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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무인양품이 주목한 패션 브랜드 ‘로우로우(rawrow)’

고객들이 말한다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공감 넘어 우정 스토리를 만드는 브랜드

이연준,조진서 | 255호 (2018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00만 원으로 시작한 잡화 브랜드 로우로우(rawrow)가 독특한 가방, 신발, 안경을 만들어
7년 만에 연 매출 100억 원을 바라보는 마니아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이유
1. 고객과의 공감을 넘어서 고객과의 우정을 추구하는 브랜드로 포지셔닝
2. 디자인싱킹 방법론을 확장. 팬, 외주 장인들과 함께하는 코디자인(co-design) 체계
3. 고객과의 공감, 코디자인 등을 스토리로 만들어서 고객에게 다시 제공해 유대감 형성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최소정(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이진영(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2017년 11월의 어느 날. 도쿄 이케부쿠로의 한 대학교 강연장에 무인양품(MUJI)이 매년 개최하는 ‘양품 콘퍼런스’가 열렸다. 1년에 한 번, 가나이 마사아키 회장을 비롯해 파트장급 매니저들이 모두 모여 회사의 글로벌 전략을 논의하고 리더십을 점검하는 자리다. 이 해의 행사에는 특이하게도 한국인 연사가 초대돼 ‘브랜드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그는 명문대학 교수도, 컨설턴트나 럭셔리 브랜드 담당자도 아니었다. 서울 홍대 앞, ‘주차장 골목’이라 불리는 동네에서 가방 장사를 하는 이의현이었다.

‘가방 장수’는 이 대표가 본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2011년, 당시 서른 살이었던 그는 자본금 2000만 원을 가지고 캐주얼 가방 브랜드 로우로우를 만들었다. 신사동 가로수길의 두 평 공간에서 시작해 지금은 오프라인 매장 5곳과 온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품목도 늘렸고 연 매출 80억 원(2018년)을 바라보고 있어서 이젠 가방 장사라고 하기엔 덩치가 커졌지만 그래도 38년의 역사와 연 매출 3조 원을 자랑하는 무인양품에 비하면 구멍가게라 불려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무인양품 가나이 회장은 2016년에 한국 방문 당시 로우로우 매장과 사무실을 둘러보고 직접 이 대표를 연사로 섭외했다. 그는 ‘이 브랜드의 이야기를 무인양품 직원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무인양품 같은 존경받는 글로벌 브랜드가 왜 로우로우 같은 자그마한 브랜드에 주목했을까. 무엇을 배우고자 했을까. 이케부쿠로 강연에서 이 대표는 로우로우 고객들이 찍어 보내온 사진들을 보여줬다. 페이스북에 ‘당신이 가지고 있는 로우로우 제품을 보여주세요’라는 포스팅을 올리자 팔로어(follower)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사진들이다. 무려 26개의 제품을 찍어 보낸 사람도 있었다. 이 대표는 청중에게 말했다. “이런 사진이 100여 장 왔어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이럴수록 저희는 제품을 더 진실되게 만들려 노력하게 됩니다. 고객과도 우정을 쌓을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저희는 공급하는 사람으로서의 도리, 고객은 사용하는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있습니다.” 1
고객과의 소통을 이야기하는 브랜드는 많다. 고객의 충성심을 자랑하는 브랜드도 많다. 로우로우는 고객을 보는 방식이 다르다. 소통이나 충성이 아니라 그들과의 우정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동네 벼룩시장에서 이웃들이 만나 안부도 물으며 거래하듯이 이들 역시 고객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실제로 로우로우는 SNS와 온라인,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몇백 번째 ‘라이크’를 누른 고객에게 아무런 예고나 대가 없이 선물을 보내준다거나, 낡아서 헤진 로우로우 가방 사진을 찍어 사연과 함께 올리면 새것으로 바꿔준다거나, 비 내리는 날 매장을 찾아오면 신발과 가방에 방수 스프레이를 뿌려주겠다거나 하는 식의 이벤트가 매일 같이 SNS에 올라온다. 고객의 피드백을 제품 디자인에 반영하는 일도 흔하다. 무인양품 가나이 회장이 주목한 것도 그런 모습이다. 이 대표는 로우로우의 브랜드 정신을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 회사에선 ‘나도 안 하는 짓 남 시키지 말자’는 얘기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나이키를 좋아하고 아끼는데, 나이키 매장에 찾아가서 ‘좋은 물건을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까지 해본 적은 없다. 우리는 그런 (인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 진심으로 힘이 됐고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우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과연 소셜미디어 시대, 브랜드가 추구하는 ‘우정’이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 로우로우의 철학과 일하는 방법을 DBR이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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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의 학습을 통한 창업 준비
로우로우는 10만 원 안팎의 가방과 안경, 운동화를 판다. 주 고객층을 딱히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주로 1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이며 남녀 같이 쓸 수 있는 제품이 많다. 생산은 외주계약으로, 기획과 디자인은 로우로우가 한다.

