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던 0.5% 살코기서 3370억 원 캤다
공급난 시대 생존 공식 ‘한계수율 극대화’
Article at a Glance
세계 최대 농식품 기업 카길은 AI 카메라 시스템 ‘카브(CarVe)’를 활용해 소뼈에 남아 버려지던 0.5%의 살코기까지 회수하고 있다. 이를 카길의 연간 생산량에 적용하면 소 11만 마리, 약 3370억 원에 해당하는 새로운 가치를 추가 원재료 투입 없이 창출할 수 있다. 카길의 사례는 공급난과 원가 상승으로 기존의 ‘규모의 경제’가 흔들리는 시대에 기업의 생존 공식이 ‘한계비용 절감’에서 ‘한계수율 극대화’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은 더 싸게 더 많이 확보하는 대신 이미 확보한 자원에서 버려지는 가치를 정밀하게 찾아내야 한다. 다만 AI가 수율 향상을 넘어 작업자 개인의 성과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압박하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생산성 혁신은 노사 갈등과 운영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AI 기반 공정 혁신은 기술의 정확도뿐 아니라 현장의 신뢰와 수용성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2025년 10월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 세계 식량안보를 논의하는 권위 있는 포럼 ‘볼로그 다이얼로그(Borlaug Dialogue)’ 무대에 오른 브라이언 사이크스 카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다소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자랑의 대상은 최첨단 종자 기술도, 대형 인수합병(M&A)도 아니었다. 바로 ‘소뼈에 붙은 작은 살코기’였다. 카길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카메라 시스템 ‘카브(CarVe)’를 활용해 도축 과정에서 버려지던 뼈의 잔여 살점을 빠짐없이 발라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사이크스 회장은 “이것이 내 생애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율을 단 1%만 높일 수 있어도 그 기술이 제공하는 기회를 반드시 받아들여야 한다”며 “10년 뒤 돌아봤을 때 이 기술이 가져다주는 기회를 활용하지 못한 기업은 결국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1위 곡물기업이자 미국 3대 육가공업체, 연 매출 200조 원이 넘는 미국 최대 비상장기업인 카길은 160년 동안 거대한 농식품 제국을 일궈왔다. 그런 카길이 지금 소뼈에 남은 작은 살점까지 집요하게 회수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DBR이 분석했다.
숙련공의 눈도 놓친 0.5%, AI가 찾아내다 고기를 뼈에서 발라내는 발골은 대표적으로 사람들이 기피하는 고된 작업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100% 자동화하기는 불가능해 사람 손을 거쳐야만 한다. 그중에서도 소고기 발골은 산업 자동화 영역에서 가장 정복하기 어려운 ‘최후의 공정’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