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C코오롱의 디자이너 브랜드 인수

“어, 슈콤마보니가 코오롱 브랜드?” 잘 골라 철저히 준비… 대기업, 패션을 입다

161호 (2014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전략,마케팅

 

 

FnC코오롱이 디자이너 브랜드 인수를 통해 여성복 및 잡화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요인은?

1) 인수 전부터 통합 추진

통상 M&A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인수 후 통합과정(Post-Merger Integration)을 최소화하기 위해 6개월 이상 긴 시간을 투자해 인수 전 통합(Pre-Merger Integration) 진행.

2) 피인수기업과의 파트너십 구축

인수기업-피인수기업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피인수기업을 파트너로 인식하고 충분한 자율성을 부여.

3) 궁극적 시너지를 위한 투-트랙 운영방식

피인수기업이 가진 경쟁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후선에서 지원하는 방식 활용.

4) M&A를 통한 역량계단(competence stairway) 확보

피인수기업이 축적한 노하우와 경영 관행을 흡수해 역량 강화 및 기업문화 혁신 추구.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선정효(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한 구두 매장. 구두를 고른 여성이 카드를 내민다. 직원이 받아 결제 기계에 넣고 긁은 후 여성에게 기계 화면을 내민다. 이어 서명을 마친 여성에게 영수증을 건넨다. 영수증을 받아들고 결제내역을 확인하던 여성의 눈이 커진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이 브랜드, 코오롱에서 운영하는 거예요?”

 청담동이나 신사동처럼 다양한 브랜드들이 각축을 벌이는 패션거리는 물론 백화점 내 패션 매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디자인만 놓고 봐서는코오롱 답지 않은브랜드들이 코오롱 지붕 아래 모여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는 현장이다.

 남성복과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를 주요 아이템으로 삼던 FnC코오롱(코오롱인더스트리의 패션사업 부문)이 독창적이며 개성 가득한 디자이너 브랜드(디자이너가 개인 이름을 내걸고 상품 기획부터 제작, 유통, 마케팅 등을 총괄하는 브랜드)들을 인수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이다. ‘청담동 그 핸드백으로 이름을 날리던쿠론을 인수한 것이 출발점이다. 인수 전 10억 원 미만의 매출을 기록하던 쿠론은 2013 600억 원대 매출을 거두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후 코오롱은 2012년 독특한 올빼미 디자인을 앞세워 패션 피플의 잇 아이템(it item)으로 자리 잡은쟈뎅드슈에뜨와 서브 브랜드럭키슈에뜨’, 매장이 하도 붐벼청담동 만원버스로 불리던 구두 브랜드슈콤마보니를 차례로 인수하며 여성복과 구두 쪽으로 반경을 넓혔다. 코오롱에 인수된 쟈뎅드슈에뜨와 슈콤마보니도 쿠론처럼 국내 매장 수가 인수 전보다 크게 늘어났고 매년 매출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데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을 넘어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까지 이름을 알리는 중이다.

 이들 브랜드는코오롱이라는 대기업과 손을 잡으며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는 것은 물론 해외 시장으로도 활발하게 진출했고 남성복과 스포츠 아웃도어 시장에만 머물던 FnC코오롱은 디자이너 브랜드 인수를 통해 여성복과 구두, 핸드백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이들의 M&A윈윈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종합 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FnC코오롱의 M&A 행보를 DBR이 분석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고민하다:

자체 출시냐, 외부 인수냐

 여성복은 업계에서 대기업의 무덤으로 불린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소비자들의 변심이 잦기 때문에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하는 대기업의 의사결정 시스템으로는 시장 변화를 읽어 내거나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대기업은 디자인이나 생산물량을 결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탓에 유행을 주도하기보다는 따라가는 경우가 흔한데 이는 디자인의 독창성을 갉아먹고 결국 브랜드 자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온라인 쇼핑몰을 직접 운영하며 발 빠르게 유행을 따라잡는 개인사업자나 기획에서 제조 및 유통을 총괄하며 저렴한 가격과 높은 제품 순환율을 무기로 삼는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들 역시 대기업의 여성복 시장 참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여성복 시장의 주도권은 패션에 특화된 중소 규모의 전문기업들이나 대기업에서 많은 로열티를 지급하고 판매 라이선스를 가져온 해외 브랜드들이 잡고 있다. 국내 패션업계의 빅3로 꼽히는 제일모직과 LG패션, FnC코오롱은 여성복 브랜드를 출시했다가 철수한 경험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FnC코오롱은 전통적으로 남성복과 스포츠 아웃도어 부문에서 강하다. 캠브리지멤버스, 커스텀멜로우, 시리즈, 헨리코튼 등 남성복 및 남녀 캐주얼 브랜드와 코오롱스포츠를 중심으로 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엘로드와 잭니클라우스 등 골프 브랜드까지 패션 부문에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특히 코오롱스포츠는 1973년 출범한 우리나라 1세대 아웃도어 브랜드로 기술력과 디자인, 실용성 등을 인정받아 업계 상위를 유지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스포츠 아웃도어 시장이 급성장한데다 최근에는 캠핑 열풍까지 불고 있어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중이다. ‘코오롱하면 아웃도어 브랜드를 제일 먼저 떠올리는 소비자가 많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과거 FnC코오롱의 대표 여성복 브랜드는벨라(Bella)’였다. 1977년 시작해 1999년 문을 닫을 때까지 20년 넘게 운영해 온 여성 정장 브랜드였다.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이미지로 많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외환위기를 넘기지 못했다. 이후 코오롱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의 소비자를 겨냥한 영캐주얼 브랜드쿠아(QUA)’ 2001년 출시하며 여성복 시장에 다시 도전했다. 이후 10년 이상 꾸준히 성장하던 쿠아는 경기 불황과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사업을 중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nC코오롱은 언젠가는 여성복과 여성용 잡화 브랜드를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다. 대기업이 여성복 시장에 직접 진출해서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코오롱 역시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지만 패션사업 포트폴리오상 여성복 브랜드를 빼놓을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여성복 부문은 패션산업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전체 의류시장 중 약 70%가 여성 시장으로 분류된다. 시장 자체가 클 뿐 아니라 매출 규모도 다른 분야를 압도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패션에 관심이 많고, 소비가 잦으며, 더 많은 돈을 쓰기 때문이다. 패션사업을 하는 기업으로써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성복 부문이나 가방, 구두 등 여성용 잡화 부문으로 사업 분야를 넓혀가야 한다는 데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별로 없었지만 어떤 방식이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이견이 많았다. 언젠가는 진출하더라도 당장은 현재 잘하고 있는 남성복이나 캐주얼 브랜드, 아웃도어 브랜드에 역량을 집중하는 편이 낫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새로운 브랜드 출시에 반대하는 쪽의 가장 큰 이유는여성복은 코오롱이 잘할 수 없는 분야라는 것이었다. 여성복 시장에 두어 차례 진입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고, 따라서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아도 몇 년 유지하다가 문을 닫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코오롱은 여성 브랜드 확보를 위한 방법을 놓고 수년간 꾸준히 분석과 조사를 진행했다. 이런 사전작업은 2000년 이후 크게 확대된 스포츠 아웃도어 시장에서 코오롱스포츠가 좋은 성과를 내던 시기에도 계속됐다. 현재 실적에 만족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의 성장 동력을 끊임없이 발굴해야 한다는 내부적 고민이 지속되면서 여성복 브랜드에 대한 의지를 놓지 못하게 했다.

