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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삼성전자 노트북 ‘갤럭시북3’의 흥행 요인

전작 대비 판매량 2.5배↑, 품귀 현상까지
갤럭시 생태계 연결과 협업으로 명성 되찾아

장재웅 | 382호 (2023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갤럭시북3’ 시리즈는 올해 초 출시 후 압도적인 가성비로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경쟁사 제품과 비슷한 스펙에도 가격은 수십만 원 저렴해 출시 후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갤럭시북3가 성능은 높이고 가격은 낮출 수 있었던 비결에는 갤럭시 제품군 간 협업이 있었다. 스마트폰 등 IT 기기를 만드는 MX사업부는 기본적인 소자에서부터 메모리, 센서, 배터리까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이어져온 갤럭시 기기 제조 경험과 기술력을 갤럭시북3에 적용해 품질은 높이면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여기에 ‘갤럭시 생태계 간 연결성’ 역시 갤럭시북3 시리즈의 인기를 견인했다. 갤럭시북의 강점은 윈도 PC 경쟁사들과 달리 폭넓은 생태계를 갖췄다는 점이다. 갤럭시 제품군 간 멀티태스킹, 기기 간 연결을 통해 노트북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 등은 윈도 기반 경쟁사들이 갖지 못한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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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갤러리(게시판) 이름을 ‘노태북’ 갤러리로 변경 신청합니다.”

올해 2월 삼성전자가 노트북 ‘갤럭시북3’를 출시한 이후 국내 최대 규모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노트북 갤러리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갤럭시북3 시리즈가 뛰어난 스펙에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출시되자 갤럭시북3 개발을 진두지휘한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사업부사장의 이름과 노트북을 합성한 ‘노태북’이라는 용어가 인터넷 밈으로 떠올랐다. 노태북 외에도 노 사장을 ‘갓태문(신(God)+노태문)’ ‘빛태문’ 등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생겼고, 조선 역대 국왕을 외울 때 쓰는 ‘태정태세문단세’를 활용해 ‘태정태세노태문단세’라는 유행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사실 최고경영자(CEO)들이 인터넷 ‘밈’의 소재로 사용되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일론 머스크 등 외국의 스타 CEO들이 그 대상이었다. 국내에서는 전문경영인보다는 오너 경영자들이 종종 밈의 주인공이 되곤 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전문경영인인 노 사장이 밈의 대상이 되며 찬사를 받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그의 지휘하에 삼성전자가 내놓은 ‘갤럭시북3’이 인기가 높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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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북3는 뛰어난 성능에 밈으로 인한 바이럴 효과까지 더해 출시 초기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2월 진행한 사전 판매에서 첫날에만 판매 시작 10분 만에 준비한 물량 900대를 모두 팔아 치운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판매 채널을 통해 진행한 사전 판매에서 제품이 전부 완판되며 흥행 몰이에 성공했다. 그 덕에 출시 후 한 달여간은 갤럭시북3 시리즈를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품귀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갤럭시북3 출시 후 2달 만에 전작이었던 갤럭시북2 판매량의 2.5배 이상의 판매고를 달성했다. 또한 올 1분기 국내 노트북 시장 점유율에서는 2015년 이후 8년 만에 점유율 50%를 넘기기도 했다. 시장점유율 52%는 바로 전 분기 35.6% 대비 16.4%포인트 상승한 수치이자 지난해 1분기 갤럭시북2 출시 효과를 누렸던 시기의 34.2%보다도 17.8%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2015년 이후 30%대 시장점유율로 2위와 아슬아슬한 차이로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오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갤럭시북3의 흥행은 국내 노트북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2010년대 이후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밀려 회사의 고민거리가 됐던 노트북 사업의 화려한 부활이라 할 수 있다.

갤럭시북3를 포함한 갤럭시 시리즈의 인기 덕분에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부진 속에서도 MX사업부가 실적을 견인하며 메모리 사업의 부진을 상쇄했다. 특히 1분기에는 갤럭시북3의 판매 호조로 MX사업 부문이 3조94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때 사업 매각까지 검토할 정도로 ‘미운 오리 새끼’였던 노트북 사업이 갤럭시북 시리즈를 통해 환골탈태하게 된 과정과 갤럭시북3의 성공 요인을 DBR이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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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사업에서 우여곡절 겪은 삼성

