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iration from Creative People : ‘쏘나타 빗방울 광고’ 만든 양수경 이노션 국장

“모두가 아는 브랜드? 그럼 고객의 관점을 바꾸세요”

137호 (2013년 9월 Issue 2)

 

 

편집자주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박소연(서강대 사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자동차 광고에 자동차 외양은 나오지도 않는다. 시원하게 길을 달리는 장면도, 내부 장치와 성능을 설명하는 단 한마디도 없다. 오직 눈에 보이고 줄기차게 들리는 건 비가 창에 부딪히며 번져 보이는 세상의 모습과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뿐이다. “비오는 날엔 시동을 끄고 30초만 늦게 내려볼 것. 태양 아래서만 진가를 발휘하던 선루프의 전혀 다른 매력을 발견 할테니…”라는 자막이 나오고 선루프에 떨어지는 빗방울 모습을 보여주다가 마지막에 핵심카피가 자막과 내레이션으로 뜬다. “쏘나타는 원래 그렇게 타는 겁니다.”

 

그런데 이 쏘나타 광고, 분명 화제가 됐다. 5월에 처음 방송전파를 탄 직후부터 광고나 마케팅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의 블로그에 회자되기 시작했고 관련 분야 전문가들도 평가를 쏟아냈다. ‘새벽공기를 마시기 위해 창문을 연다는 내용으로 나온 후속광고도 반응은 비슷했다.

 

비단 화제만 된 게 아니었다. 이 쏘나타감성캠페인이 집행된 후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브랜드 로열층 2배 증가하고 자동차 중형급 태도지수1 21.6%(2012 34일 기준)에서 27.3%(2013 713일 기준) 5.7%포인트 올랐다.

 

기존 쏘나타 광고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감성광고를 만들어 낸 광고기획사 이노션월드와이드의 양수경 국장을 만나 쏘나타와 같이 오래되고 고착화된 브랜드가 어떻게 브랜드 리뉴얼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반응이 전반적으로 괜찮은 것 같다. 체감하는가.

 

사실 광고를 만든 우리도 당황스러울 정도다. 브랜드 무게만큼이나 쏘나타 광고라는 게 쉽지가 않다. 실패도 많이 했다. 자동차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자동차 광고를 만들다보니 걱정도 많았다. 그래도 반응이 좋은 걸 보면서소비자들이 이런 취향의 광고를 좋아할 수도 있구나라는 걸 깨닫게 됐다. 우리한테도 큰 자극이었다. 공을 들인 만큼, 연구를 한 만큼 소비자들이 알아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같은 광고가 나오게 된 배경은?

 

쏘나타가 워낙국민차’ ‘대한민국 대표차이미지를 갖고 있다. 나쁘게 말하면주황색 택시차’, 아무나 다 탄다는 의미의 막말로개나 소나타등으로 불리는 그런 이미지다. 자동차가 가져야 하는로망이나 동경이 없는 브랜드가 돼 버렸다. 브랜드 자체도 25년이 훌쩍 넘었다. 물론 그렇게 오래됐다고만 볼 순 없는데 기아차의 K5가 많이 팔린 게 브랜드 위기를 더 가속화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이미지를 가진 K5가 나오면서 광고주(현대자동차), 우리도 위기의식을 많이 느꼈다. 쏘나타는 자꾸 늙어가고, 젊은이들은 쏘나타는 안 탄다고 하고….‘ 쏘나타도 젊게 감각적으로 가야 되는 것 아니냐’ ‘세련되게 가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의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실 광고를 만들고 브랜드를 키워가는 입장에서 그런 이미지는 탐나는 게 맞다. 늙지 않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고, 젊은 층이 계속 선호했으면 좋겠고. 처음 광고기획을 시작할 때에는 별별 얘기와 안이 다 나왔다. ‘미래의 쏘나타’ ‘SF 쏘나타등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엎어버릴 초강수를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더라. 고민 끝에 결론이 나왔다. ‘쏘나타가 가지는 대중적인 느낌과 현대차 대표선수라는 이미지를 죽이진 말되 브랜드 리뉴얼을 해야 한다였다. 현대자동차의 생각이기도 했다.

