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위시컴퍼니’의 크로스보더 마케팅 전략

광고 수익 포기하며 뷰티 콘텐츠 질로 승부
MZ세대 취향 저격… 170만 세계인이 화답하다

328호 (2021년 0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유튜브 활성화 초기부터 색다른 문법의 비즈니스 가능성을 탐색해 온 뷰티 브랜드 커머스 기업 위시컴퍼니는 통일된 콘텐츠로 채널 초기 정체성을 확립하고 아카이빙 콘텐츠를 이용한 롱테일 전략을 펼쳐왔다. 광고 수익도 포기했을 정도로 오직 수요자만을 생각한 정보 전달 콘텐츠를 만들었으며 수십 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언어 다변화로 각국의 니치 마켓을 공략했다. 이외에도 크로스보더 포지셔닝으로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을 정비해왔다. 위시컴퍼니의 이 같은 전략은 특히 해외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구매 전환으로 연결되고 있다. 운영하는 자체 유튜브 채널 ‘위시트렌드TV’는 단일 뷰티 브랜드 기업 계정으로는 최초로 170만 구독자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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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만 명.’

뷰티 브랜드 콘텐츠 커머스 회사 ‘위시컴퍼니’의 유튜브 채널 ‘위시트렌드TV’의 2021년 8월 말 기준 구독자 숫자다. 단일 기업 계정으로는 국내에서 전무후무한 수치다. 많은 기업이 유튜브와 영상 콘텐츠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마케팅에 응용해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위시컴퍼니의 콘텐츠 마케팅과 브랜딩 행보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다.

위시컴퍼니는 민감성 스킨케어 브랜드 ‘디어, 클레어스’와 고기능성 스킨케어 ‘바이위시트렌드’를 보유한 화장품 회사다.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등의 ‘크루얼티 프리’와 동물성 원료 사용을 지양하는 ‘비건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국내 뷰티 브랜드로는 최초로 국내 비건 인증을 받았다.

위시컴퍼니는 2013년 자체 기업 유튜브 채널을 오픈한 지 2년 만에 10만 구독자를 확보했으며 4년 뒤인 2019년 5월엔 국내 뷰티 브랜드 기업 최초로 구독자 수 100만 명을 넘어섰다. 구독자 수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져 2021년 8월 말 기준, 170만 명을 넘어섰다. 이뿐만이 아니다. 위시컴퍼니 브랜드와 관련한 전 세계 소셜미디어 전체(틱톡, 인스타그램 등 약 40여 개의 SNS 플랫폼 채널)로 본다면 전체 구독자 수는 500만 명으로 늘어난다. 시간과 공간이 중요하지 않은 유튜브 등 SNS 마케팅을 내세운 만큼 전체 매출의 약 90%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실제 판매 역시 미국 아마존과 같은 해외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에서 주로 이뤄지는 등 크로스보더 기업으로서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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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치열한 동영상 콘텐츠 시장, 그것도 SNS 콘텐츠 플랫폼을 대표하는 유튜브에서 고객들을 록인(Lock-in)해 나가고 있는 위시컴퍼니의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전략은 무엇일까?

해외 마케팅 대행을 통해 축적한 글로벌•디지털 감각

2010년 말. 5년간 회사원으로 일하다 창업을 결심한 박성호 대표가 선보인 위시컴퍼니의 초기 모습은 국내 중소 패션 및 화장품 제조사들의 해외 마케팅 대행업에 가까웠다. 제품력이 좋아 해외에서 충분히 수요를 찾을 수 있을 만했지만 네트워크가 없거나 방법을 몰라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회사들의 홍보 및 마케팅을 대신해주는 일이었다.

이 분야로 사업 아이템을 잡은 데는 박 대표의 경험이 크게 좌우했다. 대학 졸업 후 2006년, 국내 굴지의 패션 회사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한 박 대표는 리서치 전문 회사로 자리를 옮겨 해외 마케팅 전략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박 대표는 패션•뷰티 분야에 대한 이해와 마케팅 및 시장 분석 경험을 살려 창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첫 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 데는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 국내 패션 및 뷰티 제조사들에는 직접 공장 문을 두드리며 발품을 팔아 영업을 했지만 해외 유통을 위한 파트너사와 접촉하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았다. 초기엔 무작정 해외 기업을 검색한 뒤 콜드메일이나 콜드콜을 보냈다.

그러나 답장이 오는 경우는 정말 드물었다. 수백 통의 메일을 보내면 겨우 한두 곳에서 연락이 왔다. 이들로서는 미국 시장 진출 경험도 없는 젊은 조직을 통해 무역을 하는 것이 낯설 수밖에 없었다. 어렵사리 설명할 기회를 얻어도 호기심 정도만 보일 뿐 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여러 번 퇴짜를 맞고서야 박 대표는 차별화된 포지션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위시컴퍼니만이 가진 무기를 만들어야 했다. 그때 떠오른 것이 직장 생활 중 취미로 해오던 SNS 활동이었다. ‘얼리어댑터’였던 박 대표는 회사원 시절부터 최신 트렌드나 유명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블로그와 SNS를 통해 기록해왔다.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운영자로 참여하며 사람들을 직접 모아 본 경험도 있었다. 온라인에는 ‘없던 인맥도 생기게 해주는 기회’가 있단 걸 몸소 경험했던 터였다.