로우로우가 시작부터 염두에 뒀던 브랜드는 무인양품이다. 이 대표는 “무인양품처럼 하되 무인양품이 하지 않고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걸 하고자 하다 보니 가방과 안경, 신발이란 아이템을 선택하게 됐다. 일반 의류를 했으면 유니클로나 무인양품보다 더 싸게, 더 잘 만들었을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무인양품과 마찬가지로 로우로우 역시 깔끔한 디자인, 실용성, 부담 없는 가격이 특징이다. 제품 외부에는 브랜드명이 적혀 있지 않다. 로고도 단순하다. 가로로 뻗은 직선 하나다.

실용적이고 깔끔한 디자인이 젊은 층의 사랑을 받으며 로우로우는 2011년 창업 이래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최근 2년간은 2016년 출시한 티타늄 안경의 인기 덕분에 매출이 조금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2017년 매출액은 약 60억 원이고 2018년은 약 80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그림 1) 수출도 조금씩 늘었다. 직영점과 편집숍을 통틀어 오프라인 매장 판매가 약 40%, 온라인 판매가 약 40%, 수출이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초창기엔 20%대, 현재는 10%대다. 외부 투자나 은행 대출을 한 번도 받지 않고도 ‘오거닉 성장’을 해 가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는 벌고 있다는 설명이다. 2018년 7월 기준 본사 직원은 13명이며 매장까지 포함하면 약 30명이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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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공식 역사는 7년이지만 준비기간은 훨씬 길었다. 창업자 이의현 대표는 어려서부터 ‘외국처럼 브랜드 파워가 느껴지는 힘 있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꿈이 있었다. 커리어 역시 그 꿈을 향한 준비 단계였다. 그는 고등학생 때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나이키와 폴로 등 외국 브랜드 의류를 병행 수입해 팔았다. 본인 스스로가 나이키 농구화의 광팬이었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다.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또래 회원들과 게시물과 댓글을 통해 활발하게 교류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 습관이 됐다. 본격적인 사회경험은 리바이스 코리아에서 시작했다. 리바이스 역시 그가 좋아하는 브랜드였다. 사랑하는 브랜드를 좇다 보니 자연스럽게 패션산업에서 일하게 됐다. 너무 신이 나서, 또 인정받고 싶어서 연차도 쓰지 않고 일을 했다. 이후 몇 번 회사를 옮겼으며, 업계에 대한 견문을 넓히기 위해 미국과 중국에서 잠깐씩 살기도 했다. 패션 매거진의 해외 통신원으로 일하며 현지 브랜드들과 디자이너, 제조업자들을 만날 기회를 얻기도 했다.

최종 목적은 자신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회사 생활을 하는 도중 틈틈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품목인 운동화를 만들어보려고 부산 지역의 운동화 제조공장들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운동화는 기술적으로 복잡한 제품이라 개인이 창업할 만한 아이템은 아니다’라는 공장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일단 그 꿈은 마음속에 묻어두었다. 자전거를 만들어볼까 해서 중국의 자전거 제조공장을 찾은 적도 있다. ‘세상의 모든 공장이 있다’는 중국 저장성의 이우(義烏)시도 견학했다.

