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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GS리테일의 ‘반값 택배’ 혁명

편의점 차량 빈 공간 이용해 택배 배송
고객 2000만 명 ‘매출 분수’ 효과까지

염희진 | 376호 (2023년 0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의 ‘반값 택배’는 편의점 점포 간 택배 서비스다. 고물가 시대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 니즈와 맞아떨어지며 출시 3년 만에 연간 거래 건수가 1000만 건을 돌파했다. 이런 급성장의 배경으로는 일반 편의점 택배의 절반 수준인 파격적인 운임 외에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 증가 △중고 거래 인기가 꼽힌다. 반값 택배는 GS리테일이 편의점 물류 인프라를 활용한 신사업을 구상하던 중 한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로 출시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새로운 업무를 맡는 데 소극적인 유관 부서, 수익화에 의구심을 가진 가맹점주와 택배 기사를 설득하기 위해 반값 택배 팀은 직무 DNA 가운데 하나인 ‘크게 생각하기’ 전략을 적용했다. 출시 전 ‘느린 택배’라는 프로젝트명을 ‘반값 택배’로 바꾸는 과정에도 이 전략이 영향을 미쳤다. 반값 택배 이용객이 늘자 GS25는 기존 신선 식품 배송 차량 외에 전용 트럭 10대를 투입해 배송 기간 단축에 나섰다. 그 결과, 택배 접수 후 최장 4일이 걸리던 반값 택배의 배송 기간이 접수 후 1일(동일 구역권 기준)로 단축됐다. GS리테일은 반값 택배의 성공을 바탕으로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1991년 국내 처음 도입된 편의점이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지 30년이 넘었다. 지난해 전국 편의점 가맹점 수는 처음으로 5만 곳1 을 넘어섰다. 국내 인구 1000명당 1곳에 해당하는 꼴이다. 이제 편의점은 더 이상 생필품을 파는 공간이 아니다. 세탁물을 맡기거나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 제공은 물론 각종 신제품의 테스트 베드가 되기도 한다.

그중에서 편의점의 택배 서비스는 동네 곳곳에 거미줄처럼 퍼진 편의점 점포를 물류 기지로 활용한 대표 사례다. 편의점 업계는 2000년대 초반부터 물류 회사와 계약을 맺고 택배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는 물류 회사와 편의점,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택배 업체 입장에서는 배송 기사가 여러 가구를 다닐 필요 없이 편의점 매장 한 곳에서 물품을 수거할 수 있다. 이는 배송 효율성을 높인다. 편의점은 택배를 접수하러 매장을 찾은 고객이 다른 상품까지 구매하는 ‘매출 분수 효과’2 를 누릴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택배 기사가 집으로 찾아오길 기다리거나 우체국을 방문하지 않아도, 근처 편의점으로 가면 전국 어디로든 택배를 부칠 수 있다. 공휴일에 택배 접수조차 받지 않는 일반 택배와 달리 편의점 일반 택배는 365일 24시간 택배 접수가 가능하다. 다만 가격은 일반 택배 운임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최근 몇 년간 국내 택배 가격이 크게 오르며 편의점 일반 택배의 가격도 5000원을 넘어섰다.

이런 ‘택배 고물가’ 속에서 일반 택배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택배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인기를 얻고 있다. 바로 편의점 업계가 운영하는 점포 간 택배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편의점 점포에 들러 택배 발송을 접수하면 택배를 받는 상대방도 점포에서 찾아가는 방식이다. 현재 GS25와 CU가 이 점포 간 택배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2019년 출범한 GS25의 ‘반값 택배’가 이 서비스의 원조다. CU는 2020년부터 ‘CU끼리 택배’라는 이름으로 점포 간 택배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올해 3월 ‘알뜰택배’로 서비스 명칭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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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느리지만 가격은 절반

출시 초기 반값 택배는 접수부터 수령까지 배송 기간이 일반 택배보다 하루 이틀 더 걸리지만 요금은 최대 절반 이상 저렴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2023년 8월 기준으로 중량이 5~7㎏인 화물을 택배로 접수할 경우 일반 편의점 택배의 가격은 6800원, 반값 택배는 2600원이다.

