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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ith Business Frontier : 명함 관리 앱 만든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

"직장인 명함 관리 도우려 창업, 네트워킹이 시작되자 돈 보이더라"

장재웅 | 195호 (2016년 2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받아놓고 정리하지 않아 수북이 쌓여 있는 명함을 보며 한숨지어본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쉽고 빠르게 명함을 입력할 수 있는 명함정리 애플리케이션리멤버가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리멤버는 다른 경쟁 명함정리 앱에 비해 간단하게 명함을 사진으로 찍기만 하면 빠르게 명함 정보를 인식해주는 점이 강점이다. 특히 리멤버가 고용한 타이피스트들이 수기로 명함 정보를 정리해주기 때문에 경쟁사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오타율을 자랑한다. 이 부분이 다른 경쟁사들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권세은(성신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와 양원철(건국대 기술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한 평범한 사무실. 팀장이 부하직원에게 다급하게 소리친다. “거래처에 자료 보냈다고 전해.” 그러나 이 부하직원은 거래처에서 받은 명함을 정리해두지 않아 연락처가 없다. 하지만 연락처가 없다고 이야기했다가는 팀장의 잔소리를 들을 게 자명한 일. 이 직원은 일단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거래처와 통화하는 척을 한다. 그때 다가온 팀장의 말. “끊기 전에 나 좀 바꿔줘.” 영상은 전화를 넘겨 받으려는 팀장과 전화기를 줄 수 없는 부하직원이 몸싸움을 벌이다 끝난다. 그리고그대의 비즈니스가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이라는 메시지가 화면 전면에 등장한다.

 

45초가량의 광고는 명함 관리 애플리케이션리멤버를 개발한 드라마앤컴퍼니라는 회사가 선보인 인터넷용 광고다. 평소 거래처에서 받은 명함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재치있게 표현하고 있다.

 

다른 버전도 있다.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받았더니 다짜고짜잘 지내지?”라고 묻는다. 누구냐고 묻는 것은 실례일 것 같아 능숙하게늘 그렇지 뭐, 넌 어때?”라고 응대한다. 그러나 알고 보니 통화 상대는 거래처 대표였던 것. 이 광고는 45초 동안 여러 명의 정장을 입은 직장인들이 뛰어가는 모습만 보여준다. 거래처 대표 전화를 반말로 받았다 팀 전체 사람들이 거래처에 사과하기 위해 뛰어가고 있다는 내용의 광고다. 이 역시 명함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직장인들이 겪을 수 있는 상황을 약간의 과장을 섞어 보여준 재미있는 광고다.

 

드라마앤컴퍼니의 광고는 재미있는 상황 설정으로 인터넷상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만약 실제 상황이라면 결코 쉽게 웃을 수 없는 사례들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명함 관리의 중요성은 알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다. 특히 하루에도 여러 명을 만나야 하는 직업이라면 며칠만 신경 쓰지 않아도 책상에 명함이 수북이 쌓이기 십상이다. 어느 날 과거에 만난 누군가의 연락처를 찾기 위해 명함첩을 열었을 때 엄청나게 쌓여 있는 정리되지 않은 명함을 보면서 찾기를 포기한 경험이 누구나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일일이 정리하자니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고 그렇다고 쌓아두자니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어진다. 이럴 때 누군가 내 명함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드라마앤컴퍼니가 개발한 명함 정리 앱리멤버는 이런 불편을 해소하고자 탄생했다. 하지만 과거 명함 관리 앱과는 차별화된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명함 입력의 편의성이다. 리멤버는 기본적으로 받은 명함들을 사진으로 촬영하기만 하면 별도의 스캔 과정 없이 자동으로 정보를 인식해 모바일에서 명함들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명함을 촬영만 하면 되기 때문에 1분에 10장 이상의 명함을 처리할 수 있다. 또한 리멤버 회원 간에는 실시간 명함 정보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A사 김 과장의 명함첩에 B사 박 대리의 명함이 보관돼 있었다면 B사의 박 대리가 이직을 하거나 연락처 정보를 변경한 경우, A사 김 과장은 B사 박 대리의 최신 정보를 자동으로 업데이트 받을 수 있다.

