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답 아닌 질문으로 ‘배움’ 돕게 설계
단일→멀티 AI 구조 바꿔 보고서 품질 개선
Article at a Glance
GS칼텍스는 DAX(Digital & AI Transformation)를 통해 AI를 전사 업무에 확산하는 동시에 사람과 AI의 역할, 업무 흐름을 재설계하고 있다. 에이전트 수나 사용 인원, 시간 절감보다 실제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초점을 둔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크라틱 AI 튜터와 연구보고서 작성 에이전트다. 소크라틱 AI 튜터는 정답을 바로 주지 않는다. 질문과 단계별 힌트로 학습자가 스스로 답을 찾게 돕는다. 반복적인 기초 설명은 AI가 맡고 선배 엔지니어는 예외 상황과 판단 기준, 실무 노하우를 전한다. 숙련자의 질문 방식과 사고 순서를 AI에 담아 개인의 경험을 조직의 지식으로 축적하고 같은 학습 방식을 영업·재무 등 다른 직무로 확장한 것도 특징이다. 연구보고서 작성 에이전트는 시행착오를 거쳐 성과를 끌어올린 사례다. 기대에 못 미친 첫 시도 이후 업무 흐름을 꼼꼼히 다시 살핀 끝에 멀티 에이전트 구조를 통해 결과물의 품질을 개선했다. 모델 성능이 아니라 업무를 어떤 단위로 나누고 사람과 AI에 어떻게 배분하는지가 AX의 성과를 가른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공지능(AI)을 업무에 활용하는 건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누구나 생성형 AI로 정보를 찾고, 해석하며, 문서를 요약하고, 보고서 초안을 작성한다. 기업 내부 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업무를 지원하는 AI 에이전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동시에 모두가 쓰는 도구로 특별한 가치를 창출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AI Transformation(AX)을 추진하는 기업의 고민 역시 달라졌다. 단순히 AI 에이전트를 몇 개 만들었는지, 임직원 몇 명이 AI를 활용하는지, 업무 소요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만으론 AX 성과를 논하기 어렵다. 사람과 AI가 상호작용하는 방식, 실제 업무 흐름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
GS칼텍스의 Digital & AI Transformation (DAX)도 여기에 초점을 둔다. GS칼텍스는 2019년부터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 데이터 기반 업무 환경을 구축하고 구성원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했다. 초기엔 새로운 기술을 검증하고 데이터를 수집·연결하는 데 집중했다. 이후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데이터 레이크(Data Lake), 인공지능·머신러닝(AI·ML) 플랫폼과 로우코드(Low-code) 개발 환경을 마련했다. 2023년부터는 DAX(Digital & AI Transformation) 아카데미를 열어 구성원이 자기 업무에서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웠다.
그리고 2025년, 기존의 Digital Transfor-mation(DX)에 AX를 결합해 본격적인 DAX를 추진했다. 방향성은 ‘AI is Everywhere’다. 생산과 설비를 넘어 안전, 물류, 마케팅, 구매, 재무, HR 등 전체 밸류체인에 걸친 변화다. 공정 최적화, 품질 예측, 설비 이상 탐지, AI CCTV, 고객 의견 분석, 사내 규정 안내와 보고서 작성 지원 등 다양한 과제가 진행 중이다. 방대한 영역에 AI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GS칼텍스가 특히 중요하게 본 것은 사람과 AI의 역할을 어떻게 나누고, 업무를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지다. 기존 업무에 AI를 덧붙이거나 사람이 하던 일을 그대로 맡기는 것으론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소크라틱 AI 튜터’와 ‘연구보고서 작성 에이전트’다. 소크라틱 AI 튜터는 AI를 구성원 역량 강화에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례다. 질문에 기초한 소크라테스식 교육 기법을 적용한 AI다. 일반적인 생성형 AI는 질문에 빠르게 답하는 도구지만 소크라틱 AI 튜터는 반대로 질문을 던지는 도구다. 학습자가 틀린 답을 하더라도 곧바로 정답을 알려주진 않는다. 질문 난이도를 낮추거나 다른 방식으로 다시 묻는다. 여기에 반복적인 기초 설명은 AI에 맡기되 현장에서 필요한 경험과 구체적인 판단은 선배 엔지니어에게 전수받도록 역할을 나눴다. 현재 여수공장 교육을 비롯해 영업·마케팅 조직, 재무실의 임직원 교육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연구보고서 작성 에이전트는 한 번 실패한 AI 과제를 업무와 역할의 재설계를 통해 어떻게 개선했는지를 보여준다. 처음에 연구노트 분석부터 보고서 작성과 검수까지 하나의 에이전트에 맡겼을 땐 품질이 기대 이하였다. 여기서 GS칼텍스는 더 좋은 모델을 찾은 것이 아니라 연구원이 실제로 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을 다시 살폈다. 이후 분석과 작성, 검수 등 역할을 구분해 여러 에이전트에 배분했다. 연구원은 방향을 정하고 최종 결과를 판단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 결과 보고서의 질이 획기적으로 향상됐다.