창업을 하기 전에 상표등록부터 미리 준비했다. 그중 하나가 로우로우(rawrow)다. 로우로우는 날 것을 뜻하는 raw와 열(列)을 뜻하는 row를 붙여 만들었다. 굳이 설명하자면 ‘본질의 반복’이란 의미이며 사물의 본연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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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것이라는 개념을 브랜드 이름에까지 넣은 데는 그동안 읽었던 여러 권의 책과 개인적 경험이 영향을 줬다.(‘DBR Mini Box - 이의현에게 영향을 준 경영서’ 참고.) 패션업계에서 사업전략 담당이나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던 시절 그는 디자이너와 종종 의견 충돌을 겪곤 했다. 어려서부터 장사로 산전수전 다 겪고 잔뼈가 굵은 이 대표가 볼 때 해외 유학파 패션디자이너들은 미국이나 유럽 패션쇼에 등장하는 시즌별 유행을 지나치게 추종했다. 반면 이 대표는 애플이나 무인양품 2 처럼 제품 본연의 기능과 브랜드 자체의 힘에 충실한 디자인, 라벨을 떼어놓고 봐도 어떤 회사 제품인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디자인,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가치가 지속되는 디자인이 더 낫지 않은가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로우로우 창업으로 이어졌다.

DBR mini box: 이의현에게 영향을 준 경영서

『미래형 마케팅』 - 필립 코틀러 (1999, 세종서적)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이자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코틀러 교수의 대표작이다. 원제는 ‘Kotler on Marketing’. 전략적 마케팅, 전술적 마케팅, 관리적 마케팅, 변형적 마케팅 등 마케팅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각각에 따라 전략과 기술을 제시하고 있다. 일반인을 위한 마케팅 입문서다.

이의현 대표는 10대 후반 운동화를 팔 때 이 책을 읽었다. 아직도 많은 문구를 기억한다. “쇼킹했다. 같은 옷감이라 하더라도 가슴팍에 조그만 로고 하나를 붙이면 판매가가 6배가 된다고 쓰여 있더라. 그때부터 브랜드가 나의 판타지가 됐다. 좋아하는 브랜드의 청바지를 입다가 헤지거나 유행이 바뀌면 옷은 버렸지만 옷에 붙어 있는 라벨은 떼어서 모아두곤 했다.”

『디자인의 디자인』 - 하라 켄야 (2007, 안그라픽스)
하라 켄야는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대학교수이고 무인양품의 아트디렉터로도 일했다. 한국에서도 산업 디자이너들에게 널리 읽히는 책이다. 10주년 기념판도 나왔다. 저자는 자신이 진행했던 작업들을 소개하며 산업으로서의 디자인은 무엇인지, 기술 발전과 디자인은 어떤 관계인지 등을 설명한다. “디자인은 지능이 아니라 사물의 본질을 찾아내는 감성과 통찰력”이라고도 말한다.

이의현 대표는 미국에 머물던 30세 무렵에 이 책을 읽었다. 여전히 그가 꼽는 최고의 경영 교과서다. “디자인은 더하는 게 아니라 빼는 거라는 말이 큰 울림을 줬다. 내가 어딜 다녔거나, 어디서 뭐를 하면서 얻은 경험보다도 이 책 한 권에서 더 큰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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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의 장사법』 - 박찬일(2018, 인플루엔셜)
기자 출신인 박찬일 셰프가 한국의 오래된 음식점 26곳을 찾아 장사하는 모습을 살펴봤다. 서울 하동관, 명동돈가스, 부산 바다집 등 저자가 “전설의 밥집”이라 부르는 이 가게들의 평균 나이는 56년이다. “오래 살아남은 집은 살아남은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의현 대표는 이 책을 읽고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다고 말한다. 밤마다 직장인들로 붐비는 을지로 노가리골목의 터줏대감 을지오비베어의 이야기를 예로 든다. 그 가게 사장님은 30년 넘게 매일 아침 을지로 인쇄골목 안에 있는 가게 주변을 빗자루로 쓸었다.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 가게는 그렇게 해서 동네 사람들의 호감을 끌기 시작했다고 한다. 멋있더라. 사업 뭐 있나? 그런 게 사업 아닌가 싶었다.”