 

특히 기존 명합 앱들이 광학 문자 입력 방식을 사용해 오류가 많이 나는 데 반해 리멤버는 사람이 직접 입력을 해서 오타 발생 빈도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를 바탕으로 리멤버는 누적 등록 명함 4000만 장, 이용자 수 100만 명에 달하는 업계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를 DBR이 만났다.

 

 

 

 

최재호 대표는 KAIST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대학생 시절에는 패션잡화 부문의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했었고 2008년부터는 딜로이트컨설팅과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컨설턴트로 약 6년간 재직하며 국내외 기업의 중장기 전략 수립, 신규 사업 타당성 검토, M&A 실사 등의 업무를 진행했다. 2013년 드라마앤컴퍼니를 창업한 이후 2014년에 리멤버 서비스를 론칭해 100만 비즈니스맨이 사용하는 국민 명함앱으로 성장시켰고 2015년에는 <포브스(Forbes)> 선정 IT 부문의 ‘KOREA 2030 POWER LEADER’로 선정되기도 했다.

 

처음 명함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일단 명함 관리만 바라보고 시작한 서비스는 아니다. 미국의 링크트인(linkedin)은 전 세계 4억 명 정도가 쓰는 비즈니스 네트워크 사이트인데 이 서비스가 국내에서 제대로 자리를 못 잡고 있는 상황이 의아하기도 하고 관심이 생겼다. 이를테면 미국 같은 경우는 경제활동인구 대비 80% 정도가 쓰고 있다고 한다. 그럼 우리나라에서도 약 2000만 명 정도는 써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100만 유저가 안 된다. 경제활동인구 대비로 보면 3% 정도다. 우리나라만 이런 게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 역시도 링크트인 침투율이 너무 낮다. 그렇다면 아시아권에는 문화적으로 링크트인의 서비스가 맞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닌가 생각했다. 뭔가 아시아에 맞게 풀어낼 수 없을까를 계속 고민하다가 생각했던 것이 오픈형 서비스 말고 일정 부분 폐쇄성을 갖는 서비스로 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링크트인은 누가 내 프로필을 보도록 올려놓은 사이트이기 때문에 프로필을 보는 것을 장려한다. 그래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은 것도 다 드러난다. 누군가 내 프로필을 본 것도 기록이 남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오늘 누군가를 비즈니스로 만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을 꺼리는 것 같다. 그 자체가 개인적인 자산이니까. 또 누군가의 프로필을 보는 것도 뒷조사하는 것같이 느껴져 불편해 하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링크트인처럼 완전 개방형이 아닌 일정 부분 폐쇄성을 갖는 서비스로 가야겠다는 것이 첫 번째 지향점이었다.

 

두 번째로 매개체 자체를 링크트인처럼 이력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명함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력서라는 매개체는 온라인 비즈니스 네트워킹에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생각해봐라. 이력서를 올려놓으면 주위에서이 친구가 온라인상에서 열심히 네트워킹을 하는 구나라고 생각하기보단이 친구가 이제 이직을 준비하는 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명함을 떠올렸다. 오프라인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 후 받은 이 명함을 온라인으로 끌어올 수 없을까 고민을 한 것이다. 세 번째는 단순히 온라인만으로는 그 관계성이 너무 약하다고 봤다. 그냥 사이버 친구 같은 관계보다는 조금 더 스트롱 타이(strong tie)가 필요한 것 같았다. 그러면 최소한 오프라인에서 일면식이 있는 관계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명함을 매개체로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려움은 없었나?

 

일단 명함 관리 서비스들이 이미 많이 나와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중국의 캠카드라는 서비스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서비스의 단점은 오래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원인을 알기 위해 직접 써보니 명함 관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편했다. 뭔가 굉장히 편리하게 명함을 관리해줄 것 같지만 실제 써보면 기술이 일정 부분 인식을 해주고, 인식 못한 부분은 사용자가 일일이 확인하고 수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깔끔하게 해결해줘서 가장 만족스러운 서비스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프로필미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예 종이 명함을 없애고 모바일 네트워킹 활성화를 시도했다. 네트워킹할 매개체로 모바일 명함을 활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종이 명함을 주고받는 행위 자체는 모바일 시대로 넘어가도 여전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았다. 프로필미의 실패를 바탕으로 리멤버를 활용해 프로필미에서 고민했던 부분들을 조금씩 붙여나가려고 한다.