삼성전자의 노트북 PC 사업은 역사가 꽤 길다. 삼성전자는 1994년 ‘센스’라는 이름의 노트북 브랜드를 국내에 선보였다. 당시 국산 노트북이 전무하던 상황에서 삼성전자 노트북은 국내 업체가 만든 첫 노트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삼성전자는 유럽과 아프리카 시장을 중심으로 중저가 노트북 수출에 힘쓰며 2009년, 전 세계에 300만 대의 노트북을 수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광도 잠시, 삼성전자의 노트북 사업은 2010년을 지나면서 하향세에 접어든다. 2010년 이후 태블릿 PC라는 새로운 제품군이 탄생하면서 노트북 PC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해 나간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실제 2010년 애플이 아이패드를 출시하면서 태블릿 PC 시대가 열리자 많은 전문가가 “이제 노트북 PC 시대는 끝났다”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 역시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12년 말 조직 개편을 통해 IT솔루션사업부를 없애고 PC 사업을 IM 부문(IT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 내 무선사업부로 흡수 통합했다. PC 사업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삼성전자의 PC 출하량은 2012년 1500만 대 수준에서 2013년 1200만 대, 2014년 600만 대, 2015년 350만 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또한 2015년을 기점으로 삼성전자는 PC 사업과 프린터 사업의 매각을 시도하기도 했다.1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재편되고 있는 IT 산업의 흐름에 따라 선제적 구조조정을 시도한 것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IT 기업 레노버(Lenovo)와의 가격 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PC 사업 매각에 실패한 이후 한동안 삼성전자 내에서 노트북PC 사업은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다.

매각에 실패한 삼성전자는 이후 노트북PC 사업을 되살리기 위한 조직 개편을 시작한다. 2015년 말 IM 부문에 흩어진 PC개발, 디자인, 마케팅 인력을 모아 무선사업부 내에 PC사업팀을 신설하며 다양한 노트북 신제품을 출시하는 시도를 한다. 하지만 오히려 너무 다양한 브랜드명을 단 제품들이 출시되다 보니 뚜렷한 아이덴티티를 확보하는 데 실패한다. 실제 2017년까지 삼성의 노트북은 운영체제(OS)별로 다른 이름을 달고 있어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혼란을 일으켰다.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는 ‘삼성 갤럭시’로 불렸으나 삼성 자체 OS인 타이젠을 사용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삼성 기어’로 분류됐고, 윈도 OS 기반 제품은 ‘삼성 아티브’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다 2015년부터는 ‘삼성 노트북’으로 바꾸는 등 전반적으로 통일성이 없는 느낌이었다. 다양한 운영체제에 맞춰 제품을 출시해 조금이라도 노트북을 더 팔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에 반해 갤럭시북이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7년 열린 MWC(모바일월드콩그래스)에서였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갤럭시북은 윈도 OS를 사용한 태블릿PC의 브랜드명이었다. 다시 말해, 노트북PC는 이때까지도 삼성전자의 갤럭시 생태계의 일원이 아니었다.