박 대표는 가장 먼저 제품 리뷰를 담은 블로그 포스트 샘플을 제작하고 이베이와 아마존 같은 해외 커머스 플랫폼에 판매자 계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회사를 프레젠테이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 때 ‘온라인 마케팅이 가능한 유통회사’임을 강조했다. 관련 경력과 취미 덕에 박 대표에게 크로스보더 커머스와 블로그 미디어 같은 플랫폼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위시컴퍼니만의 강점을 확보하니 작은 규모로나마 실제 사업으로 성사되는 사례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디지털 마케팅 잘하는 홍보 회사’로 알음알음 인지도도 쌓였다.

이 시기에 협업한 해외 파트너사들은 위시컴퍼니가 자체 브랜드를 만든 이후 해외 홍보 및 판매 채널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또한 자체 브랜드 상품을 해외 커머스 플랫폼에 론칭하도록 결정하는 데도 영향을 줬다. 박 대표는 “온라인 공간에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 사업 초기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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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사 인수로 피벗의 허들을 낮추다

그러나 파트너사의 마케팅 프로젝트를 수주해 단기적인 매출을 올리는 식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내 한계를 드러냈다. 일례로 창업 초기 매출 규모가 조 단위인 한 홍콩 회사에서 위시컴퍼니가 제안한 제품에 관심이 있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였다. 박 대표는 한달음에 홍콩까지 날아가 해당 기업 경영진 앞에서 피칭을 했다. 운동화에 백팩 차림으로 날아온 젊은 박 대표의 열정적인 발표에 파트너사는 ‘위시컴퍼니 제품을 홍콩에서 론칭해보자’는 긍정적 답변을 줬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와 이메일로 받아본 계약서 초안엔 ‘향후 3년 동안 위시컴퍼니 역시 똑같이 자금을 출원해 공동 투자한다’는 조건이 담겨 있었다. 새로운 시장에 새 브랜드를 론칭하는 일이니 공동 투자를 통해 성장시켜보자는 얘기다. 문제는 당시 위시컴퍼니엔 그만큼 큰 액수의 금액을 조달할 자금 여력이 없었다. 박 대표는 “큰 거래를 목전에서 놓치고 나니 작은 규모의 회사도 성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좌절은 또 찾아왔다. 홍콩 회사와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무산되고, 그래도 여전히 ‘디지털 마케팅 잘하는 홍보회사’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아갈 때였다. 위시컴퍼니의 고객사였던 국내 제조사와 해외 유통 파트너사가 앞으로는 서로 직거래를 하겠다고 통보해왔다. 하루에도 수백 개의 제품이 판매되는 주요 거래처들이었던 터라 회사에 미칠 타격이 컸다. 박 대표와 직원들은 가만 앉아 있다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일련의 시련들은 박 대표가 자체 브랜드를 가진 회사로 피벗을 해야겠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직원들을 지속적으로 고용하고 제대로 월급도 주려면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했다. 이때 자체 브랜드와 제품을 갖게 된다면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변화하고, 사업을 좀 더 주체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시컴퍼니는 원래 패션과 뷰티 두 개 분야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2011년, 뷰티 분야 하나로 사업의 범위를 좁히기로 했다. 당시는 한국콜마, 코스맥스와 같은 국내 화장품 OEM(주문자 상표에 의한 제품 생산자) 사의 성장과 함께 중소 온라인 화장품 브랜드들의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져가는 시기였다. 스킨케어 제조 인프라가 발전하고 중소 브랜드의 화장품 제조에 대한 허들이 사라져가는 국내 시장 상황을 십분 활용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반면 패션 분야는 이미 동대문을 중심으로 한 중소 규모 사업자들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었던 터라 뷰티 분야가 좀 더 블루오션에 가깝다는 판단이 섰다.

이렇게 방향을 결정한 이후, 폐업 준비를 하던 한 국내 화장품 브랜드사를 인수하며 피벗이 본격화됐다. 제조 경험이 없는 위시컴퍼니가 가장 빠르게 피벗을 하는 방법은 이미 노하우를 갖춘 브랜드를 사들이는 것이었다. 이 브랜드는 특히 위시컴퍼니가 홍보와 마케팅을 대행하며 인연을 맺었던 업체로 소비자 평판이 좋아 평소에도 관심 있게 지켜봤던 터였다. 인수 이후 위시컴퍼니는 곧바로 브랜드와 제품 라인 리뉴얼을 진행했다. 박 대표는 “브랜드 회사로의 피벗은 장기적 성장을 위해 회사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과제”라며 “기획이나 생산 등 경험이 부족한 부분은 협업을 통해 피벗의 허들을 낮추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DBR mini box I
‘뷰티 브랜드 콘텐츠 커머스’로 업의 정의를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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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박 대표는 이참에 기업의 비전, 즉 ‘업(業)의 정의’까지 바꾸기로 했다. 창업 초기, 위시컴퍼니는 스스로를 한국의 좋은 브랜드를 해외에 알리고 판매하는 회사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자체 브랜드로 피벗하는 전환기를 거치며 ‘뷰티 브랜드와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로 변경했다. 2021년 현재는 ‘뷰티 브랜드와 콘텐츠, 커머스를 만드는 회사’로 비전을 제시한다. 나아가 고객과 소통하며 세계관을 만드는 회사가 목표다.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생산방식을 고민하고 유연하게 변화해 나갈 예정이다.