가방부터 신발, 안경까지
2000만 원을 손에 들고 한 살 터울의 친동생과 함께 창업을 준비했다. 생각한 아이템은 가방이었다. ‘가방 딱 하나만으로 얼마나 할 수 있는지 보자’ ‘가방의 본질에 집중해보자’고 생각했다. 가방다운 가방이란? 들기에 편리하고, 물건을 담거나 꺼내기에 편리하고, 가격 역시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가방이라고 생각했다. 2011년 11월 개인사업자를 내고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인근에 작은 작업실을 얻었다. 패션업계에서 10여 년간 쌓은 노하우와 인맥을 통해 샘플을 제작했다.

이들은 ‘내가 쓰고 싶은 가방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가볍고 튼튼하면서도 값이 비싸지 않은 캔버스 재질을 골랐고 방수와 표면 보호를 위해 왁스칠을 했다. 모양과 색상은 단순하고 질리지 않게 디자인했고, 잡기 편하도록 손잡이를 크게 만들어 달았다. 가방 안에 수납포켓도 여러 개 달았다.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안감의 색상이었다. 보통 가방의 안감은 검정색 등 어두운색이다. 이 대표는 여기에 의문을 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감이 어두운색이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는 흰색 등 밝은색으로 안감을 달았다. 사용자가 가방을 열었을 때 그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이 눈에 확 들어와서 원하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한 것이다.

8번이나 샘플을 만들어본 후 ‘R BAG’의 최종 디자인을 확정했다. 어깨에 멜 수 있는 백팩이지만 커다란 손잡이가 달려 손으로 들기에도 편한 모양새였다. 이런 가방을 잘 만들 수 있는 제조업체를 수소문해 딱 300개를 주문했다. 제작에 1200만 원 정도가 들었다. 단번에 자본금이 거의 바닥났다. 2012년 2월4일, 두근두근한 가슴을 붙잡고 서울 강남의 쿤스트할레에서 열린 벼룩시장에 딱 10개를 가지고 나갔다. 패션에 민감한 20∼30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반응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몇 시간 만에 준비한 10개가 다 팔렸다. 수중에 현금 100만 원이 들어왔다. 이 대표가 의도한 ‘가방의 본질에 충실한 가방’이라는 컨셉이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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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시장에서 큰 용기를 얻었다. 나머지 290개를 신사동 가로수길의 ‘에이랜드’ 등 패션 편집숍에 입점시켰다. 과거 본인이 팀장으로 일했던 브랜드의 점포도 있었지만 그 사실은 숨기고 동생을 대신 보냈다. 제품 자체만으로 승부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편집숍에서도 역시 반응이 좋았다. 1개월 만에 다 팔렸고 각종 비용을 제외하고 2000만 원 정도가 남았다. 그 돈으로 다시 두 번째 가방 디자인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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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방을 디자인하고, 그 디자인과 소재에 맞는 외주 제작사를 수소문해 찾아내고, 편집숍과 SNS를 통해 판매하고, 다 팔고 남은 돈으로 다시 새 가방을 만드는 패턴이 굳어졌다. 더 편리한 가방을 위한 아이디어도 많아졌다. 다양한 크기의 물건을 수납할 수 있도록 가방 내부 포켓을 여러 사이즈로 만들어서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게 했다. 모듈형 포켓이다. 또 손으로 가방 손잡이를 잡을 때 양쪽의 손잡이가 불편하게 겹쳐지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0.5㎝의 높이차를 뒀다. 손안에서 자연스럽게 포개지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런 아이디어들을 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이를 페이스북과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렸다.

영업에서는 동업자인 동생 이은현의 활약이 컸다. 수많은 브랜드 제품을 모아 진열해놓는 편집숍에서는 매장 직원이 고객에게 어떤 제품을 먼저, 적극적으로 권하느냐에 따라 매출이 천차만별이다. 특히 로우로우 가방의 특장점이라 할 수 있는 왁스칠 된 캔버스천, 밝은 안감 등의 특징은 따로 설명을 듣지 않으면 고객이 알아채기 어렵다. 그래서 형제는 물건을 납품할 때 택배를 보내지 않고 직접 매장에 배송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두산주류 영업부서에서 일했던 동생 이은현의 적극성이 여기서 빛을 발했다. 매장 직원에게 상품을 전달하며 특장점을 열심히 설명해줬고, 그걸 들은 매장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손님들에게 같은 이야기를 전달해줬다. 로우로우 가방은 여러 편집숍에서 월간 판매 1위 상품으로 등극했다.

