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슈피겐 코리아의 글로벌 전략

해외부터 공략·고객연구·외주제작…6년 만에 스마트폰 케이스 최강자가 되다

183호 (2015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창사 6년 만에 전 세계 스마트폰 케이스 시장에서 글로벌 3위 브랜드로 우뚝 선 슈피겐 코리아의 성장 비결은?

① 고객지향형 경영:끊임없는 고객행동 연구를 통해 각 지역별 소비자 취향을 발빠르게 파악했다. 미국 소비자 연구를 위해 미국 대리점을 인수한 것이 좋은 예다.

②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신제품 개발에 영업직원을 참여시켜 최신 트렌드를 발빠르게 제품 디자인에 반영하고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미리 제품 기획 및 디자인을 마쳐 시장을 선점한다.

③ 뛰어난 브랜드 관리:대부분의 기업들이 초기 시장 진출 시 사용하는 침투가격 전략(penetration pricing)이 아닌 단계적 가격인하 전략(skimming pricing)을 사용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단계적으로 시장을 파고들었다.

④ 역발상 마인드:초기부터 국내가 아닌 북미시장을 타깃으로 했다는 점,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와의 B2B보다는 B2C에 집중했다는 점, 디자인과 기능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점 등이 기존 업체들과는 달랐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민정(중앙대학교 경영학과) 씨가 참여했습니다.

 

 

모바일 라이프 디자인 그룹슈피겐 코리아

지난해 국내 증시는공모주 광풍으로 뜨거웠다. 삼성SDS, 제일모직 등 삼성그룹 지배구조 핵심 주와 알테오젠, 비씨월드제약 등 바이오 헬스케어 관련 기업들이 국내 증시 상장에 나서면서 시중 유동자금이 공모주 청약에 대거 몰렸기 때문. 이런 IPO 대어들의 틈바구니에서슈피겐 코리아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낯선 기업이었다. 그러나 내로라하는 IPO 대어들과 비슷한 시기에 공모 청약을 진행하면서도 청약 경쟁률 3601을 기록하며 소위대박을 터뜨렸다. 청약금만 36642억 원이 몰렸다. 3∼4만 원대 스마트폰 케이스를 파는 업체가 창사 6년 만에 코스닥 상장에 도전해 청약 대박을 기록하자 사람들은그 회사가 한국 회사였냐며 놀라워했다. 상장 이후에는 6개월 만에 주가가 370% 이상 뛰며 코스닥 돌풍의 한 축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식 시장에서의 돌풍에 비해 슈피겐 코리아는 여전히 국내에서는 생소한 이름이다. 슈피겐은 거울을 의미하는 독일어 ‘Spiegel’과 유전자를 의미하는 독일어 ‘Gen’의 합성어다. 고객의 마음을 거울로 비춰보듯 고객 중심의 사고로 생각하고 고객 중심의 유전자를 지니고 활동하겠다는 뜻이다.

 

슈피겐 코리아는 스마트폰 액세서리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은 회사다. ‘네오하이브리드’ ‘슬림아머’ ‘터프아머등 스마트폰 케이스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전 세계 웹사이트 인기도 순위를 집계하는알렉사에서 스마트폰 케이스 브랜드 가운데 세계 3, 미국 내 4위를 기록할 정도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애플의 공식 액세서리 지정업체 중 하나인인케이스 6위에 불과한 것을 보면 슈피겐의 입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슈피겐의 진가는 지난해 9월 아이폰6 출시 후 두드러졌다. 아이폰6 출시 이후 미국 아마존 사이트 아이폰6용 스마트폰 케이스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0위 안에 슈피겐 제품 9개가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한 것. 슈피겐의터프아머제품의 경우 7월 말 현재도 아마존 판매 순위 상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슈피겐 코리아의 주력 제품은 스마트폰 보호케이스와 액정보호 기능성 필름 등 모바일패션 액세서리다. 특히 분리형 범퍼 케이스인네오 하이브리드와 독자기술인 에어쿠션을 적용한슬림아머시리즈는 회사의 안정적인 매출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효자 상품들이다. 이들 스테디셀러 제품의 매출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 79%를 차지한다.

 

빠른 성장세 속에 이 회사는 지난 6월에는 제7회 대한민국 코스닥 대상 시상식에서 한국거래소이사장상인최우수 차세대기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액세서리라는 진입장벽도 낮고 경쟁이 심한 시장에서 이제 설립된 지 6년밖에 안 되는 슈피겐 코리아가 빠르게 성장해 세계적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비결을 DBR이 분석했다.

 

 

 

아이폰6용 슬림아머

 

 

‘얼리 어답터’, 세계 3대 스마트폰 액세서리 업체 키우다

슈피겐의 시작은 미약했다. 김대영 슈피겐 코리아 대표이사는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시장이 넘어가기 시작하던 지난 2004년 처음 휴대폰 보호 필름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우연히 휴대폰을 떨어뜨려 액정이 깨져버린 것이 계기가 됐다.

