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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hinking - 바디프랜드 디자인연구소 서진희 차장

렌털+홈쇼핑+디자인… 그리고 Storytelling, ‘안마의자’가 바뀌자 일제·중국산 벽을 넘었다

최한나 | 185호 (2015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바디프랜드는 2009년 처음으로 현금 1억 원을 확보했을 때 과감하게 전액을 디자인에 투자한 이래 지금까지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안마의자가 쓰이는 시간보다 가만히 놓여 있는 시간이 길다는 점을 간파하고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철학을 세웠다. 이후 다른 가구들과의 조화 및 집안 분위기와의 어울림을 추구하는 한편 각 모델마다 고유의 모티브를 설정해 스토리텔링에 힘써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현장 분위기를 관찰하기 위해 디자이너들이 배송기사를 따라다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예림(이화여대 국문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헬스케어업체 바디프랜드가 설립된 것은 지난 2007년이다. 당시 국내 안마의자 시장은 1000만 원을 호가하는 일본산 제품과 100∼200만 원 정도의 중국산 제품들이 양분해 차지하고 있었다. 이 같은 시장에 바디프랜드가 뛰어들었을 때 이미 포화된 시장에 뒤늦게 뛰어드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최소한의 기능만 갖추고 아예 저가로 들어가든지, 화려한 기능과 질 좋은 가죽 등으로 무장하고 고가로 책정해 일본산 제품과 제대로 겨루지 않으면 승산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출격한 바디프랜드는 시장의 우려가 무색하게도 2010년 이후 거의 매년 매출을 2배씩 키우며 고속 성장했다. 창립 첫해 매출은 27억 원에 불과했으나 작년 매출은 1500억 원에 육박했고, 올해는 목표치인 2700억 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은 국내 안마의자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지배적 사업자다.

 

바디프랜드가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원인은 우수한 기능과 디자인을 지향하면서도 가격대를 낮춰 수요를 촉진했던 데 있다. 일본산 및 중국산과 견줄 때 양쪽 모두에 비해 상대적 강점이 분명했다는 의미다. 바디프랜드가 진입한 이후 국내 안마의자 시장은 약 200억 원에서 3500억 원 규모로 확대되며 10년이 채 안 되는 사이에 시장 자체가 급성장했다. 바디프랜드가 아예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러 요인 중에도 크게 세 가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첫째, 렌털 시스템의 도입이다. 집에 하나 두고 있으면 편할 것 같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전액을 한꺼번에 지불하고 구입하기에는 비싸게 느껴지는 안마의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바디프랜드는 국내 최초로 매달 5∼15만 원 정도만 내면 안마의자를 빌려 쓸 수 있는 제도를 선보였다. 현재 바디프랜드 고객의 80% 이상이 렌털 방식을 통해 안마의자를 사용하고 있다.

 

둘째, 홈쇼핑으로의 진출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홈쇼핑에서 안마의자를 판매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바디프랜드는 홈쇼핑업체를 설득해 국내 최초로 홈쇼핑방송을 통해 안마의자를 판매했다. 나이 든 중장년층부터 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은 물론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고군분투하는 수험생까지 홈쇼핑을 통해 안마의자를 접하고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지갑을 열었다. 홈쇼핑을 통한 판매는 렌털 시스템과 조화를 이루며 비싸게만 느껴졌던 안마의자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허물었다.

 

셋째, 디자인에 대한 과감한 투자다. 2009년 회사 장부에 처음으로 현금 1억 원이 찍혔을 때 만사 제치고 이를 모두 털어 유수의 디자인 컨설팅업체에 의뢰해 컨설팅을 받았다는 일화는 아직도 업계에 회자된다. 회사 규모가 커지고 매출이 1000억 원대를 넘어가면서 곧바로 디자인연구소를 세워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현재 전 직원의 10% 정도가 디자인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이렇게 투자한 결과, 투박하고 크며 둔하면서 검은색 일변도였던 안마의자가 세련되고 날렵하며 다양한 색상을 갖춘 형태로 거듭났고 덕분에 바디프랜드 매출 증가에도 속도가 붙었다.

