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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옆길로 새’ 광고 만든 설유미 TBWA 수석국장

“앵무새가 랩 한대, 공유해!” SNS 시대, 통합마케팅 길을 찾았다

고승연 | 152호 (2014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마케팅

많은 마케터들과 광고 담당자들이통합마케팅(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실행하려 한다. 최근 가장 성공한 IMC 사례로 꼽히는현대카드 Make Break Make’ 브랜드 광고옆길로새캠페인을 만든 설유미 TBWA 수석국장은매체중심사고를 탈피하라고 조언한다. 기획자와 제작자, 광고주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함께 시나리오와 스토리를 구상하고 캠페인을 펼치면서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콘텐츠 특성에 따라 매체를 그때그때 선택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매체부터 염두에 두고 아이디어를 내면 스토리가 망가질 수 있다. 또 무조건 화제가 되는 광고를 만들겠다는 집착 역시 무리수를 낳는다. 이럴 경우 당연히 IMC 전략도 성공할 수 없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장은빈(연세대 사회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앵무새 한 마리가 나온다. 앵무새 이름은 ‘MC 옆길로새’. 그리고 2분간에 걸쳐 랩을 한다. 노래 제목 역시옆길로새. 신나고 중독성 강한 사운드에뻔한 길로 가지 말고, 옆길로 새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재미있는 라임(rhyme)에 실어 읊는다. 새가옆길로 새라고 하는 것 자체부터가 사실은 운율이다. 현대카드의 ‘Make Break Make’ 브랜드 광고다. 노래 도입부에 래퍼 앵무새가 ‘DJ 현대카드!’라고 한 번 얘기한 뒤 살짝 현대카드 로고가 등장했다 사라지는 것 말고는 현대카드 얘기나 이미지가 나오지 않는다. 전통적인 카드 광고의성공한 삶, 풍요로운 생활의 상징같은 건 없다. 아니 반대다. 남들이 가는 길 가지 말고 다른 길로 가라는 메시지다. (QR코드 1)

 

 

‘옆길로새’ 뮤직비디오

 

이 광고는 론칭부터 달랐다. 전통 매체와 SNS 등 뉴미디어 통합 마케팅을 펼칠 때에는 보통 재미난 티저 광고부터 만들어 화제를 일으키는데 이 광고는 아예 홍대와 강남역에 ‘MC 옆길로새음반 발매 예고 형식의 포스터를 잔뜩 붙이는 것으로 티저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126 TV와 유튜브 등 온라인 등에서 광고가 나오자 소비자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출시 2주 만에 유튜브 공식계정 조회 수가 270만 건을 돌파했고 두 달여 만에 500만 뷰(view)를 넘어섰다. 광고를 기획하고 만든 TBWA에 따르면 이는 국내 기업이 만든 영상 중 가장 많은 조회 수 기록이다. 또 노래 자체가 좋다보니1  음원사이트 순위권에 진입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래퍼 새가 직접 운영하는 콘셉트의옆길로새 페이스북에는 4만여 건 가까운좋아요버튼 클릭이 이어졌고 단순 방문자가 1546만 명을 넘겼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블로그와 페이스북, 트위터로 퍼 날랐고 일간지, 잡지, 방송 뉴스 등에음악을 들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다보는 동영상(skip하지 않는 영상)’으로 소개됐다. 그리고 한 잡지에는 ‘MC 옆길로새 인터뷰형식의 광고가 실렸다. 인터뷰 기사인지, 광고인지 구분조차 모호한 성격이었다. 또 마치 인기 가수 인터뷰처럼 공식적인 인터뷰 동영상도 등장해 새가 직접 마이크에 대고 자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줬다. (QR코드 2) 인터뷰 영상에서 MC옆길로새는자유를 찾아 새장을 박차고 나와 디트로이트 떠돌이새가 됐으나 현대카드의 제안을 받고 ‘Make Break Make’ 정신에 공감해 노래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옆길로새’ 인터뷰 영상

 

그리고 공식적인 마케팅 종료일2 27, MC 옆길로새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마치 한 유명 가수의 은퇴선언문에서나 봄직한 비장미마저 느껴지는 글이었다.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IMC)3 의 성공이자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Branded Entertainment)4 의 모범이었다.

 

애초에 20대를 주 타깃으로 한 광고였으며 20대의 현대카드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39%에서 50%로 높아졌고구매의도역시 44%에서 54.5%로 뛰었다. DBR이 캠페인을 만든 광고회사 TBWA의 설유미 수석국장을 만나봤다.

