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정치적 리스크는 기존의 리스크와는 다르다. 팬데믹이나 경제적 충격보다 정기적으로 더 자주 일어나며 다양한 차원에서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고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해 놀라움을 주거나 통제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모든 플레이어에게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개별 기업이 정치권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여부와 방식에 좌우된다. 이런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은 징후를 센스메이킹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 지형을 면밀히 관찰하고, 영향을 예측하고, 언제 싸워야 할지 자신의 전투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사전 대비에 투자하고, 새로운 표준에 적응하고, 선택적으로 개입해 정책을 형성할 줄도 알아야 한다. 정치적 리스크는 본질적으로 기존의 비즈니스 문제보다 통제하기 어렵지만 새로운 사고와 행동 방식을 취하면 이런 리스크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다.
편집자주 | 이 글은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SMR) 2025년 봄 호에 실린 ‘How to Strategize in an Out-of-Control World’를 번역한 것입니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전쟁 발발, 인공지능(AI)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 같은 큰 충격이 기업의 전략에 반복적으로 혼란을 빚어왔다. 그리고 2025년에는 정치적 돌발 변수가 기업 어젠다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 더 큰 격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격변은 비즈니스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약 7000개의 조직을 분석한 결과, 기업 간 수익성 편차가 점점 더 특정 기업과 산업을 뛰어넘은 외부 요인에서 기인하고 있다. (DBR minibox I ‘무엇이 수익성을 형성하는가?’ 참고.) 지정학, 기술, 기후와 같은 환경 요인이 현재 상장기업 간 순이익률 차이를 가져온 원인의 43%를 차지한다.
정치는 점점 더 전 세계 기업 이사회를 경악에 빠뜨리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대부분의 서구 국가는 경제 성장을 주요 목표로 삼았고 이런 성장은 기업 활동에 대한 각국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국가에서 사회적, 정치적 분열이 심화되고 국가 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런 정부의 지원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됐다.
그렇다면 CEO와 경영진은 현재의 정치적 혼란을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2025년에는 정치적 돌발 변수가 비즈니스 불확실성, 복잡성, 변동성의 불을 더 지피고 있다. 리더가 이러한 특수한 유형의 리스크를 헤쳐 나가는 방법을 살펴보자.
DBR mini box I
무엇이 수익성을 형성하는가?
|
세계의 변동성은 기업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보스턴컨설팅그룹 헨더슨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기업 간 수익성 차이는 점점 더 기업이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서 기인하고 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지정학, 정치, 기술, 기후 등 상황적 요인이 2020∼2024년 동안 기업 간 수익성 차이를 가져온 원인의 4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래 차트는 순이익률 차이를 회사, 국가, 산업, 상황 요인 등의 구성 요소로 나눠 보여준다.
|
지금의 정치적 리스크는 왜 다른가정치적 리스크가 다른 리스크 요인과 차이 나는 중요한 특징은 다음과 같다.
높은 빈도: 팬데믹이나 경제적 충격과 달리 정치적 리스크의 영향은 정기적으로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매일 새로운 정책이 발표되고, 수정되고, 번복되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를 모니터링하는 워룸(war rooms)을 소집해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한다.