결국 사업 첫해인 2012년, 대표까지 달랑 직원 셋이서 1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 돈으로 연말에 홍대 앞에 직영점과 단독 사무실을 낼 수 있었다. 제품 라인업도 늘렸다. 등에 메는 백팩, 어깨에 걸치는 토트백과 메신저백, 비스듬하게 매는 크로스백 등을 만들었다. 제품 홍보는 여전히 페이스북과 네이버 블로그 등 SNS가 중심이 됐다. 매체 광고는 할 여력도 없었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SNS에서도 제품 자체에 대해 할 이야기가 충분히 많았기 때문이다.

‘우정(友情)’의 사업적 가능성을 보다
― 민우 가방 사례
홍대 앞에 사무실 겸 매장을 내고 1년 반 정도 지난 2014년 7월, 군인 한 명이 팥빵을 사 들고 찾아왔다. 이 대표는 그가 누군지 어렴풋하게 기억해냈다. 처음 쿤스트할레 벼룩시장에서 가방 10개를 팔았을 때 그중 하나를 사 갔던 청년이었다. 너무나 고마웠던 고객들이라 그 10명의 얼굴을 대충은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었다. 청년은 그동안 군에 입대했고, 휴가를 나와서 홍대 앞에 놀러 왔다고 했다. 길을 지나가다가 로우로우가 번듯한 사무실까지 낸 것을 보고 반가워서 인사하러 들어왔다고 했다.

감격에 찬 이 대표는 팥빵 사진과 함께 첫 가방을 팔았던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리고 “전역하는 날! 우리가 찾아가서 사회생활에 필요한 가방 10개든, 100개든 원하는 대로 선물 드리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 옆에는 “#이화면캡쳐해두세요”라고까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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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공식 계정에 이렇게 큰소리를 뻥뻥 쳐놨으니 만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100개까지는 주지 못하더라도 이 청년이 원하는 가방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이민우라는 이름의 청년이 군에서 전역하기로 예정된 날은 2015년 2월.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어떤 가방을 원하느냐고 물었다. 청년은 건축에 관심이 많다며 노트북보다는 책과 노트 등을 넣을 수 있는 가벼운 토트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건축학에서 쓰는 많은 필기도구와 문방구들을 수납할 수 있도록 포켓이 많았으면 좋겠고, 휴대폰을 쉽게 꺼낼 수 있도록 가방 커버 위에도 포켓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렇게 맞춤 제작된 가방이 완성됐다. 이 모든 이야기를 담아 ‘민우 가방’이라는 이름을 붙여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시판에 들어갔다. 군에서 전역해 대학교 복학생이 된 청년을 불러다 약속대로 가방을 주고 광고 모델을 부탁했다. “민우에게 꼭 필요한 가방 만들어 선물해 주려다가 오히려 저희가 많이 배웠습니다!”라고 설명을 붙였다.

SNS에서 이 이야기가 퍼지며 가방은 많은 인기를 끌었다. 2018년 현재까지도 로우로우 제품 중 판매 5위 안에 꼭 들어가는 효자 상품이다. 무엇보다도 민우 가방은 로우로우에 고객과의 협업, 고객과의 우정이 가능하며, 이것이 사업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 진정성을 갖고 친구나 지인처럼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젊은 고객들의 지갑을 열게 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후 로우로우는 가방을 주제로 여러 번의 협업 프로젝트와 스토리텔링을 진행했다. 아이를 출산한 직원을 위한 기저귀 가방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1970년대 우체부들이 쓰던 가방을 그대로 복각해 메신저백으로 만들기도 했다. 또 노숙인들을 위한 매거진 ‘빅이슈’와 협업해서 매거진 판매원들을 위한 조끼도 만들었다. 그럴 때마다 SNS를 이용해 적극 홍보한 것은 물론이다. 이런 맞춤 제작 상품들은 일반 범용제품과 비교해 큰 매출을 가져오지는 않았지만 친구 같은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굳히는 데 큰 도움을 줬다.