 

 

설유미 TBWA 수석국장은 1996년 나라기획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2000년부터 TBWA KOREA에서 근무해왔다. SK텔레콤, 이베이 코리아, 현대카드 등의 광고를 만들었고 대한민국 광고대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광고의 성공이 느껴지나?

각종 수치상으로는 성과가 보인다.

 

일단 고객사(현대카드)가 정말 좋아했다. SNS를 타고 20대 사이에서 퍼지면서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 반응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쟁사(광고회사)에서 연락이 많이 왔다. 어떻게 이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사람이 아닌 새가 주인공이 돼, 마치 실존하는 가수가 활동하듯 진행한 통합적 광고가 이 정도 성공한 게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젊은층이 나서서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확산시켜준 것을 다들 굉장히 부러워했다. 콘텐츠가 알아서 자발적으로 퍼져나가면서 사람들이 현대카드 얘기도 같이하니까 다른 카드사들도 자신의 광고를 맡은 회사들에 각자 다 연락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공의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전체적으로 평가해보면 통합마케팅, IMC 전략이 잘 먹혔다. 우리로서도 이렇게 제대로 IMC에 성공한 건 사실상 처음인 거 같다. IMC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많은 광고인들은 다들 큰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다양하게 시도해보려 했다. 하지만 크게 반향을 일으키긴 쉽지 않았다. 진정한 IMC를 실현하는 것 자체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예전에도 00700 국제전화 광고 등에서 여러 번 시도해봤다. 성과는 있었지만 크게 성공하진 못했다. IMC가 성공하려면 몇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고객사의 의지와 이해다. 이번에는 현대카드가 그동안 시도해오던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의 일환으로 우리의 시도를 적극 지원해줬다. 두 번째로 환경적 요인이 받쳐줘야 한다. 최근 SNS 환경이 완전한 성숙단계에 들어간 것 역시 이번 광고가 성공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리고 광고를 만드는 우리 역시 많이 발전했는데 이 또한 성공요인으로 볼 수 있다.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빈틈없이 시나리오를 짜서 그걸 실행해 나갔다. 다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어쨌든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IMC 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이제 IMC를 이해하게 됐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매체 중심적 사고를 벗어났다. ‘어떤 매체를 주 채널로 할까’ ‘전통매체 중심의 ATL(Above the line)에서는 어떻게 하고 그 외의 BTL(Below the line)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줄까하는 방식으로 고민하지 않았다. 그 각각의 채널을 고려해서 메시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기존의 통합 마케팅 강박관념을 버렸다는 얘기다. 매체를 결정하기 전에 시나리오부터 고민했다. 기획과 제작이라는 구분도 없앴다. 시나리오와 스토리 전개를 보면서이건 TV에 내보내고, 이 내용은 페이스북을 활용하고, 이 아이디어는 포스터를 만들어 전봇대에 붙이자고 결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IMC란 이렇게 먼저 기획자와 제작자 구분 없이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함께 시나리오와 스토리를 구상하고 캠페인을 펼치면서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따라 매체를 선택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매체부터 염두에 두고 아이디어를 내면 스토리가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옆길로새’ 티저 포스터

 

 

 

다시 구체적인 광고 얘기로 돌아가보자. 래퍼가 등장해서 메시지를 전하는 광고는 꽤 많았는데 ‘옆길로새’처럼 성공한 건 드물다.

랩 형식은 굉장히 많았고 여전히 자주 등장하는 방식이다. 옆길로새 캠페인을 진행하던 전후에 모 전자회사에서 기성 래퍼, 유명 가수를 모델로 랩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를 만들었다. 순전히 가수의 인기에 기댄 것이다. 이럴 경우 광고 수용자 입장에서는 별로 재미가 없다. 또 유명 래퍼를 쓰게 되면 팬이냐, 안티냐에 따라 호불호도 갈리고 이래저래 곤란해진다. 그리고 사실 현대카드 자체가 원래 유명인 모델을 별로 안 좋아한다.

