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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의료·식량… ‘AI Everywhere’

모든 곳 스민 인공지능, 의식도 못한 채…
환경에 통합 작동되는 新‘AI’ 시대로

장재웅,이규열 | 410호 (2025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CES 2025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AI 시대의 도래’로 표현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CES 현장은 AI가 모든 기술 혁신 트렌드의 정점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했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스마트홈,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용해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특히 CES 2025의 백미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기조 강연이었다. 젠슨 황 CEO는 강연에서 엔비디아의 GPU 신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생성형 AI 이후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AI 패러다임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그는 ‘에이전트 AI’ 이후는 ‘물리적 AI(피지컬 AI)’ 시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물리적 세계를 학습하는 AI 개발 플랫폼 ‘엔비디아 코스모스(Cosmos)’를 공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난 1월 7일부터 나흘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5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AI 시대의 도래’ 정도가 될 듯하다. CES 2025에 참여한 4500여 개 기업 중 AI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AI는 이번 전시회의 중심 테마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번 CES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새로운 방향성도 보여줬다. 단순히 AI를 활용한 혁신 기술을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안보, 커뮤니티, 장수 등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전시회로의 변모를 뚜렷이 드러냈다.

CES 2025의 가장 큰 특징은 AI 기술이 어떻게 세상을 연결(Connect)하고, 인류의 문제를 해결(Solve)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Discover)할 수 있는지를 실질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CES 2025의 슬로건인 ‘Dive in’처럼 모든 기업이 AI 기술에 몰입하고 AI가 모든 산업에서 폭넓게 활용되는 ‘AI 전환(AI transformation, AX)’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음을 증명했다.

특히 CES 2024와 비교해 CES 2025는 AI 기술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차원을 넘어 실제 AI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과거에는 시나리오에 머물렀던 스마트홈, 완전 자율주행차, 사람과 소통하는 로봇 등이 이제는 생성형 AI와 첨단 센서 기술의 발전을 통해 상용화에 더욱 가까워졌다. 일례로 도요타는 2019년 CES에서 공개했던 스마트 시티 모델 ‘우븐시티’의 1단계 건축을 완료했다고 발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약 100억 달러(약 14조 원)가 투입된 우븐시티는 자율주행차, 펫 로봇, 스마트홈 기술을 테스트하는 거대한 실험실로 도요타는 이곳에서 차세대 전기차 운영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완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도 한층 가까워졌다. 구글 웨이모와 아마존의 죽스는 완전 자율주행 4단계 기술을 적용한 자율주행 택시 모델을 선보였다. DBR은 CES 2025 현장에서 ‘Connect, Solve, Discover, Dive in’이라는 네 가지 혁신의 방향성에 맞춰 이번 전시회의 핵심 인사이트를 정리했다. 앞으로의 기술 혁신과 산업의 변화가 인류에게 어떤 가치를 가져다줄지 함께 탐구해보자.


 Connect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 세상_AI 주도의 기술 통합

올해 CES 2025에 대한 국내 언론들의 평가를 보면 대부분 “놀랄 만한 한 방은 없었다”는 것이었다. CES 2025에서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선보인 기술은 스마트홈, 스마트카, 자율주행차 등으로 이미 수년 전부터 들어 익숙한 기술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시나리오로만 존재하던 기술과 제품들이 발전된 AI를 만나면서 비로소 실질적으로 구현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좀 더 피부에 와 닿는 기술이 됐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다양한 온디바이스 AI 기기가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트래킹하며 그때그때 필요한 솔루션을 제안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인간의 개입 없이 AI가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고 액션을 취하는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다양한 온디바이스 AI 기기가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트래킹하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솔루션을 제안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인간의 개입 없이 AI가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고 액션을 취하는 ‘AI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스마트홈은 한층 더 인간에게 편의성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일례로 LG전자의 AI홈 허브는 집 안 곳곳에 설치된 센서로 사용자의 말과 행동 등을 감지하며 각종 기기를 최적의 상태로 제어한다. 예컨대 잠을 자는 사용자의 심박수, 호흡, 기침 등을 분석하며 실내 온도 및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사용자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처럼 감지되면 평소 마시던 냉수 대신 온수를 제안하기도 한다. 삼성전자 역시 사물인터넷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기반으로 가족 구성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맞춤형 스마트홈 솔루션, ‘홈 AI’를 선보였다. 단순히 가전제품을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에너지와 시간을 절약하고 건강관리를 돕거나 반려동물을 케어하는 등 실용적인 사례를 제시하면서 미래형 스마트홈의 모습을 실제로 보여줬다. 또한 단순히 집에만 국한되지 않고 매장, 사무실, 호텔 등에서도 활용 가능한 비즈니스 솔루션 ‘스마트싱스 프로’와 자동차와 집을 연결해 차량 제어 및 귀가 전 집 내부를 관리할 수 있는 기술도 소개했다.

