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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글로벌 전장 업계 신흥 강자 ‘LG전자 VS사업본부’

“고객사의 숨은 욕구까지 찾아내 답 제시”
다각화, 신뢰 구축, 체질 개선 전략 통했다

백상경 | 373호 (2023년 0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LG전자가 VS사업본부(옛 VC사업본부) 출범 9년 만에 글로벌 전장 업계의 차세대 기수로 올라서고, 만년 적자를 벗어나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비결은 다음과 같다.

1. 완성차 업체들의 페인 포인트를 시의적절하게 공략했다. 2018년 기존의 VC사업본부를 VS사업본부로 전환하고 통합 솔루션 제시에 힘을 실었다. 전기차·자율주행차 전환 시대에 완성차 업체들이 기존 자동차 부품업체들에 느꼈던 갈증을 해소해줬다. 솔루션 접근 방식으로 기존 가전 사업에서 쌓은 역량과 경험을 십분 발휘할 길도 열었다.

2. 수익성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했다. 적자 행보의 가장 큰 원인이던 저가 수주를 전면 중단하고 수익성 높은 주요 거래선을 강화했다. 판매 제품을 고급화해 프리미엄 시장도 공략했다. 이를 위해 외부 인력 수혈 등 적극적인 역량 강화를 추진했다. 확실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전장 분야에 힘을 실어줬다.

3. 확고한 고객 신뢰를 구축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을 대부분 생산하고 있지만 납품 업체 포지션을 확실하게 유지하며 고객과의 경쟁을 시도하지 않았다. 투명하고 빠른 소통으로 신뢰를 강화했다.

4.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조인트벤처(JV) 전략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다각화했다. 특히 기존의 핵심 역량을 이전할 수 있으면서도 당장 LG전자가 갖고 있지 못했던 사업들에 투자해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거 실제로 만들 수 있긴 한 겁니까? 업계 1·2위 회사들도 이런 제안은 안 하던데요.”

메르세데스-벤츠가 LG전자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사업본부에 던진 반문이었다. 벤츠 측의 요청은 단순했다. 플래그십 전기차 EQS를 만드는데 운전석·조수석의 여러 디스플레이를 통합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자동차 앞좌석 디스플레이들은 왜 그동안 따로따로 존재했을까. 이유는 여러 가지다. 내구성이나 디스플레이 규격, 평면 디스플레이를 심기 어려운 대시보드의 곡률 디자인 등 기술적 한계가 가장 큰 난관이었다. 아날로그식에 비해 조작의 편리함과 직관성도 떨어졌다. 높은 제작 비용과 어려운 품질관리(Quality Control)도 문제였다.

난제를 두고 VS사업본부는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우선 계기판, 중앙정보디스플레이(CID, Center Information Display), 보조석 디스플레이(CDD, Co-Driver Display) 등 3개의 화면을 하나로 통합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In-Vehicle Infotainment)를 약속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운전석부터 조수석을 아우르는 대형 스크린으로 구현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요청을 한 벤츠 측이 오히려 “진짜로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은 것이었다. 역사가 100년이 넘는 글로벌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업체들도 제시하지 못한 솔루션이었기 때문이다.

VS사업본부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LG디스플레이가 보유한 플라스틱 OLED(P-OLED)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유롭게 구부리고 펼 수 있는 P-OLED를 활용하면 모양에 구애받지 않는 프리폼 디스플레이(Freeform Display)를 만들 수 있다. 이미 모바일이나 생활가전에서 P-OLED는 충분히 써봤다. 이걸로 대시보드 전체에 디스플레이를 심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 ‘디스플레이 위크 2022’에서 ‘올해의 디스플레이 애플리케이션’으로 선정된 벤츠 EQS의 MBUX 하이퍼스크린(이하 하이퍼스크린)이 그렇게 탄생했다.

하이퍼스크린은 전장 산업1 내 LG전자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제품이다.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 벤츠가 플래그십 전기차에 LG전자 제품을 썼다. 그것도 안 보이는 부품 서너 개 넣는 수준이 아니라 차량 인테리어의 얼굴이자 승차 경험의 핵심인 IVI 시스템에 통째로 갖다 썼다. 명실상부 전장 분야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