 

2003년 가을, 김 대표는 충격을 받아 깨져버린 액정을 한참 들여다보다 그 길로 문방구로 향했다. 문방구에서 투명 시트지를 한 장 구매해 당시 근무하던 회사 근처 간판집에 가서 자신의 휴대폰 액정 크기로 시트지를 잘라 직접 사용해 봤다. 기대 이상이었다. 투명이라 액정에 붙여도 크게 티가 나지 않고 충격으로부터 액정을 보호하는 기능도 뛰어났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옥션에 제품을 올렸다. 한두 개씩 판매가 되는 걸 보고 장사가 되겠다 싶었다.

 

결국 김 대표는 피처폰(스마트폰 이전의 휴대폰) 액세서리 사업에 뛰어든다. 몇몇의 지인과 SGP라는 회사를 차리고 이 회사 영업부장 역할을 맡은 것. 이후 2009년을 기점으로 SGP SGP코리아로 이름을 바꾸면서 김 대표는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 회사를 키우기 시작한다. 이후 2013년 사명을 현재의 슈피겐 코리아로 바꿨다.

 

김대영 슈피겐 코리아 대표는 IT 영업 전문가다. 쌍용정보통신·대우통신과 티맥스소프트 등을 거치며 소프트웨어 영업을 했다. 원래 IT 분야에 조회가 깊긴 했지만 통신 소프트웨어 분야에 있다가 갑자기 스마트폰 액세서리 사업에 뛰어든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김 대표는 본인의얼리어답터적 성향이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원래 소형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았어요. 애플 아이폰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빨리 구해서 써보면서 스마트폰 관련 디자인 제품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죠.”

 

회사 사명에서 풍기는 느낌으로 알 수 있지만 슈피겐 코리아는 애초에 타깃 시장을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으로 정했다. 시장 사이즈 자체가 차이가 난 것도 있지만 스마트폰 대중화가 시작된 미국 시장에서 승부를 보고 싶다는 대표의 욕심도 있었다.

 

특히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 역시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가 치열해질 것을 예상한 김대영 대표는 아예 시작부터 고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포지셔닝하기로 목표를 정한다. 차별화를 하지 않고는 결국 중국 업체들에 시장을 잠식당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다수의 스마트폰 케이스 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 이미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반면 슈피겐 코리아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확대에 힘입어 초고속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슈피겐 코리아의 최근 3년간 성적표는 화려하다. 매출액은 2012 526억 원, 2013 665억 원, 2014 1420억 원으로 불과 3년 사이 매출이 3가까이 늘었다. 영업이익 역시 2013 160억 원으로 100억 원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48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급성장했다. ( 2)

 

특히 미국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최근 3개년 미국 내 평균 매출 성장률은 무려 199%에 달한다. 미국 온라인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점유율도 7%대까지 상승했다. 이 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슈피겐은 벨킨, 오토박스에 이은 글로벌 스마트폰 케이스 3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단말기 제조업체의 굴레를 벗다

슈피겐 코리아가 다른 국내 경쟁 스마트폰 액세서리 업체들이 많은 부침을 겪을 때 꾸준히 견고한 성장세를 보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업 초기부터 B2B 비즈니스를 과감히 포기한 김대영 대표의 결단력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국내 대다수 스마트폰 액세서리 업체들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들과 전략적 관계를 맺고 있다. 처음부터 스마트폰 케이스를 만들 때 특정 회사와 손잡고 그 회사 제품에 맞는 케이스나 액세서리만을 개발해 공급하는 것. 이런 사업 모델은 제조업체들이 안정적으로 일정 물량 이상을 소화해 준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해당 업체의 스마트폰이 판매 부진을 겪을 경우 액세서리 업체들도 동반 실적 부진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스마트폰 판매 부진은 단가 인하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그래서 슈피겐은 사업 시작부터 과감하게 B2B 사업을 포기하고 B2C에만 집중했다. 초기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 데 많은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기업의 장기 비전을 봤을 때 전방 산업인 단말기 업체와 종속관계로 엮이는 것은 기업의 영속성을 떨어뜨린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대형 단말기 제조업체와 계약을 하면 회사를 키우는 데 장점은 있겠지만 제품 개발, 단가 등 모든 부분에서 간섭을 받아야 하고 어느 순간 단말기 업체가 마음을 바꾸면 회사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처음부터 B2B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선택은 시간이 지날수록 달콤한 결과물로 돌아왔다. 비슷한 시기에 스마트폰 액세서리 사업에 뛰어든 제조업체들이 저마진, 저성장의 악순환을 겪는 사이 슈피겐은 온라인을 바탕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쌓으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한 것.

 

특히 아이폰의 인기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면서 액세서리 시장도 동반 성장을 시작했다.