이들 사례 모두 AI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것 못지않게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AI를 현업의 실제 변화로 연결한 GS칼텍스의 DAX 사례를 소개한다.
1. 정답을 알면서도 기다리는 AI
: 소크라틱 AI 튜터 “화공 전공자인데 P&ID가 낯설다고 하더라고요. 순간 제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현장에서 후배를 가르치던 한 선배 엔지니어의 회상이다. GS칼텍스가 주니어 엔지니어용 ‘소크라틱 AI 튜터’를 만들게 된 계기다. P&ID(Piping and Instrumentation Diagram, 배관계장도)는 정유·석유화학 현장의 엔지니어가 매일 접하는, 기초 언어에 가까운 도면이다. 하지만 같은 화공 전공자라 하더라도 익숙함의 정도는 다르다. 대학에서 어떤 분야를 공부했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따라 차이가 난다. 산업 현장 인턴십을 경험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연구 중심의 교육을 받은 사람도 있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화공 기반 산업이 다양해지면서 정유·석유화학 공정에 대한 사전 지식에도 편차가 생겼다.
교육 현장에선 이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같은 P&ID를 보고도 누군가는 공정 흐름을 곧바로 읽어내지만 누군가는 기호 하나부터 막힌다. 선배 엔지니어는 같은 기초 개념을 여러 번 설명해야 해 힘들다. 후배 입장에서는 “이런 내용까지 다시 물어봐도 될까”라는 부담을 느낀다.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알지 못해 질문 자체를 만들기 어려울 때도 있다. 집합교육으로 개인별 수준 차이에 맞춰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외부 교육을 받자니 GS칼텍스의 실제 공정과 업무 맥락을 충분히 가르치기 어렵다.
GS칼텍스는 여기에 소크라틱 AI 튜터를 활용하기로 했다. 보통 생성형 AI는 사용자가 질문하면 답을 내놓는다. 반면 소크라틱 AI 튜터는 AI가 질문을 한다. 먼저 핵심 개념을 설명한 뒤 학습자에게 묻는다. 답변을 토대로 다음 질문의 수준과 방식을 조정한다. 학습자가 틀린 답을 내놓더라도 곧바로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질문의 난도를 낮추거나 설명 방식을 바꿔 다시 묻는다. 충분히 이해했다고 판단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같은 콘텐츠로 학습을 시작해도 답변에 따라 서로 다른 학습 경로가 형성된다. 예컨대 AI가 “원유를 왜 가열할까요?”라고 물었다고 하자. 학습자가 원리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원유 속 여러 성분의 끓는점은 모두 같을까요?”라고 다시 묻는다. 사고의 범위를 조금씩 좁혀가는 질문이다. 학습자는 이 과정을 따라가며 끓는점 차이를 이용해 휘발유와 경유 등 여러 성분을 분리한다는 원리를 익힌다. 사실 일반적인 업무에서는 답을 빨리 내는 것이 AI의 강점이다. 하지만 교육에선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답을 얻는 시간을 줄이면 학습자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까지 함께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답을 알면서도 질문을 이어가는 ‘느린 AI’를 선택한 이유다. 조직 지식과 현장을 연결한 4가지 설계
소크라틱 AI 튜터는 단순히 질문을 던지는 교육용 챗봇이 아니다. 사내에 쌓인 전문 지식을 실제 현장의 학습과 연결하고 구성원의 실질적인 성장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춘 도구다. 크게 네 가지 특징을 설계했다.
첫째, 사내 전문 자료를 학습 기반으로 삼았다. AI 튜터가 질문하고 답할 때 GS칼텍스 내부 교재와 현장 기술 표준, 실제 공정 매뉴얼 등을 주요 근거로 활용하도록 했다. 일반적인 화학 공정 지식만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기 위해서다. 같은 개념을 배우더라도 회사가 실제로 쓰는 용어와 기준, 공정의 맥락 안에서 이해하도록 했다.