접수 및 수령 방식은 간단하다. 고객이 GS25의 택배 키오스크3 에서 물품을 접수할 때 상대편 고객이 물품을 찾을 수 있는 GS25 점포를 지도에서 선택하면 배송지가 접수된다. 물품이 상대방의 GS25 점포에 도착하면 고객이 택배를 찾아가도록 메시지가 전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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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택배 배송에는 GS25 매장에 하루 두 번씩 삼각김밥, 우유 등 신선 식품을 공급하는 저온 배송 차량과 물류 센터가 활용된다. 전국 500여 대의 저온 배송 차량은 접수된 반값 택배를 1차 거점인 전국 30여 곳의 GS25 물류 센터로 운송한다. 화물은 GS허브센터로 집하된 후 다시 GS25 배송 차량을 통해 택배를 받을 점포로 이동된다. 택배의 접수, 배송, 수령 등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서비스가 GS25의 물류 인프라를 통해 이뤄지는 게 핵심이다.

총 1만7000여 개 GS25 매장에서 발생하는 반값 택배 건수는 출범 첫해 9만 건에서 올해 처음으로 연간 1000만 건을 넘어섰다. 택배를 부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모두 편의점 매장에 들르기 때문에 연간 2000만 명이 반값 택배를 부치러 매장을 온 셈이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기존 물류 인프라를 가지고 전례 없는 서비스 혁신을 일궜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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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에서 시작된 ‘느린 택배’

반값 택배의 시작은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이 미국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를 방문했던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마존 본사 관계자는 GS25의 물류망이 냉장 시설을 구비한 1만3000여 개 점포로 연결된 점에 주목했다고 한다.

여기서 영감을 얻은 허 부회장은 귀국 후 물류 플랫폼 개발회의를 열었다. 거미줄처럼 얽힌 편의점 물류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사업 아이디어를 논의하자는 취지였다. 당시 GS리테일에서 신사업 기획을 담당하던 전진혁 퀵커머스사업전략팀장은 편의점 점포 간에 택배를 주고받는 ‘느린 택배’ 아이디어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느려서 불편하지만 가격은 저렴한’이란 부제가 붙었다.

아이디어를 제출했지만 전 팀장은 반신반의했다. ‘느리다, 불편하다’를 내세우는 서비스의 콘셉트 때문이었다. 다들 ‘빨리빨리’를 외칠 때 대놓고 느림을 강조하는 서비스가 통할 수 있을까? 택배 기사가 집 앞으로 물건을 배달하는 게 익숙해진 소비자에게 매장으로 나와서 택배를 부치고 받는 서비스가 과연 경쟁력 있을까?

그때 문득 들었던 생각이 우체국의 소포 서비스였다. 우체국 점포로 찾아가야 부칠 수 있는 소포는 접수부터 배송까지 3일 정도 걸리지만 일반 택배보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연간 수십만 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팀장은 느린 택배 서비스를 통해 소포 고객층은 잡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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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휴 인프라 활용… 설비 투자 ‘0’

이듬해 설 연휴를 앞두고 전 팀장은 명절 전부터 택배 회사가 택배 접수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고객이 명절 때마다 택배 전쟁을 치르는 것은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다. 또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택배 접수는 물론 배송도 이뤄지지 않아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반면 편의점의 배송 차량은 연중무휴로 하루 두 번씩 편의점 매장에 신선 식품을 배송한다. 배송 차량이 A 편의점에 신선 식품을 나르면 그만큼 여유 공간이 생겼다. 이렇게 여러 점포를 들른 배송 차량은 텅 빈 상태로 물류센터로 돌아간다. 당시 전국 1만3000여 개 GS25 점포가 이 배송 차량으로 연결된 점을 활용한다면 매장끼리 택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전 팀장은 느린 택배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전 팀장은 이 가설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부산 고향 집 근처 편의점에서 택배를 보내면 물류 차량은 물류센터와 허브센터를 거쳐 GS리테일 본사 근처에 있는 역삼역 편의점까지 얼마 만에 도착할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는 4~5일이면 부산에서 역삼역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하루 이틀 걸리는 기존 택배보다 오래 걸리지만 배송 차량이 주말에도 쉬지 않는 덕분에 금요일에 부치면 월요일이나 화요일에도 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느린 택배 서비스는 물류 차량의 유휴 공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어떤 설비 투자도 필요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택배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춘다면 편의점 일반 택배와 경쟁해도 승산이 있었다. 내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배송 기간이 다소 늦어도 요금이 2000원 이하면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수요를 확인했다. 배송 차량의 빈 공간을 공유해 전무후무한 혁신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생겼다.

