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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옆길로 새’ 광고 만든 설유미 TBWA 수석국장

“앵무새가 랩 한대, 공유해!” SNS 시대, 통합마케팅 길을 찾았다

고승연 | 152호 (2014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마케팅

많은 마케터들과 광고 담당자들이통합마케팅(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실행하려 한다. 최근 가장 성공한 IMC 사례로 꼽히는현대카드 Make Break Make’ 브랜드 광고옆길로새캠페인을 만든 설유미 TBWA 수석국장은매체중심사고를 탈피하라고 조언한다. 기획자와 제작자, 광고주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함께 시나리오와 스토리를 구상하고 캠페인을 펼치면서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콘텐츠 특성에 따라 매체를 그때그때 선택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매체부터 염두에 두고 아이디어를 내면 스토리가 망가질 수 있다. 또 무조건 화제가 되는 광고를 만들겠다는 집착 역시 무리수를 낳는다. 이럴 경우 당연히 IMC 전략도 성공할 수 없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장은빈(연세대 사회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앵무새 한 마리가 나온다. 앵무새 이름은 ‘MC 옆길로새’. 그리고 2분간에 걸쳐 랩을 한다. 노래 제목 역시옆길로새. 신나고 중독성 강한 사운드에뻔한 길로 가지 말고, 옆길로 새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재미있는 라임(rhyme)에 실어 읊는다. 새가옆길로 새라고 하는 것 자체부터가 사실은 운율이다. 현대카드의 ‘Make Break Make’ 브랜드 광고다. 노래 도입부에 래퍼 앵무새가 ‘DJ 현대카드!’라고 한 번 얘기한 뒤 살짝 현대카드 로고가 등장했다 사라지는 것 말고는 현대카드 얘기나 이미지가 나오지 않는다. 전통적인 카드 광고의성공한 삶, 풍요로운 생활의 상징같은 건 없다. 아니 반대다. 남들이 가는 길 가지 말고 다른 길로 가라는 메시지다. (QR코드 1)

 

 

‘옆길로새’ 뮤직비디오

 

이 광고는 론칭부터 달랐다. 전통 매체와 SNS 등 뉴미디어 통합 마케팅을 펼칠 때에는 보통 재미난 티저 광고부터 만들어 화제를 일으키는데 이 광고는 아예 홍대와 강남역에 ‘MC 옆길로새음반 발매 예고 형식의 포스터를 잔뜩 붙이는 것으로 티저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126 TV와 유튜브 등 온라인 등에서 광고가 나오자 소비자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출시 2주 만에 유튜브 공식계정 조회 수가 270만 건을 돌파했고 두 달여 만에 500만 뷰(view)를 넘어섰다. 광고를 기획하고 만든 TBWA에 따르면 이는 국내 기업이 만든 영상 중 가장 많은 조회 수 기록이다. 또 노래 자체가 좋다보니1  음원사이트 순위권에 진입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래퍼 새가 직접 운영하는 콘셉트의옆길로새 페이스북에는 4만여 건 가까운좋아요버튼 클릭이 이어졌고 단순 방문자가 1546만 명을 넘겼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블로그와 페이스북, 트위터로 퍼 날랐고 일간지, 잡지, 방송 뉴스 등에음악을 들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다보는 동영상(skip하지 않는 영상)’으로 소개됐다. 그리고 한 잡지에는 ‘MC 옆길로새 인터뷰형식의 광고가 실렸다. 인터뷰 기사인지, 광고인지 구분조차 모호한 성격이었다. 또 마치 인기 가수 인터뷰처럼 공식적인 인터뷰 동영상도 등장해 새가 직접 마이크에 대고 자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줬다. (QR코드 2) 인터뷰 영상에서 MC옆길로새는자유를 찾아 새장을 박차고 나와 디트로이트 떠돌이새가 됐으나 현대카드의 제안을 받고 ‘Make Break Make’ 정신에 공감해 노래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옆길로새’ 인터뷰 영상

 

그리고 공식적인 마케팅 종료일2 27, MC 옆길로새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마치 한 유명 가수의 은퇴선언문에서나 봄직한 비장미마저 느껴지는 글이었다.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IMC)3 의 성공이자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Branded Entertainment)4 의 모범이었다.

 

애초에 20대를 주 타깃으로 한 광고였으며 20대의 현대카드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39%에서 50%로 높아졌고구매의도역시 44%에서 54.5%로 뛰었다. DBR이 캠페인을 만든 광고회사 TBWA의 설유미 수석국장을 만나봤다.

 

 

설유미 TBWA 수석국장은 1996년 나라기획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2000년부터 TBWA KOREA에서 근무해왔다. SK텔레콤, 이베이 코리아, 현대카드 등의 광고를 만들었고 대한민국 광고대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광고의 성공이 느껴지나?

각종 수치상으로는 성과가 보인다.

 

일단 고객사(현대카드)가 정말 좋아했다. SNS를 타고 20대 사이에서 퍼지면서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 반응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쟁사(광고회사)에서 연락이 많이 왔다. 어떻게 이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사람이 아닌 새가 주인공이 돼, 마치 실존하는 가수가 활동하듯 진행한 통합적 광고가 이 정도 성공한 게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젊은층이 나서서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확산시켜준 것을 다들 굉장히 부러워했다. 콘텐츠가 알아서 자발적으로 퍼져나가면서 사람들이 현대카드 얘기도 같이하니까 다른 카드사들도 자신의 광고를 맡은 회사들에 각자 다 연락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공의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전체적으로 평가해보면 통합마케팅, IMC 전략이 잘 먹혔다. 우리로서도 이렇게 제대로 IMC에 성공한 건 사실상 처음인 거 같다. IMC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많은 광고인들은 다들 큰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다양하게 시도해보려 했다. 하지만 크게 반향을 일으키긴 쉽지 않았다. 진정한 IMC를 실현하는 것 자체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예전에도 00700 국제전화 광고 등에서 여러 번 시도해봤다. 성과는 있었지만 크게 성공하진 못했다. IMC가 성공하려면 몇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고객사의 의지와 이해다. 이번에는 현대카드가 그동안 시도해오던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의 일환으로 우리의 시도를 적극 지원해줬다. 두 번째로 환경적 요인이 받쳐줘야 한다. 최근 SNS 환경이 완전한 성숙단계에 들어간 것 역시 이번 광고가 성공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리고 광고를 만드는 우리 역시 많이 발전했는데 이 또한 성공요인으로 볼 수 있다.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빈틈없이 시나리오를 짜서 그걸 실행해 나갔다. 다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어쨌든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IMC 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이제 IMC를 이해하게 됐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매체 중심적 사고를 벗어났다. ‘어떤 매체를 주 채널로 할까’ ‘전통매체 중심의 ATL(Above the line)에서는 어떻게 하고 그 외의 BTL(Below the line)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줄까하는 방식으로 고민하지 않았다. 그 각각의 채널을 고려해서 메시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기존의 통합 마케팅 강박관념을 버렸다는 얘기다. 매체를 결정하기 전에 시나리오부터 고민했다. 기획과 제작이라는 구분도 없앴다. 시나리오와 스토리 전개를 보면서이건 TV에 내보내고, 이 내용은 페이스북을 활용하고, 이 아이디어는 포스터를 만들어 전봇대에 붙이자고 결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IMC란 이렇게 먼저 기획자와 제작자 구분 없이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함께 시나리오와 스토리를 구상하고 캠페인을 펼치면서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따라 매체를 선택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매체부터 염두에 두고 아이디어를 내면 스토리가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옆길로새’ 티저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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