한편 아마존은 파이어 TV(Fire TV)와 자사의 음성 비서 알렉사(Alexa)를 활용해 스마트홈 시장에서 영역을 확장하려고 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번 CES에서 AI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고 파이어 TV를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기기를 넘어 스마트홈의 중추로 자리매김하게 하려 하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파이어 TV는 사용자의 시청 기록, 관심사, 심지어 현재 기분까지 고려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했다. 또한, 가족 구성원별 프로필 설정을 통해 각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기도 했다. 파이어 TV는 또 아마존의 음성 비서 알렉사와의 통합으로 음성 명령만으로 집 안의 조명, 온도, 보안 등을 제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파이어 TV 옴니 OLED(Fire TV Omni QLED) 모델에는 환경 감지 센서가 탑재돼 주변 조명에 따라 화면 밝기를 자동 조절하고 TV를 시청하지 않을 때는 날씨 정보나 가족 사진 등을 표시하는 ‘Ambient Experience(환경 경험)’ 기능이 포함됐다. 또한 알렉사와의 연동으로 파이어 TV는 원격으로 가족 구성원의 안전과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AI 기술을 활용해 시청 중인 콘텐츠와 연관된 제품 광고를 표시했다. 또한 사용자가 음성 명령으로 즉시 구매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해 콘텐츠 소비와 쇼핑 경험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아마존은 CES 현장의 새로운 AI 스마트 알람 ‘에코 스폿(echo spot)’도 전시했다. 에코 스폿을 활용하면 시간을 알려주고 알람을 설정하는 기능 외에 알렉사와의 연동을 통해 침실 스마트 조명을 켜고, 아침 뉴스를 재생하고, 주방의 스마트 커피포트를 켤 수 있다.

CES 2025에서는 이처럼 한층 똑똑해진 AI의 등장으로 ‘AI 에이전트(AI Agent)’ 시대가 본격 도래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SK텔레콤의 ‘에스터(Aster)’는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일정 계획, 리뷰 확인, 예약 및 결제까지 지원하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했다. 국내 인공지능 플랫폼 및 임바디드 AI(EAI, Embodied AI) 선도 기업 마음 AI는 이번 CES 2025에서 온프레미스 LLM, 온디바이스 AI, E2E 자율주행 드라이빙 키트를 최초로 제품화해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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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혼합현실(XR) 기술에서도 진화가 두드러졌다. CES 2024에서 메타의 퀘스트 3와 애플의 비전 프로 같은 무거운 헤드셋 제품이 주목받았다면 CES 2025에서는 가벼운 프레임과 헤드업 디스플레이, AI 비서를 결합한 스마트 글라스가 주류를 이루며 차세대 기술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할리데이의 스마트 글라스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착용자의 시야에 직접 투사한다. 이 스마트 글라스는 프레임 오른쪽 상단에 위치한 디지윈도(DigiWindow)라는 근거리 디스플레이 모듈을 통해 사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이 디스플레이는 사용자의 시야 오른쪽 상단에 3.5인치 화면으로 표시되며 밝은 햇빛 아래에서도 잘 보인다. 또한 AI 어시스턴트가 내장돼 있어 대화를 분석하고 질문에 답하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AI 기능을 사용하려면 안경을 스마트폰 블루투스로 연결해야 한다. 이를 통해 최대 40개 언어의 실시간 AI 번역, 실시간 내비게이션, 음성-텍스트 변환, 음악 감상 시 동기화된 가사 표시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이처럼 디바이스에 직접 탑재된 AI 에이전트의 증가는 ‘앰비언트 인텔리전스(Ambient Intelligence)’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앰비언트 인텔리전스는 인간 중심의 환경에 AI 기술이 자연스럽게 통합돼 작동하는 스마트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는 기술과 인공지능(AI)이 물리적 공간에 스며들어 사용자가 기술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자동으로 작동하며 도움을 주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CES를 주관하는 CTA(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의 브라이언 코미스키 시니어 디렉터는 “디지털 전환 시대는 끝났다. 우리는 이제 다음 단계로 진화하고 있으며 AI가 기업 운영과 개인의 삶에 깊이 뿌리내리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하며 AI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Solve  기술을 통한 인류의 문제 해결