반기는 사람이 많지 않던 프로젝트

GS리테일에는 비(非)상설 기구인 자기주도연구회(이하 자주연)가 있다. 자주연은 자율적으로 열리는 미팅을 통해 구성원이 학습하고 의견을 공유하는 사내 비공식 조직이다. 주로 새로운 프로젝트에 돌입하기 전 서로 다른 부서원이 업무의 이해도와 실행 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자주연은 계열사와 부서를 뛰어넘어 프로젝트에 필요한 각 부서의 팀장이나 팀원으로 구성된다. 10여 년 전부터 GS리테일에서는 중요한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자주연을 가동하는 것이 흔한 일이 됐다. 높은 직급의 임원이나 관리자가 주도해 모임의 시기나 주제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논의 범위나 시점도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정한다.

느린 택배 아이디어가 경영진에서 통과되자 물류, 시스템, 영업, 서비스 등 유관 부서 담당자로 구성된 자주연이 결성됐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게 된 물류 계열사 GS네트워크를 비롯해 영업관리팀, IT팀, 서비스 기획팀 등이 참여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구성원들이 이 프로젝트를 크게 반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들 느린 택배 프로젝트를 가욋일처럼 여겼다. GS네트워크 입장에서는 책임질 일이 하나 더 생겼고, 서비스기획팀 입장에서는 고객 불만이 더 늘어날 뿐이었다.

실제로 반값 택배의 운송을 맡게 될 택배 기사나 택배 접수와 물품 관리를 책임질 가맹점 경영주에게도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편의점 경영주 사이에서는 가뜩이나 상품 둘 곳도 없이 협소한 편의점에서 늘어나는 택배를 처리할 공간이 어디 있겠냐는 불만이 가장 컸다. 행여라도 매장에서 택배를 옮기다 분실되면 책임 소재도 문제였다. 이런 불편을 감수해서라도 수익으로 연결되겠냐는 의구심이 가장 컸다.

문제의 답은 ‘크게 생각하기’

복잡한 이해관계로 풀기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마다 GS리테일이 따르는 원칙이 있다. 바로 2018년부터 전사적으로 도입된 직무 DNA다. 이 직무 DNA는 △고객에 대한 집착 △주인의식 △혁신/단순화 △정확하고 옳은 판단력 △최고 기준에 대한 집념 △크게 생각하기 △신속한 판단과 실행력 △낭비 제거 △신뢰 구축 △깊게 파고들기 △소신을 갖고 주장 등 10가지로 구성된다.

여기서 ‘크게 생각하기’는 주로 새로운 업무를 맡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전략적 개념이다. 새로운 서비스로 인해 여러 부서가 겪을 수 있는 업무 과중이나 혼선을 막으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크게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반값 택배라는 전례 없던 서비스를 통해 고객은 편의성을 제공받는다. 이 서비스가 잘된다면 고객은 택배를 보내려 매장을 방문했다가 물건을 살 수도 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매출 분수 효과는 가맹점의 수익 향상은 물론 본사의 수익으로 이어진다. 이에 본사는 반값 택배를 보내는 매장, 받는 매장의 점주, 배송 기사 모두에게 서비스 이용 수수료를 보장해 주기로 했다. 이 서비스가 잘될수록 가맹점의 수익도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느린 택배 프로젝트의 출시를 앞두고 서비스명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크게 생각하기’가 적용됐다. 느린 택배 팀은 사내 공모를 거쳐 여러 이름을 후보군에 놓고 서비스명을 고민했다. 그 결과, ‘느린 택배’와 ‘반값 택배’ 두 개가 최종 후보에 올랐다. 전자는 신선한 역발상에 소구했고, 후자는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는 제목이었다.

오랜 고민 끝에 채택된 제목은 반값 택배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느린 택배보다 가격이 싼 택배에 더 많은 소비자가 반응하고 주목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는 느리다는 부정적인 가치보다 저렴한 가격이라는 실질적 가치를 제공하는 편이 더 나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느린 택배로 정할 경우 이름의 틀에 갇혀 배송 속도에 대한 개선이 이뤄질 여지가 없었다.