 

현대카드의 ‘Make Break Make’ 20대에게 전달하기 위해 남들 가는 길 따라가지 말고다른 길, 옆길로 새라는 메시지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잘 전달하기 위해 노래를 활용하기로 했다. 제작진이 음악에 조예가 깊어 어떤 음악이 이번 캠페인의 타깃인 20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 어떤 게 현대카드 다운건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은퇴한 리오 케이코아의 이 노래를 어떻게 찾았는지는 모른다. 어느 날 내게 제작진이 한번 들어보라고 했다. 노래가 정말 좋았다. 알아보니 마니아층은 다 아는 명곡인데 좀 묻혀진 노래였고, 대중들이 좋아할 후렴구가 있었다. 개사하면 딱 맞겠다 싶었다. 문제는 래퍼였다. 은퇴한 분이었지만 가수에 메시지가 묻혀서도 안 됐다. 고민이 많아졌다. 그러면 뭔가 다른 캐릭터가 노래를 한다는 콘셉트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다소 황당하지만 이렇게 스토리가 전개됐다. 이런저런 연구를 하고 회의를 거듭하던 중 “‘옆길로 새라고 말하니까, ? 앵무새는 말하잖아. 앵무새가 나와서 랩 하는 거 어때?”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다들 처음엔 웃어넘겼는데 그게 그냥 웃고 넘어가지는 게 아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진짜 참신하고 괜찮은 아이디어였던 거다.

 

 

 

 

MC 옆길로새 공식 은퇴선언 중 일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두 달간의 캠페인 기획이 구성된건가?

그렇다. 그때부터 아이디어가 완전히폭발하듯 쏟아져 나왔다. ‘새장, 즉 누군가가 정해놓은 울타리를 벗어나 날아오른 새, 자기 길을 찾아 나선 새, 래퍼로서 살아가는 새라는 콘셉트가 만들어졌다. 알아보니 미국에 공연을 하는 앵무새가 진짜로 있었다. 당연히 랩을 하는 새는 아니었지만 무대에 익숙한 새였다. 그 앵무새를 섭외했고, 생김새에 맞게 촘촘하게 스토리를 만들어갔다. ‘새장을 탈출해 나온 뒤, 디트로이트에서 떠돌이로 살면서 힘들지만 자유롭게 사는 영혼이라는 개념도 만들어졌다. 그 새는 아티스트이자 자유로운 영혼의 래퍼였다. 홍대와 강남역에 포스터를 붙이는 티저도 다 그 기획의 틀 안에 있었다. 한국에서 디지털 싱글을 발매하는 ‘MC 옆길로새포스터를 아주 진지하게 만들었고 개인사를 담은 인터뷰 영상도 제작했다. 뮤직비디오도 찍고, 그 새가 직접 운영하는 형식의 페이스북도 개설했다. 순간 우리는 광고기획사가 아니라 연예기획사가 된 셈이었다.

 

소비자들이 유치하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었다. 물론 그렇게 되진 않았지만….

나도 놀랐다. 소비자들은, 광고를 본 수많은 젊은이들은 그 자체를 즐겼다. ‘새가 랩을 하다니, 말을 하다니 그게 말이 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재미있다고 여기며 그 앵무새 래퍼의 팬이 돼 콘텐츠를 즐겼던 거다. 영상을 풀고 나니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엄청나게 많이 공유해갔다. 그런데 공유하면서현대카드가 재미있는 광고를 만들었다고 코멘트를 다는 게 아니었다. ‘앵무새 래퍼 등장. 노래 좋음.’ 이런 식의 글을 쓰면서 동영상을 공유하는 거다. 그러면 다들 댓글로노래가 정말 좋네’ ‘이 앵무새 랩 좀 잘하네라는 반응이 올라온다. 모두가 그 상황을 즐기고 웃고 떠든다. 내용도 요새 오직 정해진 길을 따라스펙 쌓기와 취업준비에올인하는 젊은이들에게너의 길을 가보라고 하는 것 아닌가. 반응이 정말 폭발적이었다. 그리고 간혹 등장하는역시 현대카드 광고는 다르다는 한마디는 이번 캠페인의 성공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사실 웃기고 재미있는 광고는 넘쳐난다. 그 와중에 유독 성공했다.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답을 알고 시작하는 경우는 없다. 광고주들이 요즘 삽시간에 퍼질 수 있는 동영상을 만들고 이를 띄우기 위해 ‘3류 코드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뭔가 비틀어 놔야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많이 한다. 그러다보니 앞뒤 맞지 않고 브랜드와의 관련도 없는 그저 신기하고 희한한 걸 만들어달라고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주문은 단순한데 정말 난감하다. “광고가 뜨게 해 달라라는 주문이다. 어떤 광고를 만들어야 유행어가 탄생할지, 사람들이 웃어줄지는 만드는 사람도 모른다. 옆길로새 광고가 이 정도가 될지 우리도, 광고주도 전혀 몰랐다. 광고주(현대카드)는 페이스북 조회 수가 일주일 안에 1만 명만 돼도 좋겠다고 했는데 4일 만에 바로 성공했다. 영상은 순식간에 100만 명이 봤다. 우리도 처음에는 엄청 초조해 했다. 너무 불안해서 연예기획사들이 처음에 여가수들을 노출시켜 이슈 만드는 게 이해가 될 정도였다. 근데 반응을 보고 나니까 어쨌든 사람들이 재미있어 한다는 거다. 사실 우리는 새 데리고 광고 찍는다고생고생을 했지만 이 정도로 어필할 줄은 몰랐다. 콘텐츠 자체의 재미도 있고, 광고 냄새가 덜 나기 때문에 더 지지를 해준 것 같다. 나도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젊은 층의 코드에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확실한 건 무조건 비튼다거나 광고를 히트시키겠다는 일념으로 하면 보통 성공하지 못한다.