 

안 그래도 현대자동차 기업PR 자체가 감성마케팅으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예 감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획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이 타본 차, 다들 경험을 갖고 있는 차인데 그중에서 가장 감성적인 경험이 뭘까. 비가 내리면 빗소리를 듣고 자기만의 공간에서 잠시 쉬는 것. 그걸 끄집어내자고 생각한 것이다. ‘라는 게 첫 번째 주제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누군가 처마 밑에서 듣던 빗소리, 연인과 이별하고 카페에서 듣던 빗소리….

  

양수경 국장은 마케팅 리서치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금강기획 등에서 캠페인 플래닝을 담당했다. 2011년부터 이노션월드와이드 캠페인 1본부 1팀장으로 현대자동차 광고를 맡고 있다. 2013 5월부터 TV와 각종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방영되고 있는 화제의 광고 이른바쏘나타 빗방울 광고로 쏘나타 브랜드 리뉴얼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소리공간을 잡아낸 것인가.

 

맞다. 남자들은 추억을 혼자 꺼내보거나 잠시 눈물을 흘릴 공간조차 없다고 하더라. 여성들이 더 좋아할 줄 알았던 광고였는데 남성 소비자들의 반응이 더 좋은 건 이 때문이었다. 이게 바로 공간의 측면이고, 소리는빗소리라는 게 정말 많은 걸 함축하지 않나. 이 광고는 사실 메시지라는 게 별로 없는 특이한 광고다. 소리 자체가 메시지인 셈이다.그렇다 보니 빗소리는 정말 제대로 된 소리를 따왔다. 이미 현대자동차 최고경영진은 에쿠스에서 듣는 빗소리, BMW에서 듣는 빗소리, 아우디에서 듣는 빗소리 등을 다 연구해 놓은 상태였다. 그쪽에서도 한창 감성과 자동차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던 거다. 그러면서 나온 광고주(현대차)의 요구는절대 가짜 소리를 만들지 말라였다. 쌀자루로 내는 효과음을 만들지도 말고, 드라마에서 나오는 빗소리처럼 작위적으로 만들지도 말라는 거였다. 진짜로 쏘나타에서 듣는 빗소리를 따오라는 말이었다. 다만 시각적으로는 왜곡이 좀 있다. 아무래도 화면에 담다 보니 빗방울이 떨어져 퍼지는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게 실제 광고에 나오는 장면과 같지는 않다. 오히려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비 오는 장면의잔상을 표현하려 했다.

  

  

 

귀는 정직하고 눈은 간사하다? 기억과 상상의 조합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 외에도 전형적인 자동차 광고 장면을 넣고 싶은 유혹도 있었을 것 같은데.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비 오는 장면, 마치 수채화 같은 장면에 현실감 높지만 아주 맑은 빗소리를 더하니까 보고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시기적으로도 잘 맞았다. 만약 소비자들이 이걸 16인치 브라운관 TV로 봤다면 별다른 감흥이 없었을 거다. HDTV를 거의 다 갖고 있는 시대에 이게 나오니까 확실히 와 닿았던 게 아닐까. 삼성과 LG에 감사하고 있다.(웃음)

 

어쨌든 주행 장면도 하나 없는데, 사실 고민은 좀 했다. 아무리 그래도 자동차인데 멋있게 달리는 장면 하나를 넣고 싶은 생각이 왜 안 들었겠는가. 실제로 찍어놓기도 했지만 결국 넣지 않았다. 거리에 나가면 제일 먼저 보이는 차가 쏘나타인데 그 차를 가지고 추월하고드리프트하는 장면 보여줘 봤자 사람들은 그게 멋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것 같았다. 그게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나 차종은 분명 있다. 쏘나타는 아니다. 오히려 쏘나타를 겪어본, 타본 사람이 많다는 걸 활용해야 했다. 시선조차 운전자의 시선이다. 카메라가 운전자를 비추는 장면은 거의 없다. ‘내가 이 차를 몰 때 했던 체험이 핵심이다. ‘체험이 있어야공감이 나오고, 공감이 있어야감성 마케팅이라는 게 성립할 수 있다.

