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스타트업의 길을 택했을 때 철저한 전략 수립만이 성공의 비결이라 믿었던 필자는 예상과 전혀 다른 조직 운영방식에 당황했다. 내가 참여한 스타트업 조직은 계획 수립 과정을 간소화하는 대신 최대한 빠르게 시장에 제품을 내놓고 검증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결국 직접 창업을 하고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경영환경에 처한 상황에서 자원마저도 부족한 스타트업에게는 이것이 성장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한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저금리, 저소비, 장기 경기침체가 ‘뉴노멀(new normal)’이 된 오늘날, 거대한 기업조차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기존 성장모델과 경영 패러다임으로는 성장하는 데 한계가 보인다. DBR 216호는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대에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동아비즈니스포럼에서 다뤄졌던 주제이기도 한데 그 방식은 마치 창업 기업이 성장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철저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과 검증이 중요하다. 톰 피터스 교수는 이를 “WTTMTAMTMMTFW - 더 많은 것을 시도하고, 더 많이, 그리고 빨리 실패한 자가 이긴다(Whoever Tries the Most Things and Makes the Most Mistakes the Fastest Wins)”라고 정리한다. 네이선 퍼 교수는 비행기를 발명할 당시 자금이 부족했던 라이트 형제가 어마어마한 돈을 후원 받았던 랭리를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을 들려주기도 했다. 랭리가 철저하게 계획하고 준비한 뒤 실험을 두 번 기획할 동안 라이트 형제는 수천, 수만번 실험과 실패를 반복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얘기였다.
시장 개척 과정에서도 ‘계획 → 실행’이 아니라 ‘실행 → 검증’ 프로세스를 밟아야 살아남는다는 게 동아비즈니스포럼 참여 연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타마르 시몬슨 교수는 이를 마케팅 관점에서도 설명했는데 “마케터가 기획해 소비자에게 설득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마케터(Marketer)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Other People)이다. 고객에게 직접 실험하고 반응을 정확히 읽어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혁신 DNA를 장착한 기업들에게는 지금의 위기가 무궁무진한 기회의 시기가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동아비즈니스포럼 2016의 강연을 생생하게 전달한 이번 DBR 216호는 경험적으로 막연히 알고 있었던 혁신의 핵심 노하우를 정리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안나현
DBR 제12기 독자패널(ZO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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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다음 호(219호, 2017년 2월 2호, 2월 셋째 주 발간 예정)에는 스페셜리포트로 ‘App Economy’를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