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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217호를 읽고

손현 | 219호 (2017년 2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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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동안 나는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았다. 우선 5년 정도 근무한 대기업 엔지니어링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모터사이클 여행을 6개월 정도 다녀왔다. 여행하는 틈틈이 기록한 글과 사진은 운이 좋게도 출판물로 엮을 수 있었다. 새로운 일자리도 구했다. 새로운 시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매우 작은 규모의 회사다. 현재 일하고 있는 곳은 미디어/콘텐츠 스타트업 PUBLY로, 우리 사회에서 지적 자본이 될 수 있는 유료 콘텐츠 시장을 만드는 것을 미션으로 하고 있다.

그 사이 한국의 기업 환경과 주변도 많이 변했다. 우선 정유/석유 화학, 건설업은 정규직의 채용 규모가 대폭 줄었고, 기존 인원을 감축하는 회사도 많다. 업종을 불문하고 나처럼 회사를 나와 다른 길을 모색하거나, 직접 자신의 비즈니스에 뛰어들거나,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친구도 늘었다.

그동안 트렌드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은 채 내 갈 길 간다고 생각했는데 217호 스페셜 리포트로 실린 ‘Trend 2017’을 보고 관점이 바뀌었다. 내가 해온 모든 소비 활동이나 직업 전환이 트렌드를 이루는 요소였다. 그리고 여전히 이 흐름 안에 속해 있다.

일례로 어머니 회갑 때는 영국의 플라워 브랜드 제인패커(Jane Packer)에서 사온 꽃을 선물로 드리면서 그 사진을 해시태그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어디에서 무얼 하든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했다. 큰 지출을 한 적은 없지만 가성비를 따져 물건을 구매했다. 고급 오디오 대신 보스(BOSE)에서 나온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샀다. 영국 쇼핑몰 미스터포터(MR PORTER)의 세일 기간에 직접 구매한 옷 한 벌도 떠오른다. 비슷한 디자인으로 유니클로에서 판매 중인 상품과 가격이 별로 차이나지 않았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의 용어를 빌리자면 절대가치와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인 셈이다.

트렌드는 어떤 현상이 일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향을 뜻한다. 그럼 트렌드와 유행의 차이는 뭘까? 둘 앞에 붙는 수식어가 다르다. 트렌드는 지속가능하지만 유행은 일시적이다. 그렇다면 현대의 경영자는 무엇을 좇아야 할까? 그 답은 나도 모른다. 기업이 추구하는 전략과 목표 시장의 성향에 따라 다를 것이다. 다만 나는 내부의 목소리에 더 중점을 두는 편이다. 성공한 몇몇 브랜드의 사례를 보면 창업자 자신의 니즈에 기반한 제품이 많았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취나드는 전부터 암벽 등반을 즐겼던 산악인으로 유명하다. 콤팩트 액션 카메라 고프로(GoPro)의 창업자 닉 우드만의 경우 26세 때 세계여행을 떠나 호주와 인도네시아에서 자신이 서핑하는 모습을 35㎜ 카메라로 담다가 아이디어를 얻었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 고객의 요구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편 기업 내부에 있는 밀레니얼세대, 그 다음 세대인 ‘Generation Z’를 잘 관찰해보면 지속가능한 서비스와 제품에 관한 힌트를 얻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트렌드를 만드는 주체다. 나이키 공동 창업자 빌 바우어만은 이렇게 말했다. 나이키의 유명한 광고 카피로도 사용된 그의 말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당신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은 이미 내부에 있다.(Everything you need is already in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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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
DBR 제12기 독자패널(퍼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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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다음 호(220호, 2017년 3월 1호, 2월 다섯째 주 발간 예정)에는 창간 9주년 특집 스페셜 리포트로 ‘극한환경에서의 전략과 리더십’을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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