 

 

 

 

 

 

실제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인 IC Insight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매년 증가 추세다. 지난 2012 71200만 대 수준이던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해 126000만 대까지 늘었다. 올해는 15억 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KT경제경영연구소 등에 따르면 2012 35조 원 규모였던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은 2014 50조 원 규모로 성장했고 2015년에는 85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중 슈피겐 코리아의 타깃 시장인 중고가 프리미엄 액세서리 시장만 올해 시장 규모가 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마트폰 액세서리의 교체 주기는 스마트폰에 비해 2분의 1 정도 수준에 불과해 향후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하나의 단말기를 사용하는 동안 케이스는 2.4, 보호필름은 2.5회 교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단말기의 사용주기를 24개월(2)이라고 가정하면 약 10개월에 한 번씩 케이스와 보호필름을 교체하는 것이다.

 

슈피겐 코리아는 B2B를 포기하고 B2C에 집중하면서 국내보다 북미 시장에서 성공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다. 슈피겐 코리아 매출 중에 북미 지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수준으로 국내 및 유럽 등 다른 지역을 합친 것보다 많다.

 

 

 

 

실패가 베스트셀러를 만들다

슈피겐은 B2B 비즈니스를 포기하면서 북미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국내보다 큰 미국 시장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그는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 땅을 밟았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김 대표는 당시를한마디로 멘붕 그 자체였다고 회상했다. 나름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미국 소비자들은 슈피겐 제품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야심 차게 준비한 제품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자 심리적 타격이 컸다. 여성을 타깃으로 만든 슬림한 분홍색 휴대폰 케이스에는 차가운 시선만이 돌아왔다.

 

김 대표는잘 팔릴 것이라고 자신하며 만들었는데 하나도 안 팔렸다그때 미국인들의 취향이나 생각이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때부터 김 대표는 실패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과감하게 국내 B2B 시장을 포기하고 진출한 북미 시장이었다. 여기서 실패하면 회사의 미래는 없다고 봤다.

 

이후 김 대표는 하루 종일 카페에 앉아 사람들이 쓰는 휴대폰 케이스를 관찰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어떤 스마트폰 케이스를 주로 쓰는지를 알기 위해서다. 여기서 더 나아가 2012년에는 아예 미국 대리점 중 하나를 인수한다. 그리고 이 대리점을 중심으로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세운다. 신생 기업으로서 미국 법인을 설립한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스마트폰 케이스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현지에 법인을 세워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슈피겐 코리아가 2009년 이후 매년 50억 원 이상의 흑자를 내며 이익잉여금이 쌓여 있다는 점도 과감하게 법인 설립을 결정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김대영 대표는가장 큰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승부를 보기로 한 이상 법인 설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미국 시장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리스크도 컸지만 아는 것이 없는 만큼 더더욱 현지에 법인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법인을 설립하면서 현지 직원들을 적극 채용했다. 직원이자 현지 소비자이기도 한 이들을 채용해 R&D센터 등에 배치해 미국 소비자의 취향 파악에 동원했다. 결국 김 대표는 지금까지 슈피겐이 미국 시장에 선보인 모델들이 전혀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슈피겐은 초기 미국 시장에 알록달록한 색깔의 아기자기한 제품을 내놓았다. 톡톡 튀는 디자인으로 미국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케이스를 선택할 때디자인보다는보호력에 더 중점을 뒀다. 또 플라스틱 재질보다는 강한 메탈 느낌의 재질을 선호했다. 이때부터 슈피겐의 디자인 방향이 바뀐다. 기존 색깔과 모양에 중점을 뒀던 제품에서 과감하게 보호력이 뛰어난 튼튼하고 남성적 느낌이 강한 제품들을 미국에서 판매하기 시작한다. 바뀐 디자인 전략으로부터 탄생한 슈피겐의 베스트셀러가 바로네오하이브리드아머시리즈다. 네오하이브리드는 플라스틱 대신 메탈을 사용해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범퍼형 분리케이스다. 특히 네오하이브리드는 아이폰4 출시 때 터진안테나 게이트의 직접 수혜를 입는다. 안테나 게이트는 아이폰4 제품 사용 중 안테나가 내장된 하단 부위를 손으로 쥐면 신호 수신 세기를 표시하는 막대그래프가 네 개에서 한 개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당시 애플에서는 이 안테나 문제의 대안으로 범퍼형 케이스를 내놨는데 네오하이브리드는 뛰어난 디자인을 앞세워 이 범퍼형 케이스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했다.

 

2013년 출시된슬림아머시리즈는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 투박하지만 보호력이 갑옷처럼 뛰어나다. 최근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터프 아머시리즈까지 매년 새로운 베스트셀러를 내놓으며 슈피겐은 안정적인 매출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DBR Mini Box

 

 

 

안테나 게이트’ … 아이폰의 위기가 슈피겐에는 기회로

미국 소비자 맞춤 디자인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던 슈피겐은 2011년 아이폰4 출시와 함께 미국 시장에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아이폰4 출시와 함께안테나 게이트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 안테나 게이트는 최근까지도애플의 굴욕중 하나로 회자될 정도로 논란이 됐던 사건이다. 2010 6월 출시된 아이폰4 제품 사용 중 안테나가 내장된 부위를 손으로 쥐면 신호 수신 세기를 표시하는 막대그래프가 네 개에서 한 개로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애플은 초기 대응에서 문제점을 나타냈다. 당시 스티브 잡스 애플 CEO전혀 문제될 것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여기에 더해 아이폰4뿐만 아니라 당시 출시된 리서치인모션, 모토로라, 노키아, 삼성전자 등의 신제품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문제가 커지자 애플은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섰다. 애플은 아이폰4의 안테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퍼형 케이스를 내놓는데 슈피겐이 발빠르게 범퍼형이면서 디자인을 개선한네오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면서 이 범퍼형 케이스 시장을 선점하게 된다.

