로 일했으며 현재 미국 텍사스 A&M대 부교수다. 혁신을 요구하는 산업에서의 네트워크,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 사회적 불평등에 관해 주로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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