협업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다
― 티타늄 안경 사례
가방에 이어 2015년 로우로우는 운동화 브랜드 R SHOE를 론칭했다. 가방과 마찬가지로 무게가 가볍고 기능성(착화감, 통기성)이 뛰어나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운동화는 원래 이의현 대표가 애착을 갖고 있던 아이템이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 계획만 하고 있다가 회사에 여윳돈이 2억 원 정도 모였을 때 개발에 착수했고 결국 그 돈을 다 써서 완성했다. 부산 지역 신발 공장들을 뒤졌지만 원하는 만큼의 품질을, 원하는 가격대에 만들어주는 공장을 찾지 못해 부산에서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긴 제조사를 찾아냈다.

신발 역시 ‘신발다운 신발’을 기본 컨셉으로 정했다. 발이 편하고, 발을 보호하는 데 충실하자고 했다. 무게는 최대한 가볍게, 피부와 닿는 부분은 부드럽게 하기 위해 부드러운 합성가죽 재질에 미세한 숨구멍을 뚫었다. 깔창엔 메모리폼 소재를 써서 발 모양에 맞게 길이 들게 했고, 밑창은 잘 미끄러지지 않는 이탈리아 비브람 사의 제품을 달았다. 그것 외에는 디자인에 따로 멋을 부리지 않았다. 색상도 흑색, 회색, 브라운 3가지만 냈다. 2차 모델에서는 아예 발등을 감싸는 부분을 하나의 조각으로 만들어서 부품 수를 줄였다. 그렇게 한 짝에 300g 미만으로 무게를 줄인 후 “우유 한 팩보다 가볍습니다”라고 홍보했다.

가방과 신발에 이어 2016년에는 티타늄 재질의 안경 브랜드 R EYE를 론칭했다. 이 제품은 제조사인 대구 소재 대한하이텍 사와의 협업 마케팅으로 유명해졌다. 이른바 ‘존경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언론 매체에도 보도됐다. 3

사실 안경은 가방이나 운동화처럼 오랫동안 치밀하게 계획된 상품은 아니었다. 사연은 이렇다. 이 대표가 국내 모 카드사에 다니는 지인과 얘기하던 중 티타늄 재질의 신용카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지인은 고급스러운 금속재질이면서도 잘 휘지 않는 강성을 가진 카드를 만들고자 일본의 티타늄 가공 업체를 찾아갔는데 그 업체 사장이 “너희 나라에 티타늄 박사가 있는데 왜 여기까지 왔느냐”고 하더라는 것이다. 직접 들은 얘기가 아니라 뉘앙스가 부풀려졌을 수는 있겠다고는 생각했지만 호기심이 생겼다. 그게 대구에 있는 대한하이텍이란 회사였다. 지인은 이 대표에게 “대한하이텍이 가볍고 튼튼한 티타늄 안경도 만들 수 있다는데 요즘 회사가 어려우니 로우로우가 티타늄 안경을 팔아보면 어떻겠냐”고 이야기를 던졌다. 이 대표는 대한하이텍을 찾아갔고 계약을 맺었다. 함께 제품을 디자인하고 대한하이텍이 생산해 로우로우가 판매하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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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패션 브랜드는 외주 제작 상품이라는 것을 약점으로 생각하거나 영업비밀로 여겨 고객에게 되도록 숨기려고 한다. 공장 내부를 공개하는 일도 드물다. 브랜드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반대로 생각했다. 외주 업체가 정말로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라면 굳이 숨길 이유가 없다고 봤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raw) 드러내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의미를 부여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는 티타늄 안경다리에 로우로우와 대한하이텍의 이름을 같이 새겨 넣었다. 또 ‘제조사 사장이 티타늄 가공기술을 배우기 위해 젊었을 때 일본 공장에 위장 취업을 했었다’거나 ‘30여 년간 한 우물만 판 끝에 독보적 용접기술을 갖게 됐다’는 식의 설명을 만들어 제품 안내문과 SNS 홍보에 사용했다.

