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전기,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범용기술(GPT, General Purpose Technology)에 해당한다. 범용기술의 특징 중 하나는 사회와 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만 그 생산성 증대 효과는 즉각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술계에 낙관론이 지배하는 것과 달리 경제학자들은 AI가 가져올 성장 효과와 시점에 대해 ‘불확실하다’는 신중론을 견지한다. 이들은 AI가 생산성을 즉각적으로 폭발시키기 어려운 구조적 이유로 ‘보몰의 비용 질병’을 든다. 이는 돌봄·교육·대면 서비스처럼 자동화되기 어렵지만 인간에게 필수적인 영역에서 생산성 향상 속도보다 인건비나 비용의 상승 속도가 훨씬 빠른 현상을 가리킨다. 병목이 존재하는 한 특정 분야의 성장이 경제 전체로 확산되기는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과거 기술에 비해 AI의 경우 생산성의 역설 구간이 짧아질 수는 있겠으나 이 기간은 불가피하며 AI의 단기 성과에 급급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의 인내심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
AI 기술이 인류에 소개되며 이른바 ‘AI 시대’에 접어든 지 50년, 100년 후 우리의 경제는 어떻게 성장해 있을까?
AI가 가져올 미래를 예측하기에 앞서 먼저 한 국가의 사례를 살펴보자. 기대수명이 50년이 채 안 되고, 영아가 태어나면 10명 중 1명은 첫돌을 맞이하기 전에 사망하고, 약 90%의 가정이 전기•냉장고•자동차•전화 등 아주 필수적인 전자 제품을 가지고 있지 않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성인 인구가 10%가 채 안 되는 나라가 있다. 이곳은 어디일까?
질문을 던지면 많은 사람이 북한을 떠올리지만 사실 북한은 이보다 훨씬 잘산다. 현재 전 세계에서 기대수명이 가장 낮은 편인 아프리카 국가들도 이보다 나은 기대수명과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정답은 바로 현재가 아닌 과거, 1880년의 미국이다. 불과 146년 전의 미국 상황은 이 정도로 열악했다.
그럼 또 다른 질문을 던져보자. 1880년부터 지금까지 미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 1인당 GDP 성장률은 대략 얼마일까? 한국의 의사나 대학교수 등 전문직 및 지식인 집단들을 대상으로 물어보더라도 절대다수, 최소 과반 이상은 5% 혹은 10% 정도로 예상한다. 하지만 정답은 ‘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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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김지희 교수는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경영과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카이스트 경영대학 기술경영학부 교수로 경제성장론을 연구하고 있다. 2021년엔 소득 불평등 관련 논문으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루커스를 기려 만든 루커스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