 

 

조형기 슈피겐 코리아 IR 파트장은미국 소비자들이 안테나 문제 해결을 위해 범퍼형 케이스를 사서 쓰기 시작하면서 슈피겐이 내놓은 네오하이브리드가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미국 시장에서 슈피겐 제품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슈피겐 코리아는 올해를 오프라인 시장 개척의 원년으로 삼고 오프라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슈피겐 코리아는 현재 100여 개국에 진출했으며 세계 60개 이상의 해외총판과 아마존, 이베이를 비롯한 수많은 온라인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스마트폰 케이스 시장 규모는 약 9조 원. 이 중 8조 원이 오프라인 시장이다. 파이가 온라인 시장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시장에 진입하면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먼저 미국에서는 아마존 등을 통해 탄탄히 다져 놓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오프라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미 코스트코, 스테플스 등과는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매장 내 스마트폰 액세서리 코너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향후 미국 내 통신사와 대학교 내 북스토어 등 오프라인 매장 확대를 통해 올해 약 4000, 2016년 약 6000개로 매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조형기 파트장은미국에서 슈피겐의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다고는 해도 온라인 위주 판매를 지속하다 보니 온라인 시장점유율은 7%가 넘지만 전체 시장 점유율은 1% 수준에 불과하다오프라인 판매가 본격화되면 시장점유율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슈피겐 코리아는 유럽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 독일의 유명 모바일 쇼핑몰인 사이버 포트(Cyber Port), 미디어 마켓 새턴 그룹(MSH, Media Market Saturn Group), 콘라드(Conrad)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독일 사이버 포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동시 구매가 가능한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쇼핑몰이다. MSH와 콘라드는 독일 내 다수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유통업체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스텔레콤 자회사인 오렌지(Orange)와 비벤디유니버설 자회사 SFR, 프랑스 최대 유통점인 다티(Darty), 프낙(Fnac) 등과 입점 계약을 맺고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또 유럽 내 판매 채널을 확대하기 위해 유럽 전역에 유통망을 갖춘 스트락스(Strax)와의 공급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도 진행 중이다. 스트락스는 유럽 전역 휴대폰 유통매장의 약 40%에 제품을 공급하는 중간 유통업체로, 이번 계약이 체결되면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유럽 전역 오프라인 매장에서 슈피겐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슈피겐은 이미 지난해 말 영국 휴대폰 유통업체인 카폰웨어하우스와 공급계약을 맺고 유럽 오프라인 매장에 납품을 시작했다. 카폰웨어하우스는 영국 전역에 960여 개 매장을 둔 업체다.

 

 

성공요인

슈피겐 코리아는 이제 6살에 불과한 기업이다. 그러나 이 짧은 기간 동안 시가총액 5000억 원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김대영 대표에게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묻자 그는글로벌 유통망, △빠른 제품 기획력, △디자인 경쟁력, △전량 외주 생산을 통한 고정비 감소를 들었다.

  

1) 글로벌 유통망

슈피겐 코리아는 신생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전 세계에 유통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코스트코, 스테이플 등 대형 유통업체부터 전 세계 통신사까지 60여 개의 오프라인 채널과 아마존, 이베이 등 온라인 유통 채널을 바탕으로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들과 만나고 있다.

 

슈피겐 코리아를 아마존 등 온라인 시장에서의 유명세 때문에 온라인 판매만을 하는 회사로 아는 소비자들이 많지만 슈피겐은 초기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 시장을 공략했다. 초기에는 회사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보니 오프라인 매장 입점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슈피겐 코리아 제품들의 인기와 더불어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조형기 파트장은베스트 바이나 월마트와 같은 대형 할인마트도 자체적으로 온라인 몰에서 검증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 그 외에 통신사 등 다양한 현지 업체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시장이 중요한 이유는 오프라인 시장 규모가 온라인 시장 규모의 8배가 넘기 때문. 특히 대다수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케이스 구매 형태가 대형 쇼핑몰 등에서 쇼핑을 하는 도중에 케이스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오프라인 매장이 중요한 이유다.