CES 2025에서 나타난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다수 목격됐다는 점이다. 특히 CES의 주관사인 CTA는 지난 2023년부터 ‘인간안보(Human Security for All)’라는 키워드를 통해 인류 문제를 주요 어젠다 중 하나로 다루고 있다. 인간안보는 1994년 UN이 최초로 제시한 개념으로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증대되는 위협과 질병 및 범죄로부터 자유롭고 식량·의료·환경·안전 등 다방면에서 풍요로워야 인간의 존엄과 인류의 평화가 지켜진다는 ‘범인류적 안보관’이다. 그동안 인간안보 개념은 추상적 개념이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올해부터 CES에서 인간안보를 혁신상의 평가 항목으로 추가하며 인간안보를 향후 주요 의제로 다룰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CES 2025에서는 인간안보의 핵심 과제로 환경보호, 식량 안보, 의료 접근성이 제시됐다. 이 중 환경보호와 지속가능성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띈 기업은 SK였다. SK는 에너지 효율 솔루션 등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기술을 대거 선보였는데 그중에서도 AI 데이터센터(DC) 에너지 운영 솔루션이 주목을 받았다. AI DC는 생성형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다. AI가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사람처럼 추론하려면 AI DC에 데이터를 보관하고 인지·추론 과정에서 발생한 무수히 많은 트래픽을 처리해야 한다. 문제는 고성능 인프라를 운영할 때 나온 막대한 발열을 해결하기 위해 전력 사용이 늘어나는 점이다. 최근 구글·아마존 등 빅테크가 ‘위험한 에너지를 확산한다’는 사회적 규탄을 무릅쓰고 원전 확대에 나선 이유도 AI 인프라 운영에 필요한 전력 확보를 위해서다. SK는 AI DC의 에너지 관리뿐만 아니라 발열량을 낮추는 냉각 기술을 선보였다. SK 부스에서 냉각 기술을 설명해준 도슨트는 “비전도성 유체에 서버를 완전히 담가 냉각하는 액체 냉각 시스템은 기존 공기 냉각에 비해 전력 효율이 약 30% 높다”고 설명했다. 이 냉각 기술은 또한 공간 효율을 약 45% 높인다. AI DC 서버의 주요소인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발열 부위에 액체를 직접 뿌리는 정밀 액체 냉각 기술도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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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중에는 저전력 방식으로 물을 정화할 수 있는 워터(WATER)의 ‘패러데이 리액터(Faraday Reactor)’ 기술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미국의 스마트 주택 개발 기업 하우스닷미(Haus.me)가 선보인 완전 독립형 마이크로 그리드 주택 시스템도 놀라웠다. 하우스닷미의 주택은 태양광에너지, 물 생성 시스템, 자율 하수 처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전기, 수도, 하수도 연결 없이도 완전히 자급자족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식량 안보 부문에서는 식량 공급망 분야의 혁신이 주목받았다. 일본의 농기계 기업 쿠보타는 AI 기반의 자율주행 농기계와 지형과 관계없이 수평을 유지할 수 있는 4륜 로봇 KATR을 선보였다. 울퉁불퉁한 농지에서도 작업자를 따라다니면서 작업을 보조할 수 있게 설계한 로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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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식량 안보 부문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기업은 존디어다. 