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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서울대 CFO 전략과정 CASE STUDY:한국지역난방공사의 인재 채용 실험

신입직원 절반 소외계층서 뽑았다, 이들은 열정과 헌신으로 화답했다

김재선,신재용 | 91호 (2011년 10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이 서울대 경영대학과 함께 서울대의 임원 교육 과정(주임 교수 황이석 경영대학 교수)서울대 CFO 전략과정의 최신 경영 사례들을 연재합니다. 국내외 유명 기업의 임원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서울대 CFO 과정의 교육생들은 총 6개월간의 교육기간 중 각자의 회사에서 겪은 경험과 강의를 통해 배운 지식들을 접목, 자사의 경영 사례들을 다른 교육생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때 발표된 사례 중 특히 한국 기업에 많은 도움을 줄 만한 사례들을 엄선해 DBR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기업 현장에서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생생한 사례들이 가득 담긴 이 코너를 통해 기업 경영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토익(TOEIC) 점수가 높은 직원이 일도 월등히 잘하는 걸까?’

2005년 말 공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 경영진은 고민에 빠졌다. 2004년 신입사원 공채에서 학력 제한을 폐지했고 2005년에는 연령 제한까지 없앴다. 나이, 학력과 관계없이 누구나 공사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다. 이 결정에는 불필요한 진입 문턱을 낮춰 많은 인재들이 지원한다면 조직에 맞는 인성과 직무가 요구하는 자질을 갖춘 인재를 선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와 현실 간의 괴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당시 취업난 속에서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었다. 입사 전형에서 나이, 학력 기준을 철폐했지만 옥석을 가릴 만한 충분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이 결과 고학력자들의 하향 지원이 이어지면서 입사 서류 전형에서 영어 성적이 당락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기준이 되고 있었다.

공사의 모든 업무에 유창한 영어가 필수적인 건 아니었다. 게다가 영어 점수는 꽤 높은 데 일에 대한 열정이나 전공에 대한 지식이 떨어지는 젊은 직원들도 적지 않았다.

학력과 나이 제한을 없앤 새로운 채용시스템이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새로운 일이 터졌다. 공기업인데도 장애인고용촉진법의 장애인 의무고용비율 2%를 채우지 못한 것. 이에 따라 법정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채우지 못할 때 내야 하는 의무고용비율 분담금을 부담해야 했다.

한난 경영진은 고민에 빠졌다. 첫째, 새로운 채용 제도하에서 어학 성적이 아닌, 일 잘하는 일꾼을 골라내는 공정한 평가방법은 없는 것일까. 둘째, 공기업으로서 채용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회사는 이 두 가지 문제의식을 토대로 인재 채용 방식을 대대적으로 손질한사회형평적 인재채용제도를 도입하고 6년간 시행했다



이 결과 노동부, 교육인적자원부,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 등이 공동 주관하는 ‘Best HRD(인적자원개발 최우수 인증사업)’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한난의 성공 경험은 공공기관 인사 정책에도 반영됐다. 2007년 기획재정부(구 기획예산처)가 마련한공공기관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에 사회형평적 인재채용을 권장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한난의 사례는 올해 6월 초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유럽 경영과학연구 콘퍼런스에서다양성과 상호작용 역할명료성에 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발표되는 등 국내는 물론 해외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재 채용제도의 혁신을 추진한 한난의 6년간의 경험과 시사점을 소개한다.


새로운 인재채용 시스템의 디자인

한난이 도입한사회형평적 인재채용이란 신입 직원을 공채할 때 소외계층을 몇 개의 군()으로 나눠 선발 인원을 할당, 이들에게 취업 기회를 부여하는 채용방식이다. 장애인, 여성, 지방대생 등 일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채용 과정에서 우대하는 제도를 운영한 기업은 있었다. 하지만 사회 소외계층을 분류하고 할당제와 가까운 방식으로 채용을 보장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물론 이와 같은 채용문화가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 약화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일부에서는핵심 인재들만 가려 뽑아도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생존을 보장받기가 어려운 시대에 단지 소외계층이라는 이유만으로 선심 쓰듯 뽑았다가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겠느냐는 우려도 나왔다.