 여성복 브랜드를 보유할 수 있는 방법은 자체적 육성, 외부 브랜드 인수, 해외 브랜드의 판매권 매입 등 크게 세 가지였다. 각각의 방법마다 장단점이 있다. 자체적으로 육성할 경우 기획부터 인력 및 매장 확보, 마케팅 등에 초기 투자비용이 크다. 시장 조사를 거쳐 적정 콘셉트를 확보하고 고객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각종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코오롱이 보유한 내부 인력을 활용해 패션 부문의 노하우와 마케팅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외부에서 브랜드를 인수하면 적당한 기업을 골라 협상하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수 비용으로 한꺼번에 큰 자금이 소요될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의 콘셉트나 디자인에 이미 틀이 잡혀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수고를 덜 수 있다. 이미 인지도가 높고 국내에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한 해외 브랜드의 판매권을 사오면 기획이나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는 노력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만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 것이므로 해외 시장 진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라이선스 매입에 거액이 들어갈 수 있으며, 이 비용은 계약 갱신 때마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엄격하게 말하면 자체적인 브랜드를 갖는 방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한계도 지닌다.

 코오롱은 세 가지 방법을 놓고 서로 비교하며 꼼꼼히 검토했다. 다른 기업들의 사례와 시장 현황, 성공 가능성을 두고 여러 해에 걸쳐 철저한 분석을 반복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디자이너 브랜드 인수라는 절충안이다. 외부에서 브랜드를 인수하는 방법을 선택하되 인수로 인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규모가 작고 역사가 길지 않은 브랜드를 인수 대상으로 삼는다. 그리고 코오롱이 가진 인력과 자원을 동원해 이 브랜드의 영업과 마케팅을 지원해서 마치 자체적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는 것처럼 육성한다. 인수라는 방법을 택하면서 이 방법이 가진 단점을 최소화하고자체 출시라는 방법이 가진 장점을 접목하는 식이다. 디자이너 브랜드가 가진 개성과 독창성을 흡수하되 이들이 가진 장점이 활짝 필 수 있도록 코오롱이 가진 자원을 아낌없이 지원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나아가 이 브랜드를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후에는 해외 시장 진출까지 노려보는 것으로 목표를 세웠다.

 

 

쿠론

 

 

 

 

 

 

석정혜 디자이너가 2009년 론칭한 브랜드다. 한섬 등 기업에 몸담기도 했지만 자신만의 브랜드를 갖고 싶다는 생각에 두어 차례 개인사업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 디자인에 관심이 많던 그는 자신이 메고 싶은 디자인의 가방을 만들어 들고 다니다가 주변에서그 가방 어디 건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청담동에 핸드백 전문매장을 내면서부터값싸고 질 좋은 타조백으로 입소문을 얻었다. 만들어 내놓기가 무섭게 팔려나가무기한 대기를 걸어놓고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여러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2010년 코오롱FnC와 손을 잡았다. 인수 전 연 10억 원 미만이었던 매출이 2011 120억 원으로 늘었고 2012 400억 원, 2013 6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청담동 1곳이었던 매장 수는 전국 주요 백화점 등을 포함해 60곳이 넘는다. 인기 핸드백 중 하나인 스테파니 백은 2012년 한 해에만 5만 개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2009. 04 쿠론 론칭

2010. 02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입점

2010. 03 현대백화점 강남점 입점

2010. 05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에 인수

2011. 08 영국 헤롯백화점 팝업스토어 오픈(Premium Korea 2011)

2011. 12 프랑스 파리 팝업스토어 오픈(KBEE 2011)

2012. 02 일본 도쿄 이세탄백화점 팝업스토어 오픈

2012. 03 프랑스 파리 방돔 럭셔리 트레이드쇼 참가,

이탈리아 편집숍베르고티니입점

2012. 06 쿠론 전용 공장 오픈

2013. 03 프랑스 파리 방돔 럭셔리 트레이드쇼 참가

 

과거 경험에서 교훈을 얻다:

인수 후 통합 기간의 최소화에 초점

 코오롱이 외부에서 패션 브랜드를 인수한 것은 쿠론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7년 남성복업체인캠브리지를 합병한 것이 대표적이다. 코오롱은 당시 캠브리지 주식의 52%를 사들이며 이 기업을 패션사업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다. 이미 같은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맨스타라는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있었지만 남성복 시장에서 4∼5위에 머무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자 인지도가 높고 오래된 고객을 많이 보유한 남성복 특화 중견기업 인수에 나섰다. 이후 2012년 자체 브랜드였던 맨스타를 접고 캠브리지를 남성 정장 분야의 주력 브랜드로 삼는 등 결과적으로 캠브리지 인수는 성공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인수 후 통합과정은 쉽지 않았다. 캠브리지는 1966년 출발해 40년 넘게 한 가지 비즈니스에만 주력한 역사를 갖고 있었다. 인수 당시 직원이 120여 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도 작지 않았다. 피인수기업 캠브리지는 인수기업 코오롱 건물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동종업계에서 같은 제품을 취급하던 기업이므로 금세 융화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서로 다른 문화와 이질적 관행이 통합을 어렵게 했다. 조직 재편이나 인력 재배치를 추진할 때마다 갈등이 불거졌다. 어느 기업 출신이냐를 따지는 등 직원들 사이에 불필요한 긴장관계가 조성되기도 했다. 통합 과정이 지루하게 길어졌다. 계약을 맺기까지의 협상 시간보다 이후 두 기업이 완전히 하나로 합쳐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코오롱 관계자는당시에는 인수기업 대 피인수기업이라는 프레임을 적용해서 다소 무리하게 코오롱화()하려는 정책을 폈다두 기업이 하나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그때 경험을 통해 톡톡히 겪었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르며 진통이 가라앉고 한 회사로 자리를 잡고부터는 긍정적인 시너지가 커졌다. 캠브리지가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자 코오롱은 맨스타 대신 캠브리지를 남성복 부문의 간판 브랜드로 삼았다. 2009년에는 FnC코오롱을 중심으로 하는 아웃도어 사업 부문과 캠브리지를 중심으로 하는 남성복 사업 부문으로 조직을 재편하기도 했다. 외부에서 인수한 신규 브랜드를 위주로 기존 조직을 다시 짠 셈이다. 지금도 캠브리지는 연 800억 원대 매출을 내는 효자 브랜드다. 이처럼 캠브리지 인수 경험은 코오롱에 성공과 시행착오를 모두 맛보게 했고 작지 않은 교훈을 남겼다.