갤럭시 브랜드로 통합, 코로나19 계기로 새 기회로

삼성전자의 노트북 전략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2021년부터다. 삼성전자는 2021년 노트북PC 브랜드를 ‘갤럭시’라는 이름 아래 통합했다. 또한 갤럭시북의 방향성을 ‘The new way to PC’로 정한다. 갤럭시북의 콘셉트 및 전략을 잘 보여준 사건으로 2021년 4월 온라인으로 열린 ‘언팩(unpack) 행사’를 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매년 2회 언팩 행사를 연다. 그러나 이전까지 언팩의 주인공은 주로 갤럭시의 신상 스마트폰이었다. 가끔 갤럭시 버즈, 갤럭시 워치 등 주변 기기가 주인공인 적도 있었지만 노트북PC는 한 번도 언팩에 초대받지 못했다. 하지만 2021년 4월 삼성전자는 갤럭시북 프로와 갤럭시북 프로 360 2종의 노트북으로 단독 언팩을 개최한다. 이후 2022년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2022’에서 별도의 이벤트를 준비해 ‘갤럭시북2 프로’ 시리즈를 추가로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행보는 갤럭시 생태계에 노트북PC를 추가해 기기 간 연결성을 높이고 글로벌 노트북PC 시장에서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것이 당시 업계의 평가였다. 이는 언팩 당시 노태문 사장의 발언에 잘 녹아 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노트북은 스마트폰처럼 될 수 없을까? 그 해답은 우리 앞에 있었다. 휴대성, 연결성, 연속성… 이 모든 것은 항상 갤럭시 경험의 중심에 있었다. 이제 이 모든 것을 갤럭시 에코 시스템에 막 합류한 PC에도 적용했다. 기존과는 다른 카테고리의 PC를 만들었다. PC에서 한 번 더 진화한 모바일 컴퓨터 ‘갤럭시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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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북을 통해 드러난 삼성전자 노트북의 방향성은 단순히 ‘가벼워 휴대하기 좋은 PC’가 아니다. 오히려 갤럭시라는 브랜드 아래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이어져 온 모바일 경험을 노트북PC로 확장하는 것이 갤럭시북 시리즈의 방향성이었다. 노선희 삼성전자 MX사업부 브랜드마케팅그룹 프로는 “갤럭시북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통해 구축한 모바일 헤리티지와 테크 리더십을 PC 카테고리에 적용해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처음부터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한동안 등한시했던 노트북PC를 다시 회사의 주요 사업으로 챙기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정체가 하나의 이유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포화 속 사업 성장 둔화의 해답을 노트북 시장에서 찾고자 한 것이다. 실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규모는 꾸준히 하락세에 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스마트폰 출하량은 12억4000만 대 수준으로 2021년 13억9100만 대 대비 12.1% 줄었다. 이는 2019년 14억7900만 대와 비교하면 15% 감소한 수치다. 2023년에는 이보다 더 줄어든 11억5000만 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 같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축소는 스마트폰 보급률의 꾸준한 증가와 기기 성능 향상으로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는 점 등이 주요 원인이다. 실제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는 2013년 2년 1개월 수준에서 2022년 3년 7개월로 늘었다. 이는 그 전년도인 2021년과 비교해도 3개월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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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20%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의 추격과 애플 아이폰의 약진 속에 꾸준히 시장점유율이 줄고 있다. 결국 MX사업부 입장에서는 성장 정체를 겪는 스마트폰의 대안을 노트북PC에서 찾고자 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 삼성전자의 글로벌 노트북 시장 점유율은 채 1%가 되지 않는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노트북 시장 점유율 1위는 레노버(23.2%)가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HP(23%), 델(15.6%), 애플(8.7%), 에이서(7.3%)로 쫓아가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는 순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도 말할 수 있는 상황이다.

때마침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갑작스레 늘면서 노트북PC의 수요가 폭발한 점도 삼성전자가 노트북PC를 더 이상 외면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됐다. 시장조사 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노트북 시장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1억6000만 대 수준에서 횡보하다가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2억 대를 넘어선 이후 2021년 2억4610억 대로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친 2년 동안 무려 50% 이상 시장이 성장한 것이다. 국내 시장 역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시장조사기관 한국IDC에 따르면 2021년 국내 PC 출하량은 607만 대로 2020년보다 15.3% 늘었다. 성장성이 둔화된 스마트폰에 비해 단기간에 급성장한 노트북PC 시장을 더 이상 손 놓고 구경만 하고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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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노트북PC를 갤럭시 생태계에 포함시킨 가장 결정적 이유는 바로 ‘갤럭시 생태계 확장’을 위해서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되고 개인용 컴퓨터가 대중화되면서 여러 IT 장치를 네트워크 및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로 동기화하는 연결성이 최근 IT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간단하게는 사진이나 영상을 주고받는 것에서부터 스마트폰 화면을 노트북PC에 띄워 컨트롤하거나 서로 다른 장치를 하나의 장치처럼 동작하는 등 형태도 다양하다.

연결성이 중요한 이유는 고객들을 특정 브랜드 생태계에 잡아두는 ‘록인(lock-in)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애플의 경우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을 iOS 소프트웨어를 통해 연결하는 애플 생태계를 구축, 애플 제품 사용자들이 쉽게 다른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을 일찍부터 유지해 오고 있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이전까지 개별 IT 기기의 스펙 경쟁에 집중했다. 특히 글로벌 1위인 스마트폰에 역량을 집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노트북PC를 등한시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는 사이 연결성을 강조하는 경쟁사가 자신들만의 생태계에 고객들을 가두기 시작했고 연결성이 주는 편리함을 경험한 고객들이 스마트폰 선택 시에도 갤럭시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2021년 이후 갤럭시북 마케팅에서 ‘갤럭시 생태계와의 연결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노트북PC 칼 간 삼성, 갤럭시북3로 ‘화룡점정(畵龍點睛)’