한난 경영진의 생각은 달랐다. 핵심 인재가 중요하다는 말은 틀림이 없지만 핵심 인재만으로는 기업이 돌아가지는 않는다. 회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서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일도 묵묵히 수행하는 충성도 높은 직원이 고학력, 어학 고득점자보다 더 필요할 수 있다. 틈만 나면더 좋은직장으로 옮길 생각뿐인 직원보다 조직에 대한 열정과 일에 대한 몰입을 통해 성과를 내는 일꾼을 찾아야 한다는 게 한난 경영진의 판단이었다. 한난은 사회형평적 인재 채용이라는 혁신적인 제도가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제도를 디자인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문제 분석 및 아이디어 찾기

소외계층을 우대하는 취업정책을 펼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경영진 사이에서도 사회형평적 인재채용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조직 내외부에서 수익을 우선시하는 사업 조직에는 어울리지 않는유토피아적인 생각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자칫 실현가능성이 없는장밋빛 정책으로 치부돼 구상 단계에서 사라져버릴 수도 있었다. 다행스러운 일은 최고경영자(CEO)의 강력한 추진 의지가 새로운 제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는 점이다

새 제도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나이와 학력 제한을 철폐한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심층 분석하고 원인을 찾아내야 했다. 특히 학력과 나이 등의 기존 평가 기준이 없어진 뒤에 영어 성적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는 등의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 필요했다.

문제에 객관적으로 접근하고 창의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경영진은 새로운 방안을 고안했다. 이 문제를 채용 담당 부서에만 맡기지 말고 여러 사람의 머리를 빌려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결론을 내린 것. 새로운 채용 시스템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내부 직원과 채용 대상이자 고객인 국민들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에 들어갔다. 먼저 2005 12월부터 2006 1월까지 직원 제안을 받았다. 직원들에게 영어 중심의 서류 전형 기준 개선 방안을 물었다. 이어 2006 2∼3월엔 영어 중심의 서류 전형 기준 개선 방안과 함께 저소득계층 채용방안에 대한 국민 아이디어 공모를 진행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직원들은 모두 93건의 개선 아이디어를 냈다. 국민들은 595건의 의견을 제시했다.

직원들과 국민들의 의견을 받아본 결과 학벌, 토익 점수를 중시하는 한국 기업의 채용 관행이 계층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불만이 많았다. 소외계층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문제는 실행 방안이었다. 사회형평 채용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다양한 인재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내야 했다. 이 해법도 직원들과 국민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서로 다른 인재를 동일한 잣대로 비교 평가하거나 일부 특수한 이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식의 소극적인 방법으로는 소외계층의 높은 취업 장벽을 허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따라서 소외계층을 몇 개의 분야로 나누고 분야별로 채용을 의무화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이는 한난의 사회형평적 인재채용 제도의 기본 골격을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집단 에너지사업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1985 11월 설립된 에너지 공기업이다. 현재 전국 117만 가구에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집단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한난은 지역 냉·난방사업의 확대 보급 및 신기술 개발과 전기사업·신재생에너지사업 등 관련 사업 부문으로의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19년까지 전국 180만 가구에 지역 냉·난방을 공급하고 매출 33000억 원의 규모를 갖춘세계 최고의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현장 실태 파악

아이디어의 윤곽이 드러났지만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소외계층을 몇 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해야 하며 전체 채용인원 가운데 어느 정도를 할당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한난은 먼저 어떤 인력풀이 있는지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2006 2월 경기 성남시 복정동 인력시장 등을 돌며 사각지대에 놓인취업 상비군의 실태를 점검했다.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 없이는 탁상공론이나 말만 번지르르한 장밋빛 구호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적의 대안 선택

직원들과 국민들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찾고 현장에서 실태를 확인하는 작업에 3개월이 걸렸다. 이를 토대로 사회형평적 인재채용의 골격이 완성됐다. 한난은 신입 직원 채용군()을 의상자(義傷者), 사회선행자, 저소득 계층, 농어촌 출신, 장애인, 보훈대상자 등 6개군으로 나누고 2006년 신입 채용 인력 중 50%를 사회형평적 인재채용을 통해 뽑기로 결정했다. 대신 영어, 학력, 전공, 연령을 평가요소에서 제외했다

신입 채용 인력의 절반을 새로운 사회형평적 인재채용 방식으로 뽑겠다는 회사 측의 방침이 공개되자 조직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었다. 검증이 안된 제도를 첫해부터 공격적으로 도입할 경우 조직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또 자칫 또 다른 역차별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전체의 30% 정도만 시범적으로 뽑고 필요하면 추후에 확대해도 충분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많았다.