 

결국 모바일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되나?

 

그렇다. 한국형 링크트인을 만들겠다라는 비전을 갖고 명함 관리부터 시작했다. 결국 이걸 가지고 비즈니스 네트워크 플랫폼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목표다.

 

그렇지만 이 서비스만 가지고는 당장은 어떤 수익모델이 나오는 건 아니지 않나?

 

일단 우리는 HR시장과 광고시장 두 가지를 보고 있다. 일단 리멤버를 통해 이용자 하나하나가 엮여 있는 관계를 파악할 수 있으니 이걸 기반으로 HR이나 광고 쪽으로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링크트인도 이런 식의 수익모델을 운영 중이다. 첫 번째는 채용 솔루션이고, 두 번째는 광고 모델인데 채용 솔루션의 경우 리쿠르터들이 채용공고를 올릴 수 있게 해주고 돈을 받는다. 그런 다음에 사용자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비즈니스 프로필이 있으니까 매칭까지 해주는 비즈니스를 한다. 이를탤런트 솔루션(talent solution)’이라고 부른다. 이 부분이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또 각각 이용객들이 어떤 비즈니스를 하는지 알 수 있으니 거기에 맞는 비즈니스 아이템을 광고로 풀어주는 사업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채용 공고도 포함되지만 세미나, 콘퍼런스, 포럼, 강의, B2B 솔루션 등을 광고로 제공하고 있다. 우리도 비슷한 접근 방식으로 수익모델을 창출할 생각이다. 일단은 최대한 이용객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링크트인처럼 공개적인 방식이 더 유리한 것 아닌가?

 

리멤버는 서비스 초기부터 명함을 서로 주고받고 등록한 관계에서는 이들을 연결을 시킨다. 링크트인은 나랑 알고 있거나, 모르고 있거나 상관없이 다 오픈돼 있지만 리멤버는 주고받은 관계끼리에 한해서만 서로 연결을 시켜놓는 것이다. 연결시켜놓은 명함은 ‘LIVE 명함이라고 명명을 하고 실제 앱에 들어가면 ‘LIVE’로 표시가 되고 정보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된다. 명함이라는 것이 처음 명함을 받은 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하지 않으면 죽은 정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의미가 없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서로 연결된 사용자들끼리는 명함정보가 바뀌면 지속적으로 정보가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는 것이 리멤버의 핵심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두 번째 단계의연결을 고민하고 있다. 단순히 명함정보를 디지털화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첫째는 개개인이 프로필을 조금 더 보강할 수 있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회사에 대한 정보 자체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명함정보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면 이직이나 승진을 했다는 것을 서로 알 수 있게 된다. 그럼 그 사람과 조금 더 인터랙션이 일어날 수 있게 축하 메시지를 보낸다거나 연계된 선물이나 화환을 리멤버 안에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처음에는 단순 명함 정리 앱이었다면 앞으로는 서로 연결성도 생기고 인터랙션이 활발해지는 방식으로 고민 중이다.

 

최근 카카오택시와 제휴한 서비스가 그런 서비스의 일환인가?

 

변환된 명함정보에서 전화번호 누르면 전화나 문자, e메일을 보낼 수 있는 것처럼 주소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찾다가 카카오택시와의 제휴를 생각했다. 방식은 간단하다. 예를 들어 내가 오늘 받은 장재웅 기자 명함을 보고동아일보에 가야겠구나라고 하면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할 것 아닌가. 직접 운전을 하거나, 택시를 타거나. 운전을 하고 갈 때는 내비게이션으로 바로 연결을 할 수 있도록, 이 주소를 굳이 내비게이션에 타이핑하는 것보다 그냥 명함을 누르면 바로 내비게이션에 이 주소가 찍혀서 도착지로 설정돼 갈 수 있도록 이미 2014년 여름에 김기사랑 연결을 해놨고 지난해 말에 카카오택시랑 제휴를 한 것은 내가 받은 명함에 있는 주소로 가기 위해 카카오택시를 부를 때 그냥 리멤버 앱 안에서 카카오택시 호출하기만 하면 바로 목적지 입력이 찍혀서 호출이 되게 한 것이다.