‘크게 생각하기’ 원칙을 적용해 성공을 거둔 사례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GS25는 2015년부터 원두커피가 편의점 고객의 점포 방문을 늘리는 핵심 전략 상품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한 대당 1300만 원이 넘는 스위스 유라(JURA)사의 에스프레소 기계를 전국 1만여 점에 보급했다. 고가의 에스프레소 기계를 편의점에 보급한다는 것은 본사의 투자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았다.

여기서도 ‘크게 생각하기’ 전략이 작용했다. 담배를 사러 일부러 편의점에 오는 것처럼 원두커피를 마시기 위해 편의점에 방문하는 고객도 늘어날 거라 생각했다. 그 결과, GS25는 현재 10종의 원두커피 메뉴를 판매하고 있으며 커피 기계로 거둔 매출이 전체 GS25 상품 가운데 1위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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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거래-비대면 소비가 시장 키워

반값 택배 서비스는 2019년 3월 26일 처음 출시됐다. 물류 시스템에 대한 별다른 투자가 없었기 때문에 키오스크에 반값 택배의 UX와 UI만 새로 꾸몄다. 출시 초반 반값 택배는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오르며 입소문이 났다. 일반 택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파격적인 가격 덕분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반값 택배가 터진 곳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반값 택배 우대’ ‘반값 택배 환영’ ‘반값 택배 가능’라는 키워드가 보이기 시작했다. 중고 거래 이용자는 반값 택배를 줄인 ‘반택’이라는 단어를 게시물에 태그하거나 자주 언급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 중고 거래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 택배비보다 절반을 아낄 수 있는 반택을 마다할 리 없었다. GS25가 반값 택배 이용자 5000명을 대상으로 이용 목적을 조사한 결과, ‘중고 거래’가 7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선물 배송’(21%)이 뒤를 이었다.

반값 택배는 코로나19 이후 커진 중고 거래 시장의 덕을 톡톡히 봤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중고 거래 시장은 점점 커졌다. 2008년 4조 원이던 국내 중고 거래액 규모4 는 2021년 24조 원으로 6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업계가 추산한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5조 원에 이른다. 코로나19로 떠오른 비대면 소비도 반값 택배 시장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팬데믹을 겪으며 비대면은 소비 방식의 새로운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초반에는 매장에 가야만 택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불편한 서비스를 누가 이용할지 우려했지만 이는 기우였다. 오히려 반값 택배의 불편함은 익명성, 비대면성이 뉴노멀로 자리 잡은 소비 행태와 맞아떨어졌다. 소비자는 개인정보가 노출되거나 모르는 사람이 집 앞에 찾아오는 것을 더 꺼린다. 대신 안전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면 기꺼이 매장을 찾아가는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 GS25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값 택배 이용자의 79%는 여성이었다. 이용자의 연령대별 구성비는 20대 44%, 30대 36%로 20·30대가 80%를 차지했다.

현재 반값 택배는 GS25 편의점 택배 매출 비중의 약 40%를 차지한다. GS25 매장에서 취급되는 택배 10건 중 4건이 반값 택배로 이뤄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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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차량 투입해 ‘빠른 배송’ 차별화

반값 택배는 올해 2월 초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해 5월 한 차례 가격을 올린 데 이어 두 번째였다. 500g 이하 요금이 1600원에서 1800원으로 200원 올랐다. 유류비, 인건비 등 늘어나는 비용 탓에 불가피한 인상이었다. 반값 택배가 인기를 거두며 편의점 택배의 대명사로 자리 잡다 보니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의 저항도 컸다. 인상 후에도 반값 택배는 여전히 일반 택배보다 절반 정도 가격이지만 더 이상 저렴한 가격만을 내세울 순 없었다. 이제는 가격보다 다른 지점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했다. 그중 하나가 배송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출시 초기, 택배 접수 후 최장 4일(D+4)이 걸리던 반값 택배의 배송 기간은 동일 구역권의 경우 접수 후 1일(D+1)로 단축됐다. 현재 반값 택배는 접수 후 1일(D+1)까지 배송 완료되는 비율이 47%이며 접수 후 2일(D+2일)까지 완료되는 건수는 전체의 78%를 넘어섰다. 한편 2020년부터 운영되던 경쟁사 CU의 ‘알뜰 택배’ 서비스는 동일 구역권의 경우 2~3일이 걸린다. 반값 택배처럼 매일 두 번 편의점을 오가는 신선 식품 배송 차량이 아닌 하루 한 번 오가는 공산품 차량을 쓰기 때문이다.