 

‘현대카드 광고다라는 걸 별로 강조하지 않았는데걱정은 안 됐나?

걱정 안 했다. 뮤직비디오 처음에 나오는 ‘DJ 현대카드도 뺄까 생각할 정도였다. 광고 같지 않고 자연스러워서 그냥 뒀다. 오히려 현대카드 이름이 강하게 들어가면 확산에 방해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광고주도 이 부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지지해줬다. 어떻게든 브랜드를 더 넣으려는 게 일반 광고주의 태도다. 이번에는 클라이언트(광고주), 기획팀, 제작팀이 하나가 됐다. 페이스북에 들어가는 콘텐츠, 프로모션, 위키피디아에 올리고 인터뷰 스토리를 짤 때 같이 아이디어를 냈다. 이번 캠페인은 클라이언트와 제작팀이 완벽하게 함께 만들었다는 것에서 내부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어쨌든 영상 하나 나왔으면재미있네하고현대카드강조하면 그냥재미있는 광고군하고 끝났을 텐데 우리가 전략을 그렇게 짜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앵무새 래퍼에 관심을 갖는 순간, 주변 것들을 다 찾아보고 살을 붙여서 확장시킬 수 있는 판을 짰다.

 

캠페인 진행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메인광고 영상, 뮤직비디오를 찍는 게 보통 일은 아니었다. 처음에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새의 연기력이 얼마나 될까였다. 우리 모델인 앵무새가 원래 굉장히 바쁘다. 우리가 원하는 액션을 그 새가 소화할 수 있는지 봐야 하는데 너무 예민했다. 찍는 날짜는 정해져 있는데 그날 새의 컨디션이 어떨지 노심초사했다. 새가 예민했기 때문에 뮤직비디오상에서 새가 걸고 있는 힙합스타일 목걸이, ‘Make Break Make’를 상징하는 MBM 문양의 목걸이 같은 건 다 CG. 여러 가지 힙합 장식을 하고 싶었는데 앵무새가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아서 한 프레임 한 프레임을 일일이 컴퓨터로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렸다. 기획제작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페이스북 운영관리였다. 앵무새의 입장에서 어떤 글을 올리면 사람들마다이건 재미있는 것 같다’ ‘재미없다는 반응이 그때그때 달랐고 예측이 어려웠다.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올렸는데좋아요수가 얼마 안 되면이건 20대 코드가 아닌 것 같다고 판단하고 비슷하게 준비한 다른 콘텐츠도 폐기하고 그랬다. 그래도 가장 보람이 있었다. 20대 친구들이 자신의 친구들을 페북에 끌어들여서옆길로새를 사람처럼 생각하고 질문을 올리고 답변을 원하고 그러는 거다. 나는 솔직히 이렇게까지 반응할 줄 몰랐다. 페북에 앵무새가 말하는 것처럼 답변을 해주면 사람들이 너무 즐거워했다. 그야말로 SNS와 디지털 매체의 힘인 것 같다.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거니까. 말 그대로 쌍방향으로 인터렉션이 실시간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유명인들도 트위터에 많이 올려줬다. 한 유명 작곡가도 노래가 나오자마자 속 시원하다고 했다. 유명 가수들이 실제로 노래도 정말 좋고 뮤직비디오도 좋다고 칭찬했다. 그래서 더 퍼져나간 듯하다.

 

 

메인뮤직비디오유튜브 초기화면

 

이번에 깨달은 것이 있다면?