만년 적자였던 실적은 반등에 성공했다. VS사업본부는 지난해 매출액 8조6496억 원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LG전자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4%로 처음 두 자릿수에 진입했다. 무엇보다 드디어 수익이 났다. 지난해 영업이익 1696억 원 흑자를 내면서 9년 만의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돈을 벌어오는 사업으로 거듭났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고는 약 80조 원으로 향후 매출도 안정적이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조3865억 원, 영업이익은 540억 원을 기록했다. 각각 역대 1분기 최대치를 경신하며 작년 실적이 ‘반짝 반등’이 아니란 걸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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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졌던 전장 사업이다.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서 지원을 받으며 역량을 키웠지만 만성 적자에 시달렸다. 보수적인 자동차 부품 업계, 그것도 보시·덴소 등 기존의 강자들이 견고히 버틴 시장에서 경쟁하는 건 쉽지 않았다. 하이엔드는 고사하고 미드엔드 시장에 발을 붙이는 것조차 만만치 않았다. 일단 체급을 키우려면 로우엔드에서 시작해 일감부터 늘려가야 했고, 이 과정서 저가 수주도 감내해야 했다. 매출은 늘어나는데 수익성은 떨어졌다. 공격적인 확장 전략의 결과로 그룹의 신성장 엔진이란 입지는 확보했지만2 계속 마이너스 수익 구조를 유지할 순 없었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LG전자는 2018년 전장 사업의 방향성을 솔루션으로 전환하면서 상황을 반전시켰다. 그간 가전업계에서 쌓은 기술과 경험을 발판 삼아 고객사의 숨은 욕구까지 고려해 선제적으로 답을 주는 솔루션 중심의 접근 방식을 확립했다. 부품 그 자체에만 치중했던 업체들은 제시할 수 없는 차별화한 솔루션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수익성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면서 적자 사업이란 멍에도 벗었다. 쌓였던 저가 수주 물량을 정리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하이엔드 시장 공략에 주력한 결과다. 철저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될성부른 잎에 힘을 실어줬다. 꼭 필요한 분야인데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땐 적극적인 수혈을 진행했다. 인수합병(M&A), 조인트벤처(JV), 외부 기술 투자와 인력 수급에 나섰다. 고객 신뢰를 위한 노력도 지속했다.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도 고객사들이 경쟁심을 느끼지 않도록 완성차 분야엔 진출하지 않았다.

VS사업본부 전환 이후 최근 5년간의 성장 전략과 체질 개선 비결을 DBR이 자세히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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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전 기술·노하우를 전기차 시대의 경쟁력으로

(1) 솔루션 접근법으로 기존 업체와 차별화

스티브 잡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만들어서 보여주기 전까진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른다”. 숨겨진 욕구를 읽어내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솔루션 중심의 접근 방식은 이 지점에서 힘을 발휘한다. 문제의 숨은 원인에 집중해 근본적인 해법을 찾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하이퍼스크린이 딱 이런 케이스다. 고객사의 표면적 욕구는 디스플레이들의 통합이다. 숨은 욕구는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과 편리함을 선사하는 IVI다. 최고 사양의 차량에 걸맞은 경쟁력 있는 시스템이다. LG전자는 이걸 읽어내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로 대시보드 전체를 꾸민다는 솔루션을 찾아냈다. 다른 전장 업체엔 없는 원천 기술을 보유했고, 기술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고객의 숨겨진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기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고민한 결과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충분한 안정성과 양산성을 갖춘 제품을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하지만 LG전자는 수십 년 동안 TV·모니터를 비롯한 다양한 가전을 만들어왔다. 디스플레이 제품의 개발과 양산에는 도가 터 있었다. 이번 케이스 스터디를 위해 인터뷰한 이준배 LG전자 VS사업본부 영업·마케팅 담당은 “(대시보드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만들기 위해) 완전하게 하나의 패널으로 이뤄진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가격이 굉장히 비싸질 수밖에 없어 해결책을 찾아 제시하기로 했다”며 “고민 끝에 나온 것이 지금의 형태”라고 설명했다.

하이퍼스크린은 전면에서 보면 하나의 통합 디스플레이다. 하지만 뒤편엔 여러 조각의 프리폼 디스플레이가 연결돼 하나의 패널을 구성하는 구조다. 비용을 효율화하면서도 차량 인테리어에 딱 맞는 화면을 집어넣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곡면을 따라 유려하게 떨어지는 유리 성형과 표면 처리, 여러 판의 디스플레이를 자연스럽게 하나로 연결하는 접합 기술 등 LG전자의 기술이 총동원됐기에 가능했다.

2021년형 GM 캐딜락의 플래그십 SUV 에스컬레이드에 적용한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 시스템도 같은 접근 방식으로 탄생했다. 디지털 콕핏 역시 P-OLED를 활용한 LG전자의 독창적인 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가장 큰 특징은 38인치에 달하는 대형 커브드 디스플레이에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화면 2개를 함께 구성했다는 점이다.

GM의 최초 요구를 보면 벤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를 따로 만들지 말고 계기판과 통합해줄 수 있겠냐’는 주문이었다. LG전자 관계자는 “단순히 디스플레이 2개를 붙이자고 할 수도 있었지만 좀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게 요청의 본질이라 보고 더 나은 솔루션을 고민했다”며 “최종적으로 운전석 좌측 끝에서 센터페시아의 우측 끝단에 해당하는 위치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터치형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만들고, 그 앞쪽에 계기판 디스플레이를 겹쳐 세운 형태의 새로운 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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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기차 시대에 빛 보는 가전 기업의 정체성

자동차 회사들은 이제 차를 얼마나 잘 달리게 할 것인지로 경쟁하지 않는다. 외관은 물론 인테리어, 차내 편의 기능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용자 경험 향상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고민한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자동차는 더 많은 반도체와 전자장비를 품기 시작했다. 특히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동차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전자제품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세계 최대 가전제품 쇼인 미국 CES나 유럽 IFA에 자동차가 등장할 정도다. 기능적 완결성, 기계적 안정성이 중요했던 전장 사업의 패러다임도 더 나은, 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에 탑승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를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가전 분야에서 60년 이상 쌓은 LG전자의 경험과 노하우가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시장 변화였다. LG전자는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TV 등 다양한 가전 상품군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며 트렌드를 주도해왔다. 공간적 배경이 집에서 자동차로 바뀔 뿐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 혁신한다는 근본적인 철학은 같다. 가전 기업의 정체성은 전장 사업에서도 강점이 될 수 있었다.