‘다름’을 강조해 소비자 신뢰 얻는 ‘유튜브 마케팅’

국내 뷰티 산업은 수만여 개의 업체와 경쟁을 해야 하는 시장이다. 해외 업체까지 포함하면 경쟁자의 숫자는 더 늘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표는 또다시 ‘우리만의 차별점’을 만들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박 대표와 직원들은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뷰티 업계에서 ‘다름’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는 해외 마케팅 대행을 하던 시절, 박 대표가 얻은 교훈이기도 했다.

뷰티 브랜드 회사로 업을 전환한 이후 줄곧 소비자들이 모이는 새로운 미디어를 찾아보던 박 대표의 눈에 유튜브가 들어온 것은 회사가 피벗을 마무리해가던 2012년 즈음이었다. 당시 박 대표는 뉴스를 통해 처음으로 200만 뷰티 유튜버가 탄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유튜버는 2010년, 뷰티 유튜버로는 처음으로 100만 구독자를 달성했던 주인공이었는데 2년 만에 구독자 수가 2배로 늘었다.

당시는 기업들이 유튜브에서 본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던 시기는 아니었다. 화장품 업계는 오히려 톱스타 등 ‘빅 모델’을 앞세운 광고와 대규모 프로모션을 활용한 소비자 마케팅을 하는 게 대세였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자본이 부족한 중소 브랜드가 시도하기엔 가당치 않은 일이었다.

엇비슷한 규모의 중소 화장품 브랜드들이 비교적 활발한 온라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긴 했지만 주로 텍스트와 이미지를 활용한 블로그 포스팅과 페이스북 플랫폼을 활용했다. 유튜브를 이용하더라도 조금 시도만 해보다가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바로 접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구매 전환 효과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표는 오히려 유튜브가 그나마 소비자와의 소통의 끈을 놓치지 않으면서 팬덤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온라인의 길목에서 지속적으로 고객들을 만나는 기회였다. 가치를 알아주는 소수의 마니아형 소비자가 모이다 보면 영향력도 나중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 믿었다. 회사원 시절 네이버 및 다음 카페에서 직접 운영진으로 참여하며 사람들을 모아 본 경험이 있던 박 대표는 성장하는 SNS 플랫폼에 대한 확신이 남들보다 강했다.

뷰티 사업과 영상 콘텐츠. 얼핏 연관성이 약해 보이는 이 둘은 사실 극강의 ‘찰떡 조합’이다. 그간 TV 광고 등 마케팅이 제품 사용의 결과물만 강조했던 것과 달리 영상 콘텐츠로는 제품을 어떻게 하면 잘 사용하는지에 대한 튜토리얼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킨케어 제품은 많은 사람이 화장의 기초 단계에서 쓰는 제품이다. 진한 메이크업은 취향에 따라 배우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도 많은 반면 스킨케어는 모든 이가 관심이 있는 범용성 강한 콘텐츠가 될 터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상 콘텐츠 마케팅은 위시컴퍼니의 핵심 요소가 됐다. 특히 해외 마케팅 대행 경험을 살려 피벗 이후 사업 초기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하고, ‘크로스보더’ 기업으로 입지를 다져 온 위시컴퍼니에 유튜브 콘텐츠 마케팅은 더할 나위 없는 홍보 도구였다. 박 대표는 “제품의 진정성, 실제로 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의 피부가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 등을 전달하기에는 콘텐츠가 최적의 수단이라고 생각했다”며 “소비자들이 제품의 효과와 진정성이라는 이성적, 감성적 요소들을 모두 납득했을 때 비로소 제품 구매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매출이 발생한다고 믿기에 판매 자체보다는 콘텐츠를 앞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또한 브랜드 기업이라면 고객이 모이는 곳이 어딘지 파악하고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기에 그들이 시간을 점유하는 플랫폼에 가야 새로운 고객을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2013년 1월, 위시컴퍼니는 첫 SNS 유튜브 채널인 ‘위시트렌드TV’를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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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만 구독자 일궈낸 뷰티 콘텐츠 전략

콘텐츠제작팀의 첫 영상은 전문 스튜디오도 아닌 한쪽 벽을 간단히 칠한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4명 정도밖에 들어갈 수 없는 소형 회의실이었다. 사내 회의실이 하나밖에 없던 때라 전용 스튜디오로 활용할 수도 없었다. 다른 팀이 회의를 할 때는 바로 방을 비워줘야 했다. 회의실 사용이 여의치 않자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한편을 스튜디오처럼 개조해 촬영을 진행했다. 냉난방이 되지 않아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운 곳이라 오랜 시간 촬영하기에는 최악의 조건이었다. 계단을 오가는 사람들을 막을 수도 없어 소음이 섞일 때면 종종 녹화를 중단해야 했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점차 별도 촬영 스튜디오 현장도 좋아졌고 새로운 콘텐츠도 만들기 시작했다. 이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콘텐츠 문법과 전략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위시컴퍼니의 콘텐츠 전략은 다음과 같았다.

1. 통일된 콘텐츠로 채널 초기 정체성 확립

뷰티 콘텐츠 제작 회사로서 첫발을 뗀 이후, 위시컴퍼니가 품은 가장 큰 고민은 기업의 SNS 채널을 지속가능한 채널로 성장시키는 것이었다. 위시컴퍼니는 여느 신생 유튜버들처럼 채널 오픈 초기,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 여겨지는 영상이면 뭐든 만들어보면서 방황의 시기를 보냈다. 이에 케이팝 아이돌 가수, 한국 음식 먹방, 홍대나 가로수길 쇼핑 거리와 같은 주제도 영상으로 다뤘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충성심이 높지 않은 일반 구독자는 빠르게 이탈해나갔다. 특히 케이팝 아이돌 가수와 관련된 영상은 사람들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채널 구독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여러 주제를 다루는 것 역시 정보의 집중도가 떨어져 사람들에게 ‘통일성 없는 채널’이란 인식을 줬다. 시청 층이 분산되는 부작용도 있었다.