이렇게 혁신적으로 반값 택배의 배송 속도가 빨라진 이유는 GS25가 2021년 8월부터 5t짜리 화물트럭 10대를 전용 차량으로 투입했기 때문이다. 이 차량은 GS25의 허브센터와 간선센터를 연결하며 오직 반값 택배 물량만 실어 나른다. 반값 택배의 이용객이 늘면서 월간 택배 물량이 100만 건을 넘기자 기존 신선 식품 배송 차량만으로 주문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그러자 추가 차량 투입을 통해 인프라 구축을 하게 됐다.

중고 거래 시장이 활성화된 것도 배송 기일 단축의 비결로 꼽힌다. 중고 거래의 경우 동일 구역 내 거래, 쉽게 말해 동네에서 이뤄지는 거래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동일 구역 내 택배 거래가 많아지면 고정된 집하 장소에서 일정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배송 효율성이 높아진다. GS리테일에 따르면 반값 택배의 경우 동일 구역 내에서 배송이 이뤄지는 비율이 약 30%에 이른다.

온·오프 융합의 성공 사례

반값 택배는 편의점 간 택배 서비스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시장을 키웠다. 고물가 시대에 가격 혜택을 제공하며 소비자 편익 향상에 기여했다. 올해 초 반값 택배 가격이 오르자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는 “가격이 더 올라도 좋으니 제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또 반값 택배는 유통 채널 측면에서 O2O (Online to Offline)5 서비스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택배 발송을 원하는 소비자는 앱에서 주소지 등을 입력한 후 물건을 가지고 점포를 방문해 송장을 뽑아 보내면 된다. 반값 택배는 기존 일반 편의점 택배처럼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잡기 위해 온라인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했다. 모바일 앱을 통해 택배 접수와 수령 택배를 사전 예약하면 다양한 혜택도 제공했다.

그 결과, 반값 택배는 택배라는 차별화 콘텐츠를 통해 고객의 오프라인 점포 방문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택배를 맡기거나 찾으러 점포에 방문한 사람이 매장에서 물건을 추가 구매함으로써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너지 효과를 거뒀다. GS리테일 측은 연간 1000만 건의 반값 택배가 창출한 경제적 효과를 500억 원으로 추산했다.

GS리테일은 반값 택배 등 택배 서비스로 성공시킨 O2O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O4O6 서비스 구축에도 나섰다. 점포 수를 물리적으로 확장하는 게 한계에 이르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차별적 고객 경험 창출이 미래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단순히 연결하는 O2O와 달리 O4O는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오프라인 쇼핑의 만족도를 높이는 비즈니스 방식이다. 여기서 온라인은 고객의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지원하는 역할에 머문다. 고객 구매 여정도 온라인의 구매 경험을 오프라인 방문으로 매끄럽게 연결 짓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반값 택배를 출범시킨 전진혁 퀵커머스사업전략팀장은 “팬데믹 이후 온라인이 대세가 될 줄 알았지만 오프라인 점포를 보유한 리테일 업체의 결론은 ‘결국 오프라인이 온라인을 이긴다’였다”며 “반값 택배처럼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당기는 차별화된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편의점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DBR mini box I : GS리테일의 O4O 서비스 사례



“품절템은 우동지(우리동네 GS)에서”… 온라인 경험이 오프라인 방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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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란을 빚고 있는 농심의 ‘먹태깡’을 예로 들어보자. 웬만한 매장이나 쇼핑몰에서 구하기 힘들다 보니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웃돈까지 붙여서 팔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온라인에서는 먹태깡의 구매 방법과 후기가 주목받고 있다. 그중 하나가 GS리테일의 앱인 ‘우리동네GS’를 통해 구매하는 방법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우리동네GS 앱을 모바일에서 다운받는다. ‘재고 찾기’ 서비스에서 ‘먹태깡 청양마요맛’을 입력하면 구매할 수 있는 근처 매장과 실시간 재고가 뜬다. 픽업이나 배달 가운데 가능한 서비스를 선택한다. 배달이 불가능하다면 해당 매장에 들러 먹태깡을 구입한다.