 이때 코오롱이 배운 점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수 후 통합과정은 짧을수록 좋다는 점이다. 통합에 걸리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인력이나 조직 면에서 소요되는 비용이 늘고 조직원들 사이에 심리적 피로가 누적된다.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사이에 갈등이나 충돌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 코오롱은 인수 후 통합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하려면 피인수기업의 규모가 작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수대상 기업의 규모가 크고 역사가 길면 물리적 통합보다 더 어려운 문화적 통합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결과적으로 통합에 필요한 자원과 노력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렇게 터득한 교훈은 2010년 이후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인수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디자이너 브랜드가 가진 개성과 독창성을

흡수하되 이들이 가진 장점들이 활짝 필 수 있도록

코오롱이 가진 자원을 아낌없이 지원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될성부른 떡잎을 고르다:

인수 전 준비작업에 가장 많은 자원 투입

 디자이너 브랜드를 인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후 인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에 앞서 코오롱은 인수할 기업을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 미리 계획했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특성상 대표를 맡은 디자이너 개인이 상품 기획부터 제작과 유통,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을 관리해왔을 텐데 이런 브랜드를 인수해 대기업 특유의 다단계 결제 라인과 상당한 서류 작업, 잦은 회의와 보고 등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그들의 창의성이나 열정이 소멸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를 인수해 가능한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고 그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운영하자는 결론이 내려졌다.

 

인수 후 통합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역으로 코오롱이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과정은 인수대상을 고르는 작업이다. 인수 후 최대의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으려면 디자이너 개인은 물론 브랜드 자체에도 상당한 내공과 경쟁력이 있어야 했다. 코오롱 내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꼼꼼하게 인수후보 선정기준을 검토하고 결정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면서 코오롱의 포트폴리오상 부족한 점을 메워줄 수 있을 만한 브랜드들을 골라 후보그룹을 선정했다. 즉 코오롱은 몸집 불리기나 비용 절감이 아닌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인수(strategic acquisitions)를 목적으로 했다.1

 

코오롱 인수팀에서 피인수기업을 고르는 데 적용했던 주요 기준은 ▲ CEO의 사업 마인드상품의 경쟁력해외 진출 가능성 등이다. 가장 중요하게 봤던 기준은 CEO가 얼마나 비즈니스적 감각과 능력을 갖고 있는지였다. 자신의 브랜드를 상품화하고 사업체를 운영할 정도의 CEO라면 대부분 사업을 꾸려나가는 데 어느 정도의 감과 노하우를 갖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디자이너 출신인 특성상, 자신의 디자인에 도취해 허세나 허영에 빠져 있다거나, 사업에 대한 소질이 부족하다거나, 미래에 대한 포부가 크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코오롱에는 자율성을 부여했을 때 책임지고 브랜드를 키워갈 수 있는 경영가적 CEO가 필요했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 인수후보군에 오른 브랜드의 CEO들을 수차례 만나 면담했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운영하는지 같은 넓은 범위의 질문에서부터 재고는 어떻게 관리하는지와 같은 실무적인 질문까지 넓고 깊은 인터뷰가 계속됐다. 그리고 마침내 인수 대상으로 결정된 브랜드의 대표와는 6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수십 번에 걸쳐 만남을 지속하며 그의 경험과 계획, 앞으로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사업들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코오롱 관계자는인수 전 수개월간 수십 번 만나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인수 이후 함께해 갈 일들의 그림을 사실상 거의 완성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상품 자체의 경쟁력도 중요한 평가 요소였다. 디자인이 얼마나 차별성을 갖고 있는지가 핵심이었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 사내 관련 부서(디자인, 기획, 마케팅 등)가 모여 인수후보들의 상품을 놓고 평가했다. 디자인적 차별성을 평가할 수 있는 항목들을 만들어 점수를 내고 순위를 매겼다. 때로는 회사 외부의 디자이너나 관련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기도 했다. 백화점 바이어 등 유통 관계자들에게도 상품을 보여주며이런 상품이라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요?” 또는우리가 이런 상품을 가져오면 매장에 얼마나 깔아줄 수 있습니까?” 등을 물었다. M&A가 확정되기 전이므로 비밀스럽고 조심스럽게 접근한 것은 물론이다. 브랜드의 경쟁력을 평가할 때 현재 매출을 얼마나 내고 있는지, 매장 수는 몇 개인지 등은 고려요소가 아니었다. 코오롱 관계자는상품만 제대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 그것을 늘려가는 것은 자금과 마케팅 역량을 가진 우리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극단적으로는 현재 매출이 마이너스더라도 잠재력만 갖고 있다면 인수해서 키우겠다는 각오였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으로의 확대 가능성 역시 눈여겨본 요소였다. 코오롱은 2000년 이후 회사 규모를 키우면서 줄곧 해외 시장을 염두에 뒀다. 국내 시장의 파이는 정해져 있고 회사는 계속 성장해야 하므로 해외 시장, 특히 중국 시장을 파고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의 모델을 중국 배우 탕웨이로 선정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여성 부문 브랜드를 인수해 국내 시장에 어느 정도 안착하게 한 다음 곧장 중국 시장 문을 두드릴 계획을 인수 전부터 갖고 있었다. 따라서 해당 브랜드가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을지를 다각도로 평가해 인수 후보 선정에 반영했고 최종 후보였던 브랜드의 대표와도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해 미리 깊이 있게 얘기를 나눴다.

