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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as a Practitioner Journal 1

경영 지식과 실천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준 나침반

신동엽 | 74호 (2011년 2월 Issue 1)

어떤 경영지식이 좋은 지식일까? 경영지식의 수월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경영지식은 어디에서 오나? 경영에서 지식과 실천의 관계는 무엇일까? 또 경영지식을 창출하고 확산하는 일을 본업으로 삼고 있는 학계, 컨설팅업계, DBR(동아비즈니스리뷰)과 같은 경영전문지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

이는 경영지식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들에 종사하는 모든 개인과 조직, 매체들이 항상 고민해야 하는 근본적 질문이다. 특히 경영 지식과 실천 모두에서의 획기적 발전에 기여할 수준 높은 지식을 생성하고 확산시키겠다는 미션과 비전 아래 창간된 DBR과 같은 경영전문지는 잠시도 잊어버리면 안 되는 질문들이다.

DBR 창간은 우리나라 경영지식의 생태계에서 전례 없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경영지식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공하려는 중요한 실험이었다. DBR은 기존 대부분의 경영잡지와 달리 독자층이 매우 적을 수도 있는, 어렵고 수준 높은 내용들을 집중 전달하는 특이한 전략을 사용했다. 그러나 초기 우려와 달리 DBR은 창간 후 짧은 시간 내에 국내 굴지의 경영전문지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또 광범위하면서도 열렬한 마니아층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창간 3주년을 맞이해 DBR이 앞으로 우리나라를 넘어서서 글로벌 경영지식의 생태계에서 더욱 중요한 가치창출을 하려면 경영지식의 본질과 원천, 그리고 그 생성과 확산에 관한 깊이 있고 체계적이며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할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매일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경영지식들은 어디에서 온 것이며, 이들 중 진정한 지식은 무엇이고, 지식이 아닌 것은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라는 것이다. 이런 근본적 질문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DBR과 같은 하이엔드 경영전문지의 사회적 역할을 제시하기 위해, 이 글은 경영지식의 원천과 대상에 대한 실증주의와 해석학 간의 지식철학적 논쟁에 초점을 맞춘다.

현대 경영지식의 실증주의적 헤게모니

현대 사회에서 가장 폭넓게 인정되는 경영지식의 원천과 대상에 관한 철학적 관점은 19세기 중후반 이후 자연과학은 물론 사회이론 전 분야들에 강력한 헤게모니를 행사한 실증주의(Positivism). 18∼19세기에 걸쳐 서구에서 계몽주의와 경험주의, 과학혁명이 급속 확산됐다. 지식은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사유나 주관적 판단, 선입관, 편견, 직관, 감각, 감정 등 비합리적 요소들에 의존하지 않고, 최대한 객관적 현상과 사실을 그대로 서술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믿음이 정착됐다. 이는 과학과 합리성의 시대인 20세기에 더더욱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특히 19세기 이후 자연과학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형이상학적 담론을 통한 지식 창출에 몰두하던 철학가들과 사회이론가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자기반성을 했다. 즉 이들은 이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탄생과 죽음, 역사의 발전과 변동, 정신현상, 심리현상 등이 서구 철학은 물론 동양 철학에서도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철학만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하지만 생물학에서 출발한 실험심리학이나 다윈의 진화론 등으로 이는 철학이 아닌 자연과학의 영역이 됐다. 이로써 철학은 근본적인 정체성 위기를 맞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모두 주도한 철학적 관점이 바로 실증주의다. 이는 콩트(A. Comte)를 중심으로 시작된 뒤 20세기 초 슐릭(M. Schlick), 카르납(R. Carnap), 라에헨바흐(H. Reichenbach), 헴펠(C.l Hempel) 등에 의해 발전됐다. 논리실증주의(Logical Positivism)로도 불리는 실증주의는 다른 철학 학파들로부터 다양한 비판을 받았지만, 20세기 현대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20세기 가장 대표적 철학적 조류인 분석철학의 탄생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고, 현대 사회의 주류에 해당하는 지식철학으로 자리잡았다.

실증주의는 초월적이고 형이상학적 사유, 감정, 의지 등 비합리적 요소에서 나오는 지식을 철저하게 배격하고 관찰이나 경험, 실험 등으로 검증 가능한 객관적 사실만을 지식의 대상으로 인정한다. 이런 관점에서 실증주의는 관찰이나 경험 가능한 객관적 사실들 간에 성립하는 인과관계들을 논리적으로 분석해서 이를 보편화하고 일반화해서 지식을 창출한다. 실증주의적 접근은 경영학은 물론,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정치학 등 대부분의 사회과학적 지식 창출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됐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 경영지식의 압도적 다수가 바로 실증주의 철학에 기반한다. 이런 실증주의적 관점에서 경영지식의 목적은 객관적인 실제 경영 현상과 관련 사실들을 최대한 정확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과학적 탐구다. 즉 실증주의적 경영지식의 대상은 실제로 관찰이나 경험할 수 있는 경영현상에 제한된다. 또 경영지식이란 객관적인 경영현상의 서술과 표현, 그리고 분석과 정리로 본다. 따라서 실증주의적 관점에서의 좋은 경영지식은 조직과 경영 현상을 최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서술하고, 표현하고, 정리한 지식이다. 바로 이런 실증주의의 영향을 받아 20세기 초 이래 현대 사회에서는 사회이론이나 사회철학을 자연과학을 모방해사회과학(social science)’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다. 주류 경영학 역시 자신들의 연구 분야를경영과학(management science)’으로 부르기도 한다.

실증주의적 관점에서 과학적 경영지식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겠다. 경영학자들을 중심으로 발전된 경영학에서는 실제로 발생한 경영 현상에 대한 계량적 데이터들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일반화할 수 있는 보편적 지식을 창출하는 실증 연구가 실증주의 관점을 택한 대표적인 예다. 보다 실천적 영역에 속한 컨설팅이나 실무 경영계에서의 실증주의는 모든 상황이나 기업에서 항상 최적의 성과를 창출하는 보편적 경영 지식을 찾으려는 20세기 초의 테일러(F. W. Taylor)를 중심으로 한 과학적 관리법(Scientific Management) 20세기 후반 다른 기업들의 실제 경험에서 높은 성과를 창출한 것으로 인식되는 지식들을 일반화하려는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 접근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실증주의적 경영지식은 그 영역이 학술적이냐 실무적이냐를 막론하고 실제 관찰이나 경험할 수 있는 현상을 분석해서 객관적으로 일반화할 수 있는 논리적 경영지식을 창출하는 것이다.

경험적 지식의 한계와 해석학적 반론

실증주의는 19세기 후반 이후 거의 모든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분야들에서 지식 창출과 판단의 가장 중요한 철학적 기반이 됐다. 그러나 몇 가지 심각한 한계로 인해 끊임없이 비판을 받았다. 그 중에서 특히 관찰이나 경험 가능한 현상만을 지식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실증주의의 가장 중요한 전제가 비판의 표적이 됐다. 그 관찰과 경험이 실제 발생한 현상을 정확하게 포괄할 정도로 충분히 범위가 넓고 고르게 분포돼 있지 않으면 지식 자체의 범위와 정확성을 대폭 축소시키거나 왜곡시킬 수 있다. 즉 실증주의는 관찰자가 직접 경험하거나 관찰하지 못한 현상에 대한 지식의 창출이나 수용을 아예 불가능하게 하는 폐쇄성과 경직성을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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