 

조 파트장은오프라인 매장이 많아지면 매출도 늘어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이라며소비자들에게 자주 노출되면 충성 고객이 늘어나고 미국 내 시장점유율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피겐 코리아가 생산하는 다양한 모바일 액세서리

 

2) 디자인 경쟁력

슈피겐은 미국 시장에서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인기를 얻었다. 북미 시장 진출 초창기 북미 지역 소비자들의 취향을 읽지 못해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슈피겐 제품은 디자인에서 다른 경쟁사 제품들을 압도한다. 경쟁사들의 제품이 몇 년간 비슷한 디자인을 유지해온 것과 달리 슈피겐은 유행에 맞는 디자인으로 제품을 꾸준히 다양화해온 것. 특히 국내와 미국 법인 양쪽에 R&D 센터를 두고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발빠르게 출시하는 것이 슈피겐 코리아의 경쟁력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슈피겐 코리아가 디자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배경에는 김대영 대표의 디자인에 대한 애착을 빼놓을 수 없다. 김 대표는 IT 영업사원 출신이다. 평소 IT기기나 액세서리 등에 관심이 많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은 없다. 그러나 슈피겐 코리아 제품 디자인의 기본 방향은 김 대표가 정한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지금도 일 년 중 상당 기간을 미국에서 체류한다. 빠르게 변하는 미국 스마트폰 시장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또 수시로 영업직원 및 디자이너들과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특히 영업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영업 직원들이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가장 민감하다는 김대영 대표의 소신이 반영된 것이다.

 

결국 슈피겐 코리아의 스마트폰 케이스 디자인은 김 대표의 머리에서부터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유명한 디자이너를 비싼 값에 영입하고 조직 문화를 디자인 중심으로 바꾸는 기존의 디자인 경영 방식과는 차별화된다. 이는 이제 설립 6주년에 불과한 중소기업에 한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표이사가 직접 현장을 뛰며 소비자 트렌드를 파악하고 직접 디자인에도 참여함으로써 직원 수 180명에 디자이너 수가 20여 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경쟁사들을 압도해 나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터프아머제품이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제품이다. 터프아머는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한 제품이다. 슈피겐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미국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케이스로 보호력이 뛰어난 제품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당시 미국 시장에서는 오토박스 등 경쟁사들이 이미 스마트폰 보호에 특화된 투박하지만 튼튼한 케이스를 많이 내놓고 있었다. 슈피겐은 미국 시장에 맞춰 보호력을 높이면서도 슈피겐의 강점인 디자인 차별화를 시도했다. 충격 흡수가 우수한 열가소성폴리우레탄(TPU) 소재 케이스 위에 하드케이스를 한번 더 덧씌운 이중 구조듀얼 레이어설계로 보호 기능과 내구성을 동시에 향상시켰다. 그러면서도 케이스 두께를 경쟁사들의 케이스보다 5㎜ 줄여 투박함을 낮추고 케이스에 다양한 색깔을 입혔다. 파손의 우려가 가장 큰 4개의 모서리 부분에 에어백 역할을 해주는에어쿠션을 적용해 완충 효과를 강화함으로써 기기를 떨어뜨렸을 경우 모서리 손상을 최소화한 것도 특징이다. 터프아머는 최근 미국 국방부 기준으로 제품의 품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미국 군사 규격(MIL-STD 810G)’ 인증을 받기도 했다.

 

디자인에 대한 김 대표의 애착은 유명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이집트 출신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와의 협업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미국 의류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과 공동 디자인한 스마트폰 케이스도 내놓았다. 스캇은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의 협업으로도 잘 알려진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다.

 

DBR Mini Box

 

 

주식 대박 난 슈피겐 코리아 직원들

슈피겐 코리아는 지난해 11월 코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상장 이후 슈피겐 코리아 직원들은 소위대박이 났다. 2011년 증여받았던 주식이 주가가 오르면서 최소 20억 원 이상으로 가치가 뛴 것.

 

 

김대영 슈피겐코리아 대표가 회사 보유 지분 15%를 떼서 직원들에게 나눠준 때는 2011 10월이었다. 당시 이 회사는 큰 폭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애플의 아이폰, 삼성전자의 갤럭시S 등 스마트폰 판매가 크게 늘자 슈피겐 코리아가 만드는 케이스 주문도 급증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여느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김 사장은 직원들에 대한 처우를 어떻게 높여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시 슈피겐 코리아 대졸 신입사원 연봉이 2000만 원을 조금 넘었다. 이 정도로는 우수 인재 유치는커녕 있는 사람도 나갈 판이었다. 월급을 올려주거나 복지 혜택을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어차피 그런 방법으로는 대기업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직원들과 성과를 나누기 위한 가장 좋은 방안을 고민하던 그는 회사 주식을 갖는 것이 가장 확실한 보상이라고 결론 내렸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주는 방안도 생각했지만 주식을 증여하는 것이 직원들에게 훨씬 이득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주식을 나눠주는 것은 직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높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1인당 많게는 86600주 정도가 돌아갔다. 대신 조건을 하나 내걸었다. 주식 증여 조건으로 최소 2년은 회사에 남아 달라고 했다. 주식 무상증여 이후 회사는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1 300억 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지난해 1420억 원까지 뛰었다.