조직 내부의 반발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제도 도입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예상되는 리스크를 피하려면 조금씩 채용 인원을 늘려가는점진적인 혁신(Incremental Innovation)’이 더 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기존 제도의 틀을 바꾸기 어렵고 조직 내에변화의 신호를 주는 데도 역부족이었다. 한단은 제도 시행 첫해에 과감하게 채용인원의 50%를 소외된 이들에게 할당하겠다는 급진적인 혁신(radical innovation)을 선택했다.

공정성, 사업의 최우선 순위 설정

2006 6월 사회형평적 인재채용 계획이 발표되자 하루에 문의전화가 200여 통씩 쏟아졌다. 심각한 취업난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의 취지를 의심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일부에서힘 있고 줄 닿는 인사의 자녀들을 입사시키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거나홍보를 위한 이벤트라는 비판이 나왔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한난은 새로운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조직 내부의 비판과 반대에 눈을 감지 않았다. 예상되는 문제와 일리가 있는 비판을 반영해 사업 시행의 최우선 순위를공정성과 신뢰로 설정했다. 한난은공정성 유지를 가장 큰 목표로 놓고 채용 과정을 끝까지 투명하게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50여 명을 뽑는 사회형평적 인재채용 서류접수 결과 지원자는 4800여 명. 1001에 육박하는 높은 경쟁률이었다. 노동시장의 높은 장벽에 가로막힌 인재들의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채용 경쟁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한난의 첫 사회형평적 인재채용 사례

2006년 치러진 한난의 첫 사회형평적 인재채용 전형은 대기업 입사시험 못지않게 뜨거웠다.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을 통과한 250여 명의 지원자들이 면접장에 모여들었다. 채용인원의 5배수였다. 지원자들의 눈빛은 시종일관 진지하고도 뜨거웠다. 어학실력, 학력 등 눈으로 보이는 스펙은 떨어질지 몰라도 그들의 열정만큼은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장애인군에 지원한 한 대졸자는오늘 양복을 처음 입어봤다어머니의 한을 풀어드렸으니 떨어져도 여한이 없다고 말해 면접장을 숙연하게 했다. 가난한 집안형편 때문에 공부 잘하는 아들을 지방대에 보내 취업난에 내몰리게 해야 했던 그의 어머니는 모처럼 날아온 아들의 면접통지서를 보고 쌈짓돈을 탈탈 털어 양복 한 벌을 장만해줬다. 학습지 교사로 벌어들이는 40∼50만 원의 한 달 수입으로 병으로 몸져누운 남편과 세 아이를 부양하고 있는 한 여성 지원자는아이들과 가족이 있어 웃으면서 살고 있으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군의 면접장에는 면접에 응시한 아들의 휠체어를 직접 몰고 온 어머니도 있었다. 어머니는 면접장 밖에서 직원들의 손을 붙들고떨어지든 붙든 여한이 없다며 굵은 눈물을 쏟아냈다가슴 저미는, 때론 마음을 울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감동적인 사연이 이어지면서 한난 면접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냉정해야 할 면접관들도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한난은 제도의 취지를 살려 같은 점수, 같은 능력이라면 부모를 모시고 있다거나, 자녀가 많다거나, 부양가족이 한 사람이라도 더 딸린 지원자를 뽑았다.

한 명이라라도 더 많은 이들에게 취업에 따른 혜택을 나눠주기 위해서였다. 청주지사에서는 아이를 6명이나 부양하는 아버지가 뽑히기도 했다. 한난의 첫 사회형평적 인재채용 공채 신입사원 55명이 탄생했다. 총 채용인원 108명 중 절반이 넘는 숫자가 사회형평적 인재채용 인력으로 채워졌다.