다차원: 정책 변화는 다양한 차원에서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2025년 1월과 2월에 발표된 미국의 행정명령은 경제(국가 및 제품에 대한 관세 도입), 노동력(DEI 이니셔티브의 철회), 지속가능성(기후 행동에 관한 파리 협정에서 탈퇴)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쳤다. 또한 이런 영향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 걸쳐 나타난다. 일부는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한편 다른 일부는 장기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놀라움: 최근의 일부 정책적 개입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했다. 미국이 자국 기업이 외국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던 법의 시행을 중단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전에 징후가 있었던 정책도 그 세부 내용은 모호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대미 수입품에 대한 관세 도입은 예상된 일이었지만 관세가 어떤 국가와 제품에 영향을 미칠지, 얼마나 오랜 기간 시행될지는 아직까지도 명확하지 않다. 이런 불확실성은 미국 행정부 자체 또는 법원의 결정에 의해 정책이 도입된 지 불과 며칠 만에 중단, 변경 또는 번복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통제의 어려움: 기후 재난이나 무력 분쟁 발발과 같은 돌발 상황은 예측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진정한 블랙 스완(Black Swan) 이벤트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정치와 경제는 광범위하게 연계돼 있었고 기업이 로비를 통해 규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역사적으로 정치적인 요인은 예측하기 쉬웠다. 하지만 이제 정책 우선순위가 점점 더 정당 정치와 국가 안보에 좌우됨에 따라 기업의 정치 환경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참여 의존적: 인구 통계학적 변화와 같은 다양한 유형의 비즈니스 리스크는 모든 플레이어가 직면한 문제다. 그런데 정치적 리스크는 개별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기업이 정치권과 어떻게 상호작용할지 여부와 방식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정치적 결정은 비즈니스 커뮤니티 전체의 참여 여부와 그 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사항을 고려할 때 기업은 어떻게 정치적 리스크를 전략에 반영할 수 있을까?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전략 수립 6단계우리는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는 프로세스를 개발했다. 이는 센스메이킹 및 ‘대응하기’의 두 파트, 여섯 단계로 세분화할 수 있다.
센스메이킹 1. 정치 지형을 관찰하라. 경영진이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전략을 세우려면 회사와 시장 환경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신문의 정치 섹션은 비즈니스 및 금융 섹션만큼이나 중요해 졌다. 기업은 선출직 대표와 소통하고 정치 회의나 대표단에 참여하는 등 정책 동향을 감지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관련 규정을 모니터링하고 정치적 의사결정권자와의 상호작용을 독려하면서 기업 회원사들을 지원하는 산업 연합체에 참여하는 것도 실용적인 방법이다.
기업이 관련 정책 동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관련 KPI를 정의하고 추적해야 어떤 이슈가 부상하고 있는지 신호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럽의 식품 가공 및 포장 대기업인 테트라팩(Tetra Pak)은 포장 및 폐기물 규제, 재활용 인프라에 대한 투자 등 40개 이상의 글로벌 지표를 추적하고 해석한다. 나아가 기업은 관련 이슈에 대한 대중의 정서를 유추하는 등 다음에 어떤 정책이 나올지 알려주는 아주 작은 신호까지도 수집하고 분석한다. MIT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자들은 소셜미디어상에서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정책 변화의 결과를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2. 정치적 움직임의 영향을 예측하라. 정치적 결정의 잠재적 영향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은 시나리오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 전략가들은 현재의 정치 동향을 추정하거나 결합함으로써 미래의 정치 지형을 예상하고 관련 기회와 리스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심지어 세계경제포럼이 제안한 것처럼 공상과학소설의 대안적 현실 묘사에서 영감을 얻을 수도 있다.
미국 해안경비대는 1990년대 후반부터 돌발 상황을 예측하고 이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시나리오 계획 훈련을 실시해 왔다. 예를 들어 9•11 테러 공격 이후 개발된 시나리오는 해안경비대의 지도자들에게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 줬다. 어떤 미래가 닥치든 미국 해역에 진입하는 모든 선박을 식별하고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일련의 시나리오 윤곽이 잡히면 기업의 전략 담당은 해당 시나리오와 관련된 조기 경고 지표를 포착할 수 있게 된다. 즉 시나리오가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고 해당 시나리오를 탐색할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징후를 파악할 수 있다.
시나리오 기반 사고에는 관련 트렌드를 파악하고, 재조합하고, 추론하는 전문 지식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지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가능성이 낮더라도 잠재적으로 중요한 미래 시나리오에 직접 참여하고 현재의 세계관을 기꺼이 버리려는 리더의 의지다.