 

 

 

 

2,3
이런 과정을 통해 인수후보군을 1차로 걸러내고 처음 항목부터 다시 평가하며 순위를 매겨 2차로 걸러내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렇게 해서 선정된 브랜드들이 쿠론, 쟈뎅드슈에뜨, 슈콤마보니 등이다. 이들 브랜드에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우선 마니아 그룹이 탄탄하게 형성돼 있을 정도로 독특한 개성과 차별적 디자인을 자랑했다. 인수 당시 슈콤마보니의 매장은 10개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었고 쿠론과 쟈뎅드슈에뜨는 매장이 1개에 불과했지만 내놓는 상품마다 일찌감치 품절될 정도로 성과를 내고 있었다. 두 번째는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디자이너 출신 대표들이 경영과 관리에 어려움을 겪던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디자인에 강점을 가진 전문가였지만 개인 사업체를 꾸리면서 생산, 영업, 유통 등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 멀티플레이어로 뛰고 있었다. 디자인 작업을 할 시간이 부족해지고 낯선 업무들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전문적인 도움을 받고 싶다는 욕구를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코오롱이 내민 손은 이들에게 반가운 제안이었다. 코오롱은 이들에게 코오롱 사업부서로 들어와 지금처럼 사업체를 총괄해 이끌어줄 것을 요청했다. 대신 필요한 인력과 자금, 유통 및 생산 설비 등을 지원하고 매출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전폭적인 지원으로 경쟁력을 높이다:

전문인력 투입에 전용 공장, R&D센터까지

가장 먼저 인수된 브랜드는 쿠론이다. 쿠론은 2009년 석정혜 당시 대표( FnC코오롱 이사)가 선보인 핸드백 전문 브랜드다. 소위 명품으로 불리는 해외 유수 브랜드와 견줘 뒤지지 않을 만큼 디자인과 가죽의 질이 고급스러우면서도 가격은 그보다 훨씬 싸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청담동 매장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1년이 안 돼 주요 백화점 매장들에 입점했을 정도다.

 

쿠론 인수 후 FnC코오롱은 해당 브랜드에 대한 모든 권한을 디자이너에게 맡기고 코오롱은 후선에서 지원하는-트랙 운영 방식을 적용했다. 브랜드의 기획과 디자인, 제작, 마케팅, 유통 등 모든 과정의 최종 권한을 디자이너에게 주되 코오롱은 그 과정에 필요한 자금과 인력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는 M&A 이후 인수기업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진행하는 통합이라기보다는 양사가 동등한 위치에서 맺는 파트너십에 가까운 형태로 볼 수 있다.

 

우선 기존 사무실을 그대로 쓰고 싶다는 석 이사의 뜻을 존중해 청담동 사무실을 계속 사용하도록 했다. 석 이사가 데리고 있던 직원들도 코오롱의 정사원으로 입사시켜 같이 일할 수 있게 했다. 쿠론을 코오롱 건물로 불러오는 대신 코오롱이 쿠론 사무실에 합류했다. 코오롱에서 기획, 제작, 마케팅, 유통 등을 담당하는 직원들 중 일부를 쿠론 사무실로 파견 또는 발령을 냈다. 직원들의 업무 및 역할을 살펴 자격을 보고 의사를 물어 인사 조치를 냈다. 이들은 코오롱 내부 인사 규정에 따라 부서 이동 및 순환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해서 신생 브랜드에 합류하는 데 따른 불만을 없앴다. 이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를 맡아 석 이사의 관리 아래 쿠론의 제작과 기획, 마케팅 등을 담당한다. 추가 인원이 필요할 경우 쿠론에서 자체적으로 별도의 채용 과정을 진행할 수도 있다. 쿠론이 아니라 FnC코오롱으로 입사한다는 점만 종전과 다를 뿐이다. 인수 전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쿠론의 직원 수는 20∼30명으로 증가했다. 석 이사는 대표를 맡던 시절과 다름없이 쿠론 전 라인의 디자인과 생산 물량, 출시 일정, 광고와 마케팅 집행 등을 총괄했다. 코오롱에서 합류한 인력들 덕분에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직접 챙겼던 종전과 달리 위임과 분권이 이뤄졌고 그의 전문 분야인 디자인에 신경 쓸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

 

합병 후 마케팅 계획을 짜는 과정에서 코오롱은코오롱이라는 간판을 내세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대신 이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쿠론이라는 브랜드가 전면에 부각될 수 있도록 했다. 코오롱은 수십 년간 다양한 패션 브랜드들을 운영하며 고객군이 브랜드 단위로 형성된다는 점과 회사보다는 브랜드 위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 쌓아 온 브랜드 운영 노하우는 쿠론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이를 위해 마케팅 기획과 실행의 주도권을 석 이사에게 주고 수립된 기획을 실행하는 과정에 필요한 자금 및 인력에 대해서만 코오롱이 개입했다. 일례로 쿠론 등 인수된 브랜드의 매장이나 로고 등에서코오롱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은 기껏해야 영수증 정도다. 코오롱 관계자는인수의 처음부터 끝까지 브랜드의 개성을 유지하는 일을 최우선 순위로 삼았다지금도 쿠론이나 슈콤마보니가 코오롱 브랜드인지 잘 모르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은 이 같은 의도가 잘 먹혀들어간 결과라고 말했다.

 

 

쟈뎅드슈에뜨

 

 

 

 

김재현 디자이너가 2005년 론칭했다. 김 디자이너 역시 한섬 등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신세계 인터내셔널 분더숍 스타일리스트 등 경력을 쌓다가 2005년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마니아들을 불러 모으다가 2009년에는 좀 더 대중적인 디자인으로 세컨라인인 럭키슈에뜨를 선보였다. 위즈위드, 신세계백화점의 멀티숍블루핏’, 제일모직빈폴등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2010년에는 서울시에서 정한 ‘10인의 디자이너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2 30개 매장에서 20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고 2013년에는 37개 매장에서 3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2005. 쟈뎅드슈에뜨 론칭

2009. 서브 브랜드 럭키슈에뜨 론칭

2010. 서울 콜렉션 참가, 프랑스 파리 Tranoi 무역쇼 참가

2012.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에 인수

 

 

 

피인수기업의 경영진을 바꾸면 M&A가 실패한다?