 

리멤버의 최대 차별화 포인트는 수기입력 아닌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리멤버에 수작업으로 명함정보를 입력해주시는 분은 약 1000여 명 정도다. 대부분 20∼30대 여성들이고 재택근무를 한다. 이 부분이 사실 타 경쟁사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어찌 보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함부로 덥석 하겠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모델 아닌가. 일반적인 스타트업은 직원들이 월급만 덜 가져가도 버틸 수 있다. 초기에는 만약 우리가 리멤버를 통해 그리는 비전이 다 완성이 되면 굉장한 잠재력이 생길 수 있으니 그걸 위해 투자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이 사업 모델이 지속적으로 큰돈이 들어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초기에 명함을 수작업으로 입력하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앱을 사용하는 유저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코스트도 증가해 감당이 안 될 것이라고 걱정을 했다. 그런데 사실은 코스트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 이유는 사용자가 많아지고 리멤버에 등록된 명함이 많아질수록 이름이나 휴대폰 번호 등을 키 값으로 활용하면 중복 작업을 피할 수 있다. 예를 들면최재호라는 명함을 여러 사람에게 주게 되면 타이피스트가 최재호라는 이름과 휴대폰번호 등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기존에 등록한 명함정보로 바로 연결을 해준다. 그래서 유저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코스트는 줄어든다. 또 타이피스트가 수기로 입력하는 것 말고도 광학문자인식 방식(Optical Character Recognition)을 활용해 타이피스트가 입력한 정보와 실제 정보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코스트를 줄이고 있다. 이를 통해 오타율을 최근에는 1%대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입력 후 검수는 어떻게 하나?

 

따로 검수를 하는 프로세스가 있다. 일단 명함정보를 입력하는 타이피스트들을 채용한 후 사전 교육을 열심히 한다. 바로 실전에 투입시키지 않고 입력하는 가이드라인 같은 것이 있어서 연습문제 10문제를 만점을 받아야 실전에 투입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실제 입력 프로세스도 입력하는 일과 검수하는 일을 별도로 하고 월 단위로 정산이 되는 구조다. 장당 얼마인 형태로 정산이 된다. 초기 검수 작업을 할 때는 내부의 일정 인력을 두고 계속 샘플링을 해서 검수를 했다. 그래서 검수 오류를 내부적으로 계속 측정해서 일정 오류율보다 높은 사람은 걸러내기도 하고 스크리닝을 계속했다. 또 오타율이 적은 사람에겐 인센티브를 주기도 한다. 이건 내부 기밀이긴 한데 얼마 전부터 유저들이 사진을 찍어서 보내는 명함 사이사이에정답이 있는 명함을 끼워 넣었다. 타이피스트들은 모르지만 명함정보를 입력하다가 정답이 있는 명함에서 입력 오류를 범하면 자동으로 검수가 되게 해놨다. 그래서 일일이 확인을 하지 않아도 검수가 되도록 자동화시켜 놓고 있다.

 

타이피스트들이 입력하면 명함정보에 대한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타이핑하는 분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그들이 자신이 입력하는 명함정보를 다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왜냐하면 타이피스트들은 명함 한 장을 맡아서 입력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차적으로 오늘 어떤 사람이 비즈니스 미팅에서 받은 명함을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리멤버는 자동적으로 이 명함의 정보를 여러 개로 분리해 타이피스트들에게 보낸다. 내 명함을 예로 들면 내 이름최재호와 휴대폰 번호, e메일 등이 다 다른 타이피스트들에게 따로따로 전송된다. 그래서 한 명은 이름만 입력하고 다른 한 명은 휴대폰 번호만 입력하고, 또 다른 한 명은 e메일만 입력하는 식이다.