박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콘텐츠에도 핵심 고객층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스킨케어를 좋아하는 얼리어댑터’. 즉, 스킨케어에 관심을 갖고 먼저 정보를 찾는 고객군’으로 대상을 좁히고 그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기로 했다. 고객층을 특정한 이후엔 타깃 고객을 세분화했다. 스킨케어에 관심 있는 고객군을 연령대, 관심사, 관심의 정도로 나눠 분류한 것이다. 이후엔 각각의 고객군에게 맞는 콘텐츠를 구분해 제작했다.

물론 스킨케어에 한정된 주제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빠른 흥행을 이끌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박 대표는 채널의 실구독자 수를 늘리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적어도 스킨케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는 것이 장기적으론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박 대표는 “우리가 만들어야 할 콘텐츠가 소비자들에게 꼭 필요한 롱테일1 콘텐츠가 되고자 했다”며 “그 덕분에 중구난방이던 콘텐츠들이 하나로 연결되고, 막 시작된 브랜드의 정체성도 함께 정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준이 바로 서니 큰 틀 안에서 자유로운 변주도 가능해졌다. 일관성 있는 콘텐츠를 쌓았더니 핵심 콘텐츠 밖 다른 콘텐츠까지 고객들에게 소구하고 구독자를 유인했기 때문이다. 카테고리를 확장할 때는 건강한 스킨케어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관심 있어 할 메이크업, 건강, 운동 등 뷰티와 연관성이 높은 분야로 연결했다. 지금도 진행자의 숫자와 쇼의 형태도 다양화하며 실험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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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광고 수익도 포기… 수요자 중심 정보 전달에 주력

“여배우들이 실제 나이보다 어려 보여서 놀란 적 없으신가요? 여배우들처럼 동안을 유지하려면 어떤 피부 습관을 가져야 할까요?” (2017년 웰에이징 관련 영상 중에서)

위시트렌드TV는 소비자들이 보고 싶은 정보를 편리하게 볼 수 있는 채널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상업적인 정보는 최대한 배제하고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성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제품 광고를 주목적으로 한 콘텐츠 제작도 지양한다. 영상 속에 위시컴퍼니 제품이 일부 등장하기도 하지만 이때도 제품명을 앞세우지 않는다. 정보 제공을 위한 콘텐츠 특성상 꼭 필요할 때는 다른 회사 제품과 함께 활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중 세안’과 ‘클렌징오일’이 세간의 화제가 됐을 때, 위시트렌드TV에선 정확한 클렌징오일 사용 방법과 잘못된 방법, 오일별 다양한 활용법 등을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사용된 총 4개 제품 중 위시컴퍼니 제품은 2개에 불과하다. 위시트렌드TV에선 코리안 마스크팩, 물광 메이크업, 각질 제거 등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날 때마다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가장 파격적인 결정은 영상 콘텐츠 앞에 광고가 붙지 않게 설정한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광고를 붙이기도 했지만 소비자 편의성을 해친다고 판단해 중단했다. 당연히 유튜브를 통해 얻는 광고 수익은 ‘0원’이다. 오로지 소비자 편의성만 생각한 결과다. 구독자 수가 쌓이면서 광고 수익도 중요한 수익원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여전히 이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소비자들의 관심사 변화를 빠르게 이해하기 위해 20여 명의 콘텐츠제작팀이 검색 엔진의 검색어 순위와 같은 데이터를 모니터한다. 유튜브 시청자들은 정보 검색을 통해 채널에 유입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렇게 위시컴퍼니 채널을 찾아낸 이후엔 다른 콘텐츠까지 찾아보는 등 진정한 팬으로 발전해나갔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고객들과 함께하는 라이브 콘텐츠의 실시간 댓글이나 고객 설문 등을 통해서도 고객이 원하고 기대하는 트렌드나 키워드를 찾아내고 있다. 또한 조회 수와 평균 시청 지속 시간, 섬네일에 따른 반응, 영상별 가장 인기 있는 구간, 영상 등 유튜브에서 콘텐츠 제작자에게 제공하는 데이터 역시 분석하고 리뷰한다.

3. 언어 다변화로 각국 니치 마켓 공략

위시트렌드TV는 개설 이후 줄곧 초기 해외 유튜브 이용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영어로 영상을 제작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만으로는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유튜브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레거시 미디어까지 유튜브에 진입했고 로컬 유튜버들의 성장세도 심상치 않았다. 특히 비영어권 소비자의 경우도 자체 언어로 찾을 수 있는 정보가 늘자 굳이 뷰티 관련 콘텐츠를 영어로 검색하고 자막으로 즐기려는 수고를 겪지 않으려 했다.