 

인수 후 통합과정에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피인수기업에서 일하는 인력들을 어떤 식으로 재배치하느냐의 문제다. 특히 CEO를 포함한 경영진을 인수기업 쪽의 사람으로 대체할 것이냐, 아니면 그대로 유지할 것이냐는 심리적·문화적 요인과 맞닿아 있는 것은 물론 인수 후 사업 성과와도 밀접하게 연결되므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에 대해 전통적으로는기업경영권 시장(market for corporate control)’의 역할을 신뢰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기업경영권 시장이란 기업 인수합병을 활발하게 만드는 주식시장의 역할을 의미하는데 마네(Manne, H.G.) 1965년 논문 ‘Mergers and the Market for Corporate Control’에서 처음 주창한 개념이다. 이에 따르면 어떤 회사의 주가가 낮을수록(보다 정확하게는 좀 더 효율적인 경영진이 운영할 때 도달할 수 있는 수준에 비해 낮을수록) 이 기업을 인수하려는 주체들이 늘어나므로(자신이 인수해서 잘 경영하면 주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M&A가 활발해질 수 있다. 이는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들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키워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를 완화할 수 있다.

반면 최근의 실증적 연구들은 인수합병 후 피인수기업의 경영진을 교체했을 때 이후의 성과가 좋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영진을 교체하면 그들이 보유한 인적·사회적 자원을 함께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Cannella and Hambrick(1993)은 경영진 교체가 인수 성과에 부정적이며 고위급 인력들을 교체할수록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Krishnan, Miller, and Judge(1997) 역시 비슷한 연구 결과를 보이면서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경영진 사이의 상호보완 정도가 인수 이후 성과를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Zollo and Singh(2004)도 피인수기업 경영진의 교체가 인수 후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인수 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던 피인수기업의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조언했다.

 

  대외적인 계약 관계와 각종 제도들을 조율하는 작업을 일단락한 후 코오롱은 디자이너가 그 동안 머릿속에만 담고 있던 디자인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좋은 가죽을 구할 수 있도록 이탈리아 등 현지로 장기 출장을 다녀올 수 있도록 한다거나 좋은 가죽을 발견했을 때 예산의 제한 없이 구매해 작업할 수 있도록 하는 일 등이 그것이다. 또한 시도하고 싶었던 디자인을 상품화할 수 있도록 전문 인력들이 지원하게끔 하는 일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제한적으로 출시됐던 쿠론의 상품 라인이 다양해졌고대기를 걸고 기다리는 고객 없이 물량이 원활하게 제작 및 공급됐다. 특히 쿠론의 스테디셀러스테파니 백이 이때 만들어졌다. 스테파니 백은 2012년 한 해에만 5만 개 넘게 팔려나가며 쿠론의 이름을 시장에 확실히 각인시킨 제품이다. 코오롱 관계자는인수를 마무리하고 6∼7개월 후 스테파니 백의 처음 버전이 나왔는데 이는 디자이너가 평소에 시도하고 싶었으나 여러 제약 때문에 구체화하지 못했던 디자인이라며코오롱에서 합류한 디자인 전문 인력들과의 협업을 통해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FnC코오롱은 인수 후 2년 뒤인 2012년 쿠론을 위한 자체 생산 시스템과 R&D실을 구축해 제작과 디자인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패션 브랜드들은 대부분 자체적인 생산설비나 공장을 갖기보다는 원하는 디자인의 시안을 그려 협력업체에 발주하는 방식(OEM)으로 제품을 만든다. 디자인과 제작이 한곳에서 이뤄지지 않고 분리되다 보니 디자이너의 의도가 명확히 구현되지 않는다거나 재질 및 가죽 등 소재의 특성을 사전에 긴밀하게 협의하지 못하는 등의 한계를 갖고 있었다. 코오롱은 인천시 부평에 쿠론 제품 제작만 전담하는 공장을 지었다. 회사 내 제작 및 생산 노하우를 가진 직원 일부와 가죽이나 바느질 등에 오랜 경험을 가진 업계 장인, 기존에 함께 일하던 협력업체 직원들을 모아 이 공장에서 일하도록 했다. 쿠론의 디자이너들이 기획한 제품이 최대한 의도에 부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와 함께 R&D센터를 만들어 소재의 특징이나 봉제 기술 등을 연구해 더욱 완성도 높은 제품이 만들어지도록 했다.

 이 밖에도 쿠론 제품을 구입한 고객이 코오롱 본사에서 운영하는 사후처리(AS)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거나 코오롱의 협상력을 활용해 백화점 내 좋은 매장에 쿠론 제품이 진열되도록 하는 등 고객관리와 유통망 확장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10년 인수된 쿠론은 코오롱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2013년 매출 600억 원을 넘겼고 코오롱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쿠론의 성공은 이후 진행된 쟈뎅드슈에뜨나 슈콤마보니 인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들의 성공 사례가 업계에 알려지면서 자신의 브랜드를 인수하면 어떻겠냐며 의사를 타진해오는 디자이너들도 생겼다.

 

피인수기업의 불만을 사전에 차단하다:

인수 후 계획 보이며 성실하게 설명

 디자이너 브랜드 인수 작업에도 어려움은 있었다. 우선 후보군을 고르고 접촉하는 과정에서대기업이 인수하면 우리 브랜드의 개성이 사라진다며 우려하는 대표들이 있었다. 디자이너 출신의 대표들은 대부분 디자인의 독창성을 가장 큰 경쟁력이자 브랜드 정체성으로 생각해 이것이 탈색되는 것에 대한 불안이 컸다. 코오롱은 인수 작업을 개시하기 전부터 꼼꼼히 준비한 인수 이후 운영 계획과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이들을 설득했다.

 인수 가격 산정 면에서도 이견을 제시하는 대표들이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회계장부 및 현장 실사를 거쳐 보유자산과 유통망, 브랜드 가치 등을 평가해 금액을 결정하는데 정해진 공식이나 딱 떨어지는 기준이 없다 보니 의견이 엇갈릴 수 있었다. 코오롱은 애초부터 인수금액을 크게 지불할 생각이 없었다. 인수 과정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보다는 인수 후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그 브랜드가 최대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었으므로 이 점에 있어서만큼은 원칙을 분명히 해서 타협의 여지를 줄였다. 대신 인수 이후 발생하는 매출에 연동해 연봉 외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방식을 제안했다. 성장 이후 커지는 파이에 대한 디자이너의 몫을 챙겨주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최종 인수된 3곳의 경우 이런 방식에 찬성했고 인수가 성사됐다.