존디어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제이미 힌드맨은 CES 2025에 기조 연사로 참여해 “농부와 건설사, 조경업자 모두가 숙련 노동자의 부족, 혹독한 근무 환경, 시간적 제약에 시달리고 있다”며 “우리는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로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존디어는 이 같은 비전에 맞게 현장에서 2세대 자율주행 키트 탑재 트랙터, 덤프트럭, 잔디깎이 등을 공개했다. 이 중 트랙터는 아파트 2층 높이에 달하고 최고 출력이 830마력이나 되는 거대 사이즈였다. 이 거대한 트랙터는 완전 자율 주행도 가능하다. 실제 트랙터의 캐빈(조종석)에 올라 뚜껑과 뒷면을 살펴보면 사각형 뚜껑의 모서리마다 네 개씩 총 16개의 카메라가 장착됐고 케빈 뒷면에 아이스박스만 한 크기의 검은 상자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존디어 관계자는 “이 검은 상자에 2세대 GPU가 들어 있는데 이것이 주변 카메라가 360도로 주변의 이미지를 수집하면 이를 분석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존디어 트랙터는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그런가 하면 의료 접근성 부분은 올해 CES에서 큰 관심을 모은 분야 중 하나다. 이 분야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한국 업체는 디앤씨바이오테크놀로지다. 이 회사는 소변 진단 솔루션인 ‘유린 체크-ER’로 인간 안보 분야 혁신상을 수상했다. 유린 체크-ER은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소변 검사를 할 수 있는 제품이다. 정밀 진단, 진환 판별, 의료기관과 연결,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제공돼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또 다른 국내 업체인 이솔테크는 재난과 재해가 발생할 때 신속하게 확장·전개할 수 있는 ‘다목적 신속 전개-확장 가능 모듈러 음압병동’을 선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컨테이너를 덧붙여 확장할 수 있고 철거한 뒤 다른 지역에 다시 설치해 다양한 용도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 덕에 감염병 발생 시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한편 국내 스타트업 이엠시티의 모바일 시설 관제 서비스 ‘비디앱(BDApp)’은 CES 2025에서 스마트시티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수상의 대상이 된 ‘비디앱 화재안심구역(BDApp Fire Safe Zone)’ 솔루션은 화재 발생 시 건물 내 어디에서 화재가 났는지를 거주자, 방문자 등 건물의 모든 사람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실제 화재인지의 여부도 실시간 공유할 수 있어 화재에 대한 대응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건물 내 화재 발생 위치 및 대피 경로를 보여줘 빠른 탈출을 돕는다. 건물 도면 이미지 정보를 AI로 분석해 3차원 그래픽으로 건물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데 건물의 구조를 모르는 방문자들도 직관적으로 화재 발생 위치를 파악하고 대피할 수 있다. 이봉호 이엠시트 대표는 “이미 한국에서는 900개가 넘는 주요 대기업 건물에 접목돼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고 최근에는 미국 워싱턴 내 20개 건물에도 설치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CES 2025에서는 장애인 이동권 및 웰빙과 관련된 기술들도 대거 선보였다. 코봇의 ‘트레일블레이징 휠체어’ 제품은 5㎝ 높이의 장애물을 넘어갈 수 있어 이동성에서 큰 혁신을 이뤄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엘비에스테크(LBStech)는 자체 수집한 보행로 특화 데이터를 활용해 수동/전동 휠체어, 고령자, 저시력자 등 보행 약자의 유형에 맞는 보행 경로를 안내하는 ‘Wheel AR’을 선보여 혁신상을 수상했다.