이런 시장 상황에 대해 고민도 깊어졌다. 박 대표는 자본과 경험이 부족한 회사가 한 국가에서 시장점유율을 키우는 것은 어렵다고 봤다. 따라서 한 개 시장에서 10% 이상의 점유율을 달성하는 것 대신 수십 개 시장에서 0.01% 시장을 점유할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이를 위해선 영어권 이외의 해외 시장에도 반드시 진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2019년, 위시컴퍼니는 한국발(發) 뷰티 콘텐츠, 그 가운데 특히 피부 관리에 관심이 많은 주요 고객의 지역 분포와 언어 사용 인구를 분석해 일본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전용 계정을 만들고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했다. 세 지역은 위시컴퍼니 채널 구독자 비중이 높은 비영어권 국가 가운데 인구 규모 등을 고려해봤을 때 시장 규모가 큰 곳들이다. 전용 계정은 해당 국가 국적의 호스트가 등장해 일본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로 각각 방송을 진행하게 하는 등 현지화에 힘썼다. 촬영은 한국과 해당 국가에서 모두 진행된다.

다만 콘텐츠 전략 방향은 국가별로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 계정인 위시트렌드TV처럼 전반적으로 다양한 스킨케어법에 대한 가이드를 주는 것이 주제다. 실시간 라이브 방송 등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이는 어느 지역에나 새로운 제품과 신선한 브랜드를 찾는 얼리어댑터가 존재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스킨케어와 관련한 얼리어댑터 시장을 공략한다면 큰 투자 없이도 각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다. 얼리어댑터 시장은 위시컴퍼니와 같은 작은 규모의 회사에 무척 중요하다. 무작정 대세를 따라가는 것보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느끼는 고객과 소통하고, 요구사항에 응답하며,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 스스로가 스마트폰 등 트렌디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얼리어댑터였고, 얼리어댑터로서 전 세계에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했던 경험도 영향을 줬다.

국가별 언어만이 아니라 ‘콘텐츠별 언어’를 다변화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다시 말해, 유튜브 외 다른 SNS 플랫폼을 활용하기 위한 실험도 이어가고 있다. 위시컴퍼니는 인스타그램과 V-Live, 핀터레스트 등에 이어 최근엔 틱톡, 인스타그램 릴즈(Reels), 유튜브 숏츠 등에도 새로운 문법의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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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비율이 해외에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것(해외 99.97%, 국내 0.03%)과 비례해 화장품 판매에 따른 매출 또한 해외(약 90%)가 국내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사업 초기부터 유튜브 등 SNS로 소통하는 문법을 만들면서 해외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인지도를 쌓아왔고, 크로스보더 업체에 걸맞게 판매 플랫폼(아마존 등) 등을 끊임없이 정비해왔기 때문이다. 위시컴퍼니는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약 40개 이상의 커머스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박 대표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채널에서 커머스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도 얼마 전부터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고객들이 모이는 새로운 플랫폼이 어디인지 파악하려 한다”고 말했다.

4. 장기간 협업하는 호스트, 브랜드 팬덤 형성에 도움

2021년 현재 위시컴퍼니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엔 유니스, 캐스퍼, 지현, 아이리스, 메디 등 총 5명의 호스트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위시컴퍼니와 함께한 햇수는 평균 5년 내외로, 가장 오래된 크리에이터 유니스는 2013년 위시트렌드TV 유튜브 채널 오픈 초기부터 협업해 약 8년 동안이나 위시트렌드의 ‘얼굴’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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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소수의 크리에이터와 장기간 협업하는 전략은 단일 뷰티 브랜드 회사로서는 이례적이다. 오랜 시간 채널의 마스코트처럼 활동해온 호스트는 브랜드, 제품과 더불어 위시컴퍼니에 팬덤을 형성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된다. 실제로 호스트들이 등장하는 콘텐츠에 시청자들이 ‘반갑다, 오랜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고 댓글을 남기며 친한 언니나 친구같이 여기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박 대표는 “2018년 필리핀에서 해외 팬들을 만나는 ‘밋업(Meet up)’ 오프라인 행사에는 모집 인원의 네 배에 가까운 신청자가 몰리기도 했다”며 “행사에서 위시컴퍼니의 대표 호스트들과 사진을 찍거나 선물을 주고, 사인을 받고 싶어 하는 팬들을 보면서 인기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위시컴퍼니는 각 호스트와 장기간 협업할 수 있도록 연 단위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안정적인 연 단위 계약은 소득이 불안정한 크리에이터들이 위시컴퍼니와의 협업에서 가장 만족하는 요소 중 하나다. 또한 크리에이터들은 개인 채널 운영 등 회사 콘텐츠 제작 외 부분에선 자유로운 개인 활동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인플루언서로서 활동하면서 개인 차원에서 다루기 어려운 법률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회사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등 크리에이터들과 친밀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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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트렌드TV 콘텐츠 시리즈

현재 위시컴퍼니 연관 유튜브 채널에는 1700여 편의 영상이 축적돼 있다. 최근 1년간 콘텐츠는 정보 제공용(50%), 고객 소통을 위한 엔터테인먼트용(10%) 콘텐츠가 과반을 차지하며 제품 판매를 위한 커머스 콘텐츠는 10%에 불과하다. 콘텐츠 시리즈 8개 중 단 1개만이 커머스 용도의 채널로 운영 중이다.

• 스킨피디아(Skinpedia): 다양한 스킨케어에 대한 백과사전식 정보 콘텐츠를 제공

• 위시트렌드TV vs. Blank: 여드름, 모공, 다크서클 등 고객들이 이야기하는 고민에 대한 정보와 솔루션을 제안

• 두앤돈트(Do & Don’t): 스킨케어 단계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나누어 이해하기 쉽게 전달

• 뷰티해커스(Beauty Hackers): 심플하고 효과적인 뷰티 노하우와 메이크업 방식을 전달하는 콘텐츠

• 뷰티팩트 언박싱(Beauty Fact Un-boxing): 하나의 질문을 심층 탐구해 전하는 다큐멘터리 콘텐츠

• 왓츠 트렌딩(What’s Trending): 최신 트렌드나 이슈 등을 정리해서 전하는 뉴스형 콘텐츠.