 인수된 브랜드에서 일하던 기존 직원들은 작은 개인 사업체에서 일하다가 코오롱이라는 대기업 직원으로 일하게 된 점을 반가워했다. 코오롱 건물로 들어가 코오롱의 제도와 방식에 일방적으로 편입되는 방식이 아니라 코오롱 직원들이 해당 브랜드들의 사무실에 합류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직원들 사이의 마찰이나 갈등은 크지 않았다. 해당 브랜드로 발령받는 직원들 역시 일정 기간 이후 다시 코오롱의 다른 브랜드 사업부로 옮겨갈 수 있었으므로 불만이 크지 않았다.

걸림돌은 역시 문화적 차이였다. 문서화된 규정이나 규칙 없이 감과 관행에 의존해 일을 처리하던 직원들은 물론 대표까지도 대기업의 결재 과정과 보고 등을 낯설고 어려워했다. 특히 시간을 쪼개 다양한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에 익숙하던 대표들은보고서 만들 시간에 디자인 하나 더 그리겠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코오롱은 인수된 브랜드 직원들이 경력직 대상의 사내 연수 및 교육 과정을 이수하도록 해서 코오롱의 기존 직원들과의 친분을 쌓고 사내 기본적인 절차와 규칙을 익히도록 했다. 대표로서 사업체를 꾸려가다가 코오롱의 임원급으로 직책을 바꾼 디자이너들에 대해서는 보고와 결재를 최소화하고 가급적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코오롱에 있다가 합류한 직원들이 이들의 적응을 도왔다.

 

 

 

쿠론의 스테파니 백

 

지속적 인수 통해 전사적 역량을 강화하다:

조직 문화 및 관행의 혁신

 

쿠론 인수를 통해 FnC코오롱이 얻은 성과는 다음과 같다. 표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큰 성과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인한 매출 증대다. 남성복 및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에 치우쳤던 코오롱 패션 부문의 사업 영역이 여성복과 여성용 잡화로 확대됐다. 이를 통해 코오롱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었고 이들 브랜드의 성장과 함께 매출을 늘려갈 수 있었다.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코오롱에서 더 큰 성과로 평가하는 부분이 있다. 조직 문화 및 관행의 혁신이다. 신규 브랜드들이 한 지붕 아래 들어오기 전만 해도 코오롱 각 부서 인력들은 자신이 맡은 일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즉 디자이너는 디자인에만, 마케팅 파트에서는 마케팅 기획과 집행에만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일하던 인력들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CEO이자 CFO이며 CMO이기도 했다. 즉 모든 직원들이 제품의 기획에서 생산과 유통 및 마케팅, 사후처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꿰뚫고 챙기는 데 익숙해 있었다. 이런 문화는 코오롱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들이 일하는 방식을 배우고 익히자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코오롱 관계자는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할 때부터 이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질 것이며 어떻게 홍보하면 좋겠다는 것까지 미리 생각하고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규모가 커서 업무가 분화돼 있는 기업을 인수했다면 배우지 못했을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철저한 관리 역시 인수기업들에서 배워 코오롱이 전사적 관행으로 삼은 부분이다. 패션업계에서는 한번 유행이 불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그 디자인, 그 패턴을 따라 만들어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지적재산권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데 유행을 주도하기보다는 따라하는 일이 많은 대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러나 디자이너 브랜드에는 디자인 자체가 브랜드의 정체성과 같기 때문에 이들은 사소한 것 하나라도 보호받기 위해 애쓰는 경향이 강하다. 코오롱이 인수한 브랜드들은 지적재산권을 다루는 데 매우 철저하고 꼼꼼했다. 코오롱 관계자는이런 것까지 등록해놨나 싶을 정도로 아주 작은 아이템 하나도 미리 챙기는 모습에 반성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코오롱은 지적재산권 등록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 기존의 법무팀을 법무Compliance팀으로 확대하고 이 업무를 전담하도록 했다.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지적재산권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 현장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이 이런 이슈를 항상 염두에 두도록 하는 데 힘썼다.

 자투리 재료 활용도 코오롱에 전파된 긍정적인 문화다. 가죽에서 필요한 부분을 오려내고 나면 자투리 조각이 나오는데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예산 절감은 물론 독창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으로 남는 천이나 가죽 조각들을 버리지 않고 모아 또 다른 상품을 만드는 재료로 활용하고 있었다. 코오롱 관계자는자르면서 나오는 남는 조각은 당연히 버리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작은 조각 하나도 버리지 않고 활용하는 모습에 놀랐다이런 관행들을 남성복이나 캐주얼 사업체로 전파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본사 차원에서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은 인수한 브랜드들에서 배울 만한 점들을 골라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로 선정하고 정기적인 회의 등을 통해 전사적으로 퍼뜨리는 데 주력했다. CFC(Cross Functional Communication) 등 사내 수단을 활용해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을 반복, 서로의 부서에서 배울만한 점을 공유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최근 FnC코오롱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해외 진출이다. 인수 전부터 계획했던 대로 해외 시장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다. 아직 국내 시장에서 톱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니지만 국내 시장과 해외 시장을 함께 공략하겠다는 것이 코오롱의 의지다. 쿠론은 인수 직후부터 이미 영국과 프랑스, 일본 등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제품을 선보이며 인기몰이를 한 바 있다. 쟈뎅드슈에뜨와 슈콤마보니 역시 홍콩과 일본, 중국, 프랑스 등의 백화점이나 편집숍 등에 입점해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코오롱은 중국 진출을 겨냥해 영문 및 중국어판 직구매 사이트(www.wannabk.com)를 개설해 쿠론과 슈콤마보니, 쟈뎅드슈에뜨 등의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게 했다. 중국 유통 바이어 및 현지 모델들을 모아 제품 프레젠테이션을 갖고 중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계속해서 테스트하는 중이기도 하다. 코오롱 관계자는우리가 거액을 주고 해외 브랜드 판매권을 사오는 것처럼 우리 브랜드를 중국 사업체에서 사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브랜드 경쟁력이 우수하고 소비자 반응이 좋기 때문에 긍정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공요인 분석 및 시사점

 