삼성전자는 2021년 4월 ‘갤럭시북 프로’와 2in1 컨버터블 노트북인 ‘갤럭시북 프로 360’을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갤럭시북이라는 브랜드를 단 윈도 기반 노트북PC를 출시하기 시작한다. 또한 비슷한 시기 게이밍 노트북인 갤럭시북 오디세이와 저가형 모델인 갤럭시북을 연달아 출시하면서 기본 라인업인 ‘갤럭시북 시리즈’, 초경량 전문가 라인업인 ‘갤럭시북 프로 시리즈’ 게이밍 기어 라인업인 ‘갤럭시북 오디세이 시리즈’로 노트북 라인업 단순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갤럭시북 론칭 초기에는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노트북PC의 방향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구심이 있었다. 먼저 삼성전자는 갤럭시북 출시 이후에도 갤럭시북 이전에 삼성이 사용하던 ‘삼성 노트북’이라는 브랜드명을 단 노트북을 한동안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여기에 게이밍 기어를 표방한 갤럭시북 오디세이의 경우 성능 문제로 한국 시장에서는 출시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또한 갤럭시북 프로 및 갤럭시북 프로 360의 경우 스마트폰에 주로 사용하던 FHD급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다 보니 해상도 등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그 때문에 초창기 출시된 갤럭시북의 경우 경쟁사인 LG전자 그램만큼 압도적으로 가볍지도 않고, 애플의 맥북 프로처럼 고성능 PC도 아닌 제품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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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출시된 갤럭시북2 프로 시리즈에 와서는 삼성전자의 노트북PC 라인업이 갤럭시북 단일 브랜드로 통일되고 라인업도 초경량 라인업인 갤럭시북 프로 시리즈, 기본 라인업인 갤럭시북, 게이밍 기어 라인업인 갤럭시북 오디세이로 확정됐다. 특히 갤럭시북 프로2의 경우 가벼운 무게를 강점으로 내세웠는데 13인치 i5 모델 기준으로 11.2㎜ 두께에 무게는 870g에 불과해 높은 휴대성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경쟁사 제품들이 대부분 QHD 해상도에 16:10 비율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데 반해 삼성전자는 전작에서도 문제로 지적됐던 FHD 해상도의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텍스트 가독성 문제를 잡지 못했고 출시 초기 인텔 아크 외장그래픽의 불안정성 문제로 부정적인 평가들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반해 갤럭시북3는 기존 모델에서 지적됐던 한계를 극복하며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줬다. 특히 기존에 없던 울트라북 라인업이 추가되고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갤럭시 생태계를 확장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한 점 등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설계 최적화와 제품 간 부품 공용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가격을 낮춘 점 역시 주효했다는 평가다.


갤럭시북3 인기 원인

1) 단점은 최소화하면서 가격도 잡아

갤럭시북3 시리즈 흥행의 가장 핵심적인 요인을 꼽으라면 단연 ‘가성비’를 들 수 있다. 특히 갤럭시북 시리즈 중 베스트셀링 제품인 ‘갤럭시북3 프로’는 출시 초기 압도적인 가성비로 큰 인기를 모았다. 갤럭시북3 프로 14인치 제품의 경우 정가가 188만 원으로 전작인 갤럭시북2 프로에 비해 20만 원가량 올랐지만 동급 경쟁 제품들의 가격이 더 많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싸다는 느낌을 줬다. 특히 출시 초반 삼성전자가 사전 판매 특가와 각종 카드 혜택 등을 통해 실구매가를 100만 원대 초반까지 낮춰주며 공격적 마케팅을 전개하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앞서 언급한 ‘노태북’이나 ‘갓태문’과 같은 애칭이 탄생한 이유도 압도적인 가성비 덕분이다. 비슷한 스펙의 경쟁사들의 제품이 대부분 200만 원을 넘는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노트북PC 시장 수성을 위해 칼을 갈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가격을 100만 원대 초반까지 낮춘 가격 전략은 외산 노트북 업체들이 중저가 보급형 제품들로 국내 노트북 시장의 침투율을 높인 데 대한 삼성의 맞대응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이 같은 공격적 마케팅의 효과 덕분에 삼성전자는 국내 노트북 시장 점유율 50%를 달성한 것은 물론 글로벌 판매량도 전작인 갤럭시북2 시리즈 대비 2.5배 상승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 노트북PC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성공한다.