 

 

주식을 증여받은 직원들은 1인당 최대 90억 원이라는대박을 맞았다. 김 대표도 주식가치가 3000억 원에 육박하는주식부자가 됐다. 회사 가치(시가총액) 5000억 원 안팎에 달한다.

 

 

 

 

3) 빠른 리드타임

지난해 9월 아이폰6 출시 후 미국 아마존 내 스마트폰 케이스 베스트셀러 순위 10위 안에 슈피겐 제품 9개가 이름을 올리는 기록을 세웠다. 같은 시기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 1∼3위도 슈피겐 코리아 제품이었다. 독일 아마존에서도 10위권 내 4개 제품이 슈피겐 코리아 제품이었다.

 

이렇게 아이폰6 출시 초기 스마트폰 케이스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비결은 슈피겐 코리아만의 빠른 제품 기획력에 있다. 아이폰6가 시장에 나오기 전 이미 아이폰6용 케이스 개발을 완료한 슈피겐 코리아는 경쟁사들보다 먼저 시장에 제품을 선보여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슈피겐 코리아가 아이폰 케이스 분야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올리는 이유는 아이폰의 경우 애플이 새로운 아이폰 출시 전 개발자 사이트(Developer Site)에 기본 하드웨어 스펙정보를 공개하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폰 출시에 맞춰 관련 액세서리를 시장에 빠르게 내놓을 수 있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는 자체적으로 여러 업체들과 액세서리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을 구성하고 있어 스펙 공개에 적극적이지 않아 새로운 갤럭시 시리즈가 나오고 거기에 맞는 새로운 스마트폰 케이스가 나올 때까지 2∼3주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4) 고마진 저비용 구조

슈피겐 코리아는 30%대의 마진율을 자랑한다. 다른 글로벌 경쟁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10%∼20%대에 불과한 것과 비교된다. 이렇게 영업이익률을 높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스마트폰 케이스 생산을 100% 외주에 맡기고 있기 때문. 판매량이 늘어나도 추가적인 설비투자가 필요 없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스마트폰 제조업체들과 B2B로 엮여 있지 않은 점도 높은 마진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슈피겐 코리아는 B2C에만 집중하는 사업 모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맞게 가격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실제 슈피겐 코리아는 신제품 출시 초기 고가로 내놓은 후 단계적 가격인하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전략을 쓴다. 초기에 빠른 제품 기획력으로 경쟁사보다 먼저 고가의 케이스를 내놓은 이후 경쟁사들이 케이스를 내놓기 시작하면 경쟁사들의 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10% 정도 가격을 떨어뜨린다. 가격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전략이다. 경쟁사들보다 10% 정도 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제조 원가가 65% 수준으로 경쟁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생산을 100% 외주에 맡기고 B2B 계약을 통해 사출금형 업체들과 계약을 맺기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시사점

주변기기, 액세서리를 만드는 작은 기업이 대기업을 능가하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슈피겐 코리아의 성공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최근에는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부터 경영비법이나 노하우를 배우고자 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덩치가 큰 대기업의 이미 안정화된 시스템을 배우기보다는 변화하는 주변 환경에 맞춰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빠른 트렌드 변화에 맞춰 카멜레온처럼 자신을 변화시키는 기법을 배우는 것에 더 의미를 두는 것이다.

 

지금도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켜가는 카멜레온 같은 강소기업 슈피겐 코리아로부터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고객지향형 경영

‘모든 답은 고객에게 있다.’

 

이 문구에서 자유로운 기업은 아마 없을 것이다. 지갑을 열고 제품을 사가는 존재는 바로 고객이다. 고객지향 경영은 너무나도 당연한, 기업이 존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경영철학이다. 하지만 평소 이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가만히 있으면 자기 관점, 즉 생산자 관점에서 자기 제품의 우수함에 사로잡혀 마냥 고객이 사가길 기다린다. 고객이 오길 기다릴 게 아니라 고객이 오도록 그들 마음을 꿰뚫고 움직여야 한다.

 

슈피겐 코리아는 끊임없이 고객행동 연구에 매진한다는 점에서 대기업 못지않은 고객지향형 경영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고객의 행동 관찰을 통해 고객 마음을 읽고 거기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제품 기능과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소비자를 제대로 알기 위해 미국에서 대리점을 인수해 소비자 연구에 나선 점은 여느 기업에서 볼 수 없는 행보다.

 

 

안정적 판매물량 확보가 가능한 B2B 시장을 포기하고 직접 고객을 만나고 고객에게 제품을 파는 B2C 비즈니스를 택한 것은 고객지향 경영의 또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B2B 비즈니스를 하더라도 결국엔 최종 소비자인 고객이 제품을 사간다. 어차피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제품을 만들 것이라면 처음부터 고객지향의 비즈니스를 하는 B2C가 더 매력적이다.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

슈피겐 코리아에는 보통의 기업에서 찾아보기 힘든 신제품 개발 과정이 있다. 고객과 늘 접촉하는 영업 직원을 제품개발 단계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제품 개발은 마케팅부서, R&D부서, 생산부서와 관련된 것으로 생각한다. 상품기획자, 기술개발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투입해 제품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슈피겐 코리아는 시장의 상황이나 트렌드 변화를 일선에서 가장 잘 체감하고 있는 영업 직원을 제품개발에 투입시키고 이들이 가장 큰 목소리를 내도록 한다는 면에서 차별적 신제품 개발을 하고 있다.