 

원래 목표 중 하나였던브랜드 리뉴얼에는 성공한 것 같은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법한 차 안에서의망중한을 보여줬고쏘나타는 원래 그렇게 타는 겁니다라고 마무리한 건 쏘나타를 가진 분들한테아 그래, 내 차는 그런 공간일 수 있다. 내 쏘나타는 그런 경험을 주는 곳이다라는 생각을 환기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다시 말해오래된 브랜드’ ‘국민차라는 이미지로 굳어지던 쏘나타가 갑자기감성과 경험을 제공하는 자동차라는 이미지로 어느 정도 바뀐 것이다. 그리고 비 오면 그렇게 해보고 싶지 않나. 가만히 앉아서 소리 듣고 밖을 보고. 후속편에서도 창문을 열고 새벽공기를 느껴보도록, 실제 자동차 소유자들이 그걸 해보도록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 브랜드의 포지션이흔하디 흔하고 오래된 브랜드에서친숙하고 따뜻한 브랜드로 바뀔 수 있는 서막을 열었다는 생각이 든다.

 

쏘나타의 브랜드 포지션이나 이미지를 바꾼 게 아니라 브랜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부터 바꾼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브랜드를 볼 때 가장 중요한 건 세 가지다. 관심, 관찰, 관점. 이 세 개를 다 포함시키려고 했다. 일단쏘나타라는 세 글자에 대한 관심을 만들었다면 성공인 것이고 차 안에서 사람들이 취하는 여러 행동, 특히 감성적 체험을 관찰해 표현한 것도 나름 적중한 것으로 본다. 쏘나타를 바라보는 관점은 이번 기회에 바뀔 수 있는 단초 정도는 연 게 아닐까.

 

“쏘나타는 원래 그렇게 타는 겁니다라는 카피는 근데 사실, 이미 쏘나타를 소유한 사람들에게 더 와 닿는 것 같은데. 일종의 깨달음처럼….

그렇다면 그게 정말 마케팅을 위한 광고인건가? 그냥 이미 소유한 사람들이 기분 좋은 것 아닌가.

 

노린 거다. 자동차는 원래 부동산 빼고는 가장 비싼 제품이다. 이른바 최고고관여제품에는자기합리화기제를 써야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돈이 차고 넘치는 사람들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히 쏘나타를 구입하려는 대중은 자동차를 살 때 멋있는 광고 하나 보고 결심하지 않는다. 무수히 자료를 찾고 후기를 읽고 가장 중요하게는 주변 사람들에게 묻는다. 이미 차를 산 사람들 입장에서는 워낙 고가를 투자했기 때문에 끊임없이내가 과연 잘 산 것일까’를 자문한다. 물론 후회하기보다는 안도하고 싶어 한다. ‘자기 합리화를 하고 싶어 하는 거다. 이미 20년 전 필립 코틀러가 한 얘기다. 코틀러는고관여 제품의 주요 광고목적은 구매자들의자기합리화’”라고 정리했고 이를 가장 충실히 따르려 했다. ‘자기 합리화가 왜 중요하냐면 아까 말했던 신규 구매자들의 최종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바로주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즉 마음속으로 정해 놓은 차종에 대해 이미 경험해본 사람들에게 반드시 물어서 확인하는데 그때 그 사람들의추천이 있어야 한다. 그것까지 바라보고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시 카피로 돌아가보면쏘나타는 원래 그렇게 타는 겁니다라는 말에너무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아니냐고 나무라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원래 광고 목적이지금 그 차를 타는 사람한테 들려주고 싶은 얘기인데 별 수 있나. 쏘나타 소유주들이 이전까지처럼그냥 무난한 차 샀다라고 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분들 스스로난 풍류를 좀 알고, 감성도 풍부하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뭔가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그래야 추천이 흘러나올 테니까.

