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Sloan Management Review

‘디지털 레디’ 기업으로 가는 네 갈래 길

247호 (2018년 4월 Issue 2)

유수의 대기업들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여정에 뛰어들고 있지만 목적지도 모른 채 길을 떠나는 회사들이 많다. 본 기사에서 필자들은 디지털 혁신을 위해 기업이 택할 수 있는 4가지 실행 경로를 제시하고 각각의 장단점을 검토할 것이다. 기업의 궁극적 목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아니라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이다. 즉 디지털 역량을 통해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경제에서도 최고 성과를 발휘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필자들은 이런 조직들을 ‘퓨처레디(future-ready)’ 기업이라 부른다.

필자들은 2015년과 2017년 2번에 걸쳐 수백 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1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필요한 조직 역량과 그런 변화가 사업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또한 50여 명의 기업 임원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과정에서 겪은 그들의 경험담을 직접 들었다. 설문조사와 인터뷰에 참여한 임원들은 다양한 산업에 속해 있었고 그중에서도 제조업, 금융 서비스, IT 소프트웨어 & 서비스 관련 종사자들이 가장 많았다. 조사 결과 퓨처레디 기업들은 동종 업계 경쟁사들보다 훨씬 더 뛰어난 사업 실적을 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같은 산업에서도 다양한 경로로 퓨처레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본 기사에서는 이렇게 서로 다른 길을 택한 4개 은행을 살펴볼 것이다. 단스케뱅크(Danske Bank), m뱅크(mBank), BBVA, ING가 그 주인공이다.

퓨처레디 기업이 되는 길

퓨처레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고객 경험과 운영 효율성이라는 2가지 차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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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레디: 퓨처레디 기업들은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고객들과 관계를 맺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혁신도 이룰 수 있다. 이런 회사들은 제품을 무작정 판매하기보다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따라서 고객은 어떤 서비스 채널을 선택하든 훌륭한 경험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기업들은 사업을 민첩하게 운영하며 모듈형(modular) 역량을 갖는다. 데이터를 회사 내 모든 사람이 필요할 때 공유하고 접근할 수 있는 전략 자산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은 디지털 경제에서 경쟁할 준비가 돼 있고 디지털 서비스는 물론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API)를 통해 다양한 파트너와 협업이 가능하다. 이 기준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한 기업 중 23%가 퓨처레디 기업에 속하며 이들은 [그림 1]에 있는 좌표의 1사분면(우측 상단)에 위치한다. 이들의 실적은 동종 업계 경쟁사들보다 평균 16%포인트 더 높다. 즉 어떤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평균 순이익률이 8%라면, 퓨처레디 기업은 24%의 순이익률을 달성한다는 의미다.

복잡한 사일로: 좌표의 3사분면(좌측 하단)에는 설문에 답한 회사 중 지난 수년간 방대한 종류의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한 51%의 기업들이 위치해 있다. 이들의 제품과 서비스는 복잡한 일련의 사업 프로세스, 시스템, 데이터의 지원을 받는다. 그 결과 분열되고 노동 집약적이며 실망스러운 고객 경험을 낳는다. 게다가 제품별로 단절된 회사의 조직 문화는 이런 현상을 더 나쁘게 만
든다.

복잡한 사일로에 해당되는 기업들이 긍정적인 고객 경험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은 직원들의 열정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예를 들어 필자들은 연구를 수행하면서 한 은행 창구 직원이 노인 고객을 대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노인은 해당 은행에서 가입한 6개 상품에 대한 주소 변경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단순한 서비스에 필요한 절차는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복잡했다. 은행원은 20분 동안 그 지역 스포츠팀들에 대한 얘기를 섞어 가며 고객을 친절하게 응대했다. 직원의 노력은 가상했지만 그게 다였다.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확장 가능한 지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설문 내용을 분석했을 때 이 그룹에 속한 기업들의 실적이 저조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들의 순이익률은 동종 업계 평균보다 5%포인트 낮았다.