 

최근 바디프랜드는 외관 디자인뿐만 아니라 UI UX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사용자경험과 애플리케이션 시스템과의 연동 등으로 연구 분야를 넓히며 고객층을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바디프랜드 디자인연구소의 서진희 차장을 만나 이 회사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들었다.

 

 

 

 

안마의자는 기능적 역할이 강해서 디자인이 개입할 여지가 적을 것 같은데 주로 어떤 점에 초점을 두고 제품의 질적 향상을 고민하는가.

 

단순히 외형적인 면에만 초점을 둔다면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안마의자는 쓰이는 시간보다 가만히 놓여 있는 시간이 훨씬 길다. 안마를 받기 위해 앉아 있는 시간이 하루에 1시간 정도라면 나머지 23시간은 아무런 가치 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덩치 크고 못난 기계 덩어리에 불과하다. 그래서 디자인이 더욱 중요하다. 안마의자가 그 자체로 아름답다면 가만히 있는 시간에도 충분히 가치를 지닐 수 있지 않을까.

 

둘째, 안마의자는 오랜 기간 연세 지긋한 분들이 여기저기 아프고 쑤실 때 사용하는 의료기기 또는 전자제품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우리는 안마의자를가구로 다시 정의했다. 사용하지 않을 때 접거나 정리해서 별도로 분리할 수 없고, 일정 공간을 항상 차지하고 있어야 하며, 따라서 다른 가구들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런 점에서 안마의자의 디자인은 갈수록 중요해지는 추세다.

 

디자인하는 입장에서는 좀 더 특별하게, 독창적으로 만들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느낀다. 화려한 무늬나 눈에 띄는 색상을 사용하고 싶기도 하다. 실제로 신입 디자이너들이 들어오면 의욕이 넘쳐서 이것저것 혁신적인 도안들을 많이 들고 온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가구들과의 조화 및 전체적인 실내 분위기다. 아무리 우수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이라도 놓여 있는 환경과 어우러지지 않으면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디자인이 외형적 디자인보다 훨씬 넓은 영역을 커버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연구소만 해도 산업디자인, 제품디자인을 공부한 친구들 말고도 인테리어디자인, 공간디자인, 소프트웨어디자인, 웹디자인, UX/UI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에 뿌리를 둔 사람들이 고루 모여 있다. 즉 제품 자체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그것이 속한 공간과 그것이 제공하는 경험, 그것을 경험할 때의 이미지와 사용가치 등이 모두 디자인의 영역인 시대다. 제품의 기획부터 제작, 평가 및 피드백을 수렴해 반영하는 과정까지 디자인이 개입하지 않는 영역이 없다.

 

우리의 경우 새로운 모델을 기획할 때 모두 모여 난상토론을 벌인다. 각자의 입장과 시각에서 지향하는 바가 다르고 구현하고 싶은 바가 다르기 때문에 상당히 긴 시간을 투자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다. 그렇게 모인 합의사항들을 모델마다 적용해 각각의 스토리로 빚어나간다.

 

 

모델 중팬텀은 비행기 일등석에서, ‘렉스엘’은 스포츠카 람보르기니에서 모티브를 따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핏 안마의자와 별로 상관이 없는 대상들 같은데….

 

우리가 디자인하는 것은 안마의자지만 안마의자를 디자인하기 위해서 안마의자를 리서치하지는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다른 업체 의자를 봐봐야 별로 얻을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그것이 놓인공간을 디자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마의자를 떼어놓고 보면 하나의 제품에 지나지 않을 수 있겠으나 앵글을 넓히고 본질을 파고들어 생각해보면 이것은공간이다. 안마의자가 놓인 공간, 안마의자를 둘러싼 공간, 안마의자가 차지하는 공간, 즉 엄밀히 말해 우리는 공간을 디자인한다.

