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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로 간 뇌과학 外

최호진 | 376호 (2023년 09월 Issue 1)
일터로_간_뇌과학


일터로 간 뇌과학

프레데리케 파브리티우스 지음 · 박단비 옮김 · 한빛비즈 · 2만2000원

애플의 성공이 모두 스티브 잡스로부터 비롯됐다고 흔히들 생각한다. 그러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책에 따르면 잡스는 테스토스테론이 높은 리더였다. 강인하고 단도직입적인 특징을 가진다. 잡스는 의욕이 충만하고 워즈니악과 같은 유능한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알았고, 이들이 집중해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데도 탁월했다. 그러나 잡스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리더이기도 했다. 오로지 시스템과 추진력에 집중하던 잡스의 방식에 직원들이 적응하는 것은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애플이 많은 인재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워즈니악의 존재 덕분이다. 워즈니악은 에스트로겐이 높은 사람이었다. 에스트로겐이 높은 사람은 공감을 잘하고 개인 관계와 공동체 구축에 능하다. 워즈니악은 2020년 CNBC 인터뷰에서 자신은 “명성, 권력, 돈을 갈망한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너무 다른 잡스와 워즈니악이 서로를 잘 보완하는 파트너가 됐기 때문에 애플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책은 말한다.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태생적으로 뇌의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 노출 정도에 따라 사람들은 다른 신경 지문이 생기는데 이 차이가 일과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르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신경 지문은 테스토스테론, 도파민, 세로토닌, 에스트로겐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뉘며 각각 강인함, 혁신, 원칙, 통찰력을 중시한다는 특징이 있다. 서로 다른 신경 지문을 가진 잡스와 워즈니악이 서로를 잘 보완해준 것처럼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다양한 이를 모두 포용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기업이 다양성을 갖춘다면 위험한 상황에서 현명한 답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된다. 수십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굶주린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돌아다닌다고 상상해보자. 길을 가다 버섯을 발견하면 도파민이 높아 충동적인 사람들은 바로 달려들어 독이 있을지도 모르는 버섯을 먹으려 할 것이다. 이럴 땐 세로토닌이 높고 신중한 사람들이 제지할 수 있다. 그러면 추진력 있는 테스토스테론 유형이 시험 삼아 다른 동물에게 버섯을 먹여보자고 하거나 통합적 사고를 중시하는 에스트로겐 유형이 이 버섯에 대해 아는 대로 다 같이 얘기해 보고 단서를 찾자고 제안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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