투명한 선발기준 설계

한난은 영어, 학력, 전공, 나이 등의 지원자격 제한을 모두 철폐하는 대신 사회형평적 채용 제도를 도입하고 선발기준을 재설계했다. 서류전형으로 1차 합격자를 투명하게 걸러내는 일이 급선무였다. 한난은 두 가지 기준을 도입했다. 지원자의성실성과 업무 관련 전문성을 갖추고자 하는노력도를 기준으로 하고 이를 지원자가 기재한 최종 학력 학교의 학과 성적과 업무 관련 자격증 등을 통해 평가했다.

이어 전공 지식과 인·적성을 판단하는 필기시험을 치렀다. 필기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 전형은 크게 토론 면접과 심층 면접으로 구성했다. 토론 면접을 통해서는 업무 전문성을, 심층 면접으로는 인성, 적성, 성실성을 평가했다. 특히 면접 전형에서는 외부 면접 위원의 비중을 높여 공정하고 투명한 면접이 이뤄지도록 했다.




새로운 채용제도에 맞는 인재육성 제도 개발

한난은 사회형평적 채용 제도를 설계한 뒤에 이를 통해 선발한 직원들의 조직 정착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이들이 조직 내에 빠르게 자리를 잡는 게 이 제도의 성패를 가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신입 직원 교육과 인재육성 제도를 새로운 채용시스템에 맞게 손질하고 이들의 적응을 도왔다.

주요 부서 배치

사회형평적 인재채용자의 적응을 위해 업무를 수행하는 데 신체적 약점이 없다면 일반 공채와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 부서를 배치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사회형평적 채용을 통한 신입직원들이 조직 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들은 사업개발처, 건설처, 재무처, 인력개발처 등 회사의 주요 사업 및 기술 관련 부서와 지원 부문 등 핵심 부서에 배치돼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부여받았다. 회사는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조직 전체가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우리 회사에 적합한 인재의 선발

소위 화려한 스펙을 가진 지원자가 넘치는 세상이다. 인재를 채용할 때 우수한 지원자보다 업무와 조직에 적합한 지원자를 선발하는 게 더 중요하다. 우수한 지원자를 선발해 지원자의 능력에 맞지 않는 단순 업무를 맡긴다면 오히려 이직률이 높아지거나 조직만족도가 저해되는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인사담당자 중 78%가 신입사원들이 실망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44%는 그 이유로 신입사원이 실제 직무가 예상했던 바와 다르고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입사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예는 한난에서 실시한 인재채용 사례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행 차원을 넘어서 회사 인사관리 측면에서도 보다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제도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유명한 저가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Southwest)는 승무원을 선발할 때 학벌이나 외모에 관계없이 장시간의 비행 동안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체력과 승객들을 즐겁게 접대할 수 있는 유머감각을 가진 사람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구글(Google)은 연구소에 근무할 인재를 뽑기 위해 수수께끼 같은 수학 문제를 회사 정체도 숨긴 채 광고하고 그 문제를 푼 사람만 인재채용 광고임을 알고 지원하게 했다. 이 두 기업은 모두 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고 이직률이 낮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몇몇 기업들은

평상시부터 회사에 관심을 가진 사람만을 채용하기 위해 채용 공고도 외부에 알리지 않고 홈페이지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만 공고하기도 한다. 모두 회사나 업무에 더 잘 어울리는 인재를 뽑기 위해 노력하는 사례다.


부서 배치 이후 멘토링 강화

사회형평적 인재채용자의조직 안착을 위해서는 이들이 각 부서로 뿔뿔이 흩어진 뒤에도 지원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었다. 이를 위해 적절한 관찰과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멘토링 시스템을 강화했다.