3. 당신이 싸울 전투를 선택하라. 정치적 리스크는 기업의 대응 방식에 따라 다르게 전개될 수 있으므로 경영진은 개입 여부와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명확한 분류 단계를 구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대중적 또는 정치적 반발을 초래할 수 있는 논쟁에 불필요하게 얽매이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 대신 기업의 핵심 경제활동과 직결된 정치적 이슈에는 집중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참여가 정당성을 얻고 기업이 토론에서 유능한 기여자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제조업체는 차량 안전 규정이나 배기가스 배출 기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참여를 결정할 때는 대응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뉴스 사이클에서 이슈가 다음 헤드라인에 가려지거나 정책 변화에 따라 바뀌는 경우가 많으므로 기업은 과잉 반응해서는 안 된다.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이니셔티브를 가장 적극적으로 옹호하던 몇몇 기업은 최근 가장 빠르게 입장을 완전히 뒤집어 일관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낳기도 했다.최근 몇 년 동안 많은 기업이 이해관계자로부터 “목소리를 내라” 또는 “입장을 취하라”는 엄청난 압력을 받아왔다. 이런 압력을 줄이려면 기관의 중립성을 명시적인 정책으로 채택해야 한다. ‘개입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도록 기대치를 재설정하고 장기간 이를 고수해야 한다. 미국 시카고대가 좋은 예다. 이 대학은 1967년 이후 줄곧 자신들이 “비평가의 고향이자 후원자”일 뿐 스스로 비평가가 되지는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 왔다. 이 입장 덕분에 다른 학술 기관보다 최근 정치적 이슈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 전역의 캠퍼스에서 일어난 중동 전쟁에 대한 시위는 시카고대까지 번졌지만 그렇다고 대학의 고위급 인사들이 사임하거나 리더들이 미 하원 청문회에 소환되는 등의 사태로 비화되지는 않았다.기업들이 이런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는 드물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사회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는 기업의 대표적인 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회장 겸 CEO인 워런 버핏은 정치적 이슈에 솔직한 입장을 밝히긴 하지만 회사를 사회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거부한다.
대응하기 4. 사전 대비에 투자하라. 정치적 리스크의 예측 불가능성과 다차원적 특성을 고려할 때 기업이 정치적 돌발 상황의 급격한 여파에 대처할 수 있도록 더 잘 준비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졌다. 이러한 회복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가령 관세가 부과될 때 원자재나 공급업체를 신속하게 바꿀 수 있도록 다양한 공급망에 투자해 핵심적인 운영을 신속하게 복구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거나 현금을 비축해 잠재적 충격에 대비하는 완충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모듈식 공급망을 구축해 충격의 영향을 억제하는 등 대비는 다양한 형태로 이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에서 운영 중인 이케아를 생각해 보라.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뒤 이케아는 생산을 현지화하고 러시아를 나머지 글로벌 공급망과 분리했다. 그리고 분쟁이 더욱 격화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의 영향을 억제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결과적으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했을 때 이케아는 현지 활동이 글로벌 사업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다른 경쟁사들보다 러시아에서 더 쉽게 철수할 수 있었다.
이런 조치를 취하려면 마음가짐부터 바뀌어야 한다. 차별화된 준비를 통한 가치 창출이라는 장기적인 고려와 효율성의 균형을 맞추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5. 새로운 표준에 적응하라. 철저한 준비는 기업이 난기류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살아남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종종 충격을 일시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런 충격이 실제로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많다. 기업이 동종 업계보다 더 빠르게 표준에 적응하고 새로운 최종 상태로 선제적으로 나아가야 여러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설탕이 들어간 청량음료에 대한 영국의 세금 도입을 앞두고 코카콜라는 무설탕 제품인 코카콜라 제로슈거의 맛이 기존 코카콜라와 비슷해지도록 제조법을 바꿨다. 동시에 이 음료를 홍보하기 위해 10년 내 최대 규모의 마케팅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 결과 코카콜라 제로슈거는 2024년까지 영국에서 판매량 상위 5대 청량음료 중 하나가 됐다.적응력을 높이는 한 가지 방법은 애초에 한 시장에서 특정 포지션만을 고집하지 않는 것이다. 거대 기술 기업들은 플랫폼을 개발하고 비즈니스 생태계를 육성함으로써 적응력을 키워 왔다.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는 팬데믹 기간 동안 더 다양한 임대 옵션을 제공하는 한편 재택근무 마케팅 캠페인을 병행하면서 인적이 드문 지방 숙소를 홍보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했다. 이렇게 신속하게 피버팅한 덕분에 호텔 업계보다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성공을 위해서는 미래 세상이 어떻게 될지에 베팅해야 할 수도 있다. 1970년대 초 재보험사인 뮌헨 리(Munich Re)는 비즈니스 모델 측면의 베팅을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다. 다른 보험사들이 기후변화 모델링을 도입하기 수십 년 전부터 이 회사는 기후변화 모델링을 수용했다. 이 같은 선제적 움직임 덕분에 뮌헨 리는 기후변화 문제가 널리 인식되기 시작할 무렵 기후 리스크 모델링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며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다.