둘째, 3단계 힌트 체계를 통해 ‘심리적 안전감’을 주면서 자기주도 학습을 유도했다. 오답이나 “모르겠다”는 답이 나오면 3단계에 걸쳐 힌트를 준다. 처음에는 비교적 넓은 범위에서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래도 답을 찾지 못하면 난도를 조금 더 낮춘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 학습자가 어디에서 막혔는지도 확인한다. 기초적인 내용을 다시 물어보기 어려워하는 주니어 엔지니어에게 심리적인 안전지대를 제공해 부담을 낮추려는 장치이기도 하다. 사람을 상대로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하는 것보다 AI를 상대로 답을 틀리고 다시 시도하는 부담이 작을 수 있다는 점을 활용했다.
셋째, AI 학습을 현장 멘토링과 결합했다. AI 튜터는 학습자의 이해 수준과 반복해서 틀리는 개념 등을 리포트로 정리해 현장 선배에게 전달한다. 선배 엔지니어는 리포트를 보고 후배가 어느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먼저 확인할 수 있다. 기초 내용을 처음부터 반복 설명하지 않고 특정 공정의 예외 상황이나 실무 노하우, 판단 기준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쓸 수 있다. AI가 사내 매뉴얼이나 교육 자료처럼 정형화된 지식을 전달하고 사람은 문서에 담기 어려운 경험과 맥락을 더하는 방식이다. AI가 정리한 조직의 형식지와 현장 엔지니어의 암묵지가 결합해 사용 가능한 지식으로 전환하는 구조다.
넷째, 교육 방식과 직무별 콘텐츠를 분리한 ‘확산형 프롬프트 구조’다. 질문을 던지고 답변에 따라 다음 질문을 조정하는 소크라테스식 교육 기법은 공통 엔진으로 사용한다. 반면 실제로 가르칠 내용인 직무별 전문 지식(Domain Knowledge)은 별도 모듈로 뒀다. 새로운 튜터를 만들 때마다 교육 방식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사내 자료와 과목별 콘텐츠를 바꾸면 P&ID뿐 아니라 안전, 설비, 공정 제어 등 다른 분야에도 빠르게 같은 교육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선배 엔지니어를 대신하지 않는 AI 소크라틱 AI 튜터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AI가 선배 엔지니어의 역할을 대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I는 반복적인 기초 개념 설명을 맡는다. 학습자의 수준에 맞춰 질문하고 답변을 토대로 다음 학습을 조정하는 일도 할 수 있다. 반면 실제 현장에서 부딪히는 예외 상황이나 의사결정 기준,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선배가 설명한다.
숙련된 엔지니어는 단순히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무엇부터 살펴볼지 안다.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무엇을 추가로 확인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그 사고의 순서는 오랜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물론 그 지식 자산 대부분은 개인의 머릿속에만 남아 있다. 문서나 매뉴얼로 모두 옮길 수 없는 암묵지다.
