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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짜기를 응용해 만든 금속활자처럼… 독창성의 모태는 모방과 생각의 힘

192호 (2016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산업화 사회를 지나 지식정보 사회가 도래하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크리에이터가 주목받고 있다. 크리에이터가 되려면 남들과 다른 창의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특히 모방을 통한 창조가 답이 될 수 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는 전형적인태양새형 크리에이터. 스타벅스는 이탈리아식에스프레소 바를 미국식으로 바꾼 것이다. 실효성 있는 아이디어를 알아보고 그것을 미국 시장에 접목한 것. 이렇듯 기존의 것을 다른 분야로 옮겨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를태양새형 크리에이터라고 한다. 구텐베르그의 금속활자 역시 목판 인쇄와 금속 세공 기술, 와인 프레스 기술을 적절히 조합해 인쇄라는 새로운 맥락에서 조합하면서 위대한 혁신을 이뤄낸 태양새형 혁신 사례다.

 

그동안 우리는 답이 정해진 사회에서 살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해법으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 과거에는 단 하나의 해답을 복제해서 표준화된 공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산업사회였지만 앞으로 펼쳐질 지식정보 사회에는 획일화된 답으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답을 창조해낼 수 있는 크리에이터(creator)가 돼야 한다.

 

크리에이터는 변화무쌍한 현대 경제에서 절대적인 성공의 방정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사람을 말한다. 이런 크리에이터들은 우등생과 같은 방식으로 1등을 차지하려고 아등바등하지 않는다. 대신유일한사람이 되려 한다.

 

어떤 필요성을 유일하게 알아본 사람, 기존 기술의 새로운 사용법을 유일하게 발견한 사람, 어떤 독창적인 해법을 유일하게 고안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생각의 힘, ‘생각도구이다.

 

에이미 윌킨슨은 <크리에이터 코드>에서 크리에이터를 위한 생각도구로빈틈을 찾는다, △앞만 보고 질주한다, △우다 루프로 비행한다, △현명하게 실패한다, △협력을 도모한다, △선의를 베푼다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 중 빈틈을 해결하는태양새형 생각도구를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세상에서 가장 창조적인 기업가들의 6가지 생각 도구

크리에이터 코드

에이미 윌킨슨 지음, 김고명 옮김, 비즈니스북스, 2015

 

사업을 전개하다 보면 많은 빈틈이 존재한다. 기술에도 빈틈이 있고, 수요에도 빈틈이 있다. 그런데 이 빈틈을 메우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이 한 분야에서 통하는 해법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기존의 해법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살짝 변형해서 적용하면 최선의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 기존의 개념을 응용해서 다른 지역, 다른 산업에 이식하고 낡은 아이디어를 쇄신하는 것.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의 탄생이다. 스타벅스의 CEO인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는 스타벅스를 구상하면서 이탈리아에서에스프레소 바라는 개념을 빌려왔다. 이탈리아로 출장을 갔을 때 슐츠는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을 인상 깊게 바라보며여럿이 마음 편히 어울리는 모습이 마치 가족 같아 보였다고 회상했다.

 

이런 모습은 유럽의 밀라노 같은 도시의 중요한 문화적 특성이었지만 당시 미국인들에게는 익숙지 않은 것이었다. 미국인들은 집 밖에서 커피를 마실 때 동네의 작은 식당을 주로 이용했다. 여기서 슐츠는3찻집 문화를 일굴 기회를 찾아냈다. 직장과 가정 사이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공장소로 카페를 만드는 것이다. 미국에는 아직 그런 곳이 없었기에 다른 데서 통하는 아이디어를 이식할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되진 않았다. 슐츠가 미국에서 에스프레소 바를 열겠다고 마음먹고 처음으로 차린 커피 전문점일 조르날레(Il Giornale)’는 이탈리아 카페의 분위기를 그대로 흉내낸 것이었다. 보타이를 맨 종업원과 오페라가 흘러나오는 배경음악까지 판박이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슐츠는 시애틀 사람들이 그런 분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는 기존의 개념을 살짝 변형해서 오페라 대신 재즈와 블루스를 틀고 손님들이 굳이 바에 서서 커피를 마시지 않도록 의자를 놓았다. 이렇게 재단장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슐츠가 편하게 커피를 홀짝이며 노트북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하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간파한 데 있었다.

