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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형제들 ‘배달의 민족’

“짜장면을 스마트폰으로 배달시키자” 키치 옷 입은 앱, 월 300만 건 신화 낳다

주재우 | 152호 (2014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운영

300만 건의 주문을 처리하는 스마트폰 음식배달 시장 1위 앱(app) ‘배달의민족’의 성장 비결

 

1) 보이는 브랜딩(고객 상대)과 보이지 않는 브랜딩(직원 상대)의 조화

 

2) 페르소나(Persona)기법이 적용된찌질한 형아캐릭터와 기업 서체 개발

 

3) 통합적 경험을 갖고 있는경영하는 디자이너가 리드

 

4) 수평적 공동체 문화와 수직적 업무 질서의 조화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장은빈(연세대 사회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단골 중국요리집 전화번호 하나 정도는 외우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냉장고 위에 피자집, 치킨집 자석을 붙여 놓고, 음식점 리스트가 들어 있는 지역정보지를 전화기 옆에 걸어두기도 했다. 이젠 점점 보기 힘들어지는 풍경이다. 음식점 전화번호와 메뉴, 남들이 먼저 먹어보고 남긴 리뷰까지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스마트폰 음식배달 앱 시장에서 가장 잘나가는 회사는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이다. 창업자인 김봉진 대표(디자이너)와 친형 김광수 이사(프로그래머) 2010년 창업한 이 회사는 등록업체 수가 약 13만이다. 2위 앱요기요의 약 3배에 달한다. 매출과 수익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지만 공개되는 월간 주문 수는 300만 건, 주문 금액은 550억 원에 달한다. 또 매월 이용자들의 리뷰가 약 10만 건씩 쌓인다. (그림 1)

 

그림 1 배달의민족 앱 화면, 다운로드 추이와 누적 사용자 리뷰 수

 

 

‘스마트폰으로 짜장면을 배달시킬 수 있게 하자는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을 달성, 중견 모바일 서비스 업체로 성장한 우아한형제들의 성장 비결을 알아본다.

 

답십리 카페에서 시작된 토이프로젝트

창업자 김봉진 대표는 웹디자이너 출신이다. 첫 직장이었던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현대카드, 나이키 등 잘 알려진 회사들의 웹사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 다음 들어간 네오위즈에서는세이클럽인터넷 채팅 서비스를 맡았다. 그러다가 회사를 뛰쳐나와 2007년에 엉뚱하게도프로방스풍의 목가적인인테리어 가구점을 차렸다. 시도는 용감했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갔는지 프로방스 가구점은 망했다.

 

생활이 어려워져 다시 취직한 회사가 네이버(당시 사명은 NHN)였다. 이전까지의 검색창은 웹페이지상의 흔하고 흔한 입력상자(form box)에 불과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검색창에 초록색으로 두꺼운 테두리를 그려 넣은 다음세상을 보는 그린 윈도(녹색 창문)’라는 식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었다. 그는 이걸 보고새로운 세상을 봤다. 온라인, 디지털이라는 것도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말한다. 네이버에서 2년을 근무한 후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등록하는 동시에 네 명의 동료들과 함께 플러스엑스라는 UX(user experience) 에이전시를 창업했다.

 

회사 일과는 별도로 개인적인 스마트폰 앱 프로젝트도 벌였다. 일종의 자아실현형 부업이었다. 프로그래머였던 친형과 함께 주말에 답십리 커피숍에서 작업해 나온 결과물이 배달의민족 앱이다. 처음부터 배달 앱으로 사업을 크게 벌일 생각은 아니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2010년은 스마트폰 산업이 막 기지개를 켜던 때라 스마트폰을 이용해 뭔가 재밌는 걸 해보자, 재밌는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친형, 지인 몇 명과 아르바이트식으로 작업했다. 배달업소 정보는 인터넷에서 긁어오든가, 길거리에 나가서 전단지를 주워와 입력했다. “배달이라는 게 이전부터 잘 알고 있었던 분야는 아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시작하게 된 일이다. 반드시 어떤 걸 해야겠다는 계획이 명확하게 있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살다보니 뭔가를 하게 되는 사람들도 많다. 배달의민족은 후자 쪽에 가깝다. 내가 사업을 하는 기업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많지 않았다. 그건 지금도 그렇다.”

 

큰 꿈은 없었지만 대충하지는 않았다. 배달의민족보다 몇 달 앞서배달통’ ‘배달114’라는 선발업체도 나온 상태라 차별화가 절실했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디자인과 브랜드 개발에 많은 신경을 썼다. 음식 배달이라는 서비스의 분위기에 맞게 재미나고 촌스럽고 위트 있는, 이른바키치분위기를 앱 곳곳에 녹여 넣었다. 서비스 곳곳에 10, 20대가 좋아할 만한 귀여운 캐릭터들을 등장시켰다. 글씨체도 최대한 귀엽고 코믹하게 만들었다.

 

스마트폰 대중화라는 추세와 맞물려 앱 시장도 빠르게 팽창했고 배달 앱 시장 역시 쑥쑥 성장했다. 그중에서도 배달의민족이 배달통, 배달114 등의 선발업체들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들은 창업할 때부터 타깃 고객을 20, 혹은 20대 같은 감성을 갖고 있는 30대라고 확실히 정하고 그에 맞는 디자인과 브랜드, 기업 문화를 가꾸어갔다. 어차피 배달 앱들 간의 기술적 차이는 크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브랜드와 소비자 경험에서 승부가 날 것이라 생각해 UX, UI와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많은 투자를 했다.

 

둘째는 영업력이다. IT 업계가 아닌 제약회사 출신의 정통 영업맨을 이사로 영입, 등록 업소 수를 최대한 빨리 늘렸다. 영업이사는 제약회사가 의사와 소비자라는 두 종류의 고객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듯이 배달의민족 역시 음식점 주인과 앱 사용자라는 두 종류의 고객의 니즈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유료 등록 업소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체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하며 무료 등록 업소를 최대한 많이 늘리려 노력했다. 또 업소들의 피드백을 서비스 개발에 반영하려 애썼다.

 

셋째는 서비스 운영 능력이다. 김 대표는 IT 회사, 디자인 회사라도 직원의 자발적 참여와 창의성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고 봤다. ‘전원 9시 정시 출근’ ‘2주마다 무조건 앱 업데이트와 같은 엄격한 규칙을 정하고 직원들에게 강요했다. 사석에선 친한 형, 동생 사이라도 회사에선 엄격한 직위체계를 따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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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재우

    주재우designmarketinglab@gmail.com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공감에 기반한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과 직관을 위배하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을 활용해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을 설계한다. 현재 국민대 경영대학과 테크노디자인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마케팅과 경험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받았고 토론토대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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