산업화: 좌표의 4사분면(우측 하단)에 있으면서 디지털 산업화의 특징을 가진 기업들은 사업 운영에 자동화의 모범사례를 적용한다. 이들은 자신들을 강력한 기업으로 만드는 특징들을 활용하고 그 역량을 표준화된 모듈형 디지털 서비스로 전환한다. 이 그룹에 속한 기업들은 주요 임무(보험 청구 처리, 고객 온보딩, 리스크 평가 등)들을 처리하고 이를 조직 전체에서 집행할 때 임무별로 최선의 방법을 택한다. 산업화 기업들은 고객이 가진 고유한 요구 사항들을 빠르고 저렴한 방식으로 충족시키기 위해 회사 서비스를 플러그 앤드 플레이(Plug-and-play, 시스템을 시작하면 자동으로 가동되는 속성-역주) 방식의 모듈 형태로 구성한다. 고객 응대와 영업 활동을 통해 생성된 통합 데이터는 업무와 관련된 직원 누구나 접근 가능한 경쟁력 있는 자산이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프로세스와 의사결정의 많은 요소가 자동화될 수 있다. 필자들이 조사한 기업 중 11%가 산업화 그룹에 속했고 이들의 평균 순이익률은 동종 업계 평균보다 4.6%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된 경험: 좌표의 2사분면(좌측 상단)에 있는 소위 ‘통합된 경험’에 속한 기업들은 복잡한 운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업계 평균보다 더 우월한 고객 경험을 창출한다. 이들 중 일부는 텍사스 샌안토니오에 본사를 두고 군인들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하는 USAA(United Services Automobile Association)가 구축한 선도 모델을 따르고 있었다. USAA는 단순한 상품 판매가 아니라 고객들에게 중요한 생애사건(life events, 새집 장만이나 자녀 출산, 은퇴 준비 등)에 맞춰 개발한 상품들을 중심으로 조직이 구축돼 있다. 필자들은 연구를 수행하면서 고객에게 통합된 경험을 제공하려는 기업들은 훌륭한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개발하고 고객 경험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고객관계 관리자를 많이 채용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분석 도구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고객 경험을 개선하려 했다. 그러나 이런 기업들은 대개 복잡한 비즈니스 프로세스나 기술, 데이터 환경을 단순화하거나 자동화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그 결과 고객 서비스 비용이 도리어 더 높아졌다. 필자들이 연구한 기업의 약 15% 정도가 통합된 경험 그룹에 속했다. 이런 기업의 평균 순이익률은 업계 평균보다 3.6%포인트 정도 낮았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향한 4가지 경로

필자들은 퓨처레디 기업이 될 수 있는 4가지 경로를 확인했다. 각 경로는 좌표의 3사분면(복잡한 사일로)에서 시작하며 그 과정에서 중대한 조직적 파괴가 따른다.

경로 1 표준화 우선주의. 첫 번째 경로를 택한 기업은 복잡한 사일로에서 산업화 분면으로 이동한다. 이 경로는 조직 전체와 외부에서 접근할 수 있는 API 기반의 비즈니스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 구축에 의존한다. 이 루트를 택한 조직들은 전통적으로 활용해 온 프로세스와 시스템의 상당 부분을 없애버릴 수 있다. 그러나 전사적자원관리(enterprise resource planning),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등 굵직한 금융 프로젝트를 맡았던 회사라면 어디든 경험했겠지만 기업의 핵심 프로세스를 교체하는 데는 여러 해에 걸친 긴 시간과 값비싼 비용이 따른다. 이때 다른 프로젝트들은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클라우드 컴퓨팅, API, 마이크로 서비스, 그 밖에 진보된 솔루션 아키텍처들을 통해 이런 산업화 프로세스를 더 빠르고, 덜 위험하고, 덜 파괴적으로 만들 수 있다.2 하지만 경로 1에 착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특히 제품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고객에게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에 변화가 필요하다.3

