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olumn
지금까지의 기술 혁신은 대부분 ‘타자(他者)의 혁신’이었다. 산업혁명은 기계를, 정보화 혁명은 정보를, 플랫폼 혁명은 서비스를 바꿨다.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했지만 무엇을 할지 결정하고, 도구를 선택하고, 실행하는 주체는 여전히 사람이었다.
에이전틱 AI(Agentic AI)는 전제를 바꾸기 시작했다. 사람이 목표를 제시하면 AI가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도구를 선택하고, 실행하고, 결과를 확인한다. 사람이 담당하던 선택·운영·실행의 일부가 AI로 이동하는 것이다. 기술 혁신의 축 또한 ‘더 좋은 도구를 만드는 것’에서 ‘누가 선택하고 실행하는가’라는 주체의 문제로 바뀐다.
주체가 바뀌면 위임의 구조 또한 변한다. 시장에선 고객에게 더 많은 것을 위임받는 기업이 힘을 얻는다. 이제 고객은 여러 호텔을 검색해 선택하지 않는다. AI 에이전트에 “출장을 준비해 줘”라고 말한다. 여러 금융상품을 비교하기보다 “내 자금을 관리해 줘”라고 목표를 제시하고, 탐색과 비교, 선택과 실행을 에이전트에 맡긴다. 기업의 경쟁은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에서 고객의 위임을 받기 위한 경쟁으로 바뀐다. 고객의 맥락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는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조언을 넘어 실제 행동까지 얼마나 책임질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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