고객 사이에서 ‘우동지’로 불리는 우리동네GS는 고객을 온라인에서 모아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끄는 대표적 O4O 서비스다. GS리테일이 기존 GS25의 모바일 앱인 ‘나만의 냉장고’와 GS더프레시 공식 앱, 멤버십 앱을 통합해 지난해 말 출시했다. 우리동네GS 앱은 약 600만 명의 이용자와 5만여 명의 도보 배달자, 1만7000여 개의 GS25, GS더프레시 매장을 연결해 매월 30만 건의 주문 실적을 내고 있다. 월 이용자 수(MAU, Monthly Active Users)는 약 200만 명에 이른다.

우동지에서 이용 가능한 주류 스마트 오더 시스템인 ‘와인25플러스’는 국내 온라인 주류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킬러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소비자는 앱에서 결제한 후 점포에 방문해 성인 인증을 거쳐 와인을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주류를 판매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소비자가 온라인 간편 결제 후 직접 점포에 방문하도록 유도한다.

두 가지의 공통점은 온라인 경험을 혁신해 오프라인 방문으로 연결한 대표적인 O4O 서비스란 점이다. 이 서비스는 고객의 구매 여정(Customer Journey)이 오프라인 방문 전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소비자는 점포 방문 전부터 원하는 상품이 원하는 매장에 있는지 앱을 통해 확인한 후 반값 택배처럼 온라인을 통해 먼저 접수하고 매장을 방문한다. 이렇게 얻은 방대한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히트 상품을 개발하고 신규 서비스를 론칭해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드는 식이다.

GS리테일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흐릿한 ‘빅블러 시대’에 대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고객을 연결해 소비자 경험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리테일 기업의 생존 전략이라 보고 있다.

DBR mini box 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반값 택배는 원시안적 관점이 빚어낸 서비스 혁신의 ‘열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marnia@dgu.edu



요즘 우리 사회에서 혁신을 많이 만들어내는 오프라인 플랫폼은 단연 편의점이다. 1인 가구 증가와 MZ세대의 주력 세대화, 질적 사회로 전환 등이 기술 혁신과 맞물리면서 생활 밀착형 오프라인 공간인 편의점이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와 가장 가까이서 상호작용하며 그들의 시시각각 행태적 변화를 고스란히 데이터로 추출하니 다양한 혁신적 시도가 가능한 것이다. 편의점발 여러 혁신 가운데 최근 주목받는 GS25의 반값 택배는 앞으로 기업의 조직 운용과 비즈니스 방향성 등에서 여러 시사점을 제공한다.

근시안적 관점에서 원시안적 관점으로 전환

자사의 공급망 시스템에서 유휴 포인트를 찾아내고 그것을 비즈니스로 연결시킨 반값 택배의 창의와 실행은 기존 관점에서 나오기 힘들다. 여기서 기존 관점이라 하면 관행적 사고나 실행 방식을 의미한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지 않은 한 조직의 구성원은 일반적으로 휴리스틱(heuristic, 기존에 입력된 관성적 사고방식)으로 반응하고 업무 대응을 한다. 이런 휴리스틱은 시스템으로 운영될 때는 효율성을 발휘한다. 하지만 창의와 혁신을 기반으로 틀을 흔들고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고자 한다면 휴리스틱은 멀리해야 한다.