실제로 LG전자가 전장 사업에서 가장 초점을 맞춘 부분은 인간과 기계 간 인터페이스(HMI, Human Machine Interface)의 개선이었다. 자신들의 제품으로 사용자의 삶이 실제로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집중했다. 차량 내 여러 기술과 부품의 유기적 연결성을 높이고 탑승객들에게 보다 나은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준배 담당은 “전통적인 전장 업체들은 부품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강점이 있지만 전자제품 전반에 대한 기술이나 경험은 부족했다”며 “우리는 가전과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보유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을 설계하는 것에도 익숙하다. 그래서 전기차 전환 시대에 자동차 업체들이 기존 전장 업체들에서 느끼던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었다. 그 결과 보수적인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3) 강점 극대화를 위한 ‘콤포넌트 → 솔루션’ 전환

LG전자가 솔루션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재편한 것은 2018년이다. 구성 요소(Component) 단위에 방점이 찍혔던 VC사업본부가 솔루션에 초점을 맞춘 VS사업본부로 다시 태어난 해다.

당시 VC사업본부는 시장 안착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7년 기준 VC사업본부의 매출이 3조3386억 원으로 2015년 1조8324억 원, 2016년 2조7730억 원에 이어 빠른 성장세를 유지했다. 차량 내 통신 수요 및 IT 기기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성장성은 확실했다. 2018년 상반기 기준 수주 잔고가 약 34조 원으로 향후 일감 또한 차곡차곡 쌓았다.

하지만 한계가 분명했다. 영업손실이 1069억 원으로 전년도 632억 원보다 확연히 커졌다. 아직 성장 사업이라 마진율을 높일 수 없었던데다 원자재와 부품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은 더욱 악화하고 있었다. 2016년 삼성전자가 80억 달러에 미국 전장 전문 업체 하만을 인수하는 등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었다. 전장 분야를 유망 사업이 아니라 LG전자의 진정한 신성장 엔진으로 만들기 위해선 내실을 다지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했다.

LG전자는 중요한 결단을 내린다. 고객 지향적인 솔루션 관점의 사업 모델을 확립하기 위해 2018년 VC사업본부를 VS사업본부로 개편한 것이다. 이때를 기점으로 LG전자는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자동차와 관련한 모든 전자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개발·판매한다는 방향성을 비로소 확립한다.

솔루션 중심 전략에 맞춘 조직 개편도 뒤따랐다. 고객사들의 잦은 요구사항 변경이나 짧은 주기의 소프트웨어 배포(SW Delivery)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애자일 조직 전환이 이뤄졌다. 기존 프로젝트 중심의 팀 운영 방식을 버리고 기능을 중심으로 한 통합 조직을 운영했다. 전장 관련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을 위한 역량은 한곳으로 집중했다. 기존엔 고객별·제품별로 소프트웨어 담당 인력이 배정돼 있었다. 이들을 소프트웨어 개발 담당 산하로 다시 배치해 중복된 개발 기능을 통합하고 효율성을 끌어올렸다.솔루션 중심의 사업 개편은 마켓 트렌드와 고객 니즈를 빠르게 읽어낸 결과였다. 과거 인포테인먼트라고 하면 차량용 통신 장비인 텔레매틱스를 비롯해 내비게이션, 오디오 장비 등의 단순한 요소를 연계하는 정도였다. 이제는 각종 운전 보조 시스템, 안전 장비, 차량 뒷좌석에 설치한 후열 디스플레이, 이들을 컨트롤할 소프트웨어 등 복잡한 요소들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

이 담당은 “컴포넌트 단위에선 내비게이션 하나, 클러스터 하나, 이런 식으로 단일한 제품에 집중을 하게 된다. 하지만 차 안에서의 경험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단품을 파는 건 이제 안 된다는 게 결론이었다. 이런 사고방식에 머물렀다면 아마 하이퍼스크린이나 디지털 콕핏 같은 제품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고객들 스스로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진짜 원하는 것’을 잘 조합해 패키지로 제공해야 했다. 답은 솔루션이었다”고 말했다.

2. 수익성 중심으로 체질 개선

(1) 저가 수주 중단과 하이엔드 시장 공략

이 시기 VS사업본부의 리더십이 바뀐다. 5년간 전장 사업의 초석을 닦은 이우종 사장의 후임으로 VC는 물론 BS(Business Solution), HE(Home Entertainment) 등 핵심 사업본부를 두루 거친 김진용 부사장이 VS사업본부장 자리에 올랐다.

리더십 변화와 함께 VS사업본부의 주력 미션도 ‘수익성 중심’으로 바뀐다. 이전의 최우선 과제는 매출 확대로 사업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자동차 업계의 진입장벽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당장 수주 실적을 쌓아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게 중요했다.