 Discover  경계를 넘는 협업과 이합집산을 통한 기회의 발견

기존 산업에 AI가 더해지면서 아예 업(業)의 성격이 달라지는 분야들도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다수의 기업이 이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 중이다. 특히 많은 기업이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이를 선점하기 위해 다른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도 이번 CES 2025에서 드러난 트렌드였다. 일례로 LG전자는 CES 기간 중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자사의 스마트 TV에 코파일럿(Copilot) AI 어시스턴트를 통합함으로써 AI 기반의 생활 공간 혁신을 추진하겠고 선언했다. 또한 엔비디아는 CES 기간 중 현대자동차와 △디지털 트윈 등 제조 혁신 △인공지능(AI) 학습 체계 구축 및 애플리케이션 개발 △AI 기반 로봇 개발 △차량소프트웨어화(SDV)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러한 협력 사례들은 기업들이 AI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CES 2025에서 AI로 인해 생활 및 산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혁신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또 다른 분야는 바로 ‘모빌리티’다. 특히 올해 CES에서는 자율주행 성능을 대폭 향상할 다양한 첨단 기술이 등장하며 모빌리티를 단순히 이동 수단이 아닌 바퀴 달린 생활 공간(Living Space on Wheels) 관점에서 보는 기술들이 대거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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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율주행 분야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업체는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다. 웨이모의 공동 CEO 테케드라 마와카나는 CES 2025에 기조 연사로 나서 자율주행 기술과 완전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의 미래를 소개했다. 특히 웨이모는 현대차를 비롯해 중국의 지리자동차 산하 모빌리티 라인업 지커, 영국의 재규어 등의 자동차에 웨이모의 기술력을 적용한 제품을 공개하며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의 협업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가 하면 이번 CES 현장에서는 모빌리티 산업에서 소프트웨어가 모빌리티 디바이스의 성능 제어 외에도 이용자의 감정을 관리하고 모빌리티 이용 경험을 개선하게 하는 등의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SDV(Software Defined Vehicle) 기술 제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LG전자가 선보인 AI를 적용한 첨단 모빌리티 기술 ‘인캐빈 센싱(운전자 및 차량 내부 공간 감지)’은 차량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판단하고 운전자 표정을 인식해 기쁨, 보통, 짜증, 화남 등 네 가지 기분을 디스플레이에 이모티콘으로 표시할 수 있게 한다. 또 실시간으로 심박수를 측정해 숫자로 나타내며 운전 중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형사고 예방을 돕기도 한다.

운전자의 주행도 도와준다. 가령 외국어로 표기된 도로 교통 표지판을 실시간으로 번역하고 표지판 의미를 설명해 준다. 운전 중 운전자가 관심 깊게 본 랜드마크나 조형물 등도 센서가 자동 인식해 기억한 다음 디스플레이에 장소와 조형물을 설명해 준다.

또한 LG전자의 부스에는 캠핑카를 스마트홈으로 개조한 모형도 전시됐다. MX플랫폼이라고 명명된 이 모형은 AI 홈이 집뿐만 아니라 차량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현실로 구현한 기술이다. LG전자는 실제 차량 설계 도면을 그대로 규격화해서 MX플랫폼을 구현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캠핑카 수준의 차량으로 9~10인승의 현대차 스타리아와 비슷한 규모다. MX플랫폼엔 스마트 미러, 듀오보, TV 등 최소 10개 넘는 LG전자의 제품을 탑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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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는 ‘Beyond and More’를 주제로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홀로그래픽 윈드쉴드 디스플레이, 뇌파 기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등 최첨단 기술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기술들은 차량과 운전자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을 하며 안전과 편의성을 동시에 제공한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세계적인 광학 기업 독일 자이스(ZEISS)와 공동 개발하고 있는 ‘홀로그래픽 윈드쉴드 디스플레이’를 CES 2025에서 처음 대중에 공개했다. 이 디스플레이는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이어지는 차량 전면 유리창에 각종 주행 정보와 내비게이션, 인포테인먼트 정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산업 간 영역 파괴를 통한 혁신은 크게 세 가지 함의를 갖는다. 먼저 가치의 재정의다. 자동차는 더 이상 이동 수단이 아니다. 전동화 기술의 발전과 AI 기술의 도입으로 자동차가 완전 자율주행 시대에 진입하면서 자동차는 이제 이동 수단이 아닌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두 번째는 사용자 중심의 통합이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모바일 생태계는 산업의 구분이 아닌 사용자의 니즈 중심으로 합종연횡이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기업이 자동차 기업과 손잡고, 자동차 기업이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협력하는 이유는 사용자의 니즈가 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지속적인 진화다. 생성형 AI가 자동차를 만나면서 자동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새로운 공간으로 진화한다. CES 2025에서 살펴본 모빌리티의 진화 방향성이 ‘힐링’이라면 가까운 미래에는 집중 업무를 위한 공간이나 쇼핑을 위한 공간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다.