FnC코오롱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인수합병 사례에서 특이한 점은 보통의 국내 기업들, 특히 대기업들은 자신이 대기업이라는 사실만으로 작은 기업, 신생기업을 무시하는 성향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FnC코오롱은 이와는 반대로 작지만 강한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인수해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지 않고 배움의 자세로 그들의 방식을 받아들여 성장을 이뤘다는 점이다. 이는 신사업 진출 및 새로운 성장 동력을 고민하는 다른 기업들에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Post-merger integration 대신 Pre-merger integration

FnC코오롱의 인수합병 절차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2007년 캠브리지를 합병한 후 겪었던 통합 과정의 내홍을 잘 기억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대개 기업들은 기업을 인수합병한 후에 통합과정을 시행하는 인수 후 통합과정(Post-merger integration)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그러나 FnC코오롱은 인수 전 실사과정(due diligence period)에서부터 대상 기업의 경쟁력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목표로 삼고 있는 브랜드를 키운 대표가 사업적으로 얼마나 안목을 갖고 있고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는지, 상품의 경쟁력은 얼마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비교적 긴 시간(6개월 이상)을 투자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자원을 투입해 대상기업을 물색했다는 점은 이제껏 인수 후 통합만 강조했던 구태를 벗어버리고 학자들이 제언해왔던 인수 전 통합(Pre-merger integration)에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작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슈콤마보니

 

 

 

 

 

이보현 디자이너가 2003년 출시했다. 10년가량 패션기업에서 남성복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그는 회사를 나와 빈티지 멀티숍 Zipper, 스페인구두 Ras의 국내 에이전시 등을 운영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러다 청담동에 단 40켤레의 구두로 숍을 열었다. 구두는 일주일 만에 동이 났다. 이후 구두를 사랑하는 여성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주문하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매장이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해서청담동 만원버스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후 매장이 10개를 넘어설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2012년 코오롱에 인수된 이후 해외로도 발을 넓혀 파리, 뉴욕 등에서 진행되는 주요 전시회에서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일본, 중국, 홍콩, 두바이 등 19개국의 유명 백화점 및 편집숍에 입점했다.

 

 

2003. 02 슈콤마보니 론칭

2010. 홍콩 하비니콜스, 블루밍데일스 입점

2011. 프랑스 파리 쁘렝땅 백화점 입점

2012.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에 인수

 

 

 

피인수기업을 파트너로 삼아라 4

 

2009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이 글은피인수기업을 통합하려고 하지 말고 파트너로 삼으라는 메시지를 핵심으로 한다. 저자들이 ‘Partnering’이라고 부르는 후자의 관계는 피인수기업을 독립된 조직으로 두고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CEO를 포함한 고위경영진을 그대로 둘 뿐 아니라 그들이 본래 가지고 있던 권한과 자율성을 유지하도록 한다. 인수기업은 한걸음 물러나 피인수기업이 스스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후선에서 돕는다.

 

인도의 타타그룹 계열사인 타타케미칼(Tata Chemicals) 2005년 각각 영국과 케냐에 기반을 두고 있는 화학업체 브루너 몬드(Brunner Mond)와 마가디 소다(Magadi Soda)를 인수했다. 인수 직후 타타케미칼은 두 업체의 경영진을 11로 만나모든 경영진과 직원들을 종전대로 유지회사 이름과 정체성, 보고 체계에 변화 없음

▲ 브루너 몬드의 연금 부채 이슈를 신중히 고민하고 있음(이는 당시 직원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 인수 후 의사결정은셋 중 최고방식(세 회사의 관행과 체계, 아이디어 중 최고를 선정해서 추진하는 방식)에 의해 이뤄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2006 2, 세 기업의 중역들이 100일 계획(100-day plan)을 짜기 위해 인도 뭄바이에 모였다. 이들은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35개 과제를 추렸는데 여기에는전략적 기획 과정의 조화최고의 관행과 정책으로 HR 부문을 통합커뮤니케이션과 PR 부문에서의 규칙 확립 등이 포함됐다. 이 회의를 갖기 전 타타케미칼은 (회의에 참석하는) 그들의 경영진에게 다음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 타타의 행동강령과 때마다 타타가 추진했던 우수한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라그룹이 가진 핵심 비즈니스 가치와 사회에 대한 책임을 전달하라타타케미칼 사람들끼리만 이야기하지 말고 새로운 동료들과 어울려라 ▲ ‘인수(acquisition)’소유(ownership)’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고함께 일하다(coming together)’ 또는가족 관계(parentage)’라고 말하라 ▲ ‘당신들(you)’이나우리에게(us)’라고 말하지 말고우리는(we)’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라.

 

강압적 통합 대신 자율성을 부여해 파트너십 구축

한국의 기업, 특히 대기업들은 통제 및 관리를 중시하고 자기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강하다. 특히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한 경우 자사의 방식을 피인수기업에 강요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지식이나 노하우를 얻어내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FnC코오롱은 성장 가능성을 지닌 브랜드를 인수해 기존 CEO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잠재력을 이끌어 내서 그들의 방식대로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기업이 다른 기업을 합병할 때, 특히 새로운 기술이나 브랜드처럼 전략적 가치를 지닌 자산을 인수합병할 때 피인수기업에 자율권을 부여하고 기존 인력들을 그대로 보유하는 일은 당연해 보이지만 실제 실행하기란 쉽지 않다. FnC코오롱은 자신에게 왜 신규 브랜드가 필요한지 전략적으로 이해하고 있었고 이에 성장 잠재력이 큰 인수 대상을 물색했으며 확정한 피인수 기업에 충분한 자율권을 부여했다. 이처럼 인수합병 후 통합(integration)보다는 피인수기업을 파트너로 대하며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은 최근 신흥기업의 해외 인수합병 사례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피인수기업을 파트너로 삼아라참조.)

 

단기적 성과 대신 궁극적인 시너지를 추구

앞서 언급한 인수합병 방식, 즉 피인수기업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방식은인수합병이라고 할 때 떠오르는 첫 단어, 시너지(synergy)를 얻는 데 한계를 가질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즉 기업은 다른 기업을 인수하면서 내 것과 그들 것을 합쳐 1+1 2보다 큰 가치를 내는 것을 시너지라고 보고 이를 위해 통합을 추진한다.