그러다 보니 저가 수주도 불사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LG전자가 고객과의 계약 정보를 공개하지는 않기 때문에 정확히 밝혀진 사실은 아니지만 이 당시 VC사업본부가 한 해외 완성차 제조사와 맺은 IVI 시스템 공급 계약 가운데선 이익률을 처음부터 –10% 이상 잡고 들어간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일감을 따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이 당시 구성원들이 겪은 어려움은 상상 이상이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지금이야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그땐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일단 마진율을 낮춰서 계약을 따놓으면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생산원가 절감 방안을 고민해야 했는데 아직 전장 사업 경험이나 역량이 충분히 쌓이지 않아 골머리를 썩여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저가 수주 물량이 하나둘 늘어나고 전체 수익률을 끌어내리자 구성원들의 사기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신성장 동력이라고 하더라도 영업이익이 계속 마이너스를 찍으니 성과 보상은 시원찮고 동기부여도 안 됐다. 지쳐서, 아니면 차라리 다른 분야에서 일하려고 떠난 동료들도 적지 않았다. 그래도 남아 있는 사람들끼리는 ‘같이 사고 한번 쳐보자’면서 서로 힘을 북돋고 버텼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에 밝은 한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VC사업본부가 수주 확대 중심의 성장 전략을 펼치면서 저가 수주가 많이 이뤄졌다. 몇 년 치 일감을 수주 잔고 형태로 쌓아놓는 업계 특성상 돈 안 되는 계약을 한번 체결하면 그걸로 수년을 고생해야 한다. LG전자가 딱 이 문제로 발목 잡혀 적자를 보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LG전자는 VS사업본부 출범과 함께 바로 이런 저가 수주를 전면 중단했다. 지금까지의 계약을 털어내는 데 집중하면서 북미·유럽 지역 주요 완성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거래선을 재편했다. 기존에 관계가 좋았던 GM은 물론 현대자동차나 폴크스바겐 등을 상대로 수익성이 확보된 일감을 따내는 데 집중했다. 나아가 텔레매틱스, 디스플레이 분야의 강점과 차별화 솔루션을 앞세워 하이엔드 시장도 적극 공략했다. 포르셰가 2019년 선보인 첫 전기차 타이칸에 CID를 공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랜드로버의 2021년형 뉴레인지로버 이보크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피비 프로’, 벤츠의 더 뉴C클래스의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을 공동 개발한 것도 성공적인 사례다.

혹독한 체질 개선의 결과는 지난해 턴어라운드 달성이라는 실적으로 돌아왔다. 업계 관계자는 “외형 성장에 계속 집중했다면 매출을 더 키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길게 가려면 체질 개선이 더 중요했다”며 “그간 VS사업본부의 발목을 잡았던 저가 수주 문제가 사실상 마무리됐고 앞으로는 수익성 높은 수주 건들이 힘을 발휘하면서 실적이 더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 외부 인력 수혈과 로테이션으로 조직 역량 강화

VS사업본부는 필요한 인력을 적극 수혈하면서 모자란 조각을 채웠다. LG그룹은 순혈주의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적어도 VS사업본부 차원에선 아니다. 당장 현 VS사업본부장으로 턴어라운드를 이끈 은석현 부사장이 세계 최고의 자동차 부품 업체 독일 보시에서 영입된 외부 인사다.

2018년 VS사업본부는 저가 수주 전략을 수익성 위주로 뒤집고, 하이엔드 시장을 공략하는 쪽으로 기조를 전환한 상태였다. 당장 필요한 건 영업 역량이었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부품사업의 핵심 지역인 독일 근무 경험과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은 부사장이 낙점됐다. 보쉬코리아의 영업총괄 상무를 지낸 그는 구광모 회장의 적극적인 제안을 받고 2018년 LG전자 VS영업전략담당 전무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수주·영업전략을 총괄하면서 북미·유럽 완성차 업계와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조직 역량을 업그레이드한 또 하나의 비결은 자유로운 로테이션이다. 사업 초기,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했던 직원들이 이직, 또는 부서 이동 등을 시도함으로써 자리 옮김이 잦았던 게 구조적 이유이긴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활발한 근무 전환을 통해 업무에 적합한 사람들이 선별되고, 맞는 옷을 찾아 효율적으로 배치됐다는 게 LG전자 측의 설명이다. 이 담당은 “영업·마케팅에서 프로덕트 매니징(PM)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기술 개발 파트에서 영업·마케팅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지금도 계속해서 나온다”며 “적재적소에 인력이 배치되는 것은 물론 전 직원이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더 많은 이가 솔루션 중심의 사고를 할 수 있게 되는 효과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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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효율성 끌어올린 ‘선택과 집중’ 전략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체제 출범과 함께 ‘선택과 집중’ 전략을 분명히 하고 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운영체제 제작을 위해 설립한 ‘알루토’를 2022년, 출범 1년도 안 돼 청산한 것이 대표적이다. 알루토는 LG전자가 스위스 소프트웨어 기업 룩소프트와 공동 설립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전문 기업이다. 당초 LG전자가 스마트TV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는 운영체제 ‘웹OS’의 자동차 버전인 ‘웹OS 오토’ 플랫폼을 적용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디지털 콕핏 등을 출시하기 위해 만든 업체였다. 그러나 고객사인 자동차 회사들이 안드로이드나 리눅스와 같은 호환성이 높은 범용 OS를 선호했기 때문에 시장 반응이 좋지 않았다.

LG전자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아예 회사 청산 수순을 밟은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여러 완성차 업체와 선행 기술 개발을 추진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차라리 다른 분야에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보고 사업을 조기 종료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이후 자동차 회사들이 선호하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운영체제를 고도화하는 쪽에 방점을 찍었다.

