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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라토 실패하면 모두 양쯔강으로…” 비장한 현지 마케팅, 돌풍을 일으키다

류강석 | 78호 (2011년 4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은 현대·기아차 인재개발원(마케팅 아카데미)과 함께 최신 글로벌 마케팅 사례를 연재합니다. 현대·기아차의 영업, 마케팅, 상품 관련 지식을 보유한 마케팅 아카데미는 주요 대학 경영학 교수들과 함께 내부 임직원 교육을 위해 글로벌 경영 사례를 개발했습니다. DBR은 이 가운데 독자 여러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엄선해 시리즈로 전합니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은 도전과 응전의 스토리를 통해 글로벌 경영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현은경(23·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이번 쎄라토 출시에 실패하면 우리 모두 양쯔강에서 만납시다.”

중국형 쎄라토 출시를 하루 앞둔 2005 8 17, 중국 상하이(上海)의 한 식당. 조용히 밥을 먹던 이형근 둥펑웨다(東風悅達)기아(이하 DYK) 법인장(현재 기아차 부회장)이 꺼낸 한마디였다. 양쯔강의 의미를 잘 아는 직원들은 순간 긴장했고, 식사 자리에는 비장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양쯔강은 DYK의 판매법인이 있는 상하이와 현지 공장이 있는 옌청의 중간에 위치해있다. 상하이에서 옌청 공장에 가려면 양쯔강을 건널 수밖에 없다. 카니발과 옵티마의 실패에 이어 쎄라토마저 실패한다면 기아차의 중국 사업은 완전히 접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글로벌 자동차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는 기아에 중국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었다. 이 법인장은쎄라토 런칭에 실패하면 양쯔강에 모여 빠져 죽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해보자란 말을 우회적으로 한 것이다.

1996년 옌청웨다기차와의 기술제휴를 시작으로 중국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 기아는 천리마의 성공으로 중국시장에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구축해 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2004년 야심차게 도입한 카니발과 옵티마의 판매가 매우 부진해 시간이 지날수록 천리마의 명성마저 바래고 있었다. 이때 기아차의 중국 사업을 다시 일으킬 구원투수로 이형근 법인장이 부임했다. 신임 이 법인장에게는 두 가지 사명이 부여됐다. 가장 시급한 목표는 실패로 돌아간 중형차 사례를 거울 삼아 준중형에 해당되는 쎄라토를 성공적으로 출시시켜 DYK의 시장점유율을 반등시키는 것이었다. 또 쎄라토 출시를 계기로 DYK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차별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함으로써 향후 출시될 상위 세그멘트 승용차 및 SUV 마케팅 기반을 다지는 것도 중요했다.

실패하면 양쯔강에 빠져 죽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통한 것일까. 2005 8월 중국시장에 선보인 쎄라토는 출시 이후 잇따라 판매 신기록을 수립하며 카니발과 옵티마의 부진을 깨끗이 씻어냈다. ‘값싼 차를 판매하는 저가차 회사라는 이미지를 벗고 세련되고 젊음을 추구하는 브랜드라는 느낌을 전달하는 데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로써 전 세계 모든 자동차회사들이 눈독 들이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당당하게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중국시장에서 쎄라토의 성공적인 출시 사례를 마케팅 관점에서 집중 분석했다.

천리마의 성공

1996 10, 기아차는 중국 현지의 옌청웨다기차와프라이드에 대한 기술제휴 계약을 통해 중국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에서 프라이드를 판매하기 시작한 기아차는 1998 5월에 합작회사 계약을 체결하고 2000 1월에는 옌청웨다기아유한공사(YKMC)를 설립했다.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할 때 현지 기업과 50 50의 자본투자를 하는 합자회사의 형태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이후 둥펑기차의 합류로 2002 7월 둥펑웨다기아(DYK) 합자계약서를 비준했다. 2002 12, DYK는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생산된 배기량 1600cc천리마를 선보였다.

신생 브랜드로 시장에 진입한 DYK의 천리마는 출시 첫 해인 2003 43934대로 동급 6, 2004 55781대로 동급 3, 2005년에는 66298대로 동급 2위를 기록하는 등 기대 이상의 뛰어난 성과를 냈다. 특히 2004년에는 시장 진입 2년 만에 전체 자동차시장 점유율 9위라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상위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곳들은 폭스바겐, GM, 혼다 등 상당한 브랜드 인지도를 가진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천리마의 성과는 세간의 주목을 받을 만했다. 이러한 성공으로 후발주자였던 DYK천리마를 판매하는 회사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줄 수 있었다.

참혹한 실패

천리마의 성공에 한껏 고무된 DYK는 이후 중국시장 확대를 위한 후속모델로서 MPV(Multi-Purpose Vehicle)인 카니발과 중형(D) 차량인 옵티마를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DYK의 입장에서는 천리마로 구축한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상위차급 모델 판매를 통해 DYK의 전체 수익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포석이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라인업은 배기량 기준으로 A(1.0리터 미만) B(1.0∼1.3리터 미만) C1(1.3∼1.6 미만) C2(1.6∼2.0 미만) D E(2.0 이상) RV(MPV, SUV)로 나눌 수 있다. 천리마는 C1급에 속했고 옵티마와 카니발은 C2 단계를 뛰어넘어 최상위급으로 분류되는 D MPV급이었다.

천리마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어 한국 시장에서 반응이 좋았던 옵티마와 카니발을 선보였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2004 DYK의 중국 내 총 판매량 62506대 중 옵티마와 카니발은 각각 3600(6%) 3071(5%)였다. 천리마가 C1급에서 시장점유율 17%를 차지한 반면 옵티마는 중형 D급 시장에서 1% 정도, 카니발은 MPV 시장에서 3%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실패를 철저히 분석하다

현대차에서 해외마케팅사업부장을 하며 마케팅을 진두 지휘했던 이형근 법인장이 중국에 부임한 후 가장 먼저 한 것은 옵티마와 카니발의 실패원인 분석이었다. 실패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쎄라토의 성공적인 런칭을 위해서는 실패를 철저히 분석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자체적으로 분석한 실패 요인 중 첫째는 출시 전 제대로 된 STP(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분석을 포함한 마케팅 전략의 부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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