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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 DBR Case Study: 150일간의 시내면세점 대전(大戰)

면세점에 등장한 ‘진지전+기동전’ HDC신라·한화, 판 흔들며 ‘프레임’ 잡다

고승연 | 186호 (2015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015 710, 연초부터 시작된 ‘2015 1차 면세점 대전이 끝났다. 현대산업개발과 신라의 합작법인 HDC신라, 그리고 한화갤러리아가 각각 용산아이파크몰과 63빌딩을 중심으로 한 입지와 개발전략을 제시하면서 전쟁의 승자가 됐다. 글로벌 수주제안전략 전문 컨설팅 업체 쉬플리 코리아에 따르면 일반적인 B2B사업과 달리 면세점처럼 B2B2C로 이어지는 사업은비전 제시확실한 운영 솔루션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는 바로 이 지점에서 성공했다. 핵심 성공 요인은 다음과 같다.

1) 고객의 숨은 니즈를 발견해 먼저 의제를 설정했다.

- ‘실패한 개발지역의 부활이라는 욕구를 자극하고 충족시켰다.

- 새로운 기업과 합작하고 새로운 입지를 제시해식상함신선함으로 바꿨다.

2) 진지전과 기동전을 적절히 활용했다.

- 매스미디어 전략, 이슈전쟁을 통해 유리한 여론을 조성했다.

- 적절한 시점마다공식행사오너의 등장을 통해 실제 전장에서 싸움을 주도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예림(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씨와 이민정(중앙대 경영학부 4학년) , 윤창민(단국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2015 710일 오후 3, 면세점을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에게 모 일간지 기자로부터 다급하게 전화가 걸려왔다. 발표결과가 5시에 나오는데 마감시간 때문에 미리 선정 소감을 받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그 면세점 업체는 이번 추가 시내 면세점 운영 업체로 선정되지 못했다. 불과 2시간 전에도누가 될지기자들조차 알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의미다. 같은 날 오후 5, 영종도 인천공항 세관에서 서울지역 3곳과 제주지역 1곳의 신규 면세점에 대한 특허 심사 결과가 나왔다. 대기업 중에서는 범현대가의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손잡은 이부진 호텔신라의 HDC신라와 63빌딩과 여의도 권역 활용을 내세운 한화가 사업권을 거머쥐었다. ‘중소기업 몫으로는 하나투어 컨소시엄인 SM면세점이 승자가 됐다. 대한민국 유수 유통기업은 전부 다 뛰어들었다고 하는 이른바면세점 대전(大戰)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DBR면세사업권 수주전쟁이 주는 경영학적 교훈을 집중 분석했다.

 

전쟁의 서막

 

2014년 말, 대한민국 유통업계 전체가 술렁였다. 오랜 시간 롯데와 신라가 양분하고 있던 한국 면세점 시장에시내 신규 면세점 허가가 날 것이라는 소문이 기정사실화됐기 때문. 온라인 마켓과 소셜커머스 확산에다 장기간의 불경기로 기존오프라인 스토어중심의 유통기업들은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런 유통기업들에시내 면세점 사업은 눈에 보이는 분명한 해법 중 하나였다.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에 서울 광화문과 명동 등 중심지에 들어선 시내 면세점은 세계 최초의브랜드별 매장 구색으로 오랜 시간 일본인 관광객, 그리고 현재는 주로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공을 세웠고, 면세점 사업은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관세청 자료를 살펴보면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2010 45000억 원 규모에서 2014 11월 말 기준 75000억 원(유통업계 추산 8조 원 이상)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 중 시내 면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시 같은 201411월 말 기준으로 49000억 원에 육박했던 것으로 추산되고(그림 1), 롯데백화점 소공동점의 면세점 2개 층 매출은 약 2조 원으로 전체 시내 면세점의 절반에 육박했다. 중국인 관광객은 중국 경제의 대내외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늘어 2014년 방한한 중국인이 2013년보다 41% 증가한 612만 명(전체 외래 관광객의 43% 가까운 비중)이었고, 2015년에는 메르스 여파에도 불구하고 7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15년 만에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특허(대기업 2, 중소기업 1)를 내주기로 결정한다는 게 기정사실화되니 업계에는 전운이 감돌 수밖에 없었다.

 

2015 118, 관세청은 서울 지역에 3, 제주 지역에 1개의 시내 면세점을 추가 설치한다는 계획을 마침내 공식발표했다.1  22일 정식으로추가 설치 공고가 이뤄졌고 약 일주일 뒤인 현대백화점이 입찰 참여를 선언하면서 전쟁은 시작된다. 쉐라톤워커힐호텔과 호텔 내 면세점을 운영하는 SK네트웍스가 325일 선전포고를 했고 신세계도 일찌감치 참전를 선언했다. 비교적 조용하던 기존 사업자 신라는 47현대산업개발과 공동법인을 설립해용산 아이파크몰입점을 목표로 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정부(관세청에서)에서 RFP(Request for Proposal·제안요청서)를 내고 특허 심사표와 평가 배점 기준을 공개한 바로 그 시점이다.이어 롯데면세점과 이랜드면세점까지 각각 입지를 선정하고수주전쟁에 뛰어든다. 한편 중소·중견기업군에서는 세종호텔의 세종면세점, 유진기업의 유진 DFC, 청하고려인삼, 신홍선건설(제일평화컨소시엄), 파라다이스, 그랜드동대문DF(중원산업), 동대문DF(한국패션협회), SM면세점(하나투어컨소시엄) 14개 업체가 경쟁했다.