갤럭시북3 시리즈의 공격적 가격 정책은 개발 단계부터 원가를 최소화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부품 가격 상승에 글로벌 공급망 이슈 등이 겹치며 단가 상승 요인이 많았지만 삼성전자는 MX사업부 내 갤럭시 디바이스 간 협업을 통해서 원가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기본적인 소자에서부터 메모리, 센서, 배터리까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이어져온 갤럭시 기기 제조 경험과 기술력을 갤럭시북3에 그대로 적용해 품질은 높이면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일례로 갤럭시북3 프로의 경우 얇고 슬림한 상단 디자인을 유지하기 위해 초슬림 소형 카메라를 탑재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해상도가 낮은 FHD 해상도의 카메라를 탑재했다. 하지만 갤럭시23 등 삼성의 최신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기술들을 적극 활용해 화질을 크게 개선했다. 대표적으로 갤럭시북3 시리즈에는 MIPI(Mobile Industry Processor Interface)라고 불리는 기술을 적용해 하드웨어 처리 속도를 개선하고 카메라 대역폭도 기존 30fps에서 60fps까지 높였다. 또한 갤럭시 스마트폰의 이미지 개선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활용해 화질을 비약적으로 개선했다. 이를 통해 전작 대비 더 좋은 화질로 백그라운드 숨김 및 보정, 오토 프레이밍 등 더 다채로운 카메라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단순히 가격만 낮춘 것은 아니다. 갤럭시북3 시리즈는 그래픽과 애플리케이션(앱) 실행 성능을 강화한 최신 인텔 13세대 코어 프로세서(CPU)와 인텔 아이리스Xe 그래픽(GPU)을 탑재해 가격 대비 ‘성능’도 놓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전작에서 지적받은 단점들을 해결했다. 먼저, 전작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로 지적됐던 디스플레이가 대폭 업그레이드됐다. 갤럭시북1·2 사용자들 사이에선 디스플레이와 화질에 대한 불만이 꾸준히 제기됐다. 갤럭시북3 프로는 3K 해상도(2880×1800)의 ‘다이내믹 아몰레드 2X 디스플레이’가 탑재되면서 선명도를 높였다. 디스플레이 비율도 16:9에서 16:10으로 바뀌었다. 16:9 디스플레이가 영상 시청에 최적화돼 있다면 16:10은 문서 작업, 영상 편집 등 생산성에 특화된 디스플레이다. 오대일 삼성전자 MX사업부 PC상품기획그룹 프로는 “최근 PC 업계에서도 모바일 제품과 같이 얇으면서도 선명한 디스플레이에 대한 니즈가 대두되고 있다”며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갤럭시북3 울트라에는 갤럭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다이내믹 아몰레드 2X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스마트폰과 동일한 시청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오 프로는 이어 “갤럭시 S23 시리즈와 동일한 120㎐ 주사율 및 120% 컬러 볼륨을 제공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콘텐츠를 PC로 편집 시 경험이 일관될 수 있으며 디스플레이 프레임을 다른 갤럭시 제품들과 유사하게 둥글게 디자인해 갤럭시 태블릿을 세컨드 스크린으로 사용할 때도 일관적이고 매끄러운 시청 경험을 즐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능뿐 아니라 디자인과 사운드 등을 업그레이드해 갤럭시북3 사용자의 경험을 한 차원 높였다. 특히 갤럭시북3의 경우 노트북 보디 전체가 알루미늄 소재로만 제작돼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노트북PC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하는 경쟁사들과 차별화된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그 과정에서 고급스러운 표면의 질감을 얻기 위해 입자감과 광택에 대한 연구를 수차례 거듭하며 가장 적합한 텍스처와 컬러를 더해 색상, 소재, 마감(Color, Material, Finishing, CMF)을 완성했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2) 갤럭시 생태계 간 연결성이 강점

갤럭시북3는 그동안 삼성전자가 갤럭시북 시리즈를 통해 강조했던 갤럭시 기기 간 연결성이 극대화된 제품이다. 특히 단순히 스마트폰과 노트북PC를 연동하는 수준을 넘어 ‘스마트폰 - 태블릿PC - 노트북PC’로 이어지는 갤럭시 생태계를 확장·강화해 소비자들의 모바일 경험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갤럭시 생태계 연결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올해 2월 갤럭시 S23을 공개하며 선보인 ‘삼성 멀티 컨트롤’ 기능이다. 삼성 멀티 컨트롤은 갤럭시북3 시리즈의 터치패드와 키보드를 사용해 연동된 갤럭시 스마트폰 및 태블릿을 제어하고 사진이나 파일, 입력한 텍스트 등을 드래그 앤드 드롭으로 받는 기능이다. 특히 삼성 멀티 컨트롤의 경우 기기 간 연결 경쟁에서 그동안 애플이 지원하지 않았던 ‘스마트폰’까지 연결성 범위를 넓힌 점이 주목할 만하다. 노트북에서 태블릿으로, 또 스마트폰까지 모두 한 기기처럼 작업이 가능해 진정한 갤럭시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웨어러블, PC 등 전 에코 시스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기업으로 막강한 생태계를 자랑하는 애플에 대적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은 기기에 적용되는 운영체제뿐 아니라 하드웨어도 직접 만들어 비슷한 사용자경험(UX)을 할 수 있게 한다. 반면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컴퓨터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를 써 연결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 때문에 노트북PC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영역에서 갈수록 애플의 공세에 밀리는 듯한 느낌을 줬던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부터 스마트폰 등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던 무선사업부의 명칭을 ‘MX(Mobile Experience)사업부’로 변경하고 스마트폰부터 태블릿, 노트북PC, 웨어러블 등 다양한 제품의 연결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고객들의 멀티 디바이스 경험 극대화로 한번 갤럭시 생태계에 들어온 소비자를 록인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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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프리미엄 PC 시장으로의 확장