 Dive in  피벗을 통해 진정한 AX를 완성

이번 CES 2025의 핵심 테마가 ‘Dive in(몰입)’인 만큼 AI를 기본으로 한 미래 기술에 몰입해 본격적인 AI 전환 시대를 준비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돋보였다. 특히 다양한 참가 기업 중 기존의 강점이 있던 산업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AI를 활용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은 기업들이 올해 유독 많이 포착됐다. 대표적 예로 소니, 파나소닉, 보시 등을 들 수 있다.

소니는 ‘창의적 엔터테인먼트 비전(Creative Entertainment Vision)’을 주제로 다양한 혁신 기술과 이니셔티브를 선보였다. 소니는 가상 프로덕션을 활용한 새로운 차량 촬영 시스템, ‘PXO AKIRA’와 공간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통합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솔루션인 ‘XYN™’을 선보였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소니는 영화 등 영상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업으로 등극했다. 수년 전 삼성전자와 LG전자에 가전 시장을 빼앗겨 갈 길을 잃고 헤매던 소니가 자사의 핵심 역량을 AI와 잘 접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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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소닉 역시 비슷한 사례다. 파나소닉은 가전 업체에서 벗어나 지속가능성을 설계하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파나소닉은 이번 CES에서 기존의 파나소닉 웰(Panasonic Well)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총체적인 디지털 가족 웰니스 플랫폼이자 코치, ‘우미(Umi)’를 선보이며 가족의 웰빙을 책임지는 기술에 힘을 실었다. 동시에 냉난방 공조 시스템 ‘오아시스(Oasis)’,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4680 배터리’ 등을 선보이며 피벗에 성공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올해 CES 현장에서 AI에 가장 몰입한 모습을 보여준 기업은 엔비디아(NVDIA)였다. 2017년 CES에 기조 연사로 나서 ‘AI 시대의 도래’를 예견했던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8년 만에 기조 연사로 나서 엔비디아가 더 이상 칩셋 제조회사가 아닌 미래 AI 패러다임을 이끄는 선도 기업임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부스 밖에서도 그 존재감이 두드러졌다는 점 역시 인상적이었다. 가전, 모빌리티, XR(확장 현실) 등 다양한 기업 부스에서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거나 ‘엔비디아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는 문구를 내걸고 각 기업의 홍보 포인트로 활용했다. 엔비디아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직접 다른 회사 부스에 나타나 “이 회사는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과거 CES에선 구글, 아마존이 각각 네스트, 알렉사 등 AI 스피커를 중심으로 얼라이언스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펼쳤는데 올해에는 엔비디아가 그 흐름을 이어받은 모양새다.

엔비디아는 이번 CES에서 신형 GPU인 지포스 RTX 50 시리즈를 발표했다. 젠슨 황 CEO는 이 자리에서 “지포스(GeForce)가 AI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이제 AI가 다시 지포스를 혁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젠슨 황 CEO는 CES 2017의 기조 연사로 나섰을 당시 “엔비디아의 GPU가 AI의 발전을 가속화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 밝혔는데 8년이 지난 지금 그의 말이 비로소 현실이 된 것이다.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이제 AI가 다시 지포스를 혁신하고 있다”고 말한 대목이다. 젠슨 황 CEO는 신제품을 발표하기 전 실시간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이 적용된 영상을 보여주며 이러한 영상을 풀HD-4K 해상도로 제작하기 위해선 약 3300만 개 픽셀이 생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중 GPU가 실제로 계산하는 건 200만 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픽셀은 엔비디아의 딥러닝 기반 샘플링 기술인 DLSS(Deep Learning Super Sampling)가 예측하고 생성했다. 1개의 프레임을 렌더링하면 AI가 3개의 프레임을 추가로 생성해 총 4개의 프레임을 만드는 식이다.

이날 공개된 RTX 50은 괴물 같은 제품이다. 최저 사양 모델인 RTX 5070은 전 시리즈의 최고 사양 모델인 RTX 4090과 동일한 성능을 자랑하는데 가격은 3분의 1 수준이다. 최고 사양 모델인 RTX 5090은 RTX 4090의 2배 가까운 성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젠슨 황 CEO는 설명했다. 함께 소개한 신형 AI 칩 ‘블랙웰(Blackwell)’ 또한 전 세대 모델에 비해 전력당 성능을 4배 개선했으며 이로써 데이터센터의 수익 및 사업 규모 또한 4배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엔비디아가 이번 CES에서 생성형 AI 이후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면서 그 미래를 엔비디아가 선도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이다. 젠슨 황 CEO는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생성형 AI 다음 단계이며 “이것이 엔터프라이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해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생성형 AI는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패턴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요청에 가장 그럴 법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그치지만 에이전틱 AI는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문제를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수행한다.