 

이런 하워드 슐츠의 모습을 에이미 윌킨슨은태양새형 크리에이터라고 표현한다. 태양새는 아프리카, 아시아, 호주 일부 지역에 서식하는 작은 새를 말하는데, 벌새처럼 꽃의 꿀을 주로 먹고 산다. 그래서 이 봉오리 저 봉오리로 날아다니며 꽃가루를 옮긴다. 태양새형 크리에이터는 이처럼 기존의 것을 다른 분야로 옮겨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그래서 태양새형 크리에이터는 실효성 있는 아이디어를 알아보고 그것을 다른 데 접목할 방법을 궁리한다. 그 아이디어가 어떤 이유로, 어떤 식으로 효과를 발휘했는지 따져본 후 유사점이나 차이점을 살린다면 같은 효과를 발휘할지 생각해본다. 슐츠 같은 태양새형 크리에이터들에게는 이러한 계산이 몸에 배어 있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개념을 발견해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서 태양새형 크리에이터는 유추의 힘을 활용한다. 그런데 유추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표면적유추로 공통된 상품 디자인이나 상품 기능 같은 유사점을 밝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구조적유추로 근본적인 요소의 유사점을 밝히는 것이다.

 

하워드 슐츠가 유럽의 커피 문화를 관찰하고 그 풍습을 미국으로 가져올 때는 표면적 유추를 통해 유사점을 찾아서 적용한 것이다. 그런데 하워드 슐츠는 구조적 유추에서도 탁월한 성과사례를 만들어 낸다. 바로 인스턴트커피비아(VIA)’.

 

언젠가 생물학자 돈 발렌시아(Don Valencia)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냉동 건조한 농축물로 인스턴트커피를 한 잔 타서 슐츠에게 건넸다. 적혈구를 냉동 건조하는 기술을 개발한 발렌시아가 마침 그 기술을 커피에도 적용해본 것이었다. 이렇게 두 분야를 넘나드는 발견에 감탄하며 슐츠는 발렌시아를 스타벅스 연구개발 팀장으로 기용했다. 결과적으로 스타벅스의 비아는 개발 첫해에 미국의 프리미엄 일회용 커피 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커피콩을 가루로 만들면서도 풍미를 보전하는 기술은 본래 적혈구를 보전하기 위해 개발된 의학 기술에서 출발한 구조적 유추가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유추의 사례는 다양하다. 그중 <창조가 쉬워지는 모방의 힘>에서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을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등장하기 전에는 필사본이나 목판 인쇄로 책을 제작했다. 필사본의 경우 한 사람이 두 달 동안 쉼 없이 일해야 책 한 권을 만들 수 있었다. 그나마 목판 인쇄술은 필사본보다는 훨씬 발전된 형태였고, 책의 대량 생산을 가능케 했지만 목판을 만들다가 한 글자만 실수해도 판 전체를 다시 만들어야 했다. 책 대량 생산에는 구조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시기에 금속활자 기술은 책의 대량 생산을 가능케 해 지식의 대중화라는 혁명적 변화를 불러왔다. 금속활자는 개별 글자를 조합해 틀을 만들었기 때문에 목판 제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산성이 높았다. 또한 제작 작업 도중에 실수를 하더라도 목판처럼 다시 처음부터 작업을 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책의 보편화가 가져다준 변화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기계 한 대로 일주일에 책 500여 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되면서 지식의 축적과 보급이 순식간에 확산됐다. 특히 성직자들만 볼 수 있었던 성서가 대량 보급되면서 성서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논쟁이 이뤄졌다.