 

안마를 받는 동안 사람들은 움직일 수 없다. 안마의자에 매여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고 할 수 있는 일들이 제한된다. 이런 공간이 어디일까, 어떤 공간에서 우리가 안마의자에 매여 있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할까. 그래서 찾아낸 공간이 비행기 안, 혹은 자동차 안이었다. 비행기나 자동차를 타고 있을 때 우리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다. 할 수 있는 일도 제한된다. 비행기 일등석, 또는 스포츠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것은 어느 특정 비행기 일등석의 모양새나 스포츠카의 외적 형태를 따왔다는 의미보다는 비행기 안에서 가장 편한 공간이 어디일까, 일등석이 아닐까, 일등석에서 사람들은 어떤 것들을 누리고 취할 수 있을까, 이 공간은 어째서 다른 곳보다 좀 더 편안할까 등을 고민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일등석을 연구해보니 이 자리는 다른 좌석에 비해 훨씬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도록 설계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반석에서는 모르는 사람과 바로 옆자리에 앉아 밥도 먹어야 하고 잠도 자야 한다. 완전히 개방된 공간이다. 반면 일등석은 다른 사람과의 거리가 넓은 것은 물론 자리에 앉았을 때 몸이 완전히 푹 감싸지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안에서 뭘 하든 조금 더 안정적이면서 감춰지는 느낌이 든다. 모자의 챙처럼 머리 위쪽으로 구부러진 부분이 있어 시야각도 보호된다. 팬텀을 만들 때는 이런 느낌이 구현되도록 착석감과 시선 보호, 안락함 등에 신경을 많이 썼다.

 

람보르기니를 모티브로 삼은 렉스엘에서도 전반적으로는 그 스포츠카가 가진 이미지, 사람들이 해당 스포츠카를 보고 떠올리는 느낌 등을 많이 참고했다. 외형적인 면에서는 슈퍼카처럼 라인을 빼려고 노력했다. 옆 라인을 얇게 빼서 날렵하면서도 흐르는 듯한 느낌을 강조했고 고급 음향을 구사하기 위해 스피커 품질에도 신경을 썼다. 그리고 스포츠카에 앉은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시트의 마감과 질감에 포인트를 줬다.

 

우리가 A라는 제품을 만든다고 해서 A가 속한 제품군만 관찰하면 결코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없다. 그보다는 그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니는 제3의 어떤 것이 훨씬 좋은 영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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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연혁

 

 

 

 

2005. 3. 시장조사, 제품개발 등 사업화 착수

2006. 3. 중국 제조업체와 제휴를 맺고 생산 및 판매 기획

2007. 3. 회사 설립

2009. 11. 연구소 설립

2010. 4. 홈쇼핑에서 렌털 상품 첫 론칭

2010. 12. 188억 원 매출 달성

2011. 12. 340억 원 매출 달성, 판매 4만 대 돌파

2012. 7. 벤처투자회사로부터 50억 원 유치

2012. 12. 650억 원 매출 달성

2015. 7. 세계 3대 디자인어워드인 레드닷에서 본상 수상

 

 

 

 

 

집안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디자인을 고안하려면 가구의 트렌드라든지, 아파트 내부 구조 변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추세 등도 조사해야 할 것 같다. 사회적인 변화나 트렌드 등은 어떻게 관찰하는가.

 

기본적으로는 연구소에서 여러 가지 항목들을 조사하고 분석한다. 이는 다른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러 가지 변화의 흐름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 모니터링한다. 그 외에 우리 회사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다면 디자이너들이 안마의자를 배송하거나AS하는 현장을 직접 방문한다는 것이다.

 

신규 고객이 생겼다고 하자. 배송기사들이 의자를 운반하고 설치하기 위해 고객과 약속시간을 정하고 해당 가정을 방문할 것이다. 이때 디자이너들이 돌아가면서 배송기사와 동행한다. 안마의자를 주문한 고객의 집이 어떤 구조를 갖고 있는지, 의자가 어느 자리에 어떤 모습으로 설치되는지, 안마의자가 자리 잡았을 때 집안 분위기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아파트나 주택 등 주거 형태에 따라 달라지는 점은 없는지, 주로 사용하는 사람은 누구며 그에 따라 달라지는 취향은 없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온다. 현장에서 배우는 점은 생각보다 많다. 어떤 페이퍼도 현장을 대신할 수는 없다.