성장성이 보이면 투자를 아끼지 않지만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빠르게 정리하고 ‘될성부른 나무’에 힘을 쏟는 것이다.

이는 VS사업본부에 천군만마가 됐다. LG전자는 해마다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던 MC사업본부를 2021년 7월 전격 해체하고, 나머지 사업을 강화하는 선택을 내린다. 이에 총 3300여 명의 MC사업본부 인력이 그룹 내 다양한 사업 부문에 재배치되며 VS사업본부와 LG이노텍,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 등 전장 분야에 상당수가 유입된다.

핵심은 소프트웨어 개발과 영업 분야에 있었다. 개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같던 시절, 모바일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잔뼈가 굵은 고급 인력을 고스란히 재배치할 수 있었다. VS사업본부에는 가뭄의 단비 같은 인력 충원이었다. IVI를 비롯한 차량용 전장 솔루션에는 안드로이드 OS 등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글로벌 통신사들을 상대해온 양질의 영업 인력들 역시 든든한 영입 대상이었다. LG전자 관계자는 “모바일도 크게 보면 통신사와 단말기 유통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B2B 사업 성격이 강하다. MC사업본부가 철수하는 순간에도 글로벌 영업망은 그대로 살아 있었다. 거기 소속된 직원들도 KAM(Key Account Management, 핵심고객관리) 개념을 이미 체화한 고급 인력이었다”며 “이들이 VS사업본부는 물론 다양한 사업본부에서 좋은 실적을 냈다. MC사업본부에서 만성 적자 때문에 성과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 성장하는 사업 부문으로 자리를 옮겨 주니 업무 동기가 강해지고 더 많은 성과를 냈다. 인력 재배치 본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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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객 신뢰 구축으로 장기적 발판 만들다

(1) 고객과는 경쟁하지 않는다

LG전자가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는 동안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의 의구심은 점점 증폭되고 있었다. 적극적인 사업 확장이 보시나 덴소 같은 전장 업계 톱 티어 그룹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겨누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고위급 미팅부터 프로모션 행사까지 고객들과 만나는 자리마다 ‘당신들이 직접 자동차를 만들어보겠다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빠지지 않을 정도였다.

LG그룹 전체로 보면 사실상 전기차를 직접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포트폴리오가 완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차량의 뼈대인 섀시 등을 제외하면 전기차 핵심 부품 대부분을 모두 생산하고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파워트레인, 조명은 LG전자 VS사업본부와 LG마그나 ZKW가 각각 생산하고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는 LG화학에서 물적 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이 만든다. LG디스플레이는 P-OLED 기술로 TV뿐만 아니라 차량용 디스플레이 패널을 생산 중이다. 차량용 모터와 센서, 통신, 카메라 모듈과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인 라이다(LiDAR) 모듈과 레이더(Radar) 센서는 LG이노텍이 책임진다. 지난해 11월 조직 개편 과정에선 EV충전사업담당 조직을 신설하고 전기차 충전기 전문 업체 하이비차저의 지분 60%를 인수하기도 했다.

완성차 업체들의 의구심이 사라진 것은 LG전자 VS사업본부가 철저히 납품 업체 포지션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이준배 담당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면 수주 잔고가 80조 원 수준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공급해야 할 제품이 80조 원어치가 넘는다는 거다. 그런데 우리가 자동차를 만들어버리면 이게 다 차질을 빚는다. 경쟁자 포지션으로 이동했는데 어느 업체가 이걸 그대로 두겠느냐. 비즈니스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솔루션 사업에 집중하면서 고객사들의 고민을 더 적극적으로 읽고 해결해주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이제는 업계에서도 스탠스가 바뀌었다. 기술적으로는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자동차를 직접 만들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우세해졌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의 성공 전략과도 같은 맥락이다. TSMC는 팹리스(Fabless) 분야는 건드리지 않고 파운드리, 즉 위탁 생산에만 집중한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로 자체 설계를 하지 않고 외주 생산만 하면서 35년 동안 글로벌 팹리스 업체들로부터 탄탄한 신뢰를 구축했다. TSMC에 생산을 맡기는 업체들 입장에선 칩의 설계 등 기술적인 내용이 경쟁사, 다시 말해 자체적으로 칩 생산을 할 수 있는 업체에 노출될 걱정 없이 생산을 위탁할 수 있는 것이다. TSMC는 이를 통해 세계 최고의 파운드리 업체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애플과 AMD, 브로드컴, 퀄컴, 엔비디아 등 유수 반도체 업체들을 비롯해 파운드리 업계 경쟁사인 삼성전자조차도 일부 제품의 생산을 맡긴다.

미래는 여전히 확언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LG전자는 이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담당은 “지금 구축한 사업 포트폴리오만으로도 앞으로 해야 할 중장기 과제가 너무도 많다.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 보안 시스템 고도화는 물론 인포테인먼트나 파워트레인, 조명 등 다양한 분야에 새롭게 적용할 최신 기술 개발이 더욱 시급하다. 이들 분야에서 전통적인 글로벌 전장 업체들과 경쟁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는 게 내부의 중론”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장 부문의 선도적인 제품을 확보하고 강력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2) 신뢰 이끌어낸 ‘투명성’ 원칙

“당신들이 제일 솔직하고 빨랐다.”

