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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AI 네이티브 시대 프로젝트 관리법

이재하 | 446호 (2026년 8월 Issue 1)
프로젝트 관리의 기본 공식은 ‘분업’이었다. 많은 IT 기업에서는 기획자가 요구 사항을 정리하면 디자이너가 화면을 그리고, 개발자가 이를 구현하며, PM이 전체 일정을 조율했다. 사람마다 잘하는 일이 다르니 일을 직무 단위로 나누고 이후에 다시 회의와 문서로 이어 붙이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AI가 이 공식을 밑바탕부터 흔들고 있다. 일을 쪼개서 수행하며 얻는 분업의 효용보다 쪼개진 일을 이어 붙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통의 비용이 상대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변화의 출발점은 AI로 인한 실행 비용의 급격한 하락이다. 엑셀 정리나 보고서 작성 같은 반복 업무는 물론이고 데이터 분석, 디자인, 개발처럼 별도의 스킬과 경험이 필요하던 업무까지 한 사람이 AI를 활용해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여러 담당자가 논의하고 일정을 맞추는 데 며칠이 걸리던 일이 이제는 프롬프트 몇 번으로 반나절 만에 끝나기도 한다.

실행 비용이 떨어지자 소통 비용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다른 팀에 협조를 요청하고, 동료에게 업무 맥락을 설명하고, 부사수에게 실무를 가르칠 시간에 AI와 함께 직접 해결하는 편이 더 빠른 세상이 된 것이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일을 여러 명이 나눠 수행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면 이제는 한 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해내는 것이 효율적인 경우가 늘고 있다.

필자가 공동 창업한 AI 네이티브 기업 래티스는 올해부터 모든 구성원이 하나 이상의 프로젝트를 ‘주 담당자’로 책임지고, 다른 프로젝트에는 ‘부 조력자’로 참여하는 ‘1주 1부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주 담당자는 AI를 활용해 기획, 디자인, 개발, 고객 소통까지 프로젝트 전 과정을 주도하고, 부 조력자는 회의에 참여하고 작업물을 리뷰하며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여러 명이 역할을 나누는 기존 방식과 달리 한 사람이 AI와 함께 프로젝트를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여서 소통 비용을 줄이고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도 업무가 중단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이 체제의 핵심은 위임과 피드백의 균형이다. 리더는 프로젝트의 목표와 범위만 제시하고 세부 실행은 담당자에게 맡겨 자율성을 보장해야 하며 동시에 주간 프로젝트 회의와 수시 리뷰, 월간 1대1 미팅을 통해 방향을 점검하고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 실제 반년간 운영한 결과 구성원들은 프로젝트의 주인 의식을 갖고 직무의 경계를 넘어 빠르게 성장했다. 반면 매니저에게는 자신의 전문 분야를 넘어 다양한 영역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코치형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졌다. 결국 AI 시대의 조직은 AI를 활용하는 실무자와 자율성을 뒷받침하는 리더십이 함께 갖춰질 때 가장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

AI 네이티브 시대의 프로젝트 관리는 일을 여러 명에게 분배하던 방식에서 한 사람이 일을 통째로 해낼 수 있도록 조직이 받쳐주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던져야 할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중요한 질문은 “이 일에 몇 명을 투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 일을 끝까지 끌고 갈 한 사람은 누구인가”다.
  • 이재하

    이재하

    래티스 공동창업자 & 부대표/CTO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컴퓨터과학·경제학 부전공)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엔터프라이즈 AI 스타트업 래티스를 공동 창업해 계약관리 솔루션 ‘프릭스(Prix)’, 문서관리 솔루션 ‘야드그리드(YardGrid)’, 온톨로지 솔루션 ‘볼트(Vault)’ 등 자체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화, 롯데, HD, KB, 버킷플레이스, 마이리얼트립 등 다양한 기업의 DX/AX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AI 시대의 변화에 관심이 많아 AI 뉴스레터 ‘호박너구리 레터’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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