  

 

한 마케팅 교수는 이번 광고에 대해 결국 한국 소비자들이 ‘돈만 많으면 독일 차를 사겠다고 할 정도여서 현대차는 경쟁하기가 어려우니까 만들어 낸 브랜드 전략이 아니겠느냐고 하더라. 어떻게 생각하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관점이고 사실인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차가 안 되니까’ ‘독일 차 선호를 극복 못하니까라는 얘기는 사실 참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게 희망적인 부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현대차를 감히독일 차와 경쟁이 안 된다라고조차 말하지 않았다. 애초에 비교할 대상조차 아니었고 일본 차와 비교만 해줘도 감지덕지였던 게 먼 옛날 얘기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그래도 일본 차와 비교해서는 현대차도 탈 만한 가치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나. 마케팅의 최전선에 있는 광고인 입장에서 이 같은 변화는 분명 실감할 수 있고, 또 많은 측면에서 새로운 전략을 짤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준다.

 

여전히국산차니까’ ‘그냥 다들 많이 타는 차니까라는 생각에 약간은 평가 절하된 프레임으로 보는 소비자들이 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아니다, 쏘나타도 못지않다라고 얘기해봤자 아무도 안 받아준다. 쏘나타라는 브랜드에 지금이 기회라는 건 다행히 쏘나타가 조금은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인 마력, 제동력 등 측정이 되는()’보다안락감’ ‘승차감()’이 강조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른바감성품질을 중시하는 시대라는 건데 지금 기회를 잡아야 쏘나타가 모멘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좀 다르게 접근했다고 볼 수 있다.

 

쏘나타 광고 얘기를 넘어서 일반적인 브랜딩과 광고·마케팅 얘기로 넘어가보자. 이번 광고도 결국 변화하고 있는 최근 소비자들의 심리를 잘 파고든 것 같은데 소비자들의 생각, 특히 고가·고관여 제품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바뀌고 있나.

 

고가 소비재, 고관여 제품들은 이제 카테고리별 경쟁을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전자업체는 전자 분야에서 싸우고, 자동차 업체는 자동차 업체끼리 경쟁하고, 통신은 통신끼리 경쟁하고. 이제는 그런 식의 경쟁이 벌어지지 않는 것 같다. 모든 고가의 제품군은 소비자 삶에서의 비중, 이른바 ‘share of life'를 늘리기 위해 경쟁한다. 드라이브를 즐기는 대신 DSLR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기에 열중할 수도 있고, 집에서 스마트 TV를 볼 수도 있으며, 스마트폰을 쥐고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내 삶에 어떤 여유와 즐거움을 줄 것인가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들에게우리 제품은 이런 기능이 있고 품질이 우수하다고 떠들어봐야 별 의미 없다. 오히려당신의 삶을 이렇게 향상시켜주고 놀라운 체험을 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어필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DSLR을 살 돈으로 고가의 다른 장치를 사기도 하고 1000만 원짜리 카메라를 살 돈을 좀 모아서 자동차를 사기도 할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도대체 어떻게 광고해야 하나? 또 광고는 더군다나 넘쳐나고 있고.

 