보수적인 경향이 강한 자동차 업계에서 신뢰는 단순히 기술력이나 마케팅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가전 업체라는 브랜드파워가 작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신뢰가 형성된 것은 아니었다.

비결은 투명성과 빠른 대응 속도에 있었다. 2020년 반도체 수급 부족 사태로 자동차 업계가 생산에 큰 차질을 빚은 적이 있었다. 이 고통스러운 시기에 고객사들에 가장 먼저 경고 메시지를 준 것은 다름 아닌 LG전자였다. 당시 LG전자는 GM 등 주요 고객사들에 “반도체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 부품을 제때 공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반도체 쇼티지가 본격화하기 3~6개월 전부터 반도체 납품 업체들로부터 위기 상황을 감지하고 대응에 나섰다.

이후 GM은 반도체 위기 상황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LG전자에 ‘올해의 공급사(SoY·Supplier of the Year)’ 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 담당은 “사실 그냥 모른 척하고 있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다 같이 대응해도 될 문제였다. 하지만 경영진 차원에서 고객사들에 빨리 상황을 알리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일선 현장에서 ‘가장 빠르게 위기를 알려줬다. 고맙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고객사들로부터 큰 신뢰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4. 공격적인 M&A·JV로 사업 영역 확대

2018년은 LG그룹이 구광모 회장 시대를 맞은 원년이다. 총수 교체라는 거대한 변화는 LG전자가 미래 먹거리 산업에 보다 적극 투자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됐다. 자율 경영을 강조한 구 회장의 리더십 아래 각 계열사 CEO 단위에서 조직 개편과 투자 등의 의사결정이 더욱 과감하고 활발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전장 관련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기 시작했다. 통합 솔루션을 제시하려면 충분한 재료가 필요했다. 일정 수준 가도에 오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외에 전기차·자율주행차와 관련한 다른 기술까지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외부 기술·영업 역량을 보다 적극적으로 이식하는 작업이 추진됐다. LG전자 전장 사업의 3대 축인 ① VS사업본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② 자회사 ZKW의 차량용 프리미엄 조명 시스템 ③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의 전기차 파워트레인의 삼각 편대가 이 과정에서 완성됐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수요 감소,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 등의 여파로 여태껏 시너지가 완전히 발휘되진 못했다는 게 대내외적 평가다. 다만 전기차·자율주행차 전환이 빨라지고 있는 데다 시장 상황도 개선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협업을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LG마그나는 LG전자가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Magna International Inc.)과 함께 2021년 7월 공동 설립한 합작법인(JV)3 이다. 친환경 전기차와 전동화 부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상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손을 잡았다. LG전자의 모터, 인버터 기술 및 제조 경쟁력에 마그나의 풍부한 사업 경험과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게 협력의 요체다. 캐나다 업체인 마그나는 GM, 포드, BMW 등 북미·유럽 완성차 업체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마그나 그 자체가 수요 고객이 될 수 있는데다 마그나의 고객사에서 신규 수주를 하기에도 용이하다. 무엇보다 사업 초기부터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해 빠르게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발판으로 LG마그나는 설립 2년 차인 지난해에만 849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매출 1조 원대 달성이 유력하다. LG마그나의 주력 상품군인 전기차 모터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21조5000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당기순손실 규모는 전년 대비 59%가량 줄어든 143억 원을 기록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서 빠르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현재 운영 중인 인천 생산 라인에 더해 올해 하반기부터는 멕시코 중부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 라모스 아리즈페에서 2만5000㎡ 규모 신규 공장이 본격 가동한다. 현 고객사인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할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몰린 북미 지역 전반의 전기차 부품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거점이다.

ZKW는 하이엔드 시장을 공략할 첨병 역할로 2018년 8월 LG전자 전장 사업 포트폴리오에 합류했다. 1938년 설립된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업체인 ZKW는 인수 금액 1조4400억 원에 LG전자의 품에 들어왔다.

VS사업본부 출범 이전까지 LG전자는 전장 사업의 규모를 확장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 신사업 분야인 만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 만한 매출과 마켓셰어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수익성을 놓아둘 수는 없었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할 첨병이 필요했다. 이 담당은 “앞으로는 프로핏 와이즈(Profit Wise, 이익 중심의 관점)로 가야 했고, 이를 위해선 프리미엄 자동차 업체를 잡아야 하는데 ZKW가 이미 BMW, 벤츠, 아우디, 포르셰 등 최고급 완성차 브랜드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었다”며 “대량 생산에서 고부가가치 상품 생산으로 프로토콜을 바꾸는 과정에서 ZKW가 유럽 시장에서 보유한 프리미엄 가치가 LG전자의 뛰어난 기술력과 시너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섰고 인수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ZKW는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들에 지속적으로 하이엔드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독일 BMW의 대형 전기차 세단인 i7, 영국 재규어 랜드로버의 럭셔리 SUV 모델 레인지로버, 스웨덴 볼보의 신형 전기차 C40과 XC40 등에 ZKW 조명이 탑재된 것이 대표적이다. 2018년 인수 당시 1조 원이 넘는 인수 비용을 놓고 일각에서 ‘무리한 베팅을 했다’는 지적4 이 나오기도 했지만 프리미엄 시장을 본격적으로 두드릴 수 있는 포석이 됐다.