6. 선택적으로 정책에 관여하라. 정치적 이슈는 통제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이 항상 수동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핵심 비즈니스와 관련이 있고 기업의 영향력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이슈, 즉 정당 정치나 국가 안보 문제가 아닌 이슈에 집중하는 등 선택적으로 정책 형성에 관여해야 한다.
참여 시기를 결정하는 것 외에도 기업은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특히 해당 업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거나 영향력이 큰 기업이 아닌 경우 더더욱 그렇다. 정책 형성에 영향을 미치려면 업계의 연합 내 표준을 설정하는 등 협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자율 규제의 대표적인 예로는 미국 영화 스튜디오와 비디오게임 제작자들이 콘텐츠가 어떤 시청자층에 적합한지를 소비자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도입한 등급 시스템을 들 수 있다. 두 시스템 모두 규제 당국의 개입을 예상해 자발적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이는 선제적으로 규제를 형성하고 기업이 소비자 행동을 유도하는 결과를 낳았다.
정치적 리스크 탐색을 위한 전제 조건정치적 리스크에 체계적으로 대처하는 전략을 수립하려면 세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시야를 넓혀라. 경영진은 전략을 수립할 때 회사와 시장 환경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만으로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 냉전 이후 시대에는 폭넓은 주변 요인을 상수로 가정하고 효과적으로 무시해도 큰 상관이 없었다. 그래서 많은 경영진은 이런 생각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기업의 전략에 기업과 시장을 넘어서는 요인들을 반드시 명시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정치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분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라. 정책 개입의 가능성과 영향, 기업 자체의 행동(또는 무행동)에 대한 잠재적 반응을 이해하려면 정치 영역에 대한 새로운 기능적 전문성이 필요하다. 즉 정치적 상황을 감지하고 잠재적인 미래 시나리오를 추론하는 데 능숙한 인재를 채용해야 한다. 이 새로운 기능적 전문성은 정책, 전략, 커뮤니케이션 업무의 교차점에 위치해야 한다. 그래야 일상적인 의사결정에 정치적 고려 사항이 통합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기업의 모든 행동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감시가 극적으로 증가한 만큼 정치적 리스크를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졌다.
가치에 기반해 일관된 입장을 취하라.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관여하는 것은 종종 상황을 악화시킨다. 특히 기업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수 없거나 자주 변경하는 경우 더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이 사회적 참여나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력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업은 윤리적, 사회적, 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은 선택의 지침이 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어야 하고, 여러 상황에 적용될 수 있어야 하며, 정치적 상황이 변하거나 시간이 지나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만큼 광범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뇌물 수수 행위를 저지르지 말고 절대 묵인하지도 않는다” “특허를 오픈소싱해 기술을 광범위하게 발전시킨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재생 가능한 관행을 수용한다” 등의 원칙을 들 수 있다.
정치적 혼란의 시대에 기업의 리더가 압도당하고 무력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적 리스크는 본질적으로 기존의 비즈니스 문제보다 통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새로운 사고와 행동 방식을 취하면 이런 리스크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리스크가 어떻게 다른지 인식하고 센스메이킹할 수 있는 새로운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언제 정치에 직접 참여할지, 새로운 표준에 적응할지, 직접 상황을 형성할지를 적절히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