• We Got You: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라이브 콘텐츠

• Wish Try Love: 다양한 테마로 위시컴퍼니 제품을 세트로 구성해 소개하고 판매하는 쇼핑형 콘텐츠

장기적인 콘텐츠 아카이빙, 구매 전환으로 연결

위시컴퍼니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이 같은 콘텐츠 마케팅이 수익으로 연결이 되느냐’는 것이다. 유튜브 콘텐츠는 실제 기업 수익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을까? 이에 대한 위시컴퍼니의 답은 ‘그렇다’이다. 콘텐츠 전략을 꾸준히 진행하다 보면 어느 임계치를 넘어가는 순간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직접적이고 단순한 인과관계는 측정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매해 늘어나는 위시컴퍼니 매출을 보면 주요 마케팅 수단 중 하나인 유튜브 콘텐츠가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지난해 위시컴퍼니는 전년 대비 매출이 160% 늘었다. 유튜브 광고 수익 없이 100% 제품 판매에서만 발생한 액수다. 실제로 위시컴퍼니의 디어클레어스와 고기능성 스킨케어 브랜드 ‘바이위시트렌드’ 제품은 아마존, 아이허브, 라쿠텐, 미국 ULTA 등 글로벌 커머스 사이트 판매 순위 상위에 랭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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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컴퍼니의 아카이빙 규모는 얼마나 될까? 2021년 7월 기준 위시트렌드TV 단일 계정에는 1600여 편의 콘텐츠가 축적돼 있다. 한 번 만들어진 콘텐츠는 2차, 3차로 가공해 다양한 SNS로 퍼뜨리는 방식으로 유튜브 플랫폼의 콘텐츠가 여러 번 소비되도록 유도한다. 최근엔 유튜브 이외 구글 등 다른 플랫폼에서도 검색이 잘될 수 있도록 공식 사이트인 위시트렌드닷컴에도 따로 아카이빙을 해나가고 있다.

위시컴퍼니에선 아카이빙된 콘텐츠가 잘 검색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검색 엔진 최적화(SEO, Search Engine Optimization)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그 예 가운데 하나다. 노출이 잘되는 제목을 영민하게 붙이는 것뿐 아니라 검색 시 우선적으로 표시되게 하기 위해 검색 알고리즘을 역으로 파악하는 작업이다. 사실 유튜브는 검색 노출 알고리즘을 공개한 적이 없고, 이마저도 고정돼 있는 게 아니라 수시로 바뀐다. 위시트렌드에선 다만 기존 영상들의 유입량, 시청 수를 모니터하며 특정 제목, 키워드, 구독자 수, 로컬 인기 영상인지 여부 등의 요소 중 어느 것이 현재 알고리즘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추론한다. 나아가 이런 알고리즘 변화에 따라 기존 영상의 제목이나 섬네일을 수시로 바꾼다.

구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채널로 입지를 공고히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매일 새로운 구독자가 생겨나는 한편 구독을 해지하는 사람 역시 계속해서 나타난다. 구독자 수가 몇 주 동안이나 늘지 않고 정체될 때도 있다. 그러나 위시컴퍼니는 마케팅을 소모적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생각하고 관리한다면 언젠가 그 가치가 드러날 것이라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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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질문에 응답하며 만들어나간 브랜딩과 스토리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해외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면서 박 대표는 점차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관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브랜드 레드오션 시대를 사는 오늘날의 소비자는 브랜드를 선택하기에 앞서 나의 삶의 철학, 라이프스타일 방향과 일치하는지 검증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특히 MZ세대로 대표되는 위시컴퍼니의 주요 콘텐츠 소비자 및 제품 구매자들은 최근 이슈가 되는 여러 사회적 사안에 대한 브랜드의 입장을 듣길 원했다. 대표적인 것이 동물 실험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이들은 위시컴퍼니가 스킨케어 개발을 위해 동물 실험을 했는지, 그런 경험이 없더라도 앞으로는 할 계획이 있는지, 또한 특정 국가 진출 인•허가를 위해 동물 실험을 할 의사가 있는지 등에 대한 경영진의 생각을 궁금해 했다. ‘클린뷰티’ 이미지로 인기를 얻은 브랜드였던 만큼 경영 활동과 철학에 대한 진정성을 검증하기 위한 절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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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정직한 답변을 위해 동물 실험과 관련된 이슈를 확인하고 자료를 찾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때 특정 국가에서는 판매 인•허가를 받기 위해 동물 실험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소비자들이 동물 실험에 민감한 이유였다. 박 대표는 “당시 고객들에게 동물 실험을 진행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며 ”이 일을 계기로 브랜드의 철학과 방향에 대한 생각을 하나씩 더해가게 됐다”고 말했다.

동물 실험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박 대표는 또 다른 질문에 답변할 것을 소환받았다. 이번엔 해외 파트너들로부터 질문이 들어왔다. 한 국제 뷰티 전시회에서 바이어는 박 대표에게 “한국에서 요즘 연구하고 있는 동물성 원료는 무엇이냐” “다음에 유행할 것 같은 동물성 원료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당시는 K-뷰티가 마유, 제비집, 달팽이크림 등 유행을 타는 동물성 원료로 대표되는 시기였기에 나온 질문이었다.