무엇보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조명은 옛날과는 확연히 다른 위상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도로를 비춰주는 불빛에 불과했던 자동차용 헤드램프는 이제 도로 위 상황을 읽고 운전 데이터를 전달하며, 더 나은 운전 경험을 제공하는 장비로서 중요도가 커졌다. VS사업본부에서 차량용 램프를 생산하고 있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기술 중요도가 떨어지는 후미등 분야 중심이었다. 미래형 자동차에 탑재할 고기능 차량 램프 제조를 위해선 ZKW의 기술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ZKW는 고휘도 LED 주간 주행 램프, 레이저 헤드램프와 같은 차세대 광원을 탑재한 프리미엄 헤드램프를 세계 최초로 양산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이미 입증한 업체였다.

LG전자는 차량용 헤드램프 사업 강화를 위해 2019년 말 VS사업본부 내 후미등 관련 차량용 램프 사업을 ZKW로 이관했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각각 진행하던 차량용 램프 사업 역량을 하나로 모아 효율화·전문화했다.

LG전자에 따르면 ZKW는 지난해 기준 LG전자 전장 사업의 매출 21%, 전체 수주 잔고의 16%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확산한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 문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의 여파로 최근 2년 동안 적자를 냈지만 조만간 수익 전환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게 LG전자의 기대다. 실적 못지않게 전문적인 기술력 측면에서도 상당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ZKW는 지난해에만 61건이 넘는 특허를 유럽 특허청에 출원했다. 조명을 껐을 때도 반짝거리는 차량용 전조등이나 표면이 균일하게 빛나는 디스플레이 등이 대표적이다.

ZKW의 가세는 LG전자 VS사업본부에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인테리어 전장에서 익스테리어 전장으로의 영토 확장이다. 기존에 VS사업본부가 갖고 있던 강점은 전장 가운데서도 내장재에 집중돼 있었다. ZKW의 전문 분야인 램프는 외장재에 해당한다. 고객사는 같은 완성차 회사지만 내장재와 외장재는 상대(counterpart)가 되는 사업 부서가 다르다. 외장재 파트를 주로 상대하는 ZKW를 통해 LG전자 VS사업본부가 외장재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영역을 뛰어넘어 협업할 여지가 커졌다는 의미다. 이 담당은 “최근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 A사와 ZKW의 미팅에서 차량용 프로젝션 기술5 에 대한 문의를 받았는데 궁극적으로는 VS사업본부와 연결이 되면서 영업 성과를 거둔 사례가 있다”며 “ZKW를 통해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를 넘나드는 통합된 영업이 원활해지고 궁극적으로는 양쪽을 포괄하는 솔루션의 제시까지 가능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발 더 나아가 LG전자는 2021년 9월 이스라엘의 자동차 사이버 보안 기업인 사이벨럼을 인수했다. 자동차 사이버 보안과 관련한 취약점을 점검할 수 있는 솔루션을 보유한 회사다. 취지는 선제적인 솔루션 마련이다. 네트워크 연결이 필수인 ‘커넥티드 카’ 시대가 가시화하면서 차량용 네트워크에 대한 각국 정부의 규제 강화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을 중심으로 네트워크 보안 및 규제 대응 솔루션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고 발 빠르게 보안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고 나섰다. 이 담당은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혁신 파트너(Innovation Partner for Future Mobility)’라는 새로운 전장 사업 비전을 구현할 핵심 포트폴리오”라고 밝혔다.


DBR mini box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핵심 역량 활용’에 초점 맞춰 점진적 다각화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sh.kang@cnu.ac.kr


기업은 성장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한다. 그러나 기업의 다각화 전략이 항상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며 다각화 전략의 실패가 기업의 존폐 위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제품과 시장의 관련성이 낮은 ‘비관련 다각화’가 특히 그렇다. 시장 지배력 확대나 규모의 경제 등의 관점에서 직접적인 운영상의 시너지 창출이 어려워 상당수가 실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전자의 자동차 부품 사업 진출은 비관련 다각화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낸 이례적인 사례다. 본 사례의 시사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핵심 역량 기반 다각화

장세진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i 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를 통해 Prahalad & Hamel(1990)ii 가 주장한 핵심 역량 개념의 연장선상에 서 기업 다각화의 진화적인 과정을 설명한다. 즉, 기업은 기존의 핵심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점진적 다각화를 추진한다. 핵심 역량을 활용할 수 없는 분야는 탈퇴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를 통해 점진적으로 자신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고 성과를 개선한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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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hang(1996), 장세진(2014)iii 재인용

LG전자 역시 이런 진화적 과정을 거쳤다. 초기 전장 사업인 텔레매틱스는 LG전자의 핵심 역량인 통신기술을 활용해 GM이라는 거래선을 확보했다. 이를 발판으로 2010년 GM 쉐보레의 크루즈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가전 사업의 핵심 부품인 전기모터와 인버터를 전기차용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지금의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이라는 JV로 진화했다.