 

타이피스트들 입장에서 어느 유명 인사의 명함 정보를 받았다고 치면 아무래도 욕심이 날 수도 있지 않나. 실제 그런 분은 없지만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현재 리멤버를 주로 사용하는 연령대는?

 

아무래도 30∼40대가 제일 많고 그 다음이 50대다. 20대는 아주 많지는 않다. 사실 30∼40대가 주를 이루고 50대가 많이 쓰는 서비스는 거의 없다. 직장인들이 주 사용자 층이다보니 이런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직급으로 보면 팀장급 이상 비율이 월등히 높다. 반대로 사원급은 가장 적다. 비율로 보면 임원급이나 경영진이 굉장히 많이 쓰는 형태로 돼 있는데, 그 이유는 사람 만나는 일이 더 많아서 명함이 쌓여서 그런 것도 있고 명함의 중요성을 더 잘 알아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명함을 잘 관리하는 것이 어떤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이게 나의 자산이 돼서 결국은 나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고받기도 하는 그런 비즈니스의 중요한 시작포인트라고 느끼시는 분들이 팀장급 이상이라서 이런 분들의 사용률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명함을 관리해야 한다가 아니고 명함이 왜 중요하고, 왜 잘 관리를 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잘 설명함으로써 이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 사람들에게 어필을 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생각한다.

 

입력이 편리하긴 하지만 처음 사용할 때 지금까지 받았던 명함을 다 입력하는 게 쉽지 않아 사용에 엄두를 못 내는 사람도 있다. 그런 부분을 해결해주려는 아이디어 같은 게 있나.

 

명함이 수천 장 쌓여 있는 사람들에게 이를 다 사진을 찍어서 리멤버에 올리라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대량 명함 스캔 대행 서비스’다.

 

동의한다. 일하는 내내 받은 명함이 수천 장 쌓여 있는 사람들에게 이를 다 사진을 찍어서 리멤버에 올리라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대량 명함 스캔 대행 서비스. 입력해야 할 명함이 너무 많아 일일이 촬영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리멤버에 이 대행 서비스를 신청하면 명함을 택배로 전달받아 스캔 후 정보를 모두 수기로 입력해 리멤버 앱 데이터로 넣어주고 있다. 이 서비스는 유료인데도 호응이 좋다. 그런데 이 방식도 택배로 싸서 보내는 것이 번거롭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2014년 여름에 두 달 정도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도 해봤다. 일종의 직접 방문 수거 이벤트였다. 이때도 많이들 호응해주셨다. 최근에는 동료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택배를 보낼 때 혼자 보내면 힘들지만 팀에서 몇 명이 합쳐서 보내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팀원이 20명이라면 그 팀 막내 1명만 고생하면 나머지 19명이 편할 수 있다. 이렇게 합쳐서 보내면 할인도 제공하고 있다.

 

창업 초기 어려움이나 위기 같은 것은 없었나?

 

제일 힘들었던 점은 역시돈 문제였다. 2013 6월에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그 때 첫 번째 서비스인프로필미를 내놨는데 잘 안됐다. 프로필미는 아예 종이 명함 자체를 없애고자 했던 서비스였는데 종이 명함을 주고받는 행위는 중요하고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두 번째 서비스가 리멤버였다. 10월 말에 준비를 끝냈고 11월에 개발이 들어가면서 펀딩을 받으려고 노력했는데 역시 쉽지 않았다.

 

스타트업은 초기 펀딩이 상당히 중요하다. 창업할 때 가진 돈은 초반 코스트를 다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본금이 많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자본금은 바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펀딩을 받아야 하는데 남의 돈 받아내는 게 쉽지 않았다. 투자자들이 초기에 일단 수기 입력 시스템에 우려를 나타냈다. ‘코스트가 감당이 되느냐’ ‘사람들이 정말 이 앱을 좋아할 거 같으냐등등 많은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고 선뜻 투자를 하려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 서비스 시작 전에 투자자가 나오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사실 12월 말까지 버틸 돈밖에 남아 있지 않아서 이때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면 지금 이렇게 리멤버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원래 처음부터 사업에 뜻이 있었나.