 

또한 신제품 개발의 시점과 기간을 빠르게, 짧게 가져가는 점도 차별화 포인트다. 새로운 스마트폰 출시 전부터 미리 대비해 제품개발을 하고 경쟁사보다 한발 먼저 제품을 내놓으니 고객들은 당연히 슈피겐 코리아 제품에 매료된다.

 

최근에는 소비와 기술 트렌드가 빨리 변하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를 홈런을 기대하며 막연히 기다리기보다는 기회가 될 때마다 안타를 연이어 쳐가는 모습이 앞으로의 바람직한 신제품 개발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슈피겐 코리아의 꾸준한 안타 전략이 미래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뛰어난 브랜드 관리

기업이 제품을 출시할 때 보통 두 가지 가격전략을 사용한다. 첫 번째는 침투가격전략(penetration pricing)인데 말 그대로 조기에 시장침투할 목적으로 저가격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단계적 가격인하전략(skimming pricing)인데 초기엔 고가격으로 가다가 나중에 시장상황을 보면서 가격을 내리는 전략이다. 전자는 빠른 시간 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갈수록 브랜드파워가 약화된다. 소위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낙인효과에 의해 나중에 해당 브랜드가 좋은 제품 내놓아도 먹히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후자는 전자에 비해 초기 시장 장악력에서는 떨어지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파워가 높아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많은 경우에 있어 침투가격전략은 단발적 효과에 그치고 낮아진 브랜드파워로 인해 고생을 한다. 스키밍가격전략은 견실한 브랜드 이미지 유지를 통해 장기적 게임에서 결국 승리하게 된다.

 

슈피겐 코리아는 스키밍가격전략을 잘 활용했다. 출시 초기엔 고가격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고, 향후에는 경쟁자들의 가격동향을 보면서 다수의 대중에게까지 파고드는 단계적 인하전략을 잘 사용했다. 고급 브랜드이미지를 유지하면서 대중에게 다가가는 성공적 브랜드 관리를 한 셈이다.

 

디자인 중심 경영도 브랜드 관리 성공에 기여한 바가 크다. 액세서리는 사람들에게 눈으로 보여지기에 디자인이 해당 브랜드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남들보다 앞서가는 디자인 중시 경영은 슈피겐 코리아 브랜드 가치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대기업이 아닌 작은 기업임에도 세계적인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디자인 개발에 투자하는 모습은 많은 중소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는 단기적 시장침투에 연연하지 않고 좀 더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브랜드 가치를 탄탄히 유지해가는 전략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많은 기업들이 지향해야 될 점이다.

 

 

 

 

슈피겐 코리아의 글로벌 유통망

 

 

역발상적 마인드

슈피겐 코리아로부터는 몇 가지 역발상적 시도를 찾아볼 수 있다. 일반적 상식을 거스르는 역발상적 마인드가 성공의 이면에 자리하고 있다.

 

우선 초기부터 외국 시장을 공략한 점을 들 수 있다. 일반적 한국 기업은 내수시장에 먼저 초점을 둔다. 자국 시장이다 보니 진출하기도 쉽고 여러모로 편하고 안정적이기에 누구나 첫 시장으로 생각한다. 여러 가지 문화적 차이와 부족한 정보로 인해 낯설고 힘든 외국 시장을 첫 시장으로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슈피겐 코리아는 초기부터 미국 시장을 공략했고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국내와 여타 해외시장으로 확장해가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먼저 성공하게 되면 국내에서 성공했을 때보다 브랜드파워가 더 올라가게 되고 그것이 나중에 국내 시장으로 들어올 때는 일종의 브랜드 프리미엄 효과를 만들어낸다. 장기적으로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겠다면 힘들지만 처음부터 해외로 진출해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확장해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에 출시된 제품을 보면 기능과 디자인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제품들이 많다. 디자인은 좀 떨어지지만 특정 기능이 발달한 제품, 톡톡 튀는 디자인에만 집중한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두 가지를 겸비한 제품을 찾기란 쉽지 않다. 생각하기도, 그리고 만들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한쪽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슈피겐 코리아는 보호기능도 우수하면서 디자인까지 뛰어난,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양면적 제품을 내놓았다. 어느 하나를 위해 어느 하나는 포기한다는 일반적 상식으로 접근했다면 불가능한 제품이다.

 

넘어야 할 산도 많아

슈피겐 코리아가 창립 후 지난 6년간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왔지만 스마트폰 액세서리 산업의 특성상 넘어야 할 산도 여전히 많다는 평가다. 특히 온라인 시장을 넘어 오프라인 시장 진출을 천명한 만큼 예상치 못한 리스크들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특히 단일 국가 중 최대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 슈피겐 제품의 짝퉁들이 활개를 치는 것은 슈피겐 코리아에는 큰 위협이다.