이 제도는 선배 직원이 멘토가 돼 한 사람당 한 명씩 신입 직원(멘티)의 회사 적응을 돕고 업무 수행 역량을 높이기 위해 코칭을 해주는 제도다. 한난은 이전부터 시행하고 있던 이 제도를 강화하고 활성화했다. 과거에는 멘토를 대상으로 1회 멘토링 교육을 실시한 뒤 멘토-멘티 간 자체활동 위주로 시스템을 운영했다. 멘토는 수습직원의 평가에서 1차 평정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에서는 멘토의 역할이 달라져야 했다. 멘티에 대한 평가자의 역할보다 멘티들이 조직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돕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사회형평적 채용을 통해 선발된 다양한 인재들의 특색에 맞추기 위해서는 멘토들의 역량도 이전보다 더 강화될 필요가 있었다

한난은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멘토링 제도를 수정, 보완했다. 먼저 멘토를 직속 부서가 아닌 유사 부서 직원으로 지정해 편안한 멘토링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노력했다. 멘토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을 3개월로 늘려서 멘토의 역량 교육을 강화했다. 또한 사내 CoP(Community of Practice)를 구축해 각각의 멘토-멘티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신입 직원은 이 새로운 멘토링 시스템 내에서 부서 배치 후 2년간 선배의 지원을 받게 된다. 회사 선배와의 끈끈한 인간관계를 통해 업무뿐 아니라 일상의 사소한 일에도 도움을 받도록 했다. 이 제도는 주눅이 들어 있을지도 모르는 사회형평적 인재채용자들이 편안히 조직에 적응하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정기적인 교육시행

한난은 사회형평적 인재채용자들이 업무 관련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도 실시했다. 이를 위해 일반적인 역량 육성을 위한 지식정보화 교육, 혁신 교육, 조직활성화 교육 외에도 다양한 직무 전문 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예를 들어, 법률 및 회계 관련 교육과정 등 사무 분야 과정과 지역난방기술 실무교육, 열병합발전 기초교육 등 기술 분야 기초과정 및 기계, 전기, 제어, 환경 등 분야별 향상 과정으로 나눠 단계별 교육을 실시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

사회형평적 채용을 통해 입사한 직원들이 업무에 잘 적응하고 직무에 만족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했다. 모니터링과 개선 작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혁신적인 제도가 조직 내에 뿌리 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난은 입사 후 약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신입사원 적응도 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신입사원들은 대인관계와 업무적응도 등에서 모두 양호한 수치를 보였다. 사회형평적 채용으로 입사한 직원들은 품성, 소양 및 조직 적응과 관련된 항목에서 더 우수한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인사 부서 주관으로 지속적인 면담과 관찰을 했고 이 과정에서 확인된 고충사항을 부서 전보 등의 인사에 반영하기도 했다.

사회형평적 인재채용 제도 효과성 분석

동국대 성상현 교수 연구팀은 한난의 사회형평적 인재채용 제도 시행 3년 차를 맞은 2007 11월부터 2008 2월까지 4개월간 사회형평 인재채용 제도를 통해 선발된 인력들의 성과에 대한 이론적 검증 연구를 실시했다. 성 교수팀은 한난의 내부직원 719,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사장 및 직원에 대한 인터뷰, 내부자료 분석, 정부 및 공기업 담당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조사 내용을 통계분석 방법론을 적용해 분석했다.


1.
개인 차원의 효과성

연구팀은 일반 공채와 사회형평적 채용제도를 통해 선발된 인재를 대상으로 조직이 원하는 인재상과의 부합정도, 직무적합성 및 조직적합성, 조직에 바람직한 태도 및 행동 등을 비교 분석했다. 이 결과 두 집단 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수습직원의 입문교육 점수결과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 , 역량과 태도의 차이가 없으며 학습능력과 결과 및 업무수행 성과에서도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형평적 인력채용 결과 조직원들의 인력 다양성에 대한 태도에 변화가 나타났다. 개인 차원의 다양성 분위기(diversity climate)를 분석한 결과 편견 없는 대인 행동을 뺀 5개 항목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특히 조직 내 이질적 인력에 대한 친화성 및 원만한 대인관계와 태도가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자기집단 중심주의와 배타성이 줄어들고 인내심이 강해지는 학습효과도 창출됐다. 신입 직원들을 인터뷰한 결과 사회형평적 채용을 통한 인재들과 함께 입문교육을 받으면서 본인이 부족함을 느끼고 오히려 스스로를 반성하는 기회를 가졌다는 응답이 많았다.