 

그렇다. 카이스트 전자과를 나온 공돌이기는 하지만 4학년 때부터 졸업한 직후까지 2년 정도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했다. 그때 열심히 동대문에서 넥타이랑 와이셔츠 떼다가 팔았다.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동대문시장에 동아시장이라고 넥타이나 와이셔츠 도매시장이 있는데 여기서 넥타이, 와이셔츠 제일 많이 떼가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러다가 학생이 혼자 장사를 하고 마케팅을 하고 하는 것이 어설픈 면이 없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제대로 배워서 나중에 다시 사업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컨설팅회사에 들어가 6년 정도 다녔다. 그리고 나와서 차린 게 지금의 회사다.

 

창업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사실 돈이 많이 필요하긴 하다. 나 같은 경우는 원래 벌어놓은 돈 몇 천만 원에 대출 1억 원 정도로 자본금을 마련했다. 1억 원은 내가 연대보증 서 있는 기술보증기금 대출이었다. 회사로 받은 것이지만 내가 100% 연대보증을 섰다. 그러다보니 자본금으로 순수 내 돈이 몇 천만 원이 들어갔는데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12년 넣은 종신보험을 깼고, 청약통장 해지하고, 여기저기서 끌어왔다. 초기에는 덥석 펀딩을 해주는 투자자도 없고 나는 월급을 못 받아도 팀원들 월급은 줘야 하고 임대료도 내야 했다. 돈 줄어드는 걸 보는 게 정말 무섭더라. 그런 의미에서 보면 덥석 창업하는 건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꼭 창업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내가 풀고 싶은 문제가 있었고, 내가 생각하는 솔루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투자자들 20명이 그 비즈니스 모델이 승산이 없다고 하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나도 그랬다. ‘진짜 이게 안 되려나’ ‘투자자들은 매일 밥 먹고 사업성만 평가하는데 저 사람들이 안 된다고 하면 진짜 안 되려나이런 생각에 많이 흔들린다. 그래도 정말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군대 다시 가라고 하면 무섭지 않나. 이미 뻔히 아니까. 사업은 아무것도 몰라서 오히려 이겨냈던 것 아닌가 싶다. 오히려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은 초기에 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오히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다른 것을 찾아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목적이 돈이면 안 된다?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와야 하는 것 같다. 나 역시 동료들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면 좋은 서비스로 연결되고, 고객들이 행복해지고 만족을 느끼면 자연스럽게 돈도 벌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돈이 최우선이라면 다른 것들이 흔들릴 수 있다. 항상 사업에는 굴곡이 있는데 그 굴곡의 순간에 돈이 목적이면 흔들릴 수 있다. 지탱할 수 있는 구심점이 없으니까.

 

최근 다양한 곳에서 투자를 유치했는데.

 

벤처캐피털 업체만 해도 6개 정도가 투자했다. 95억 원 정도 펀딩을 받아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 10억 원의 초기 자금을 엔젤투자 등으로부터 받았고 시리즈 A 라운드 때 20억 원, 시리즈 B 라운드 때 65억 원을 받았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일단 링크트인이 구축하고 있는 비즈니스 SNS 영역은 서양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링크트인의 기업가치가 지금 거의 40조 원에 달한다. 미국 등 서구 시장만으로 40조 원 정도가 된다면 이들이 실패한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하면 충분히 조 단위 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투자자들도 배팅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리 회사는 당장 큰 수익을 올리겠다는 목표보다는 카카오가 갔던 길과 비슷한 길을 가려고 한다. 카카오도 처음에는 일단 지속적으로 사용자에게 더 많은 가치를 주고 더 많은 사용자가 이 앱을 사용하게끔 하는 데 주력을 하고 나서 다양하게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수익화에 성공했다.

 

우리도 일단 사용자들이 리멤버가 없으면 불편함을 느끼도록 사용자를 확장하며 사용자에게 편익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리멤버에 투자한 벤처캐피털 업체들도 당장의 수익보다는 리멤버를 활용해 더 좋은 가치를 제공하고 사용자들이 리멤버 없이 못살게 만들고 규모를 더 키우는 데 주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단 아직 큰 회사가 아니다보니 개발력이나 자원도 한계가 있고 이 제한된 자원을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현재 시점에서는 리멤버가 제공하는 가치를 더 고도화시키고, 더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각 단계별로 새로운 만족을 주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전체 볼륨을 키워나가는 것 등이 1차적인 목표다. 그렇다고 돈을 버는 데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테스트를 거쳐 수익모델을 실험해볼 것이다.