갤럭시북3가 삼성전자의 노트북PC 사업에서 의미를 갖는 제품인 세 번째 이유는 갤럭시북3를 통해 삼성전자가 최초로 울트라북 라인업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PC 시장으로의 확장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서 설명한 대로 갤럭시북3 시리즈 출시 전까지 갤럭시북은 ‘갤럭시북 프로’ ‘갤럭시북3 프로 360’으로 나뉘어 있었다. 갤럭시북 오디세이라는 게이밍 기어 라인업이 있었지만 해당 제품이 게이밍 노트북에 걸맞은 성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면서 국내에선 정식 출시를 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갤럭시북 시리즈는 지속적으로 게임용이나 인플루언서들을 위한 고사양 라인업이 부족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갤럭시북3 울트라는 갤럭시북 시리즈 최초의 ‘울트라’ 모델이자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PC 시장에 던지는 출사표였다. 일단 제품명에 울트라가 들어갔다는 자체가 이 제품의 정체성을 잘 말해준다. 울트라는 갤럭시 제품군에서 최고 사양의 프리미엄 제품에 붙는 모델명이다.

또한 갤럭시북3 울트라는 삼성전자 제품으로는 최초로 ‘크리에이터(Creator)를 위한 고성능 프리미엄 PC’를 표방했다. 특히 기존에는 두껍고 발열도 심했던 고성능 PC와 다르게 얇고 가벼운 이동성을 가지면서 최적의 성능으로 사용자의 작업 효율을 높임과 동시에 고사양 게임도 즐길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 ‘갤럭시북3 울트라’는 인텔 코어 i9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70 노트북용 외장 그래픽을 탑재해 그래픽 작업, 고사양 게임 등을 끊김없이 할 수 있다. 또 1.79㎏의 가벼운 무게와 16.5㎜의 얇은 두께 덕에 휴대성이 높다. 오 프로는 “기존 게이밍 노트북의 경우 어댑터 무게를 합치면 3㎏이 넘어간다”며 “이동성을 보장하려면 2㎏ 초반을 넘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이를 희생하지 않으면서 성능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기존 고성능 PC와는 다른 휴대성을 갖춘 고성능 PC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기 위해 갤럭시북3 울트라는 기획 단계부터 이전 출시작과는 전혀 다른 설계 방안을 고려했다. 초박형 프리미엄 디자인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최적 성능과 저소음, 저발열을 구현하기 위해 모바일 제품에 주로 쓰이는 베이퍼챔버를 고성능 PC에 알맞게 최적화하기 위한 시도를 했다. 또한 팬 실장(實藏, mount) 공간을 약 1.7배 확대해 대형 듀얼 팬을 탑재했다. 팬 크기가 커짐에 따른 소음을 개선하기 위해 기존의 팬 동작 방식 대신 소음과 성능을 정교하게 조율하며 소음을 조정했다. 이어 새로운 팬 블레이드 설계를 통해 공기의 흐름 방향까지 변경해가면서 전작 대비 방열 성능을 대폭 개선했다. 방열 성능이 향상되면서 부품 간 인터페이스 기술에도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다시 여러 번 배치를 바꿔가며 최적의 위치를 찾고 원재료까지 변경해 보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 끝에 최적의 포트 성능을 구현했다. 오 프로는 “초박형 프리미엄 디자인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최적 성능과 저소음, 저발열을 구현하기 위해 이전 제품과 완전히 다른 설계 방안을 고안해야 했다”며 “특히 갤럭시북3 울트라는 다양한 종류의 포트 간 신호를 손실 없이 깨끗하게 전달하기 위해 메인보드를 8번이나 재설계한 끝에 최적화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축적된 방열 제어 기술과 인텔의 머신러닝 튜닝 기술을 접목해 성능과 전력 효율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삼성-인텔-MS 연합으로 윈도 PC 대표 노려