*
다양성 분위기(diversity climate)?

다양한 이질적 인력에 대해 긍정적, 친화적으로 수용하려는 개인들의 태도를 말한다. 다양성 분위기는 조직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개인 차원의 다양성 분위기를 측정하는 변수는 6가지가 있으며 이는 다음과 같다.

- 특정 유형의 사람을 좋아하지 않거나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경향

- 어떤 사람이 특정 집단 소속이면 능력이 부족하거나 부정적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

- 자신이 속한 집단의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

- 모호한 상황에 대해 잘 인내하는 경향

- 권위를 앞세우는 경향

- 서로 편견 없이 대하는 정도

분석 결과 사회형평적 인재채용자의 자질이 일반 공채 채용자보다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는 실제 기업 현장에서 필요한 역량과 학교 교육에서 축적한 역량의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양한 직무에 맞는 능력을 보유한 인재를 채용하는 게 해당 인재의 직무 만족도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고도의 어학 능력과 학습 능력보다는 단순반복 작업이 필요한 업무에는 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비교우위를 가진 인재가 적임자다


2.
팀 차원의 효과성

연구팀은 사회형평적 인재채용 제도와 팀 단위의 만족도, 몰입도, 잔류의도, 혁신적 행위, 성과 등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팀 내에서 사회형평적 채용자가 차지하는 다양성의 정도가 팀의 성과에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본 제도를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제도 개선에 도움을 주는 일부 조절 효과가 확인됐다. 팀원들 간에 업무의 연관성 및 목표 의존성이 높으면 사회형평적 채용 인력이 다수 포함됐을 때 혁신적 성과를 더 많이 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리더십이 뛰어난 팀장이 있을 경우 인력 다양성이 팀에 대한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본 제도의 팀 성과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팀원 간의 업무 연관성과 목표 의존성을 높이고 팀장의 리더십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사회형평적 인재채용 제도 시행 이후 팀 차원의 다양성 분위기의 변화도 감지됐다. 팀 간 갈등과 문화적 거리감이 줄고 소속팀에 대한 소속감이 증가했다. 팀 간의 의사소통 빈도와 효과성도 높아졌다.


3.
조직 차원의 효과성

사회형평적 인재채용 제도는 조직 내의 혁신지향형, 시장형 문화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난의 조직문화는 기본적으로 고용안정성을 바탕으로 순응 및 예측가능성에 중심을 두는 위계형이 가장 큰 특징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새로운 채용 제도의 도입으로 혁신형(위험감수, 혁신과 자유, 창의성) 및 시장형(경쟁, 높은 목표, 성취) 관리 스타일로의 유의미한 변화가 관측됐다. 또한 직원들은 미래의 바람직한 조직문화로 혁신형과 가족형 문화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갖는 자부심도 향상됐다. 경영진 및 회사에 대한 인식과 신뢰가 개선되고 서로 돕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는 회사와 직원 간의 공통 가치관 형성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직 내에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 제도가 뿌리를 내리고 다양한 채용, 승진, 보상, 배치, 교육 등의 긍정적인 변화도 수반됐다. 조직 차원에서도 조직문화를 동질화하려는 경향보다 있는 그대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4.
사회적 차원의 효과성

사회형평적 인재채용 제도는 기업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됐다. 연구팀이 국민들을 대상으로 사회형평적 채용제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공사를 안다는 응답은 62.7%, 사회형평적 채용에 대한 인지도는 14.6%였다. 하지만 공사가 사회형평적 채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응답은 6.9%로 비교적 낮았다. 공사에 대한

호감도는 3.07(5점 만점)이었으나 사회형평적 채용제도 실시 사실을 인지한 후에는 3.66점으로 19.2% 상승했다. 응답자의 60%사회형평적 인재채용 제도가 기회균등의 사회정의 실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거나기업의 채용문화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한난의 사례는 2007년 국무회의에서 공공부문 우수 혁신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제도 혁신의 성과