사실 로우로우는 가방이나 신발을 제조할 때도 되도록이면 외주 제조업체의 이름을 라벨 등에 표시해왔다. 마치 컴퓨터에 인텔 CPU 로고를 넣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유독 티타늄 안경에서의 협업 마케팅, 장인 마케팅이 세간의 큰 관심을 끌었다. 티타늄이라는 소재가 주는 신비함과 고급스러움, 그리고 금속을 깎는 장인의 이미지 등이 스토리텔링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반면 안경이라는 아이템의 특성 때문에 사업 진행에 난관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도수가 있는 렌즈 안경은 반드시 안경사가 근무하는 안경 전문점에서 구매해야 한다. 도수 안경의 온라인 판매는 불법이다. 그렇다고 안경점을 통해 로우로우 안경을 판매하려고 하면 마진이 급격히 줄어든다. 이 대표가 조사해 보니 보통 가방 등 패션잡화를 파는 매장은 마진이 30% 내외지만 안경점들은 마진율이 그보다 훨씬 높았다. 4 따라서 안경점에 납품할 경우 판매가를 올리거나 납품가를 아주 낮춰야 했다. 티타늄 안경은 제조원가가 비싼데다가 안경점 주인들이 로우로우라는 브랜드를 알아줄 리도 만무하기 때문에 안경점을 통한 판매는 당분간은 어려워 보였다.

그래서 로우로우는 안경도 직접 판매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렌즈 없는 안경테만 팔거나 도수가 없는 ‘컴퓨터용 보안경(청광렌즈 안경)’을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 내놓았다. 홍보문구도 직관적으로 적었다. ‘100원짜리보다 가벼운 안경’ ‘풍선에 매달면 날아가는 안경’이라고 가벼움을 강조했다. 그리고 대한하이텍의 장인정신을 강조했다. 세계적으로도 이런 용접기술이 있는 업체는 흔치 않다고 광고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정부 규제로 인한 제품 구성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2016년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시작한 R EYE 티타늄 안경 펀딩은 첫 회 차에만 1억4600만 원어치를 팔았다. 종합 일간지 등 주류 언론매체들도 주목했다. 제조업의 몰락이라는 국가적 위기의식 속에서 한국의 히든 챔피언, 강소(强少)기업을 재발견하자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맞물렸기 때문이다. 착용감도 고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현재 티타늄 안경 제품군은 로우로우에서 가방류만큼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SNS 마케팅과 협업의 정교화
― 카메라 가방 사례
민우 가방과 티타늄 안경 사례에서 보듯 로우로우는 고객 및 제조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제품 홍보와 마케팅에 진솔하게 또 영리하게 이용하는 전략을 일관적으로 펼쳤다. 홍보는 주로 페이스북과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을 사용했으며 유료 광고보다는 유저들의 입소문을 통한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을 추구했다. 또한 와디즈, 카카오펀딩 등 크라우드 펀딩 채널도 유용하게 사용해 왔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를 이용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진행했던 ‘로우로우 카메라백 프로젝트’를 살펴본다.

Step 1 9월 말: ‘사용자에게 선물을 주자’
로우로우 직원들은 페이스북 페이지의 관리자 아이디를 공유하며 사용자들과 일상적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또 무료로 제품을 빌려주는(사실상 증정하는) 이벤트도 가끔 열곤 한다. ‘이 가방이 왜 필요한지를 댓글로 적어주시면 한 분을 선정해 그냥 빌려드리겠습니다’라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보통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린다. 페이스북 알고리즘 덕분에 댓글을 단 사람들의 페이스북 친구들에게도 로우로우 게시물이 노출되는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017년 9월, 로우로우 페이스북 페이지의 팔로어가 10만 명을 찍었다. 로우로우의 마케팅팀장 양안나와 전략팀장 김인혜는 특별한 이벤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민우 가방 사례 때처럼 누가 봐도 획기적이고 깜짝 놀랄 만한 선물이어야 마케팅적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그저 그런 평범한 선물이라면 SNS에서 바이럴이 되지 않는다. 이미 5만 번째 팔로어에게 로우로우 제품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맞춰준 적도 있었다. 10만 번째 이벤트는 그것보다도 더 특별한 선물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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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벤트를 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쉽게 생각하기로 했다. “혼자의 힘으로 하기 힘든 일, 그게 뭐든 그대로 해주자.” 그리고 한 명이 아니라 팔로어 모두에게 공모를 받았다. 2017년 9월 25일 페이스북에 포스팅을 달았다. “10만 명 FAN이 생겼습니다. 이참에 한 분과 ‘협업다운 협업’ 하려고 합니다. 미친 척하고 당신이 원하는 뭐든 하려고 합니다.” 그런 다음 댓글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제안해달라고 했다.