예전에는브랜드의 콘셉트는 뭐다라는 식으로 접근했다면 지금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콘셉트를 제시하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알려주려고 해봤자 소비자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브랜드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구성해주고 그 안에서 사람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줘야한다. 브랜드를 너무 이상하게 해석하지만 않도록 해야 할 뿐 그 이상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번 쏘나다 광고도쏘나타는 어떻게 탄다고 규정하진 않았다. ‘그렇게 타는 겁니다라고 열어 놨다. 다만 대부분 경험했을 법한 체험 하나를 하나의원형으로 보여줬을 뿐이다. 알아서 해석하고 알아서 응용해 브랜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설명하려 하면 안 된다. 이 제품은 이런저런 기능이 좋다, 어떤 콘셉트로 개발됐다고 설명하지 말라는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여성적 관점의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남성에게 어떤 여성이 왜 좋은지 설명하라고 하면눈과 코가 예쁘고, 성격의 어떤 부분이 좋다고 분석적으로 말하고 설명하지만 여성은 어떤 남성이 좋다고 할 때그냥 끌리기 때문에 코털도 멋져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일종의 전형적인 사례 하나를 든다. “어떤 일이 있었냐면∼”으로 시작하는 식이다. 그런데 그 여성적 관점의 광고가 남성들에게도 반응을 얻는다. ‘감성마케팅이라는 게 바로 그런 거다.

 

또 다른 측면에서도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이미 말씀 많이 드렸는데 좀 정리해보면 무엇을 말할 것인가, ‘what to say’만큼이나 어떻게 말할 것인가(how to say)가 중요해졌다. 예전에는 카피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광고가 많았는데 소비자들은 더 이상 그런강하고 센 메시지의 카피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 광고가 하나의 유흥이자 콘텐츠가 된 만큼 섬세한 연출과 기획력이 필요하다. 프레임을 짜서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건 콘셉트와 메시지 등 정보를 전해주는 것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소비자들이 알아서 해석할 수 있도록 최초의 프레임만 구성해 주는 걸로는 부족할 것 같은데. 브랜드를 키우기 위한 섬세한 전략이라는 게 필요하지 않나.

 

브랜딩은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 어머니들이 아이를 잘 키워보겠다고 스케줄 꽉 짜서 하나하나 챙긴다고 실제 아이가 그것에 맞춰서 자라지는 않는다. 어느 순간 스스로 주변 영향을 받아가면서 주도권을 쥐고 커 나가지 않나. 친구들이 자기를 평가하는 것, 선생님이 자기를 평가하는 것 등에 따라서 정체성도 바뀐다. 이때 어머니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은 한정적이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엄마가 보살펴주는 역할이 한정적인 것처럼 브랜드메이커의 역할은 브랜드가 커갈수록 한정적이 될 수밖에 없다. 브랜드가 커 나가면서부터는 소비자와 그 브랜드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정립돼 가는지, 소비자의 반응을 브랜드가 어떻게 반영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올드’하다는 느낌이나지나치게 무난하다라는 인식을 바꿔야 되는 다른 브랜드들에 해줄 조언이 있을 것 같은데.

 

Keep and Change’가 핵심일 것 같다. 우리의 고민이 바로 그거였다. ‘그 브랜드다움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걸 포기하지도 말자는 생각이었다. 유명한 샤넬의 모토가 바로 그거다. ‘샤넬은 샤넬다움을 결코 잃지 않는다.’ 그런데 샤넬이 올드한 이미지를 주진 않는다. 항상 유행의 선두와 맞닿아 있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기가 막힌 브랜드 이미지다. 우리 역시 처음에는 브랜드 리뉴얼과 변화에 집중하다 보니 굉장히 어려웠다. 그러다 문득 깨닫게 된 거다. 변화라는 게 꼭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부정하고 가는 건 아니라는 것을. 파워브랜드, 빅 브랜드는본질을 어떻게 다르게 해석하고, 또 그렇게 해석할 수 있도록 보여주느냐의 싸움을 벌여야 한다.예전 소비자들은 계속다른 것’ ‘튀는 것’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을 많이 가졌다. 근데 점점 강한 자극을 받은 소비자들이 어느 순간 자극에 반응을 하지 않게 됐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고민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양수경 국장은 마케팅 리서치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금강기획 등에서 캠페인 플래닝을 담당했다. 2011년부터 이노션월드와이드 캠페인 1본부 1팀장으로 현대자동차 광고를 맡고 있다. 2013 5월부터 TV와 각종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방영되고 있는 화제의 광고 이른바쏘나타 빗방울 광고로 쏘나타 브랜드 리뉴얼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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