업무능력 우려 해소와 조직문화 개선

신입 공채의 50%를 사회형평적 인재채용으로 채우는 과정에서 조직 내부의 가장 큰 우려는 업무능력이었다.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사회형평적 인재채용의 대의명분은 고귀한 것이었지만 아름다운 이상이 그들의 업무 능력까지 보장해주진 않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대규모 소외계층 채용 자체가 없었기에 참고할 만한 선례도 없었다. 혹시라도 반대를 무릅쓰고 뽑아놓은 인재들의 업무 능력이 떨어지면 조직의 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 이들이 물과 기름처럼 기존 조직에 융합되지 못하고 조직 내의소외계층으로 전락한다면 제도의 취지가 퇴색될 수밖에 없고 조직 문화도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5주간 진행되는 신입사원 입문교육을 사회형평적 인재채용과 일반 공채로 분리해 진행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업무능력의 차이가 위화감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는 사회형평적 인재채용의 대의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향후 조직 융합에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었다.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5주간 신입 직원 입문교육이 끝난 뒤 나온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신입 직원 입문교육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피훈련자의 업무 자질을 다면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다. 머릿속에 담긴 지식만을 테스트하는 필기시험과는 달리 팀워크 강화훈련, 분임토의, 프레젠테이션 등을 통해 친화력, 성실성, 문제해결 능력, 협동심, 태도 등을 종합 평가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훈련 프로그램의 1등을 비롯해 성적 상위자 5명 중 4명이 사회형평적 인재채용 출신이었다. 이들은 상위 10명 중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성적이 뛰어났다. 채용 대상자가 많지 않았던 의상자나 정부의 고용 명령제도에 따라 시험을 치지 않고 입사한 직원들만 점수가 약간 낮을 뿐 사회형평적 인재채용 분야별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한 이들의 점수는 일반 공채 출신자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사회형평적 채용 제도를 통해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일반 공채 출신과 업무 수행능력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입증된 셈이었다.


조직 다양성과 개방성 강화

사회형평적 인재채용 제도가 시행되면서 조직 문화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회형평적 인재채용 제도 효과성 분석 참조> 이질적인 인력들이 모여 함께 교육을 받고 업무를 시행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대인관계의 태도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기집단 중심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이 약화됐다. 팀 간 갈등과 거리감도 줄어들었다. 사회형평적 인재채용 제도 도입 이후 인사제도의 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조직원들의 자부심도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형평적 인재채용 결과가 단기 성과로는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팀장의 리더십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나 새로운 인재채용 제도가 조직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단기성과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강조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이 방면에 눈을 돌리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이슈, 따뜻한 자본주의 논란 등도 모두 CSR과 관련된 것이다. CSR을 수행할 때는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효과를 봐야 한다는 마음을 버리고 진정성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CSR이나 동반성장 문제는 우리 사회의 조화와 발전을 위해 우리 모두가 꼭 수행해야 하는 의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효과가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와 공동체를 위한다는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난의 경우 회사 자체의 분석 결과 직원들의 업무성과에는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 사회형평적 인재채용 제도를 실시하기로 했을 때 업무성과가 떨어질 것을 염려한 점을 생각하면 회사의 단기성과의 변화 없이도 성공적으로 CSR을 수행하고 있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다만 시민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시민들이 많지 않은 것을 볼 때 앞으로 이런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려서 공사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좀 더 힘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단기적인 성과는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장기적인 성과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제도 실시 후 직원들의 만족감이나 애사심, 인내심이 높아지고 자기중심주의 성향이 낮아졌다는 점이나 다양성 분위기가 향상됐다는 특징들은 장기적인 회사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우수 인재 채용

한난은 사회형평적 채용 제도를 도입해 고용명령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고용명령자 제도는 보훈처에서 지정한 보훈대상자들을 의무적으로 채용하는 제도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수습사원 교육에서 고용 명령 제도를 통한 합격자가 낮은 점수를 받아 임용이 취소되고 1년간 재교육을 받는 일도 벌어졌다.
 