 

실제로 이런 과정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도 많다. 예를 들면 이제까지 안마의자는 작동하기 시작하면 일단 등받이가 뒤쪽으로 젖혀지기 때문에 안마의자를 설치할 때 항상 의자 뒷부분에 여유 공간이 일정 크기 이상 필요했다. 이 때문에 안마의자 자체의 크기보다 30∼50㎝ 정도 더 넓게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 평소에는 전혀 사용되지 않는, 죽은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디자이너가 배송기사를 따라다니며 관찰한 결과 이런 점을 캐치했고 이를 개선할 방법이 없는지 고민했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안마의자를 작동시켰을 때 의자가 제자리에서 바로 눕지 않고 앞으로 살짝 나온 후 뒤로 젖혀지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의자 뒷부분에 여유 공간을 둘 필요가 없다. 기술적으로 많이 어려운 사항이 아니므로 쉽게 반영할 수 있었지만 현장에서 파악하지 않았다면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내부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고, 고객들의 반응도 좋았다.

 

단순히 디자인이 예쁘다고 해서 안마의자 구입을 결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합리적이면서 소비에 자기 주관이 뚜렷한 젊은 세대는 더욱 그렇다.

여러 가지를 시도해봤지만 이들을 사로잡는 것은 결국 스토리였다.

 

현재 타깃을 30∼40대 젊은 층으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디자인적으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사업 초기에는 우리도 중년 탤런트를 모델로 써서 50∼60대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전략을 썼다. 그러나 지금은 30∼40대를 core target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실제 구매하는 고객 중에도 30∼4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이 주력 구매층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초기만 해도 자신이 직접 사용하기보다는 부모님께 선물하기 위한 용도가 많았다. 지금은 그들 스스로 워낙 피곤하기 때문에 자신을 위한 선물 개념으로 접근한다. 특히 최근 2∼3년 사이에는 20대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12년과 비교했을 때 2015년 상반기 20대 구매 비중이 70% 가까이 늘었을 정도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회사 전체적인 전략을 보완하고 수정해가며 다시 수립하고 있다. 30∼40대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다방면으로 세우고 실행하는 중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안마의자의 이미지 개선을 꼽을 수 있다. ‘안마의자하면 떠오르는 육중하고 둔한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많이 노력한다는 의미다. 유선형을 살려서 날렵하게 보이도록 한다든지, 하드웨어 역할을 하는 메인보드 박스 쪽으로 시선이 가지 않도록 아래-위쪽 색상이나 재질에 차이를 둔다든지, 아래쪽으로 시선이 가면 무거운 느낌을 받으므로 아래쪽이 아닌 위쪽으로 시선이 갈 수 있도록 형태를 다듬는 등이다.

 

그런데 단순히 디자인이 예쁘다고 해서 안마의자 구입을 결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합리적이면서 소비에 자기 주관이 뚜렷한 젊은 세대는 더욱 그렇다. 여러 가지를 시도해봤지만 이들을 사로잡는 것은 결국 스토리였다. 이제까지의 구매 고객들을 분석해보면 이 제품이 갖고 있는 스토리가 내가 추구하는 어떤 지향점에 부합하는가, 아닌가에 따라 지갑이 열리느냐, 아니냐가 결정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앞서 얘기가 잠깐 나온 것처럼팬텀-비행기 일등석’ ‘렉스엘-람보르기니등 모델마다 모티브 대상을 정해 그 이미지에 맞는 제품으로 구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 모델이나 저 모델이 크게 다르지 않고 비슷해 보일 수 있겠지만 모델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스토리가 담겨 있고 표방하는 이미지가 다 다르다. 올해 신제품으로 나온 렉스엘을 예로 들어보자. 이 제품은 처음 기획할 때부터디자인을 최우선으로 추진했던 제품이다. ‘이러저러한 기능을 담자가 아니라람보르기니가 가진 이미지, 즉 일종의 로망처럼 하나 꼭 갖고 싶지만 비싸서 쉽게 구입할 수는 없는 이미지를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정해놓고 이를 구현하는 데 디자인적 테크닉을 총동원했다. 유선형을 최대한 살려 스포츠카 특유의 날렵함과 세련됨을 끌어올리려고 했고, 앞서 설명한 여러 장치들을 활용해 무거워 보이지 않도록 하려고 애썼다.

