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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교보문고의 고객경험 혁신

‘5만 살 나무’ 대형 테이블이 한가운데 떡∼대형서점, 책 읽고 머무는 플랫폼이 되다

장재웅 | 196호 (2016년 3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모바일 혁명 시대 오프라인 매장을 강화하는 교보문고의 시도가 흥미롭다. 교보문고는 자사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광화문점을 책을 파는 공간에서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교보문고의 지향점은 라이프 스타일을 파는 서점이다. 책의 판매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책이 등장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기획하고 제안해 고객들이 교보문고를오래 머무르고 싶은공간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교보문고의 시도는 최근 유행하는플랫폼 마케팅과 관련이 있다. 플랫폼 마케팅은 서비스나 콘텐츠를 기반으로 소비자 네트워크를 구축한 후 네트워크 내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들을 일괄 제공하는 방식이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나경(고려대 심리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온라인이 오프라인 시장을 교란하는 시대다. 단순히 모바일로 물건을 구매하고 택시를 부르는 행위는 아주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던 영역으로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이른바 ‘O2O 혁명이다.

 

출판과 도서 유통 시장은 이런 온라인화를 가장 빠르게 받아들인 산업 중 하나다. 전자책(e-book)이나 인터넷 서점은 이미 상당히 오래 전부터 우리 일상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최근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서점이 있어 눈길을 끈다. 국내 대형 서점의 선두주자인교보문고가 그 주인공이다.

 

교보문고는 지난해 말 온라인과 모바일 시대에 역행하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았다. 서점을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곳을 넘어서서 문화를 담는 그릇으로 변화시킨 것. 특히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3개월여의 리뉴얼을 통해 책을 담은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교보문고 변신의 핵심인카우리 소나무 테이블은 광화문점의 랜드마크가 됐다. 서점 내 설치된 이 테이블은 길이 11.5m, 1.5∼1.8m, 무게 1.6t의 독서 테이블 2개로 구성됐다. 뉴질랜드산 대형 카우리 소나무로 만든 이 테이블에는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다. 이 테이블 덕분에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서점이 아니라 대형 도서관 같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형 테이블 2개 외에도 매장 곳곳에 소파형, 벤치형, 테이블형 등 총 20곳의 공간에 30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배치했다. 서가 높이를 70㎝가량 낮추고 서가 간의 간격도 30㎝ 늘린 한편 전체적으로 통로를 넓히고 전면 진열을 크게 늘려 이용자들이 쉽게 책을 접할 수 있게 했다.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어린이책, 문학, 외국 서적, 디자인 미술 서적, 여행 서적, 잡지 등 서점 내 모든 섹션에 초대형 테이블, 소파, 1인 좌석 등 다양한 형태의 좌석이 전면 배치됐다. 조명의 조도를 개선해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포인트 조명으로 책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 서가와 매대를 비롯해 전체 공간을 원목 소재로 바꿔 북 카페 같은 분위기 조성에 힘썼다.

 

또 곳곳에 화초를 놓아 자연친화적이고 쾌적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단순한 서점을 넘어 누구나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변모하면서 온라인 서점이 흉내낼 수 없는경험의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한 것이 이번 리모델링의 목적이다.

 

이 같은 교보문고의 변신은 모두가 모바일을 향해 달려가는모바일 퍼스트 시대에 역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려와는 다르게 일단 교보문고의 새로운 시도는 확실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취재 차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았을 때도 이미 카우리 소나무 테이블은 책을 읽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리모델링 후 실제 방문객 수도 소폭 증가했다. 매출도 경쟁 서점들과 비교해 상승세를 타고 있다. DBR이 서점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교보문고의 혁신 전략을 취재했다.

 

 

 

 

없는 책이 없는 서점에서 독자 중심 서점으로

 

교보문고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형 서점이다. 임직원들 스스로도우리나라 책의 중심은 교보문고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때문에 과거 교보문고의 중심에는이 있었다. 교보문고의 지향점은없는 책이 없는 서점이었다. 서점에 더 많은 책을 가져다 놓는 것이 존재의 이유였다.

 

김민기 교보문고 마케팅지원실장은과거에는 책을 찾는 독자들의 편의보다는 일단 교보문고에 오면 독자들이 찾는 모든 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매장을 꾸밀 때 우리의 기본 원칙이었다고객들에게교보문고에 없으면 그 책은 국내에 없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최대한 많은 책을 비치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교보문고는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책을 보유한 서점이었다. 전두환 정권의 군부독재 시절에는 유일하게 안전기획부의 허가를 얻어 국가의 정체성에 반하는 간행물을 취급할 수 있었다. 당시 중국의 노동신문이나 중국 공산단 관련 서적은 교보문고가 대표로 수입해 정부나 연구단체에 공급했다. 사람들의 뇌리에교보문고에 없는 책은 국내에 없다는 인식이 각인된 이유이자 교보문고가 한국 서점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이유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일단, 책을 찾는 소비자의 수가 줄었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는 2015 1∼3분기 한국 서적출판업 생산지수가 2014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7%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가구당 월평균 서적 구입비는 13330원으로, 조사를 시작한 2003년 이후 모든 분기를 통틀어 최저치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 대형 서점 대신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는 비율도 늘고 있다. < 2>에 따르면 YES24, 인터파크, 알라딘 등 국내 온라인 서점의 매출은 2012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반면 대형 서점의 매출액은 조금씩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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