역시 IMC라는 것이다. 말로는광고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다라고 하지만진짜 소통이 뭐고, IMC가 무엇이다라는 것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가 다들 높지는 않다는 걸 많이 깨닫는다. 또 강조하고 싶은 건 클라이언트(광고주)와의 호흡이다. 현대카드와 광고를 10년간 함께 진행하다보니 TBWA 팀 내부 구성원들에게현대카드다움이라는 것이 내재돼 버렸다. 그게 바로 문화다. 우리 스스로의검열 기준현대카드스러운가?’ ‘정말 새로운가?’. 처음에는 한 명의 CEO에서 시작됐겠지만 10년이 지나면서 문화로 정착된 거다.

 

소비자는 어떻게 변하고 있나? 그리고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소비자들도 이제는 특정 업체에 충성도를 잘 갖지 않는다. 네이버에 사고 싶은 제품 종류만 입력하면 최저가순으로 뜬다. 그럼 그때그때 들어가서 그걸 산다. 예전에는 명품들이 광고나 적극적 소비자 어필을 하지 않아도 가만히 권위만 갖고 있으면 됐다. 소비자들이 알아서 찾아왔다.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자산을 토대로 가만히만 있으면 교주를 따르듯이 고객들이 오는 시대는 지났다는 말이다.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가능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언제든 정보를 알아보고 상품평을 볼 수 있다. 명품은 관여도가 높은 상품들인데 그만큼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느낄 때에는 사람들이 접근을 한다. 하지만 이제는 같은 명품이라도 어떻게 사면 더 싸게 살 수 있는지, 쓸데없이 비싼허세용 상품과 진짜 가치 있는 상품을 소비자들이 알아서 다 구분하고 정보를 교환한다. 화장품 업종을 예를 들어 보자면, 최근 백화점에서 화장품 매장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가장 잘나가던 S 브랜드 같은 경우도 전년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들었다. 샤넬 정도만 현상 유지 수준이라고 하더라. 10년 전만 해도 다들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샀고, 그때는 백화점 화장실에서 샤넬 팩트(분첩) 하나 들고 있으면있어 보이는시대였다. 요즘은 다 로드숍에서 화장품을 산다. 명품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 명품 회사들도 최근 글로벌 모델들을 내세우기보다 권위적인 자세를 버리고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야 된다는 자각을 하고 국내 모델을 쓴다든지, TV 광고를 한다든지 그런 식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명품을 비롯한 상품의탈권위화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있는 척 하고 늘 선망만 자극해서는 안 된다. 자동차 광고도 달라지고 있다. 자동차 광고도 그동안 잔뜩 멋만 부리다가 요새는 소비자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간다. 이런 흐름을 못 읽는 마케터는 회사를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다.

 

 

뮤직비디오 영상 공개 이후, 차량 경품 이벤트 등 다양한 통합마케팅이 펼쳐졌다.

 

광고란 무엇인가, 그리고 성공하는 광고란 어떤 것인가?

‘광고란 무엇인가,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해보니까, 광고란 사람들의 인식을 조작하고 조종하는 행위 같다.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길 수 있는데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사물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어도 마케팅 전략을 세워서 캠페인을 진행하면, 즉 목표를 가지고 전략을 세워서 인식을 조작해야겠다고 메시지를 던지면 사람들은 어느 순간 그런 인식을 갖게 된다. 그래서윤리가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목표나 방향대로 됐을 때 나도 희열을 느끼고 광고주도 만족한다.

 

성공하는 광고에 대해서는 어떤 공식을 제시할 순 없다. 그러나 확실한 건 있다. 나 역시 굉장히 조심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뜨는 광고에 대한 집착이다. 광고인 친구들 얘기를 들으면 안타까운 게옆길로새 떴다. 웃기지 않냐, 재미있지 않냐. 그러니 당신들도 그런 거 만들어 보라는 식의 주문이 여과 없이 내려오는 것 같더라. 광고가 화제가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무리수를 두게 만든다. 설사 클라이언트가 요구를 한다고 해도 어렵지만 되물어야 한다. “화제가 되게 만들 수는 있는데 그래서 남는 게 뭐냐고 스스로에게 묻고 고객사(광고주)를 설득해야 한다. 광고주가남는 게 없어도 좋으니까 뜨게 해 달라고 하면 나는 결사반대한다. 그럴 바에 더 고민해서 업의 원리와 브랜드 자산에 더 맞게 어필하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성공하는 광고의 길은 바로 그 지점에서 찾아야 한다.

 

 

고승연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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