FnC코오롱은 잠재력을 지닌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해당 브랜드를 개발한 디자이너 대표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면서도 시너지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합병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트랙 운영방식을 적용한 것이 그 증거인데 이를 통해 해당 브랜드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매출을 올려 궁극적으로 스스로에게 더 큰 이익이 돌아오도록 계획하고 추진했다. 이를 위해 후방에서 자금과 인력을 지원하고, 코오롱 본사에서 운영하는 사후처리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며, 코오롱의 협상력을 활용해 유통망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두 개의 기업이 합쳐져 더 큰 시너지를 이뤄내도록 하는 결과를 이끌었다.

 

FnC코오롱의 이 같은 전략은 1999 Gucci Group 등 럭셔리 브랜드를 많이 인수하며 성장한 케링(Kering)그룹을 떠올리게 한다. 5  Kering CEO Pinault는 자신이 인수한 구찌, 알렉산더 맥퀸, 브리오니, 이브생로랑 등의 브랜드가 시장에 더 성공적으로 파고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Kering이 갖고 있던 마케팅 노하우나 매장 운영, 자금 지원 및 추가적인 R&D 등을 적극 활용했다. 이를 통해 인수합병한 기업들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고 궁극적으로는 Kering그룹 자체가 럭셔리 브랜드 시장에서 강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일방적 전달 대신 우수 관행과 노하우 흡수

FnC코오롱은 인수합병을 통해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가진 노하우와 관행을 흡수하며 기업 전체의 역량을 향상시켰다. 이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또 하나의 사례를 생각나게 한다. 6 글로벌 업계 순위 10위였던 인도의 힌달코(Hindalco)가 북미에 위치한 글로벌 넘버 1기업인 노벨리스(Novelis)를 인수하는 과정은 배움의 과정이었다. 국내 시장인 인도에서 수많은 기업을 인수합병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0년부터 해외기업을 인수하기 시작한 힌달코는 2003, 2005, 2006년 호주와 캐나다에서 해외기업을 추가로 인수하며 그들로부터 매번 다른 경영역량을 흡수했고 그 결과 꾸준히 발전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토대로 2007년 드디어 업계 1위인 노벨리스를 인수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인수합병을 통한 꾸준한 역량 및 배움의 축적을 쿠마르(Kumar) 교수는 인수합병을 통한역량 계단(Competence stairway)’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FnC코오롱도 마찬가지다. FnC코오롱은 제품의 기획, 생산, 유통, 마케팅 및 사후처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파악하고 모든 직원이 주인처럼 업무를 처리하는 인수합병 기업들의 경영 문화와 노하우를 파악하고 흡수했으며 지적재산권 등 기존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던 주요 경영 이슈들을 좀 더 중요하게 처리하기 시작했다. 피인수기업들의 핵심 역량과 경험을 배우고 익혀 긍정적인 사내 관행으로 키워간 것이다.

 

도전과제

통합매니저(integration manager) 육성을 통한 합병절차 정립

 

FnC코오롱은 국내에서 경쟁력을 가진 세 브랜드를 합병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렇게 기업 합병을 통해 성장을 경험한 기업은 앞으로도 국내외 기업들에 대한 인수합병을 더 적극적으로 시도해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3곳 정도의 합병에서 수십 개 혹은 그 이상의 기업을 합병한다면 각각의 합병 기업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면서도 직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때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주체가 통합절차에 신경을 쓰고 FnC코오롱과 피인수기업 사이의 연결고리 또는 연결접점(connecting tissue)이 될 통합매니저(integration manager).

 

짧은 기간 국내외에서 100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합병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한 GE캐피털의 성공적인 인수합병 전략에는 통합매니저의 역할이 컸다.7  GE캐피털은 스스로 구축하고 정립해 자신만이 반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통합 프로세스를행운의 바퀴(wheel of fortune)’라고 불렀다. FnC코오롱 역시 향후 더 많은 기업을 인수해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높이고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 통합매니저의 관리하에 체계적으로 반복할 수 있는 인수합병 프로세스(replicable process)를 개발해서 정착시켜야 한다.

 

브랜드별 시장과 목표의 구체화

 

FnC코오롱은 다수 럭셔리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Kering의 전략을 잘 분석할 필요가 있다. Kering은 가격과 스타일이라는 두 개의 주요 마케팅 변수와 관련해 하나의 브랜드가 모든 마켓 세그먼트(market segment)를 커버할 수 없다는 점을 항시 잊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각각의 브랜드마다 실현해야 하는 명확한 미션을 갖고 그에 맞게 마켓 세그먼트를 분명히 했으며 이에 대한 이해와 목표를 갖고 있었다. 덕분에 그렇게 많은 럭셔리 브랜드를 갖고 있으면서도 마켓 세그먼트 사이에 충돌 없이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FnC코오롱 역시 기존 브랜드 외에 추가로 합병 및 영입한 세 개의 브랜드, 앞으로 추가로 인수합병할 브랜드에 대해 브랜드별로 명확한 미션과 분명한 목표 시장(target segment)을 설정해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시도해야 한다.

 

 

Global Push

FnC코오롱은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세 개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인수합병해서 불황의 시대 기업들에 더욱 절실한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FnC코오롱이 합병을 결정할 때 고려했던 항목 중 하나가 해외 진출 가능성이었다. 해외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브랜드를 직접 개발한 후 해외로 진출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지만 이제는 국내 시장에서의 인수합병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브랜드를 인수합병하는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해외 시장에서의 인수합병 과정은 국내 기업을 인수하는 것과 다르다. 여기에 대해 철저히 공부하는 기간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인도의 힌달코 역시 인도 국내에서 100번 넘는 인수합병을 경험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해외에 나가 가치 있는 기업을 적극 인수해 마침내 세계 랭킹 1위의 기업을 인수하며 세계 시장에서의 성장을 모색했다.

FnC코오롱도 국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작은 기업들을 하나둘 사들이는 베이비스텝(baby step) 전략을 활용하고 이를 통해 지식 및 역량의 계단을 차근차근 올라가 점차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비전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박용석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yspak@yonsei.ac.kr

박용석 교수는 연세대 사학과에서 수학하고 미국 일리노이대(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외국계 은행에서 근무하다가 뉴저지 랏거스 주립대(Rutgers University, the State University of New Jersey)에서 국제경영 분야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국제경영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경영연구> 편집장직을 맡고 있다. 관심 분야는 지식경영, 인수합병 후 통합과정, 글로벌 마인드세트, 중국시장에서의 HRM, 인터마켓세그먼트 등이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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