 

 

커피 전문점디초콜릿과 협약을 맺고 일부 커피 매장에 안마의자 인기 모델을 설치하는 것도 브랜딩이자 스토리텔링이다.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매장에 안마의자를 노출시켜 직접 경험하도록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보다 크게는 우리 브랜드가 쉼, 휴식, 여유, 커피, 대화 등의 이미지를 형성해갈 수 있도록 돕는 셈이다.

 

젊은 세대는 첨단기능에 관심이 많고 상대적으로 IT 활용도가 높기 때문에 기능적 측면에서 이런 점들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안마의자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젊은 층과 가장 가까운 기계가 무엇일까, 단연 핸드폰이다. 밥을 먹을 때도, 화장실에 갈 때도, 심지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중에도 핸드폰을 놓지 않는다. 안마의자에 앉을 때도 당연히 핸드폰을 손에 들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별도의 리모콘을 사용하게 한다면 손에 쥐어야 하는 기계가 두 개가 된다. 번거로운 일이다. 이 점에 착안해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핸드폰이나 태블릿을 통해 안마의자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IoT 기술을 적용해 다른 기기들과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고객의 체형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해 좌표값을 설정하고 모터와 연동해 정확한 지점의 마사지가 가능하게 한다든지, 목소리로 지시해 안마의자를 구동시킨다든지 등의 기능들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좋은 디자인이란 어떤 것인가.

 

지금까지 많은 제품을 디자인하거나 컨설팅하면서어떤 것이 옳은 디자인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던져왔다. 단순히 눈으로 보기에 아름답고 예쁜 디자인이 아니라 어떤 디자인이 옳은 디자인인가, 바른 디자인인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디자인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다.

 

고민 끝에 디자인이 디자인 자체로 힘을 가지려면 결국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많이 낡았어도 그 안에 가족의 역사가 담겨 있다거나 가끔 꺼내보면서 어떤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물건은 오래 간다. 나름의 스토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빨리빨리 갈아 치우거나 소비를 위한 디자인은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 1년도 안 돼서 바뀌는 핸드폰이 대표적이다. 기업들은 한 해에도 몇 개씩 비슷한 모델을 쏟아내고 소비자들은 몇 개월마다 한번씩 핸드폰을 바꾸는 상황에 그 핸드폰이 자신만의 스토리 혹은 핸드폰 주인과의 히스토리를 구축할 수 있겠는가. 그런 디자인은 오래 갈 수 없다. ‘옳은 디자인이 아닌 셈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자주 바뀌고 변하는 기업은 스토리가 없다. 뚜렷한 철학을 가지고 오랜 기간 꾸준하게 브랜딩하는 기업이 자신만의 스토리를 갖고 소비자에게 각인되는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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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프랜드 고속성장의 비결

아직 10년이 채 안 된 바디프랜드가 없는 시장을 만들어가며 매출 상승곡선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로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렌털 서비스 및 무상 AS 도입과 홈쇼핑을 유통채널로 확보한 것, 그리고 적극적인 디자인 경영이다. 이 중 디자인 경영을 제외한 다른 두 가지 요인을 꼼꼼히 짚어본다.

 

 

 

 

① 렌털 서비스 및 무상 AS 시스템 도입

바디프랜드가 렌털 서비스를 도입하기 전만 해도 안마의자를 하나 구비하려면 아무리 싼 중국산을 사더라도 100만 원에서 200만 원대 지출을 감행해야 했다. 중국산보다 기능이 좋고 마감이 우수한 일본산은 700∼1000만 원에 이르렀다. 당시만 해도 안마의자를 사용해 본 소비자가 별로 없었고 가격대가 높아 일반 가정에서 쉽게 살 수 없는 품목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제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대중화하기 위해 바디프랜드가 선택한 방법이 바로렌털이었다. 발상은 단순했다. 비싸서 못 산다면 싸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소비자가 매달 일정 금액만 지불하면 안마의자를 빌려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가 여기서 나왔다. 당시 전신 안마 한 번 받는 데 지불하는 비용 5만 원을 렌털료의 상한으로 보고, 49500원을 렌털료로 책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의 아이디어다. 이를 통해밖에서 안마 한번 받는데 들어가는 돈이면 온 가족이 한 달간 안마의자를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의 홍보가 가능했다. 렌털 약정기간은 총 39개월로 이 기간 동안 임대해서 안마의자를 사용한 후에는 소유권이 소비자에게 이전된다. 일종의할부개념이 적용된 금융리스다.