삼성전자는 갤럭시북3를 통해 ‘연결성’과 ‘확장성’이라는 두 가지 무기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노트북 시장에서부터 영향력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고가 제품에서는 애플에, 저가 제품에서는 중국과 대만 기업들의 제품에 밀려 글로벌 노트북 시장에서 1%대의 점유율에 그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연결성 강화로 모바일 제품에서 확보한 영향력을 프리미엄 노트북에서도 발휘할 수 있다면 노트북PC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아울러 기존 모바일 제품의 판매 촉진이라는 시너지도 함께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를 포함해 다수의 글로벌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업이 자사의 스마트폰과 PC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는 생태계를 활용한 애플의 확장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전자가 갤럭시북3를 포함한 모바일 기기에서 추진하고 있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생태계를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애플 제품이 기반한 운영체제가 폐쇄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열려 있는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와 윈도에 기반한 삼성 갤럭시 생태계는 갤럭시북3 시리즈를 계기로 ‘확장성’이라는 장점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노트북PC 시장에서 잃어버린 명성을 되찾기 위한 여정은 갤럭시북3를 기점으로 재개되고 있다.

DBR mini box 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갤럭시 플랫폼을 구축한 ‘개방형 혁신’의 힘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smjeon@gachon.ac.kr



최근 글로벌 IT 기업의 화두는 ‘생태계’다.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동해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강력한 생태계는 고객을 생태계로 초대하고 록인(Lock-in)하기 때문이다. 애플이 IOS라는 운영체제(OS)를 바탕으로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직접 제조하며 고객에게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의 생태계 구축은 지금까지 엇박자를 냈다. 글로벌 1위인 스마트폰에 비해 스마트폰의 뒤를 받쳐줄 다른 제품들의 경쟁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고객의 니즈가 갈수록 IT 기기 간 연결성과 통일된 경험에 맞춰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생태계 구성 및 강화는 삼성전자의 고민이자 꼭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갤럭시 생태계 연결성 강화

그런 의미에서 삼성전자가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북3는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갤럭시 생태계 연결성 강화 전략의 방향성을 잘 보여준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북3를 활용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제어할 수 있는 ‘삼성 멀티 컨트롤’ 기능을 선보였다. 이는 단순히 스마트폰과 노트북PC를 연동하던 기존 수준을 넘어 스마트폰-태블릿PC-노트북PC로 이어지는 갤럭시 생태계를 확장·강화해 소비자들의 모바일 경험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생태계가 갖는 진짜 위력은 자체 데이터 확보 능력이다. 생태계에 한 번 빠지면 다른 생태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강력한 록인 효과가 발생하고, 그 결과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데이터를 얼마나 제대로 수집하고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이 된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는 자체 생성형 AI 모델을 발표하고 스마트폰 등 IT기기와 자사의 가전제품을 연동해 스마트홈 시장을 선점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AI와 스마트홈의 필수 요소가 데이터라는 점에서 생태계 형성의 중요성은 향후 더 커질 전망이다.

또한 생태계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도 활용될 수 있고 고객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을 끌어모으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휘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 때문에 갤럭시 생태계는 단순히 고객을 록인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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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분야 오픈 이노베이션

그런가 하면 갤럭시 생태계에는 갤럭시 생태계 속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와 기능을 제공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IT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개방형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애플의 전략이 폐쇄성을 바탕으로 한 완벽한 세계를 만드는 것이라면 삼성전자의 전략은 다양한 플레이어와의 협업을 통해 ‘광장형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외에도 콘텐츠 기업이나 소셜미디어 기업들과도 폭넓게 협업해 갤럭시 생태계 외형 확장에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은 멀티 플랫폼에 대한 연구 문헌에 등장하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라는 개념으로 설명 가능하다.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하나의 단위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지칭하는데 이는 기술 플랫폼이나 시장의 지원이 필수적이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정보, 자원 등과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소개된 연구 논문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에서의 전략 수립』i 에 따르면 대다수 기업은 끊임없는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바쁘지만 일부 기업은 기술 변화를 선도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창출한다. 구체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다른 회사들이 생태계에 참여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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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예로 구글의 키워드 광고 플랫폼을 들 수 있다. 키워드 광고 플랫폼 애드센스는 광고주, 콘텐츠 제공자 및 잠재 고객을 서로 빠르고, 쉽고, 저렴하게 연결해 온라인 광고 비즈니스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그림 1]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구글은 플랫폼 참가자들에게 애드센스에 참여할 경우 얻게 될 기회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한편 플랫폼 참가를 쉽고 저렴하게 만들었다. 또한 플랫폼은 그 플랫폼에 참가하는 업체들과 경쟁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업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플랫폼 참가자들이 서로에게서 배우고 위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모두 윈윈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생태계 구성에 성공했다.