박 대표는 이 같은 질문을 받고 회사의 정체성과 브랜딩이 어떠해야 할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됐다. K-뷰티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철학과 정체성이 뚜렷한 브랜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기후변화, 기업 윤리, 지속가능성과 같은 민감한 이슈에 대한 소비자들의 고민과 니즈를 이미 체감 중이던 박 대표는 ‘비건 프렌들리’로 위시컴퍼니의 대표 브랜드인 클레어스의 기준과 원칙을 정하기로 다시 한번 결심했다.

당시 위시컴퍼니의 뷰티 라인업에선 이미 동물성 원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비건 프렌들리’로 포지셔닝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하지만 제조 공장, 연구소, 내부 구성원들과의 논의 끝에 클레어스의 제품제조 라인에서 동물성 원료를 완벽히 배제하고 식물 유래 원료를 중심으로만 제품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비건 프렌들리’를 선언한 배경과 회사의 철학에 대해서도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공유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21년,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비건 인증을 받은 국내 최초의 스킨케어 브랜드가 됐다. 화장품 원료를 대체하고 인증을 위한 서류를 준비하는 데만 꼬박 3년을 보내는 등 회사 구성원 모두 힘을 합쳐 애쓴 결과였다.

하지만 박 대표는 광고나 마케팅에 이런 사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자칫 환경친화적인 ‘척’만 하는, 즉 ‘그린 워싱’에 편승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고, 아직도 검증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위시컴퍼니는 고객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그들의 요청 사항을 잘 반영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기업”이라며 “비건 프렌들리를 위한 긴 여정도 우리 고객들이 원하는 철학을 구현하기 위한 연장선으로 이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DBR mini box III
브랜딩과 스토리를 공유하는 오프라인 스토어

위시컴퍼니의 남은 과제는 오랜 고민 끝에 얻은 기업의 정체성과 기업 철학과 관련된 실천 방안을 소비자들에게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2021년 4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연 첫 오프라인 매장 ‘클레어스 서울’은 위시컴퍼니의 철학과 가치관, 입장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조성하게 됐다. 총 4개 층으로 이뤄진 건물은 클레어스 전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클레어스 브랜드의 10년간 히스토리를 보여주기 위한 동영상 등으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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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층은 작은 서점 ‘브릭북스’, 차 전문 브랜드 ‘맥파이앤타이거’와 협업한 ‘신사티룸’ 등 뷰티 외 분야의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경험을 확장시키는 공간으로 기획됐다. 건물 설계와 인테리어 전반에는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자연친화적 요소를 더했다. 오래된 고성 벽돌을 재활용해 사용하고 에너지 절감을 위해 통창 대신 작은 창을 냈다. 가로수길 지역 상인들과 상생하기 위한 활동도 준비 중이다.


DBR mini box IV: 성공 요인 및 시사점
크로스보더 커머스 최고의 전략은 진정성과 고객 신뢰


최근 들어 크로스보더(cross-border)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크로스보더는 어떤 형식이든 국경을 넘어 거래되는 이커머스를 통칭하는 말이다. 국가마다 소비자 특성이 다른데다 규제와 물류 시스템 등이 다른 커머스 환경에서 대기업에 비해 자원과 리소스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로 승승장구한 기업이 바로 위시컴퍼니다.

위시컴퍼니는 디어,클레어스(Dear,Klairs), 바이위시트렌드(By Wishtrend), 이엘엠티(elmt) 브랜드를 소유한 뷰티 기업이다. 세계 70개국에 상품을 수출하며 국내외에서 81개의 상을 수상했다. 위시컴퍼니는 특히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 두드러진 매출과 이익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최악의 소비 시장에서도 매출은 전년 대비 73.6% 증가한 514억 원, 이익은 117.3% 증가한 154억 원을 기록했다. i

어려운 상황에서도 위시컴퍼니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크게 3가지다.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는 시각과 그에 맞는 브랜드 정체성 확립, 타깃 고객에 게 적합한 플랫폼에서 콘텐츠로 승부해 시간을 점령했다는 점, DTC 브랜드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전략적으로 유통망을 확장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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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흐름에 맞는 가치를 꾸준히 실천해 확고한 브랜드 정체성 확립

위시컴퍼니는 시대적 흐름을 영민하게 파악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했다. 먼저 브랜드 설립 초기부터 ‘포지티브 뷰티(Positive Beauty)’를 브랜드의 핵심으로 파악했다. 포지티뷰 뷰티란 조금 느리고 돌아가더라도 친환경과 제로웨이스트, 비건을 통해 환경과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를 담은 표현이다.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cruelty-free) 것은 물론 동물 실험이 필요한 나라에는 수출하지 않는다. 동물 단체와 환경보호 단체에 지속적으로 기부해왔고 2021년 7월에는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업체를 찾아 후원하는 ‘니어앤디어,클레어스(Near & Dear, Klairs)’ 프로젝트를 시작했다.ii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존이라는 가치를 함께하는 F&B 브랜드 간 연대를 도모하는 프로젝트로 히어유고(Hear You Go) 커피 브랜드처럼 친환경(eco-friendly) 철학을 지닌 브랜드에 클레어스 브랜드 2종을 무상 지원한다. 상품 유통과 배송 과정에서도 포지티브 뷰티를 실천하기 위해 비닐은 친환경 종이 포장재로 교체했고 플라스틱 대체 포장재 발굴 및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중이다. 단기적인 마케팅이 아니라 10년 동안 다방면으로 고객들과 약속한 가치를 꾸준히 지켜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히 했고 브랜드 신뢰를 높일 수 있었다.