 

처음 이 제도를 도입했을 때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회사에 돈이 돌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렌털 제도를 통해 물건은 이미 소비자에게 나가 있는데 현금은 매월 조금씩 장장 3년에 걸쳐 유입되다 보니 현금 유출입의 미스매칭이 심했다. 주문을 받을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였다. 캐피털을 통해 연리 10% 이상 고금리 대출을 받으며 버티는 날들이 이어졌다. 부품을 대거나 조립을 대행하는 OEM사를 찾아가 한 달만 대금 지급을 유예해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매달 조금씩 유입되는 현금으로 캐피털 의존도를 낮추려고 애썼다. 금리를 0.5∼1% 낮추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던 시절이었다.

 

방법은 하나였다. 판매물량 증가였다. 안마의자 한 대당 유입되는 현금이 많지 않더라도 판매 대수가 크게 늘고 이를 통한 현금 유입이 규칙적으로만 이어진다면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마진을 키울 수 있었다. 그러면 신용이 쌓이면서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꼬박꼬박 유입되는 현금으로 대출 규모를 줄여 대외 신용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다시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어떻게 해야 판매를 늘릴 수 있을까. 고민이 이어졌다. 매장을 통한 판매에는 한계가 있었다. 보다 많은 절대 다수에게 안마의자를 선보이고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 했다. 그래서 찾아낸 수단이 홈쇼핑 판매였다(‘②홈쇼핑을 유통채널로 확보참고).

 

계약기간을 끝까지 채우지 않고 도중에 제품을 반납하겠다고 하는 이탈고객에 대해서는 남은 렌털료의 30%를 위약금으로 책정해 대응했다. 그렇게 해서 돌아온 제품은 리퍼브 제품(refurbished product)으로 원래 제품보다 싸게 내놔 배송료나 제품 훼손 등에 따른 손실을 만회했다. 이렇게 반납되는 제품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리퍼브 제품으로 싸게 나오는 제품을 찾는 고객이 많아 오히려 인기리에 팔리기도 했다.

 

아울러 바디프랜드는 무상 AS 시스템을 전격 도입했다. 품질에 대한 신뢰 하나만으로 일본산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이 AS에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안마의자는 한 대당 들어가는 부품 수만 1600여 개에 달하는데다 소비자가 근거리에서 자주 조작하는 제품이다 보니 고장이 잦을뿐더러 부품 중 일부는 일정 기간마다 유지 및 보수를 해줘야 한다. 하지만 일본산 제품의 경우 본사가 해외에 있다 보니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AS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바디프랜드는 AS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담당 기사 수를 대폭 늘리고 렌털 기간 동안 종류 불문 모든 AS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서 소비자 만족도를 크게 높였다.

 

② 홈쇼핑을 유통채널로 확보

안마의자를 판매하려면 제품을 전시해놓고 직접 체험하게 하며, 제품을 구경하게 하고 설명하기도 하는 공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사업 초기, 주요 상권에 판매장을 만들고 운영하기에는 자금과 인력 모두 달렸다. 안마의자는 기본적인 크기가 상당했고 체험하는 고객들이 앉아 있는 동안 불편하지 않게 의자 간 간격을 벌려 설치해야 했다. 이 때문에 몇 대 놓지 않더라도 꽤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더불어 안마의자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중산층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해 인테리어를 고급으로 해야 했다. 매장에 의존하는 대신 일반 다수에게 한꺼번에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수단을 고민하다가 떠올린 것이 홈쇼핑이었다.