덴마크 코펜하겐에 본사를 두고 16개국에서 사업을 벌이는 단스케뱅크는 경로 1을 추구하는 기업에 속한다. 이 회사는 2012년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이런 비전을 제시했다: ‘하나의 플랫폼-탁월한 브랜드들(one platform-exceptional brands)’. 단스케뱅크은 이런 접근법으로 6년 만에 5개 은행을 인수하고 영업비용을 절감하는 등 시행 초기부터 일부 수확을 거뒀다. 지난 몇 년간 단스케뱅크는 대부분 시장의 전체 영업 채널에서 기존 금융 상품들을 실시간으로 상품화할 수 있는 일련의 결합된 금융 서비스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다. 주요 은행 서비스의 경우, 관련 업무의 90%가 공유되고 표준화됐다. 이를 통해 관리 구조를 단순화하고 제품 관리 조직들의 군살을 뺐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신용카드 사업을 책임지는 임원이 여러 명 있었지만 현재는 딱 한 명으로 줄었다.4

단스케뱅크의 ‘단일 플랫폼’ 전략은 경쟁사보다 고객 관계를 개선하고 은행의 명성을 높이는 데도 장기적인 혜택을 가져왔다. 2012년 11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5년간 단스케뱅크의 주가는 150% 가까이 치솟았다. 은행은 2012년부터 2015년 사이에 영업 지점 수를 반으로 줄였지만 인터넷뱅킹 거래 수가 엄청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320만 명에 달하는 단스케뱅크 고객 중 약 220만 명이 은행의 인터넷뱅킹 플랫폼을 통해 대금을 지불하거나 계좌 업무를 보고 개인 연금저축을 관리한다. 특히 이 은행의 결제 앱인 모바일페이(MobilePay)는 엄청난 인기를 누리면서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있는 다른 은행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5

경로 2 고객 경험 향상 우선주의. 경로 2는 복잡한 사일로 분면에서 통합된 경험 쪽으로 향한다. 조직 내 여러 사일로가 전체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게 회사의 가장 중요한 전략 목표일 때 이 경로를 택한다. 이 경로는 일반적으로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수행한다. 새롭고 멋진 서비스를 개발하고, 모바일 앱과 웹사이트를 구축하며, 고객센터를 개선하고, 고객관계 관리 담당자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일을 고객 만족도를 실질적으로 높이는 목적에 따라 일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이 접근법을 택한 회사로는 폴란드 바르샤바에 본사를 둔 m뱅크가 있다. 2000년 당시 이 은행의 경영진은 폴란드의 일반 은행들이 제공하는 고객 경험이 전반적으로 형편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m뱅크는 고객 콜센터를 만들고, 온라인 서비스를 개설하고, 다양한 금융상품들을 마련하는 등 일련의 변화를 꾀했다. 은행은 새로운 상품과 기능을 도입하면서 인접 국가인 체코와 슬로바키아로도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6

결국 m뱅크 경영진은 회사의 예전 서비스 플랫폼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결론을 냈다. 은행은 조직이 원하는 유연성과 만족스런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데 고군분투하면서 이대로 가면 문제가 더 악화되리란 사실을 깨달았고 이에 따라 새로운 금융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14개월 만에 완성된 신규 플랫폼은 30초 대출 승인, 모바일 결제, 동영상 채팅, 페이스북 연동 서비스, P2P 계좌이체, 신용카드 없이 ATM으로 현금 인출하기 등 고객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선사했다. m뱅크는 신규 플랫폼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신제품 출시 속도를 단축할 수 있었다. 고객들이 m뱅크 모바일 앱으로 은행 업무를 처리하거나 고객 정보를 변경하면 관련 정보가 영업 지점이나 고객 상담사에게도 즉시 공유된다.

m뱅크는 더 성장하기 위해 회사의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는 비즈니스 채널을 만들었고 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더 광범위한 고객층에게 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비즈니스를 신규 시장으로 확대하거나 직접적 경쟁 관계가 아닌 다른 나라 은행들을 통해 m뱅크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경로 2의 장점은 고객을 우선시하고 고객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높은 고객만족도를 이끌고 매출 증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반면에 가장 큰 단점은 개선된 고객 경험이 이미 복잡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고객 서비스 비용을 높인다는 점이다.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꾸준한 열정이 필요할 것이다.