벤츠 EQS에 적용된 하이퍼 스크린도 시작은 LG디스플레이가 보유한 독보적인 P-OLED 디스플레이 기술이었다. GM 캐딜락의 에스컬레이드에 탑재한 디지털 콕핏 역시 같은 진화 선상에 있다. 차량용 조명 시스템은 과거 LG전자가 추진한 조명 사업, 그리고 액정표시장치(LCD) 백라이트로 발광다이오드(LED)가 활용된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모두 기존 LG전자의 사업 영역과 제품·시장 차원의 관련성은 낮지만 핵심 역량 이전이 가능한 분야였다. LG전자는 텔레매틱스 단말기를 시작으로 전장, 구동, 조명 등 점진적으로 자동차 부품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2. M&A·JV를 통한 효과적인 진입

기업이 신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내부에서 직접 개발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다른 기업을 M&A하거나 이들과 JV를 설립하는 것이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자원 기반 이론 관점에서 관련 다각화는 자체 개발, 비관련 다각화는 M&A를 통한 진입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자체 개발을 통해 관련 다각화를 할 경우 기존 사업의 잉여 자원과 보완적 자산을 활용하므로 신규 사업을 위한 자원 구축 비용이 크게 감소한다. 이런 관련 다각화를 M&A를 통해 추진하게 되면 불필요한 자원을 구매해야 하는 데다 경영권 확보에 추가 비용까지 지출해야 해 비효율성이 커진다.

반대로 비관련 다각화에선 M&A가 효율적이다. 비관련 다각화를 추진하는 경우 조직 내부에 신사업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M&A를 통해 필요한 보완적 자산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LG전자가 초기 텔레매틱스 사업에서 고전한 것은 제품 개발보다도 생산, 마케팅 같은 보완적 자산의 부재가 컸다. 특히 품질 관리가 중요한 자동차 업계일수록 보완적 자산 확보가 사업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 산업처럼 산업 전반의 성장성이 낮고 집중도가 높을 때는 인수를 통한 신규 사업 진출이 더 매력적인 수단이다. 자체 개발을 할 경우 산업 전체의 생산 설비 능력을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즉, 생산 초과를 유발할 공산이 크다. 이 산업이 저성장 산업에 해당할 경우 초과 생산량을 소화하기 위해 가격 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 생산자 모두에, 특히 후발 주자에 불리한 결과다. 따라서 기존의 생산 설비 능력을 흡수하는 형태인 M&A나 JV가 효과적이다.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는 점도 M&A 방식의 강점이다. 산업 집중도가 높은, 즉 소수의 업체가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는 경우 자체 개발은 경쟁자의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M&A나 JV는 기존 업체와의 관계 형성을 통한 진출이므로 업계 반발이 적다.

그러나 아무리 M&A나 JV가 비관련 다각화에 효과적이다 하더라도 결국 핵심 역량의 이전이 없다면 해당 기업 고유의 사적 시너지(private synergy) 창출에 실패하게 되고 향후 사업 매각으로 이어진다. 이런 측면에서 LG전자의 자동차 부품 사업은 적절한 진입 방식을 선택한 점도 있지만 내부에서 관련 사업을 일정 수준 육성하고 핵심 역량 이전이 가능한 시점이 도래했을 때 시의적절하게 M&A나 JV를 추진한 것이 중요한 성공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3. 인적 교류를 통한 조직 학습

다각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직 학습을 통해 신사업에 걸맞은 새로운 루틴(routine)iv 을 조직 내부에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조직 학습 과정에서 LG전자는 내부 학습과 외부 학습을 적절히 활용했다. 내부 학습은 재조직화, 실험, 사고 등을 통해 조직 내부에서 새로운 지식을 생성하는 과정이다. 외부 학습은 M&A, JV, 외부 인재 영입 등을 통해 외부 지식을 조직 내부로 가져오는 것이다.

조직 학습이 효과적으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의 인적 교류가 필수적이다. 지식은 불활성(inertness) 속성을 지녀 이전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구성원들 간의 직접적인 상호작용과 교류가 있어야 지식의 확산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지식 간의 결합이 발생해 새로운 지식, 새로운 루틴이 생성된다. 즉, LG전자가 자동차 산업에 대한 부족한 역량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위해 M&A, JV, 외부 인재 영입을 추진하더라도 실제 해당 조직 또는 외부 인재와 기존의 LG전자 구성원과의 상호작용이 없다면 외부 지식이 내부로 전이돼 조직의 기존 지식과 결합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LG전자 VS사업본부의 활발한 로테이션 제도가 조직 학습을 촉발한 것으로 생각한다. 직원들이 기능 부서를 가로질러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조직 내부에서는 ‘재조직화’가 끊임없이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지식의 확산과 결합이 동시에 발생했다. 실제 “전 직원이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생겼다”는 LG전자 측의 설명이 이를 방증한다. 또한 MC사업본부 인원이 대거 영입되면서 기존 조직 루틴의 재검토와 타 사업본부의 핵심 역량이 이전되는 효과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이동통신사 중심의 영업이 강점으로 주요 완성차 업체 대응이 중요한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 ‘핵심 역량’ 중 하나다.

LG전자가 현대차향 텔레매틱스 단말기 개발을 착수한 지 2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났다. DM사업본부 산하 사업팀에서 출발한 자동차 부품 사업은 이제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회사의 주력 사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물론 LG전자에 남겨진 숙제도 많다. 2018년 인수한 ZKW, 2021년 설립한 LG마그나 합작법인이 VS사업본부와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상호 협력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결국 답은 조직에 있다.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통의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협력 체계’의 핵심이다.

필자는 KAIS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 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 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 벤처캐피털(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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