GS칼텍스는 전문가가 문제를 이해하는 순서와 질문 방식을 AI 튜터에 반영했다. 개인이 갖고 있던 노하우를 조직이 반복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려는 시도다. 단순한 교육 도구를 넘어 숙련 지식을 조직 안에 축적하고 확산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소크라틱 AI 튜터의 효과를 교육시간 단축이라는 하나의 지표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신입 구성원이 얼마나 빨리 업무 지식을 익히는지, 선배가 반복적인 기초 교육 대신 더욱 실질적인 업무 코칭에 집중할 수 있는지 등을 함께 봐야 한다. 개인마다 달랐던 교육 경험을 어느 정도 표준화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숙련자의 경험과 사고방식이 조직 안에 얼마나 많은 자산으로 축적됐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같은 방법론을 서로 다른 직무에 활용 GS칼텍스는 소크라틱 AI 튜터를 조직의 공통 학습 방식으로 확장하고 있다. 질문을 통해 학습을 이끄는 방식은 유지하되 각 조직의 전문 지식과 업무 특성을 결합했다. 여수공장에서는 주니어 엔지니어의 공정 이해를 돕는 데 활용한다. 영업·마케팅 조직에서는 영업 조직의 공통 직무과정 12개를 하나로 묶은 튜터 ‘AiQ+’를 통해 다방면의 지식을 연결한다. 재무실에서는 구성원이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을 직접 AI 튜터로 만들어 활용하고 공유하는 방식까지 시도하고 있다. 같은 소크라틱 AI 기법을 각 조직의 해결 과제에 맞게 서로 다른 형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영업 지식 12개 과목을 하나로 묶은 AiQ+ 주유소와 충전소를 관리하는 영업 담당자는 여러 분야의 지식을 동시에 알아야 한다. 가격 정책과 여신 관리뿐 아니라 시설 안전, 마케팅, 손익도 다뤄야 한다. 신입 사원은 첫 업무에서 무엇부터 알아야 할지 막막할 수밖에 없다. 경력자도 담당 업무가 바뀌면 새로운 규정과 절차를 다시 익혀야 한다. 기존 집합교육은 정해진 일정에 맞춰 모두가 같은 내용을 배우는 방식이다. 당장 현장에서 필요한 내용을 그때그때 찾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AiQ+는 영업 조직의 공통 직무과정 12개를 하나로 묶은 튜터다. 사용자가 어떤 업무를 하고 무엇을 묻는지에 따라 여러 과목의 내용을 연결해 제시한다. 신규 주유소 개발을 맡은 직원이라면 네트워크 개발과 가격 정책, 시설 안전 관련 내용을 순서대로 볼 수 있다. 판매 활성화 컨설팅을 준비하는 담당자라면 시장의 경쟁 상황 분석, 마케팅, 손익 관련 지식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모두를 위한 범용 커리큘럼이 아니라 각자의 업무와 상황에 맞는 학습 경로가 제시된다.
활용 범위도 학습 이상의 영역까지 넓혔다. 신입 사원이 “파트너가 여신을 늘려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여신 한도 증액 구조와 단계별 업무 처리 방법, 파트너와의 소통 방식을 안내한다. 경력이 오래된 직원이 새롭게 바뀐 안전점검 방식을 물어보면 새로 도입된 점검 앱의 처리 절차까지 알려준다. 흩어진 규정과 매뉴얼을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고 업무 중 필요한 내용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외부 데이터를 연동해 관리자급의 판단도 지원한다. 지사장이 주유소 파트너와 미팅하기 전에 주변 시장 상황을 물어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AiQ+는 공인 유가정보인 오피넷과 연동해 인근 지역의 경쟁 현황과 가격 추세, 최저가 주유소 정보 등을 정리한다. 사내 교육 자료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업무에 필요한 정보를 모아주는 역할까지 부여한 것이다.
사용자가 남긴 질문은 쓸모 있는 지식을 축적하는 시작점이 된다. 반복되는 질문은 실제 현장에서 어떤 지식을 필요로 하는지를 구체적인 형태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AI가 충분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영역도 확인할 수 있다. 이걸 토대로 부족한 사내 자료를 보완할 수 있다.
필요한 튜터를 직접 만드는 재무실 재무실에선 AI 튜터를 만드는 주체를 확장했다. 재무 업무는 범위가 넓다. 일반·연결·원가회계가 있고 세금 결산과 신고가 있다. 수출입 통관과 관세 환급, 자금계획과 편성, 외화 관리와 차입, 여신과 보험, 공급망 관리와 구매계약도 포함된다. 담당자가 맡은 업무에 따라 필요한 전문 지식이 크게 달라진다.
재무실은 먼저 3개 과목을 AI 튜터로 만들어 실제 적용 가능성을 검토했다. 소크라틱 AI 튜터의 기본 구조를 프롬프트 템플릿으로 만들어 공유했다. AI 튜터의 개수를 늘리기보다는 구성원 모두가 자기에게 필요한 과목을 직접 튜터로 만들어 활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업무를 하다가 새롭게 배워야 할 내용을 발견하면 누구나 관련 콘텐츠를 입력하고 AI 튜터를 만든다. 완성한 튜터는 다른 구성원과 공유해 함께 활용하도록 한다. 누군가 만든 교육과정을 수동적으로 학습하는 대신 스스로 현업에서 필요한 교육을 직접 만들어 쓴다는 얘기다. 지속적인 검증과 개선은 필요하지만 중앙 조직에서 직무교육 과정을 일일이 만들어 내려보내는 방식을 혁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 실패에서 배워 업무 재설계
: 연구보고서 작성 에이전트 연구보고서 작성 에이전트는 한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업무 자체를 재설계한 사례다. 연구개발 현장에서는 하나의 주제를 두고 여러 차례 실험을 한다. 가설과 실험 조건, 관찰 내용, 측정 결과와 연구원의 해석은 전자연구노트에 축적된다. 연구과제가 끝나거나 특정 주제를 종합할 때는 이 기록을 다시 찾아 유사 실험을 묶고 핵심 결과와 의미를 정리해 보고서로 만든다.