조직에 있다 보면 조직의 그늘하에 안정적으로 루틴하게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돌파구는 불편한 변화에서 생겨난다. 변화는 조직 내에 이벤트를 계속 만들어가는 사업 철학이 뒷받침돼야 한다. GS리테일의 자기주도연구회, 10가지 직무 DNA는 조직 안에서 이벤트를 계속 만들며 끊임없이 변화해가는 문화를 이끌어냈다. 이것이 바로 현재 GS25 서비스 혁신의 요체라 할 수 있다. 부서를 넘나드는 유연한 회의체, 고객 중심으로 크게 사고하되 비효율 없이 빠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업무 방식이 핵심이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하든 대부분 눈앞에 당장 벌어지는 것에 집중한다. 근시안에서 벗어나 이후에 벌어질 일을 생각하고, 파생 효과, 연관 효과를 염두에 두면서 확장적 사고를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는 주체가 혁신을 만들고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다. 멀리 내다보는 원시안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 인간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근시안적 사고나 행동을 한다. 이런 사고나 행동 뒤에는 후회가 뒤따른다. 대부분이 근시안 후회다. 반값 택배를 당장의 내부 관련 조직, 점주, 택배 기사의 저항 때문에 포기했다면 지금쯤 후회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변화에 따른 불편이 초래되겠지만 조금 지나 정착되면 고객 만족과 함께 이해 당사자 모두에게 수익과 추가적 혜택이 창출된다. 지금 GS25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아이템이나 서비스는 대부분 이런 과정을 겪었을 것이다.

원시안을 기르는 연습, 훈련이 필요하다. 늘 보던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처음에는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찾고 발견하는 환경에 노출될 필요가 있다. 늘 정해진 시간에, 장소에, 상황에, 사람에 노출되다 보면 습관적, 관행적, 관성적으로 행하는 휴리스틱이 발생하고 이는 특정 방향으로 잘못된 편향성을 키우고 근시안을 더욱 고착시킨다.

시간, 장소, 상황, 사람을 달리하며 다양한, 새로운 조건에 노출되면서 그동안 보지 못한 것을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런 훈련은 하나의 생각과 관련된 여러 가지 생각을 연쇄적으로 불러일으키는 확산적 활성화(spreading activation)라는 심리적 현상을 증폭시킬 수 있다. 생각의 확산은 단기적, 평면적 관점에서는 사고할 수 없는 다양한 입체적, 다중적 관점의 사고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반값 택배는 그동안 고객이 아니었던 사람을 GS25의 새로운 고객으로 편입시켰다. 또 택배 보내거나 받으러 왔다가 다른 상품도 사가게 할 수 있으며, 앱 사용률을 높여 다양한 서비스나 이벤트에 노출돼 추가 매출이 일어날 수 있도록 사고하게 만들었다.

사회과학에는 여파 효과(spillover effect)라는 것이 있다. 단순한 일차적 효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파생시킬 이차적 효과까지 보는 것이다. 특히 마케팅을 계획할 때 중요하다. 마케팅에서 흔히 사용하는 전략으로 ‘문 안쪽에 발 들여 놓기(foot in the door)’ 전략이 있다. 눈에 띄는 아이템이나 이벤트(예를 들어, 손해를 감수할 정도의 파격적 할인 상품)를 전면에 내세우고 소비자가 일단 자기 가게에 발을 들여놓게 하는 전략인데 신규 고객 유치, 추가적 상품 구매, 재구매를 통한 충성 고객화 등 여러 여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회사 내부에서 기획할 때 근시안적 시각으로 좁혀 볼 게 아니라 원시안을 가지고 다양한 여파 효과까지 고려해 설계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offline boosted by online” 오프라인 중심의 온·오프 연결

GS25의 반값 택배는 오프라인 중심의 온·오프라인 연결이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지닌다. 반값 택배에서 온라인은 예약, 확인의 최소 역할만 할 뿐이다. 온라인은 택배 발송과 수령을 위한 편의점 방문이라는, 오프라인 경험의 질을 높이기 위한 보조 수단이다. 팬데믹 이후 최근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에서 온라인 경험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는 분위기가 강했다. 온·오프라인 연결에 있어서도 온라인에 좀 더 방점을 두는 경향이 컸다.

하지만 엔데믹과 함께 다시 오프라인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인간은 온라인 세계에만 머무를 수 없다. 온라인에 의존하는 시간이 갈수록 길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오프라인에 뿌리를 두고 살아가는 펀더멘털은 변할 수 없다. 아무리 온라인 경험이 많아진다 해도 오프라인 경험의 깊이와 강도를 넘어설 수는 없다.