 

개전(開戰), 그리고 전개

 

1. 기습: ‘HDC신라의 탄생

면세점 사업권을 둘러싼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사건은 현대산업개발과 신라의 합작이다. 다른 기업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종의기습이었다. ‘HDC신라 면세점은 현대산업개발과 계열사 현대아이파크몰이 각각 25%, 호텔신라가 50%의 지분을 출자해 200억 원을 초기 자본금으로 시작해 1차 년도에만 총 35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조용하던 기업들의 대결양상은 이로 인해 격화되기 시작했다. 이 합작 발표로 인해면세점 대전의 판이 흔들린다.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로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정부(관세청)도 더욱공정성투명성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전통적인 한국의 라이벌 재벌 2세들의 손을 맞잡은 장면은 그 자체로 뉴스거리가 됐다. 보는 눈이 많아졌고, 이 과정에서 HDC신라는 단숨에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

 

합작을 했다는 사실만큼이나 사람들을 놀라게 한 건 입지였다.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명동과 동대문을 위주로 고민하고 있을 때 현대산업개발과의 합작을 통해 신라는용산 아이파크몰을 중심으로 한 용산 역세권을 입지로 제시했다. 약 두 달 뒤에 열린 합작법인 출범식 역시 해당 장소에서 이뤄지면서 많은 이들의 뇌리에는 ‘HDC 신라=용산 부활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다.당시 HDC신라의 발표내용을 보면 세계 최대의 도심형 면세점 ‘DF랜드를 콘셉트로 해서 총 65000제곱미터의 면적을 면세점 사업에 활용해 일종의동북아 거점형 면세점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전체 면적 중 27400제곱미터는 400여 개의 브랜드가 들어서는 국내 최대 면세점을 만들고, 나머지

37600제곱미터에는 한류 공연장, 한류 관광홍보관, 관광식당, 교통 인프라와 주차장 등의 연계시설을 조성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2. 전투: ‘입지의 정당성을 확보하라

HDC신라의 기습으로면세점 대전의 양상은 격화되기 시작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적극 반격에 나섰다. 면세점 사업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HDC신라의색다른 입지 전략의 제시로 인해입지는 이번 면세점 대전의 최대 화두가 됐다. 일종의프레임 선점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당연히 이는 HDC신라가 원했던 그림이었다.

 

신세계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기존 명동 상권을 활용하는신세계 본점 활용 전략을 내세우고 있었으나 HDC신라의용산 상권 부활이 이슈가 되자 곧 이어남대문 상권 부활이라는 화두를 내세우며 대응했다. 신세계는 당시신세계 본점이 명동과 남대문 시장을 잇는 가교 입지에 해당 한다현 신세계백화점 명품관에 면세점이 들어서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더욱 다양한 쇼핑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면세점 영업 활성화를 위해 명동과 면세점, 남대문시장과 남산을 도보로 돌아보는관광 둘레길을 만들고 신세계 계열 쇼핑/숙박시설을 적극 활용해 전통시장인 남대문시장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SK네트웍스는동대문에 면세점을 내겠다고 발표했는데, 서울시 동대문 패션문화관광지구 개발계획과 연계해 관객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공연장 및 문화시설을 건립하는 문화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옛 동대문 영광의 상징거평프레야(현 케레스타)와 재래시장, 기타 복합쇼핑몰, 그리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하나의 상권으로 묶어 현재 JW메리어트호텔 개장으로 늘고 있는 관광객들이 동대문에서만 하루 이상 즐겁게 돌아다니며 쇼핑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겠다는 아이디어도 구체화해 내놓았다.

 

비교적 늦은 522일에 입찰 참여를 선언한 롯데는동대문 피트인을 후보지로 내세웠고, 중소면세사업자인 중원면세점과 함께 지상/지하 총 11개 층에 복합 면세타운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중소 면세점 사업자와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어 주목을 끌었다.

 

현대백화점은 강남 삼성동 무역센터점에 면세점을 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강북 지역에 시내 면세점이 몰려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역으로 강남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이는 꽤나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었고 이런 이유로 몇몇 전문가들은 현대백화점의 수주(사업권 획득) 가능성을 높게 보기도 했다. 또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주주사로 참여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상생이라는 화두에도 적극 응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랜드는 ‘홍대상권’을 공략하겠다는 입지 전략을 발표했다. 이랜드는최근 홍대입구에 구매력 높은 개별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지만 면세점이 없어 불편을 겪고 있다서교자이갤러리 부지에 이랜드 면세점을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또한 자신들이 중국에서 성공한 만큼 중국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화갤러리아는 HDC신라가 주도한입지 이슈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였다. 이미색다른 입지가 화두가 된 만큼 한때 서울의 상징과도 같았던 ‘63빌딩의 활용과 IFC의 각종 몰, 금융과 정치의 중심지를 탐방할 수 있고, 한강 유람선 선착장도 가까워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좋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한 인천공항에서든, 김포공항에서든 서울로 들어섰을 때 가장 처음 나타나는 상징적 건물을 활용하고, 출국 전에도 역시공항 가는 길의 즐거운 쇼핑 경험을 제안함으로써 다른 기업들과는 차별화된 입지 전략을 내세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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