3주의 이벤트 기간 동안 이 게시물에는 82개의 댓글이 달렸다. 193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여기까지는 평범하다면 평범한 숫자다. 그런데 조회 수는 1만3000여 회나 됐다. 댓글 수나 ‘좋아요’ 수에 비해 아주 높았다. 댓글들이 ‘고퀄’이었기 때문에 널리 퍼져나간 것이다. 반짝반짝한 아이디어와 상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휴가 나온 군인을 위한 가방’ ‘당뇨환자를 위한 혈당기 세트 가방’ ‘재난 대비용 가방’ ‘색소폰용 가방’ ‘도시농부를 위한 가방’ ‘육아가방’ ‘정장에도 어울리면서 따뜻한 울 장갑’ 등의 아이디어가 제안됐다.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그림을 그리고 그래픽 작업을 해서 시안을 올린 사람들도 있었다. 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로우로우 팀은 가장 많은 댓글 요청이 들어온 카메라 가방 안을 선택했다.

Step 2 10∼11월: 브레인스토밍과 제품기획

로우로우 팀은 먼저 카메라 가방을 요청한 7명의 페이스북 팔로어에게 연락을 했고, 참여 의사를 밝힌 3명에게 설문지를 보냈다. 각자 어떤 사람인지, 지금까지 어떤 카메라 가방을 사용했는지, 그 제품들의 장단점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로우로우가 만드는 카메라 가방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사용자들은 긴 설문지를 채우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그림을 그려 보내기도 했다. 이를 토대로 여러 개의 샘플을 제작했다.

샘플들이 완성되자 이번엔 사용자가 함께 참여하는 기획 회의를 열었다. 수고비는 지급되지 않았고 그들의 팬심만 믿었다. 세 명의 사용자와 함께 로우로우의 전략팀장, 마케팅팀장, 제품디자이너와 생산 담당자 등 총 7인이 참석했다.

11월의 어느 날, 평일 저녁 7시에 시작한 회의는 예상외로 길어졌다. 밥도 먹지 않고 밤 11시까지 진행됐다. 세 명의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각 DSLR 카메라를 5년, 10년, 15년 동안 다뤄본 사람들이었고 원하는 바도 각자 달라서 의견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았다. 또 기술적 혹은 제조상의 이유로 구현이 어려운 기능들도 있었기에 7인 회의는 밤이 깊어갈수록 열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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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바는 각자 달랐지만 그래도 공감대는 찾을 수 있었다. ‘점잖은 복장에도 어울리는, 출퇴근할 때 들어도 튀지 않는 카메라 가방’을 만드는 것으로 귀결됐다. 어차피 로우로우가 고가의 카메라 가방을 만드는 전문 업체는 아니고 고객들 역시 로우로우에서 수십, 수백만 원짜리 가방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완벽 방진, 방습 같은 뛰어난 기능성을 갖추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기능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로우로우의 평소 컨셉에 맞게 심플하고 튀지 않는, 들고 다니기에 예쁘면서도 편리한 가방을 만드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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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연준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이연준 교수는 이화여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프랫미술대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으로 석사 학위를, 영국 랑카스터대에서 디자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이드어소시에이츠와 인터브랜드의 시니어 디자이너로 근무하며 다양한 분야의 기업 아이덴티티 개발과 국내 유명 제품, 패키지 및 리테일 브랜드 개발에 참여했다. 브랜딩과 UX/서비스 관련 분야에서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확장된 역할에 관해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디자인 접근법 및 이러한 방법의 비즈니스 및 사회 적용에 관해 관심을 가지며 연구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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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진서

    조진서cjs@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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