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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신세계의 PEACOCK 신제품 개발 사례

대형마트에서 ‘가치’를 선언했다. 10년 머뭇대던 곳에 ‘맛의 신세계’가 열렸다

정지영 | 190호 (2015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이마트 프리미엄 PL브랜드 피코크는 출시 2년 만에 주부와 맛집 마니아들에게 사랑받는 식품 브랜드가 됐다. 성공요인은 다음과 같다.

이라는 업의 본원적 속성에 충실

가격이 아닌 가치를 지향

③ 식품이 아닌 문화를 창출

소비자와 사회 트렌드를 잘 읽다

⑤ 적극적인 협업

효과적인 브랜딩 전략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윤창민(단국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씨와 권세은(성신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직장인 김선영 씨(30)는 맛있는 식당에서 외식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외식할 때 가끔 난감한 경우가 있다. 1시간 줄 서서 기다린 후 맛집에 자리를 잡았는데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고 할 때다. “ 1인분은 안 되느냐고 따지고 싶지만 주변을 의식해 결국 1인분 주문이 가능한 메뉴를 고른다. 그는최근혼밥족(혼자 밥을 먹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혼자서 밥을 먹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이는데다 일부 음식은 최소 2인분 이상 주문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맛있는 음식을 혼자 줄 서서, 눈치 보며 먹곤 했던 김 씨의 고민이 최근 해소됐다. 바로 피코크(PEACOCK) 덕분이다. 이마트나 신세계백화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이 브랜드 제품 덕분에 맛난 음식을 먹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또 여럿이든, 혼자서든 음식들을 쉽고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어 편리성도 더욱 높아졌다.

 

피코크는 간편가정식을 중심으로 한 이마트의 자체 식품 브랜드(PL)1 .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푸드를 비롯한 우수 중소협력업체와 함께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만들었다. 보통 PL이나 PB라고 하면 싼 가격에 초점을 맞추기 쉽지만 피코크는 아니다. 프리미엄 PL 브랜드라는 영역을 만들었다. 가격 경쟁 대신 유명 호텔 출신 셰프와 전문 요리사들을 대폭 투입해 맛을 강조했다. 자체적으로 여러 가지 음식을 연구해 내놓지만 국내 유명 맛집과도 제휴한다. 가격이 비싸다는 약점을 맛으로 극복했다. 피코크는 출시 2년 만에 주부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모으며 대세 브랜드로 떠올랐다. 2013년 처음 선보인 피코크의 매출액은 엄청난 속도로 늘고 있다. 1∼10월 피코크 매출은 68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이상 증가했다. 간편가정식 매출 중에서 피코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3 4.7%에서 올해 13%대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 3분기까지만 놓고 봐도 피코크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이마트 전체 매출의 30%를 넘어섰다. 이전에는 싼 상품을 찾아 여러 마트를 전전하던 주부들도 이제는 피코크를 사기 위해 이마트로 간다. ‘고객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지키기 위해 철저히 노력한다는 이마트와 신세계의 노력이 통한 것이다. 브랜드가 출시된 지 3년이 안 됐지만 피코크는 ‘2015 브랜드 고객 만족도간편가정식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피코크의 성공전략을 DBR이 분석했다.

 

한국에는 왜홀푸드마켓이 없나

 

2000년대 중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직원들을 불러 회의를 했다. 정 부회장은한국에서도 미국의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과 같은 것을 만들어 보자라고 주문했다. 미국에는 홀푸드마켓, 트레이더조 등 유명 마켓에서 자체 브랜드들을 내놓고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는데 국내에는 그런 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에서 나온 제안이었다. 식품 브랜드와 메뉴의 다양성이 떨어진 탓에 소비자들은 몇 개의 맛밖에 경험할 수 없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정 부회장은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와 니즈를 반영할 수 있는 브랜드의 필요성을 적극 강조했다. 이후 이마트는 자체적으로 PL 브랜드를 성공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자체 제품 종류를 늘리고, 프로모션도 하고, 식품 진열과 디자인에도 변화를 줬다. 이것저것 열심히 시도했다. 그런데도 10년 동안 매출이 고만고만했다.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PL 브랜드 비즈니스의 변곡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브랜드, 기존 제품에서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아예 처음부터,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2009, 김일환 피코크 담당(당시 HMR 팀장) 등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마트는 기존에 자사가 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모두 지우고 완전히 새롭게 하기로 했다. 시장조사부터 다시 했다. 김 담당과 팀원들은 벤치마킹을 위해 세계 방방곡곡의 PL 업체들을 방문했다. 미국, 일본,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 안 가본 PL 업체들이 없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분명하게 보이지 않았는데 계속해서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다 보니 서서히 국내와 외국 PL 브랜드의 차이점이 보였다.

 

당시만 해도 PL 브랜드의 가장 큰 포인트는 가격이었다. “가격이 싸야 한다는 것이 PL 브랜드의 확립된 성공 방정식처럼 여겨졌다. 이 외의 추가적인 가치들은 모두 가장 싼 가격 위에 더해지는 부가적인 것들로 인식됐다. 그런데 김 담당이 막상 전 세계를 돌아다녀보니 이게 아니었다. 가격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품과 서비스의 본원적 가치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의류의 가치는 트렌드나 소재에서 나온다. IT의 가치는 기술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식품은? 맛에서 가치가 나온다. 많은 PL 업체들은 가격이 아니라 본연의 가치에 주안점을 두고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다. 김 담당은당연한 사실이지만 직접 경험하면서 맛의 가치와 중요성을 뼛속 깊이 각인시킬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일환 피코크 담당은피코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라고 강조하고피코크를 통해 사람들이 다양한 맛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충격을 받았던 곳은 영국의 막스앤스펜서(Marks & Spencer)였다. 그곳의 간편가정식은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 예술로까지 여겨질 정도였다. 맛이 좋았던 것은 물론이고 디자인부터 상품체계까지, 모든 과정이 국내에서 미처 보지 못한 것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제품 디자인이었다. 상품의 맛을 보기 전에 디자인으로 이미 고객을 사로잡고 있었다. 이 식품의 맛은 무엇이고, 이 식품은 어떻게 조리하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디자인이었다. 국내 다른 식품들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 디자인이 완전한 하나의 전략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었다. 훌륭한 디자인은 그 자체로 엄청나게 많은 말들을 하고 있었다. 간편가정식은 막스앤스펜서 매장의 가장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소비자들은 쉴 새 없이 이를 쇼핑 바구니에 담았다. 그때 받은 문화적 충격이 엄청났다.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곳은 파리에 있는 피카드라는 냉동식품 전문 유통업체였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냉동식품은 굉장히 차갑고 건조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데 피카드는 이 단순한 개념의 냉동식품을 가지고 유럽 전역에 500여 개의 전문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품질이 떨어지는 싼 가격의 단순 식품이 아니라 한 끼 식사로도 훌륭한 메뉴들이 많았다. 냉동식품을 요리하거나 조리했을 때 복원력도 상당했다. 가격도 싸지 않았다. 원화로 따지면 대부분 1만 원이 넘었다. 실제로 먹어봤더니 맛도 있었다. 거의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는 냉동식품에 대한 인식을 뒤집는 것이었다. 여기서 또 한번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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