이 과정이 간단치 않다. 연구원은 수많은 기록 속에서 보고서 목적과 관련된 전자연구노트부터 찾아야 한다. 그다음 비슷한 실험을 그룹화하고 조건과 결과를 비교해야 한다. 어떤 결과가 핵심이고, 어떤 자료가 보조적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이후 연구 배경과 방법, 결과, 고찰과 결론이 연결되도록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 표와 첨부 자료를 반영하고 전문용어와 수치, 인용과 출처도 확인해야 한다.
GS칼텍스는 이 복잡한 작업에 AI를 활용하기로 했다. 첫 번째 PoC에서는 업무를 하나의 AI 에이전트에 모두 맡겼다. 전자연구노트를 읽고 관련 내용을 분석한 뒤 보고서를 쓰고 결과까지 검토하게 했다. 그런데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 문서는 만들어졌는데 실제 연구원이 활용하기엔 부족한 수준이었다. 표와 첨부 자료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원래 연구기록의 의미가 달라진 부분도 있었다. 페이지 정보와 일부 문서 요소도 빠졌고 전문용어나 형식의 일관성도 떨어졌다. AI가 초안을 빠르게 만들어도 연구원이 처음부터 다시 확인하고 고쳐야 했다. 내부 품질평가 결과는 100점 만점에 53점이었다. 현업에서 신뢰할 수 없는 보고서였다.
GS칼텍스는 모델을 더 좋은 것으로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그래서 연구원이 실제로 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을 다시 분해하고 들여다봤다. ‘연구보고서 작성’은 하나의 일이 아니었다. 관련 실험을 찾고 그룹화하는 일, 실험 조건과 결과를 비교해 핵심 사실을 뽑는 일, 목적에 맞게 문서의 구조를 짜고 글을 쓰는 일, 사실관계와 결론의 연결성을 확인하고 전문용어와 수치, 출처를 검토하는 일이 복합적으로 연결된 업무였다. 연구원의 추가 의견이 있을 때 필요한 부분만 정교하게 다시 손보는 일도 붙어 있었다. 이 모든 역할을 하나의 에이전트에 맡기는 것으로 설계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
하나의 에이전트가 아닌 하나의 에이전트 팀 두 번째 PoC에서는 업무를 나눠 멀티-에이전트 구조를 설계했다. 먼저 전체 작업을 조정하는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를 뒀다. 연구원의 요청과 선택한 전자연구노트를 바탕으로 보고서 작성 방향을 정하는 에이전트다. 어떤 에이전트가 어떤 순서로 일을 할지도 조정한다. 그 아래에는 세 개의 전문 에이전트를 배치했다. 첫째는 그룹 애널리스트(Group Analyst, 분석가)다. 여러 전자연구노트를 분석해 비슷한 실험끼리 분류한다. 중요한 연구노트를 골라내고 핵심 내용을 추출하며 실험 조건과 결과의 공통점 및 차이점도 정리한다. 상세하게 다뤄야 할 핵심 기록과 보조적으로 활용할 기록도 구분한다. 둘째는 섹션 라이터(Section Writer, 작가)다. 확정한 아웃라인에 맞춰 서론, 이론적 배경, 연구방법, 결과, 고찰과 결론을 섹션별로 작성한다. 하나의 긴 문서를 한꺼번에 만들지 않고 부분별로 작성해 수정하기 쉽게 했다. 사내 연구문서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와 표현의 일관성도 맞춘다. 첨부 자료와 외부 인용 규칙도 적용한다. 셋째는 리포트 크리틱(Report Critic, 검수자)이다. 작성한 내용이 원본 연구기록과 맞는지 확인하는 검수 에이전트다. 연구 목적과 결론이 논리적으로 연결되는지도 살핀다. 전문용어와 수치, 연구 분야의 정확성도 점검하며 문제가 발견되면 재검증까지 하도록 설계했다. 연구원은 이 과정을 총괄한다. 어떤 전자연구노트를 참고할지는 연구원이 고른다. 보고서의 목적과 방향도 제시한다. AI가 만든 결과를 검토하고 필요한 수정도 요청한다. 최종 판단과 책임 역시 연구원이 맡는다.