클리셰인 듯 아닌 듯: 선택과 집중

선택과 집중은 당연한 명제, 클리셰(cliché)로 느껴진다. 그렇지만 얼마나 많은 기업이 이에 충실할까? 위시컴퍼니는 브랜드 설립 초기에 현명하게 이 명제에 충실했던 덕에 성공의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 위시컴퍼니는 크게 두 측면에서 선택과 집중을 실행했다. 첫째는 창업 초기 다른 기업의 해외 마케팅과 콘텐츠 영업을 해주는 회사에서 자체 브랜드로 피벗하기로 결정했을 때, 초기엔 패션과 뷰티를 실행했지만 얼마 안 가 패션을 버리고 뷰티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즉 콘텐츠와 커머스 개발 기업으로서의 경험을 뷰티 브랜드로 집중한 것이다.

다른 한 측면은 타깃 고객에게 집중하고 고객이 모이는 플랫폼에서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고객을 유지하는 한편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많은 브랜드가 의외로 꼼꼼한 사전 분석도 하지 않은 채 유명 SNS에 올라타기만 하면 홍보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위시컴퍼니는 브랜드 피벗 초기부터 젊은 소비자들이 주요 사용자로 부상한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 등 국내외 40여 개의 SNS 플랫폼 채널을 운영하면서 핵심 타깃 고객층을 스킨케어의 얼리어댑터(early adopter)로 선정했다. 그리고 이들을 위한 정보 제공 성격의 콘텐츠에 집중했다. 이들의 성격상 정보에 민감하다는 특성을 고려해 유튜브 위시트렌드TV의 경우, 스킨피디아(위키피디아처럼 스킨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성격의 채널), 다양한 뷰티팁과 메이크업 튜토리얼을 제공하는 뷰티해커스(Beauty HACKer), 두앤돈트(Do & Don’t), 크루얼티-프리(Cruelty-Free), 10대를 위한 틴 뷰티바이블(Teen Beauty Bible) 등을 중심으로 정보성 콘텐츠를 구축해왔다. 즉, 스킨케어와 관련된 정보로 콘텐츠 주제를 통일해 다양한 채널 속에서도 브랜드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했다. 실제로 광고와 프로모션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메시지의 일관성이다. 전 세계적으로 광고 규모가 가장 큰 미국 소비자의 경우, 소비자 한 명에게 매일 직간접적으로 노출되는 브랜드 메시지가 4000∼1만여 개로 추정될 만큼 오늘날의 소비자는 엄청나게 많은 광고성 정보에 노출된다. 그런데 한 브랜드가 채널마다 다른 메시지를 소구한다면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지 못하고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뿐이다. 위시트렌드TV의 경우, 상업적인 정보는 최대한 배제하고 소비자들이 스킨케어에서 도움이 되는 정보성 콘텐츠에 집중했고, 그런 만큼 광고 없는 콘텐츠를 지향했다. 이렇게 진정성 있는 일관된 성격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스킨/스킨케어 정보 = 위시트렌드’라는 등식이 됐다.

처음부터 글로벌: DTC 브랜드 & 글로벌 유통망 확장

국내외 70여 개국에 상품을 판매하는 위시컴퍼니는 처음부터 글로벌을 염두에 두고 브랜드를 성장시켰다. 해외 마케팅을 대행하면서 글로벌과 디지털 감각을 축적한 덕도 있지만 국내 시장만을 두고 경쟁하는 것보다 큰 시장을 공략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초기부터 모든 콘텐츠를 영어로 제작한 것도 그런 이유다. 2019년부터는 일본어와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전용 계정을 만들어 해당 언어로 콘텐츠를 제작했다. 해당 국가 소비자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이유다.

크로스보더 DTC커머스 사이트인 위시트렌드닷컴(wishtrend.com)에서는 자체 브랜드 이외에도 로벡틴과 아임프롬 같은 비건 상품을 함께 판매했다. 또한 글로벌 비건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직접 판매 및 비영어권 국가까지 판매 마케팅 제휴를 확대했다. 이런 모든 노력이 궁극적으로는 구매로 연결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최악의 한 해였던 2020년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 증가율은 업계 내에서도 성공적인 케이스로 꼽힐 만큼 두드러졌다. 아마존에서도 스킨케어 부문에서 위시컴퍼니 제품은 베스트셀러 중 하나로 랭킹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트렌드를 기민하게 포착해 자신만의 강점을 지닌 뷰티 브랜드로 성장한 위시컴퍼니는 비건과 친환경, 사회적 책임에 깊은 뿌리를 박고 오랜 시간 동안 진정성 있는 비즈니스로 고객과의 신뢰를 쌓으며 성장했다. 또한 각국의 고객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맞는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을 펼친 결과 크로스보더 커머스의 성공적인 사례로 주목받게 됐다.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마케팅학부 교수 jijyoung.hwang.retail@gmail.com
필자는 한양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의류 브랜드에서 상품 기획 및 마케팅을 담당했다. 이후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국제유통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소비자유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대, 핀란드 알토대와 고려대에서 강의와 연구를 수행했다. 2017∼2018 UNCG 우수강의, 2017 우수연구자 강의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리테일의 미래(2019)』 『리:스토어(2020)』 『쇼핑의 미래는 누가 디자인할까?(2021)』가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1호 Data Privacy in Marketing 2021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