 

김 대표는중국 내 타오바오몰과 티몰 등 주요 인터넷 전자상거래 사이트 등에서 슈피겐의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는데 같은 쇼핑몰에 슈피겐의 디자인을 베낀 제품이 10% 정도의 가격에 팔리고 있어 한동안 골머리를 앓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나 중국 짝퉁 문제는 조만간 어느 정도 해결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부터 슈피겐 코리아 짝퉁 제품이 버젓이 팔리지 못하도록 최근 지적재산권 등록을 완료했기 때문. 중국 정부가 등록증 발급 관련 사이트를 수개월 동안 유지보수하면서 지적재산권 등록이 늦어져 중국산 짝퉁에 속절없이 당했지만 내년부터는 직접 짝퉁 제품을 신고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최근 중국 국가공상총국이전국 공상계통 소비자 권익보호사업 화상회의를 열고 올해유통상품 감독관리방법(규정)’을 제정하고 인터넷 상품을 표본조사하기 위한 규범도 만들겠다고 밝혀 짝퉁 제품 근절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미국의 경우도 초창기에이미테이션제품이 많았지만 대표적으로 아마존은 현재 슈피겐 코리아를 특별 관리 브랜드로 올려 짝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알리바바 내에서도 내년과 내후년엔 대놓고 짝퉁을 팔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피겐 코리아의 또 다른 고민은 전체 매출 중 스마트폰 케이스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을 정도로 특정 제품군에 대한 편중이 크다는 것이다. 슈피겐은 보호필름, 스마트폰 거치대, 백팩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크게 매출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회사 매출도 스마트폰 케이스의 판매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새로운 아이폰 시리즈나 갤럭시 시리즈가 발매되면 매출이 크게 올랐다가 신제품이 나오지 않는 비수기 때는 매출이 뚝 떨어진다. 대표적인 예가 올해 1분기다. 슈피겐 코리아는 올해 1분기에 시장 컨센서스(123억원)에 크게 하회하는 831500만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아이폰6 출시 효과가 연말로 끝난데다 새로운 스마트폰 출시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전방 산업인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하거나 신규 스마트폰 출시 시기가 아닌 비수기에는 자연스럽게 실적이 하락하는데 이를 막을 대안 제품이 없는 구조다.

 

모바일 액세서리 기업에서  모바일 라이프 스타일 기업으로

슈피겐 코리아는 기존 스마트폰 중심의 모바일 패션업체에서모바일 라이프 디자인 그룹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단순 스마트폰 액세서리 제조업체를 넘어 고객의 생활을 디자인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뜻이다.

 

김대영 대표는스마트폰 케이스로 다진 슈피겐이라는 글로벌 브랜드에 스마트폰 주변기기를 포함한 전반적인 모바일 관련 제품을 개발해 모바일 제품용 액세서리를 떠올리면 슈피겐이 생각나도록 제품 개발 및 제휴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슈피겐 코리아는 이를 위해 상장을 통해 확보한 공모자금을 글로벌 물류센터 증설과 연구개발(R&D) 디자인센터 역량 제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또 업계 최초로 CS 전문 사이트인 SGP119.com과 콜센터를 운영하는 등 고객 만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슈피겐 코리아는 또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계획도 갖고 있다.

 

김 대표는국내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과 파트너십이나 지분 투자를 통해 슈피겐의 글로벌 유통망을 이용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국 소비자 맞춤 디자인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던 슈피겐은 2011년 아이폰4 출시와 함께 미국 시장에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아이폰4 출시와 함께안테나 게이트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 안테나 게이트는 최근까지도애플의 굴욕중 하나로 회자될 정도로 논란이 됐던 사건이다. 2010 6월 출시된 아이폰4 제품 사용 중 안테나가 내장된 부위를 손으로 쥐면 신호 수신 세기를 표시하는 막대그래프가 네 개에서 한 개로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애플은 초기 대응에서 문제점을 나타냈다. 당시 스티브 잡스 애플 CEO전혀 문제될 것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여기에 더해 아이폰4뿐만 아니라 당시 출시된 리서치인모션, 모토로라, 노키아, 삼성전자 등의 신제품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문제가 커지자 애플은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섰다. 애플은 아이폰4의 안테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퍼형 케이스를 내놓는데 슈피겐이 발빠르게 범퍼형이면서 디자인을 개선한네오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면서 이 범퍼형 케이스 시장을 선점하게 된다.

 

조형기 슈피겐 코리아 IR 파트장은미국 소비자들이 안테나 문제 해결을 위해 범퍼형 케이스를 사서 쓰기 시작하면서 슈피겐이 내놓은 네오하이브리드가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미국 시장에서 슈피겐 제품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라고 설명했다.

 

 

장재웅 기자jwoong04@donga.com 여준상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marina@dgu.edu

여준상 교수는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6호 Leadership for the New Era 2019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