보고서 작성 과정은 다섯 단계로 구조화했다. 계획, 그룹 분석, 아웃라인 구성, 섹션 작성, 검토 순이다.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하는 방법도 바꿨다. 예컨대 연구원이 “결론에 비교군 분석을 더 보강해 달라”고 요청하면 오케스트레이터가 어떤 작업을 다시 해야 하는지 판단한다. 이후 분석가가 관련 데이터를 다시 분석하게 하고 작가가 결론 부분만 수정하도록 지시한다. 검수자는 바뀐 부분만 다시 확인한다.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불필요한 변경을 방지할 수 있는 구조다.
고도화한 연구보고서 작성 에이전트의 내부 품질평가는 93점을 기록했다. 첫 PoC에 비해 40점 높은 점수였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전자연구노트의 실험 데이터가 보고서 안에서 더 잘 연결됐다. 문서의 목적과 이론적 배경, 결과, 고찰, 향후 계획의 흐름도 개선됐다. 표와 그림, 상세 자료가 적절한 위치에 배치됐고 전문용어와 출처 표기의 정확도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AI 활용은 전자연구노트를 작성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최종 보고서에서 연구노트의 기록을 직접 활용한 연구원은 이후의 분석과 재사용을 염두에 두고 기록을 하게 된다. 실험 조건과 결과를 더 상세하고 구조적으로 적을 가능성이 높다. 좋은 보고서를 만드는 AI를 도입하면서 입력 데이터인 연구노트의 품질을 끌어올릴 계기도 만든 것이다.
GS칼텍스의 목표는 기존에 약 3주가 걸리던 연구보고서 작성 기간을 2일 이내로 약 85%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향후 고도화와 업무 적용을 통해 에이전트 구조와 성능을 개선할 방침이다.
실패한 과제를 성공으로 다시 설계하는 법 기업의 AX 사례는 대부분 성공을 중심으로 소개된다. 그러나 실제로 한 번에 정답을 찾는 경우는 적다. 사용자가 기대한 결과와 AI가 제공한 결과 사이의 차이를 확인하고 문제의 원인이 데이터인지, 기술인지, 프로세스인지, 역할 설계인지 구분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연구보고서 에이전트 사례 역시 마찬가지였다. 첫 번째 설계에서는 AI에 지나치게 많은 역할을 맡겼다. 두 번째 설계에서는 사람의 실제 업무 방식을 기준으로 분석, 작성, 검수와 조정의 역할을 나눴다. 그리고 완전한 자동화를 목표로 삼는 대신 연구원이 방향을 제시하고 결과를 검토하는 휴먼인더루프(Human-in-the-Loop) 방식을 유지했다. GS칼텍스가 DAX 과정에서 강조하는 것도 ‘굿 리스크 테이킹(Good Risk Taking)’이다. 모든 시도가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작은 규모로 빠르게 검증하고, 결과를 솔직히 분석하며, 학습을 다음 과제에 활용하는 문화다. 이 문화가 정착하려면 경영진은 방향과 기준,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현업에선 실제 문제를 정의하고 실행하는 톱다운(Top-down)과 보텀업(Bottom-up)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
3.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조직을 준비하다 소크라틱 AI 튜터와 연구보고서 작성 에이전트의 사례에는 공통 원칙이 있다. 사람의 일을 AI에 그대로 넘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의 역할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형태로 설계됐다.
GS칼텍스는 같은 철학하에서 AI 활용 수준을 단계적으로 높여갈 방침이다. 단순한 검색과 답변에서 AI 임파워드(AI Empowered), AI 코파일럿(AI Copilot), AI 오토파일럿(AI Autopilot), 디시전 인텔리전스(Decision Intelligence)의 순서다.