경로 3 단계적 추진. 경로 3을 취한 회사들은 조직의 초점을 고객 경험 개선에서 사업 운영 개선으로 바꾼 후 다시 고객 경험 개선에 주력하는 방식으로 퓨처레디 기업이 되고자 한다. 즉, 필요에 따라 이 둘 사이에서 중점 추진 목표를 전환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처음에는 프로젝트를 옴니채널 방식으로 이행하는 움직임을 취한다. 그러고는 전통적으로 활용했던 프로세스를 일부 교체하거나 API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사업 운영을 개선하는 전략을 택한다. 이후 회사는 내부 데이터를 더 스마트하게 활용해서 더욱 근사한 일련의 고객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구성한다.

이런 접근법에서는 무턱대고 실행에 나서는 대신에 전 직원이 각각 담당해야 할 임무를 제시하는 로드맵 유무가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 구체적으로 이런 차이를 가늠하는 최선의 방법은 특정 프로젝트가 회사 전체 계획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관리자에게 묻는 것이다. 경로 3의 장점은 촘촘히 조율된 여러 프로젝트로 구성된 각 단계가 위험 요인을 줄인다는 점이다. 반면에 단점은 간간이 발생하는 방향의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고 이런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기업들은 전략 방향의 변화로 직원들의 업무 효율이 줄고 피로도가 늘면서 조직적 타격을 입기도 했다.

경로 3을 택한 회사로는 스페인 빌바오에 있는 BBVA(Banco Bilbao Vizcaya Argentaria Sociedad Anonima)은행이 있다. BBVA의 CEO인 프란시스코 곤잘레스(Francisco González)는 금융 산업에 닥친 위기에 대응하면서 ‘21세기 최고의 디지털 은행’이 되기 위한 일련의 계획들을 2015년에 발표했다.7 BBVA는 고객 경험을 개편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5분 이내에 고객 온보딩 작업을 완수하는 모바일 앱을 2014년에 도입했다. 이 앱은 전자지갑 역할을 하면서 고객들이 은행 담당자와 약속을 잡고 실시간 온라인 상담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또 고객들은 BBVA의 모바일 앱으로 대출 서비스 및 투자 상품 등 자신에게 맞는 상품에 손쉽게 가입할 수 있다. 이런 변화들은 고객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17년 초 기준으로 BBVA은행과 거래를 한 고객들이 실제 지점을 방문한 횟수는 연평균 4회였지만 모바일뱅킹을 이용한 횟수는 동기간 평균 150회였다.

서비스 효율을 높이기 위해 BBVA는 과거에 다양한 시스템과 여러 버전의 데이터를 거쳐 구축된 전통적 사업 프로세스를 없애고 확장과 재사용이 가능한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으로 대체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BBVA는 믿음직한 은행 플랫폼으로 고객들에게 디지털 경험을 제공한다. 이 디지털 플랫폼은 은행의 개방형 API와 다른 역량들을 결합한 새로운 상품 개발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접근법의 가장 큰 장점은 소매업체들과 통신회사, 스타트업을 포함한 다른 회사들도 BBVA의 서비스에 편입돼 자신들의 상품 및 서비스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경로 4 신규 조직 구축. 경로 4를 밟기로 정한 리더들은 기존 조직을 쇄신하려 힘든 싸움을 벌이기보다 퓨처레디 기업으로서 새로운 삶을 개척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을 만든다. 가령 자동차 산업에서 독일 아우디(Audi AG)는 최근 차량을 보유하지 않아도 가능한 실험성 높은 이동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전액 출자로 자회사를 설립했다. 금융업에서는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금융 서비스 기업인 ING그룹(ING Groep N.V.)이 ING 다이렉트(ING Direct)를 통해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ING는 1997년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ING 다이렉트를 출범한 이후 호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미국 등 다른 국가들로 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ING는 이 사업으로 총 9개 국가에서 13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ING 다이렉트는 ATM 서비스를 일부 제공했지만 영업 지점을 별도로 두지는 않았다. 고객들은 전화나 우편, 혹은 인터넷으로 은행과 거래했다. 고금리 예금 상품을 제공하는 모노라인(monoline, 채권보증 서비스만 제공하는 은행-역주) 은행으로 출발한 ING 다이렉트는 대출 및 모기지 상품을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를 점차 추가해 나갔다.