엔비디아는 에이전틱 AI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1) 문제 및 주변 환경에 대한 ‘인식(perceive)’ 2)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합리적으로 도출하는 ‘추론(reason)’ 3) 실제 문제 해결에 나서는 ‘행동(act)’ 4) 결과에 대한 ‘학습(learn)’의 단계를 거친다고 설명한다. 특히 추론 과정에서는 여러 AI 모델이 백그라운드에서 동시에 작동하면서 작업을 처리하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연산량이 급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엔비디아는 에이전틱 AI 애플리케이션 구축을 지원하는 ‘AI 블루프린트(Blueprint)’를 선보였다. 예컨대 ‘PDF 투 팟캐스트(PDF to Podcast)’는 AI가 길고 복잡한 여러 개의 PDF 파일의 텍스트, 이미지, 표 등을 이해하고 대화, 독백 등 다양한 스타일의 음성 콘텐츠로 재가공함으로써 효율적인 정보 탐색과 학습을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이외에도 기업용 에이전틱 AI를 위한 LLM(대형 언어모델)인 ‘라마 네모트론(Llama Nemotron)’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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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연설에서 젠슨 황 CEO는 AI 기술의 정점으로 ‘물리적 AI(Physical AI)’를 제시하기도 했다. 우선 AI가 디지털 세상을 넘어 실제 세상에서 학습하고 행동하기 위해선 중력, 마찰, 관성 등 물리적 역학을 이해해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물리학적 역할을 기반으로 ‘물건을 떨어뜨리면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등 인과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한 사물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도 그 사물이 계속해서 존재한다’는 객체 영속성(Object Permanence) 또한 이해해야 한다.

이를 이해하는 것은 GPT와 같은 언어모델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물리적 세계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류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이에 엔비디아는 데이터 합성을 통해 효율적으로 물리적 세계를 학습하는 AI 개발 플랫폼 ‘엔비디아 코스모스(Cosmos)’를 공개했다. 코스모스는 합성 데이터를 생성하기 위해 200만 시간 분량의 비디오 데이터를 사전 학습했다.

코스모스는 디지털 트윈 기술인 엔비디아 옴니버스(Omnivers)와 함께 활용될 때 그 쓰임이 극대화된다는 게 엔비디아의 설명이다. 옴니버스로 건물, 도로 등 현실의 구조물을 가상 세상에 똑같이 재현하면 코스모스가 가상 세계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합성해 실제처럼 모사한다.

젠슨 황 CEO는 물리적 AI의 발전을 두고 “챗GPT와 같은 ‘혁신의 순간’이 로봇 기술 세계에도 다가온 것”이라 설명했다. 예컨대 로봇이 “저쪽으로 가서 상자를 집어 들어 가져오라”는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옴니버스로 작업장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고, 로봇이 물건을 들고 나르는 등 수행해야 할 동작을 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코스모스로 합성해 재차 학습을 진행하는 것이다. 실제 코스모스를 적용한 독일의 물류 자동화 기업 키온(Keon)이 자율주행 물류 로봇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엔비디아의 물리적 AI 솔루션은 자율주행 기술에도 적용될 수 있다. 로보틱스 사례와 마찬가지로 도로에 대한 디지털 트윈을 제작해 AI 모델을 학습시킬 수 있다. 특히 안전한 자율주행 차량을 만들기 위해선 드물게 발생하는 ‘에지 시나리오’를 다룰 수 있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실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엔비디아가 제안하는 합성 데이터 생성 기술이 꼭 필요한 이유다. 차세대 차량용 컴퓨터 프로세서인 ‘드라이브 토르(Drive Thor)’도 발표했다. 자율주행 차량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전작 모델인 오린(Orin)보다 20배 높은 처리 능력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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