임파워드 단계에선 검색과 요약, 메일 초안 작성과 같은 개인 업무를 AI가 지원한다. 코파일럿 단계에선 사람의 지시에 따라 AI가 내부 데이터와 업무 시스템을 활용한다. 자료 검색과 분석뿐 아니라 일부 업무 실행도 돕는다. 오토파일럿 단계에선 정해진 역할과 범위 안에서 AI가 여러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마지막 디시전 인텔리전스 단계에선 여러 대안을 비교하고 위험을 예측해 사람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문제의 초점은 기술이 아니라 조직으로 향한다. AI에 어떤 역할과 권한을 줄 것인지 정해야 한다. 업무 목표와 기대 수준도 명확해야 한다. AI가 만든 결과를 누가 평가할지도 문제다. 사람이 언제 개입할지, 최종 책임을 누가 질지도 정해야 한다. 업무가 바뀌거나 에이전트 운영을 끝낼 때 쌓인 지식과 권한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GS칼텍스는 크게 다섯 가지 영역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사람과 AI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협업 능력을 갖추는 ‘AI-이네이블드(AI-enabled) 역량과 조직’이다. 이제 사람은 문제를 정의하고 판단하며 AI는 분석과 반복 업무를 지원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어떤 역할을 AI에 맡기고 사람은 어디에 개입할지 설계하는 역량이다.
둘째, AI가 업무 맥락까지 이해할 수 있게 정비한 ‘AI-레디(AI-ready) 데이터와 지식’이다. AI가 제대로 일하려면 숫자와 문서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문가의 경험과 업무 노하우, 판단 기준 같은 맥락이 필요하다. 소크라틱 AI 튜터가 선배 엔지니어의 질문 방식을 담으려 하고 연구보고서 에이전트가 전자연구노트에 쌓인 지식을 다시 활용하는 이유다.
셋째, 사람과 AI의 역할을 중심으로 업무 구조를 재설계한 ‘AI-퍼스트(AI-first) 프로세스’다. 현재 대부분 업무는 사람이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 AI와 함께 일하려면 업무의 목적과 순서를 다시 볼 필요가 있다. 불필요하게 복잡한 과정은 단순화해야 한다. 각 단계에서 누가 어떤 역할과 책임을 맡을지도 정해야 한다. 연구보고서 작성 에이전트에서 첫 PoC 이후 업무를 다시 쪼갠 것도 이 같은 작업이었다.
넷째, AI가 정보를 찾고 허용 범위에서 업무를 실행하도록 연결한 ‘AI-드리븐(AI-driven) 시스템’이다. 과거에는 사람이 여러 시스템을 오가며 필요한 정보를 찾고 업무를 처리했다. 앞으로는 AI가 여러 시스템에 연결해 필요한 정보를 찾고 허용된 범위에서 업무를 실행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사람만 쓰는 시스템에서 사람과 AI가 함께 쓰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은 AI를 안전하고 책임 있게 운영하기 위한 ‘리스폰서블 AI(Responsible AI) 거버넌스’다. AI가 더 많은 업무를 맡을수록 역할과 권한의 범위도 명확해야 한다. 결과의 품질을 누가 검증할지 정해야 한다. 보안과 책임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기준도 필요하다. 뛰어난 AI를 만드는 동시에 안전하고 책임 있게 운영하는 체계 또한 갖춰야 한다.
이 다섯 영역은 유기적이다. 역할과 역량을 갖춘 사람이 있어야 좋은 데이터와 지식을 축적할 수 있다. 좋은 데이터와 지식이 있어야 AI를 활용하는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다. 프로세스는 시스템으로 구현해야 하며 모든 과정은 신뢰할 수 있는 거버넌스 위에서 운영해야 한다. 결국 AX는 새로운 기술 도입이 아니라 사람과 AI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조직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다.
4. AI 시대의 경쟁력은 조직의 학습 능력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한다. 오늘 가장 우수한 모델이 내일도 가장 우수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정 기술이나 모델을 조금 먼저 도입했다는 사실만으로 장기간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역량에 힘을 쏟아야 한다. 현장의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는 능력, 개인의 경험을 조직의 지식으로 전환하는 능력, 사람과 AI의 역할을 다시 설계하는 능력, 작은 실험의 성공과 실패를 조직 전체의 학습으로 확산하는 능력이다.
GS칼텍스가 DAX를 통해 만들고자 하는 궁극적인 경쟁력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AI 시대의 기업 경쟁력은 AI를 통해 사람과 조직이 얼마나 더 잘 배우고 성장하는가에 달려 있다”며 “AI가 다방면의 일상 업무 속에 자리 잡고 사람의 경험과 AI의 역량이 결합해 더 빠르게 배우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소크라틱 AI 튜터와 연구보고서 작성 에이전트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지향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