 

처음 홈쇼핑업체 담당자를 만났을 때는 반응이 시큰둥했다. “세상에, 안마의자를 홈쇼핑에서 사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라는 답변을 듣고 돌아서야 했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끈질긴 설득이 이어졌다. 바디프랜드 제품이 가진 기능적 우수함을 설명하는 한편 국내 최초로 렌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통상 홈쇼핑에서 물건을 판매하면 당일 판매를 통해 얻은 매출의 일정 부분을 홈쇼핑업체에 납부하고 나머지 금액만 판매업체가 가져가는 구조로 계약이 체결된다. 다만 렌털 서비스가 적용되는 품목의 경우 매출의 얼마를 떼서 홈쇼핑업체에 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방송 중 판매와 무관하게 애초부터 일정 금액을 납부한 후 정해진 시간에 방송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얻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바디프랜드는 자사가 운영하고 있는 렌털 서비스를 설명하면서 홈쇼핑업체가 손해 볼 일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정적이었던 홈쇼핑업체는 이제껏 다루지 않았던 상품이라는 점에서 취급품목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과 판매 결과와 상관없이 일정 금액의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바디프랜드의 홈쇼핑 방송을 허용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한 달에 단돈 5만 원이면 한없이 비싸 보이기만 했던 안마의자를 집에 들여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방송을 타면서 소비자들이 크게 호응했다. 많이 팔릴 때는 1시간 방송에서 40억 원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4년부터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월 49500원을 지불하면 되는 하나의 제품만 놓고 방송을 진행했으나 2014년부터는 월 49500원짜리 모델부터 119500원을 내야 하는 고사양 모델까지 늘어놓고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홈쇼핑 관계자들은렌털료가 올라가면 판매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으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10만 원대 렌털료를 내더라도 좀 더 기능이 다양한 제품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았고 덕분에 판매 단위당 매출이 확대됐다.

 

홈쇼핑 판매가 성공을 거두면서 동시에 바디프랜드는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매장 수를 늘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지갑을 열면서도한번 사용해보고 렌털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매년 꾸준히 매장을 늘린 결과, 현재 전국 주요 지역에 70개 이상 체험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바디프랜드 및 안마의자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매장을 통한 매출이 연간 1000억 원이 넘을 정도로, 체험매장은 성과를 내는 또 다른 유통채널로 자리를 잡은 상태다. 각 매장의 디자인이나 제품 진열 등에 통일성을 유지하고 질적 관리를 위해 매장은 모두 직영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밖에도 바디프랜드가 꼽는 성공 요인으로는꼼꼼한 품질 관리가 있다. 큼직한 것부터 소소한 기능들이 다수 탑재돼 있고 가족의 다양한 구성원이 사용하는 만큼 안마의자는 잦은 고장 가능성에 노출된 제품일 수밖에 없다. 고장을 최소화하고 기본적인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부품 하나하나를 일일이 체크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자체 공장을 갖고 주요 부품을 직접 생산하고는 있으나 부품 중 일부는 OEM사를 통해 조달하는데 OEM사 공장마다 담당 직원을 파견해 상주하도록 한다. 제조 단계를 따라가며 부품들을 꼼꼼히 확인하기 위해서다.

 

바디프랜드가 AS나 배송, 콜센터 직원 모두를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는 것도 품질 관리 방법 중 하나다. 실적이 좋은 직원에게는 임원처럼 스톡옵션도 지급한다. 안마의자의 배송과 설치, 소비자 대응 역시 제품의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에 크게 영향을 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바디프랜드의 다음 목표는 해외 시장이다. 연내 중국 법인 개설을 시작으로 미주나 유럽 쪽도 잠재 시장으로 보고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는 중이다. 중국 시장을 노린 팬더 이미지 안마의자도 개발이 마무리된 상태다. 김택 바디프랜드 해외사업본부장은렌털 서비스나 홈쇼핑 판매 성공에 안주했다면 지금처럼 좋은 성과를 낼 수 없었을 것이라며국내 시장 1위라는 데 만족하지 않고 더 큰 시장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한나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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