최근 들어 온·오프라인의 결합에서 오프라인의 비중과 역할이 커지고 온라인이 보조적 역할을 하는 추세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검색, 예약, 구매, 이벤트 참여 등 모든 준비를 간편하게 다 해 놓고 오프라인에서는 즐기는 것이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검색하고, 예약하고, 쿠폰 적용 여부를 체크하는 비효율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온라인을 통해 미리 검색, 체크인을 하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고 서비스 그 자체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지금의 오프라인은 온라인의 효율성을 첨가해 오프라인 본연의 경험의 질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진화한다. 온라인이 부스터 역할을 못하면 오프라인은 혼란스럽고 여러 비효율과 불확실성에 많은 신체적, 정신적 낭비를 초래한다.

필자는 최근 일본과 미국 등지를 여행하면서 오프라인 중심의 온·오프라인 연결 경험을 많이 했다. 오프라인 경험이 메인이었고 온라인은 앞뒤로 예약, 확인의 역할만 했다. 예를 들어, 숙박과 항공, 렌터카는 온라인으로 예약, 결제, 발권까지 다 해 놓고 오프라인에서는 그저 편히 즐기기만 하면 되는 식이었다. 오프라인에서 검색, 구매를 위한 불편한 대기와 감정 낭비가 필요 없었다. 극대화된 오프라인 경험을 위해 온라인은 그저 조력자 역할만 할 뿐이었다. 식당과 마트, 주유소, 병원 등 거의 모든 서비스가 온라인을 통해 미리 체크인을 해 놓으면 오프라인에서는 온전히 오프라인의 그 본질만 경험, 향유하는 것이었다.

예전 같으면 오프라인에 가서 A부터 Z까지 다 해야 되는 것인데 지금은 사전 과정인 검색과 예약, 사후 과정인 서비스 이용 확인과 평점 및 후기가 온라인에서 다 이뤄진다. 최근 들어 LCC 항공사의 경우 탑승 전의 웬만한 서비스는 공항 오기 전 온라인에서 다 끝내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오프라인 카운터를 이용할 경우 추가 수수료를 내는 곳도 있다. 온라인에서 신분 정보 입력, 결제, 좌석 배정, 기타 서비스 요청, 체크인을 본인 취향에 맞춰 다 하고 핸드폰 하나만 들고 공항에 오면 된다. 불필요한 시간, 에너지 낭비 없이 핸드폰 하나만 들고 항공 서비스 자체만 즐기도록 여정이 설계되고 있다. 고객에게는 온라인을 통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기업에는 업무 인력을 최소화해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여러 글로벌 기업이 눈독을 들이고 마케팅 노력을 쏟아붓는 성수동을 가보면 MZ세대가 오프라인에서 많은 소비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가장 트렌디하기 때문에 변화가 많고 팝업 스토어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계속해서 젊은이를 끌어들인다. 그런데 온라인에 가장 최적화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현장에서 그들은 스마트폰을 내려 둔 채 오프라인 경험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모든 정보 검색과 예약은 미리 온라인으로 해 놓고 오프라인에서는 친구를 만나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모습이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경험은 기존의 순수 오프라인 경험과 다르다. 온라인이 앞에 살짝 결합된 경험인데 군더더기 없이 극대화된 오프라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스터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온·오프라인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 결합, 연결될 것이다. 앞으로 삶의 중심축은 오랫동안 오프라인이 될 것이다.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가는 것은 생각보다 더 먼 미래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오프라인에서 달리며 이동하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드라이빙과 이동의 경험이 좀 더 편하도록 온라인이 결합돼 부스터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지금도 많은 자동차가 전장화와 함께 온라인 서비스가 추가되면서 사용자의 오프라인 여정을 좀 더 만족스럽게 디자인해가고 있다.

의식주와 여가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옛날에는 불편을 감수하면서 오프라인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했다면 앞으로는 불편한 것은 온라인으로 해결하고 그 생활 본연에 집중하도록 진화할 것이다. 기업도 온·오프라인 경계 선상에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인터넷, 모바일 시대라 해서 온라인 경험 설계에만 너무 치중하는 오버슈팅이 자칫 업의 본질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 정작 고객이 경험하는 진실의 순간은 오프라인에 있는데 온라인 지상주의에 빠져 가상 공간에서 실체 없는 허상을 만들며 헛물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사단법인 서비스마케팅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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