삼성전자가 생태계 조성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성공 방정식을 참고해야 한다. 기기 간 연결성을 강화해 갤럭시 스마트폰 이용자를 갤럭시 노트북으로 끌어들이는 ‘브리징(bridging)’ 전략을 비롯해 글로벌 1위인 스마트폰 사업의 경쟁력을 레버리지 삼아 갤럭시 생태계에 더 많은 플레이어를 유입시켜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도 필요해 보인다. 더불어 대표적인 플랫폼의 속성 중 하나인 ‘멀티 호밍’ii 특성에 맞춰 갤럭시 생태계 안에서 여러 개의 서비스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동될 수 있도록 고객 경험에 더 힘써야 할 것이다.

개방형 혁신 추진 시 발생하는 주요 이슈

삼성전자의 생태계 강화의 핵심 전략은 ‘개방형 혁신’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개방형 혁신을 시도하는 이유는 효율성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OS의 부재다. 애플은 강력한 OS를 기반으로 자사가 개발할 하드웨어에 맞춰 OS를 미리 업데이트하고 제품도 OS 특성에 최적화해 설계한다. 그러나 자체 OS를 보유하지 못한 삼성전자는 결국 개방형 OS인 안드로이드와 윈도와 협업할 수밖에 없다.

개방형 혁신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서 폐쇄형 혁신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나 개방형 혁신 추진 중에는 내·외부 자원 활용 측면에서 이슈가 생기기 마련이다. 일례로 삼성전자와 협력하던 기업이 안드로이드 진영 내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와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다. 그 때문에 개방형 혁신을 추진하는 데 있어 삼성전자는 외부 자원을 활용하는 파트너십, 인수, 합병, 투자 관계를 원만히 디자인하는 동시에 내부 자원을 활용하는 조직 개편, TF, 기업 문화 등을 관리해야 한다. [표 1]은 개방형 혁신 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이슈를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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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개방형 혁신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요구된다. 첫째, 개방형 혁신을 통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경우 플랫폼의 목표와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플랫폼의 목표는 무엇인지, 어떤 기능을 제공할 것인지, 어떤 파트너와 협력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둘째, 개방형 혁신의 성공은 파트너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플랫폼에 참여할 파트너를 신중하게 선정해야 한다. 파트너의 기술력, 경험,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플랫폼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파트너를 선정해야 한다. 셋째, 개방형 혁신은 단순한 거래 관계가 아니라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플랫폼 참여 파트너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파트너의 의견을 경청하고,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을 이뤄나가야 한다. 넷째, 개방형 혁신은 플랫폼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플랫폼에 참여하는 파트너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플랫폼의 발전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 또한 시장의 변화와 사용자의 요구를 파악해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뛰어난 하드웨어 혁신 역량

갤럭시북3 시리즈의 성공 요인으로 하드웨어를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업체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하드웨어 혁신이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통해 대화면 스마트폰 전성시대를 열었고 차세대 스마트폰 폼팩터로 불리는 폴더블폰 시장 트렌드를 주도해 오고 있다. 노트북PC 시장에서도 경쟁사들보다 먼저 스타일러스 팬을 활용한 갤럭시 프로 360 시리즈를 선보이며 하드웨어 혁신에 앞장섰다. 물론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혁신에 매몰돼 소프트웨어 혁신에 뒤처졌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의 삼성전자를 만든 것은 하드웨어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기술력이었다.

갤럭시북3 시리즈 역시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혁신 역량을 잘 보여준다. 먼저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모바일 분야 기술력을 갤럭시북3에 적용해 비용은 낮추면서 성능은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또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들어가는 부품을 갤럭시북3 시리즈에도 적용해 비용을 낮춘다거나 이미 개발된 스마트폰용 기술을 갤럭시북3 시리즈에도 적용하는 등을 통해 일관된 모바일 컴퓨팅 경험을 제공했다.

인텔과의 강력한 협력 관계를 통해 이동성과 연결성을 강화한 점 역시 갤럭시북3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갤럭시북3 시리즈는 CPU 업계 절대 강자 인텔의 최신 1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으며 인텔 EVO 인증도 받았다. 인텔 EVO 인증은 노트북의 성능은 물론 디자인, 휴대성, 사용성까지 인텔에서 정한 품질 항목을 종합적으로 충족한 제품에 부여된다.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정보 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과 삼성에서 다수의 IT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서울 및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창업자로 일한 경험이 있다. 벤처 기업들의 실증 데이터 분석을 통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플랫폼 비즈니스, 전자상거래 분야의 사업 모델을 분석 중이다. 『페이스북 시대』, 『FANG 시대의 경영정보학』을 번역했고 『경영학으로의 초대』를 공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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