 

초기 공동 창업자는 몇 명인가. 사업이 커지면서 오는 문제들은 없나.

 

처음에 다섯 명이서 시작했다. 우리의 최종 목표가 비즈니스 SNS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다 보니 우리는 여전히 공동창업자(co-founder)를 찾고 있다고 생각한다. 큰 꿈을 이뤄내기 위해 아직 기둥들이 덜 세워졌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창업자를 찾는 중이다. 대신 제일 먼저 이 조직에 합류해 같이 일을 시작한 사람들은코스타터(co-starter)’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처음에 시작한 것은 맞지만 뒤에 들어온 또 다른 사람들이 없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고, 앞으로 이 꿈을 달성도 못할 거라고 확신한다. 때문에 아직까지 사업이 커지면서 으레 겪는 지분 문제나 의사결정권을 두고 나타나는 문제 등은 없다. 보통 20∼30명 때 그런 위기가 크게 온다고 하는데 우린 27명인데 문제없이 잘 굴러가고 있다.

 

향후 리멤버의 발전 방향은?

 

일단 종이 명함 관리를 열심히 하면서 이용자가 일정 수준(critical mass)을 넘어가면 온라인으로 명함 교환을 하는 방식으로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우선 카톡이나 문자로 명함을 보낼 수 있고, 받는 사람이 리멤버를 쓰고 있으면 바로 저장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다. 또 휴대전화 연락처에 저장돼 있는 지인들인데, 리멤버를 쓰고 있는 사람들을 검색해 지인들과 명함 교환을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최근에 시작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오프라인에서 쓸 수 있는 온라인 명함 교환방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명짜리 세미나가 있었다고 하면 세미나 주최자가 온라인 명함 교환방을 하나 개설하면 그 방에 어떤 초대코드로 입장한 사람들이교환버튼 하나만 눌러서 쉽게 서로 명함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또 장기적으로는 수백만 명이 우리 서비스를 쓰게 된다면 리멤버로 서로 연락처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국은 위챗이라는 SNS를 활용해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위챗 아이디만 교환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미국 등 서양에서는 링크트인이 그런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보수적인 아시아권에서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는 회의도 있었지만 중국의 위챗이 성공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이용자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이렇게 되면 리멤버가 비즈니스 SNS처럼 리멤버를 통해 비즈니스로 연결된 사람들끼리 서로의 소식을 수시로 업데이트할 수 있고, 또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도 만들 수 있으며, 비즈니스 정보도 리멤버를 통해 나눌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궁극적으로는 종이 명함을 주고받는 행위를 대체하려는 것인가?

 

그게 목표는 아니다. 물론 나중에는 그런 것도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한다. 일단 아무리 편리성을 높여도 명함을 사진을 찍는 것 자체가 귀찮은 일이지 않나. 어떤 모임을 가서 한 번에 20장의 명함을 받았다고 생각해보자. 20장을 다 찍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모두 리멤버를 쓰고 있다면 20명이 각각 20장을 찍게 된다. 그러면 그중에 일부는귀찮으니 하지 말자라고 포기하는 사람도 생긴다. 이런 부분의 불편을 해결하고 도와주려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궁극적으로 대다수의 사람이 우리 서비스를 쓴다면 종이 명함 없이 리멤버로 명함을 주고받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업이 어느 정도 괘도에 오르면 모방하는 기업도 나올 것 같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페이스북이나 여타 SNS가 발달해도 링크트인이 비즈니스 분야에 특화된 서비스로 성공했듯이 한국에서는 리멤버가 특화된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SNS에 도전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현재 카카오톡은 개인의 프로필 사진과 전화번호만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 확보한 비즈니스 관련 데이터를 쉽게 따라잡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빠르게 리멤버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것이 결국 생존의 관건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장재웅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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