2006년부터는 보훈처와의 협의를 거쳐 추가로 고용명령자를 받지 않기로 합의했다. 사회형평적 인재채용에 별도의 카테고리를 둬 명령제도보다 더 많은 보훈대상자들을 선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보훈대상자들의 채용도 늘렸을 뿐 아니라 경쟁 선발과정을 통해 공사가 필요로 하는 자질을 갖춘 인재를 골라 뽑을 수 있게 됐다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장애인 고용도 전문기관과 협력해 진행했다. 채용대상자 명단을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 보내 자문을 구했다. 공단은 경증보다는 중증 장애인을 추천했다중증 장애인은 공기업이 받아주지 않으면 갈 데가 없다는 게 공단 측의 하소연이었다. 한단은 공단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수용했다. 이전까지 한난이 고용한 장애인은 11명이었으며 이 중 1명만이 중증 장애인이었다. 하지만 사회형평적 인재채용을 통해 채용한 장애인 9명 중 5명이 중증이었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서 공기업의 장애인 고용의무비율 2%도 채울 수 있게 됐다. 토익(TOEIC) 점수가 높은 직원이 일도 월등히 잘하는 걸까?’


시사점

한난의 채용제도 혁신은 학력, 어학성적, 연령 등의스펙을 중심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한국 기업 문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한난이 우수한 인재 확보, 조직문화 개선 등의 대내적인 변화와 지명도 상승, 이미지 제고 등 대외적인 효과를 누린 것도 사실이다.

한난은 이 제도를 통해 지식이나 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도 사회형평적 채용을 통한 인재들의 업무 수행능력이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게다가 이들의 적응력이나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일반 공채자들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했다.

한난의 새로운 실험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도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조직 내부의 동태적인 역량을 구축하고 관련 제도와 문화를 바꿔나가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사회형평적 인재채용에 대한 암묵적 지지자가 됐지만 제도가 지속되는 한 언제라도 이견은 나올 수 있고 갈등이 표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험과 검증의 과정을 통해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직무와 기업 인재상과의 적합성을 고려하고 적합한 인력 선발을 위한 채용 절차와 기준도 정비해야 한다. 특히 새로운 제도를 통해 선발된 인력의 정착을 위한 입문교육, 개인 특성에 맞는 업무 배치와 맞춤형 육성제도, 직장 만족도와 직무 특성 및 성과에 대한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채용 제도 변화를 통해 다양한 인력이 일하기 좋은 문화를 구축하고 조직 다양성을 강화하는 과정은 상당한 진통과 비용이 따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의 신념과 강력한 추진력도 중요하다. 경영진과 직원들의 관심과 배려, 변화를 추진하려는진정성’, 체계적인 시스템 없이는 새로운 제도가 조직 내에 뿌리를 내리기 어렵다.


향후 과제

2006년 사회형평적 인재채용 제도가 도입된 후 6년의 시간이 지났다. 제도 실시 초기 분석결과에서는 사회형평적 제도로 채용한 직원이나 일반 공채를 통한 직원 사이의 업무 성과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신입 직원의 업무와 고참 직원의 업무가 다르듯이 이들 직원의 업무 성과도 업무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업무성과를 평가하며 채용한 인재의 배치나 경력관리 등의 분야에 적용할 만한 시사점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특히 한난은 겨울철에 배관을 이용해 아파트나 산업용 건물에 난방을 공급하는 회사라는 기존의 사업영역에서동일한 배관 설비를 계속 활용하면서 난방뿐 아니라 여름철 냉방까지 동시에 제공하는 회사로의 변화와 신재생 에너지 사업 분야 진출 등 근본적인 사업영역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몇 년이 상당한 변혁기이자 시련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사회형평적 인재채용 과정을 통해 새롭게 채용된 직원들이 업무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김재선 한국지역난방공사 지원본부장 jsk@kdhc.co.kr

신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jshin@snu.ac.kr

 

 

김재선 본부장은 경기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산업대학원에서 에너지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벽산건설 근무 후 1987년 한국지역난방공사에 입사해 기획부장, 홍보비서실장, 재무처장, 총무관리처장, 청주지사장, 사업개발처장, 전략경영실장 등을 거쳤다.

신재용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를 받고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부임 전 미국 일리노이대-어바나 샴페인 회계학과 조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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