 

교황청에서 면죄부를 발행한 것도, 이에 반발하는 루터의 반박문도 모두 금속활자 기술 덕분에 많은 사람에게 전파됐다. 이와 같은 놀라운 전파력은 결국 종교개혁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위대한 금속활자 기술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당시 유럽 중세 사회는 목판 인쇄술 외에 주화 등을 만들기 위해 금속을 가공하는 기술도 발달해 있었다. 특히 구텐베르크의 아버지는 조폐국에서 일했으며 그도 금 세공인으로 일하면서 금속을 다루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구텐베르크가 목판 인쇄술의 문제점을 극복할 대안을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그와 그의 아버지의 주특기인 금속 세공 기술을 떠올렸을 가능성이 높다. 금속에 알파벳을 인쇄한 다음, 판에 끼워 넣는 방식을 택하면 중간에 글자가 틀려도 금방 수정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글자를 하나씩 파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이처럼 주화 생산 방식을 활자 생산에 모방한 것이 그의 첫 번째 성공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 다음으로 고민한 문제는 종이에 직접 잉크를 묻혀 책을 만드는 일이었을 것이다. 구텐베르크는 의외로 어렵지 않게 해답을 얻었다.

 

주변의 포도주 양조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와인 프레스(wine press, 포도즙 짜는 기계)가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이다.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포도를 압착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용했던 와인 프레스는 구텐베르크가 개발한 인쇄기(Gutenberg press)의 구조와 원리가 유사하다. 구텐베르크는 와인 프레스의 원리를 모방해 금속활자 기술을 완성할 수 있었다.

 

 

애당초 포도주 양조장에서 사용했던프레스(press)’라는 단어는 구텐베르크에 의해인쇄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발전했으며 현대사회에서는언론으로까지 그 의미가 확장됐다. 와인 프레스를 개발했던 사람은 그의 기술이 이렇게까지 진화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개발 사례를 모방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구텐베르크는 과거에 없던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이미 개발된 기술들의원리새로운 맥락에서 잘 조합하고 모방해 인쇄 효율을 대폭 향상시킨 기술을 개발해냈다. 그가 새로운 창의적 기술을 개발했다기보다 목판 인쇄와 금속 세공 기술, 와인 프레스 기술을 적절히 조합해 인쇄라는 새로운 맥락에서 위대한 혁신을 이뤄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일부 학자들은 구텐베르크에 대한 개인적 기록이나 사료가 부족한 것이 당시 그의 기술에 독창성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구텐베르크 역시 태양새형 크리에이터였다. 아이디어와 그 활용법에 구조적 유사점을 찾아낸 것이다. 농가에서 압착기를 이용해 포도주를 짜는 광경을 지켜보다가 똑같은 원리로 종이에 잉크를 찍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미국 시사 잡지 <라이프>가 지난 1000년간 인류에 영향력을 행사한 10대 사건 중 1위를 차지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견으로 이어진 것이다.

 

 

단순한 표절을 넘어서는 창조적 모방의 5가지 방법

창조가 쉬어지는 모방의 힘

김남국 지음, 위즈덤하우스, 2012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와 구텐베르크 사례를 통해 자신만의 답을 찾아내는 크리에이터의 원형을 살펴봤다. 이들은 기술과 시장의 빈틈을 채워 넣을 수 있는 기존의 비슷한 해법을 찾아 적용하는 생각 기법을 이용했다. 대담하고 예리한 탐구 정신을 바탕으로 생각과 감각을 가다듬어야 예상치 못한 발견의 순간이 찾아온다.

 

그러므로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면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은 바로 그냥 스쳐지나갔던 주위의 많은 것들에 질문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전과는 다른 방법과 해결책이 보일 것이다. 발명가 딘 카멘(Dean Kamen)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어떤 문제를 보면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왔는지 개의치 말고 전혀 다른 업계로 눈을 돌려 혹시 지금 이 문제에 적용하면 해법이 될 만한 기술이 있는지 찾아보자.”

 

 

나는 어떤가? 우리 조직과 시장의 빈틈을 명확히 파악하고, 호기심으로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는가?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성균관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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