각 국가에 있는 ING 다이렉트 법인은 자율적으로 사업을 운영했지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표준화 비즈니스 솔루션과 기술 플랫폼 요소들은 공유했다. 모듈을 재사용해서 사업 운영비를 낮추는 동시에 저축 이율은 높이고 대출 이율은 낮출 수 있었다.8

ING 다이렉트는 수년간에 걸쳐 브랜드와 문화, 제품, 플랫폼, 파트너를 독자적으로 확립했다. 필자들은 연구를 하면서 경로 4를 택한 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모기업과 변형된 자회사를 한데 통합하는 일이란 걸 확인했다.

비즈니스 모델부터 문화, 심지어는 응대하는 고객들까지 거의 모든 요소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경로 4를 택한 다른 회사들의 모기업들과 마찬가지로 ING도 ING 다이렉트의 성공적인 분사 전략을 찾아내야 했다. ING 다이렉트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나라마다 사업 방식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이다. 2008년에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호주와 스페인 등에서는 ING 다이렉트 사업이 지속됐지만 미국과 캐나다, 영국을 포함한 일부 법인은 매각됐다.9 ING는 2021년까지 데이터 및 지원 기능은 국가와 제품 라인 전체에 공유하면서 디지털 뱅킹 플랫폼을 하나로 표준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10

경로 4의 장점은 퓨처레디 기업이 되기 위한 고객 기반과 인력, 문화, 프로세스, 시스템을 처음부터 새롭게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시스템과 사일로적 병폐, 조직 문화 등을 해결할 필요가 없다. 다만 새로운 사업체가 일단 성공하면 그 조직을 모기업과 어떻게 통합하느냐가 넘어야 할 장벽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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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 정하기

퓨처레디 기업이 되려는 조직의 경영진은 어떤 경로를 택할지(사업 환경과 사업부 등을 고려해)는 물론 얼마나 공격적으로 움직일지도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동종업계 경쟁사들 대비 회사의 현재 위치(순추천지수와 순이익 같은 지표들을 기초로)부터 파악해야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 최적 임원을 결정하는 일도 거쳐야 할 중요한 단계다.11 임원 결정 조건은 회사의 상황, 산업 환경, 경영진이 원하는 사업 방향에 따라 다를 것이다.

● 현재 회사가 업계 평균 수준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있고 디지털 파괴의 위협이 높지 않다면 경로 1(표준화 우선주의)이 적당하다. 변화를 이끌 수장으로는 CIO가 가장 적당하다.
● 현재 회사가 제공하는 고객 경험이 업계 평균보다 현저히 떨어지고 즉각적인 개선이 요구되거나 우려할 만한 경쟁자들이 등장했다면 경로 2(고객 경험 우선주의)를 택해야 한다. 경로 2를 책임질 리더로는 기술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추고 있으면서 고객 경험 향상에 대한 열정을 가진 임원이 적당하다.
● 현재 회사가 제공하는 고객 경험에 문제가 있지만 큰 변화를 이끌 만한 계획을 한두 개 갖고 있다면 경로 3(단계적 추진)이 적당하다. 일단 그 계획들부터 시작한 다음 운영 측면에 집중하고 세부 단계들을 반복해 나가라. 최고디지털책임자(CDO)가 경로 3을 맡기에 적당하다.
● 신규 조직을 구축하는 경로 4는 기업 생존을 위해 조직 문화나 고객 경험, 사업 운영을 바꿀 만큼 충분한 시간이 없을 때 택할 수 있다. 경로 4를 이끌 책임자로는 CEO나 COO가 좋다.

이사회든, CEO든, 고위경영진이든 일단 회사가 경로를 택했다면 본격적으로 어려운 작업이 시작된다. 디지털 시대는 조직을 새롭게 창조하려는 리더들에게 엄청난 기회다. 디지털 시대에 최강자가 되려면 퓨처레디 기업이 되는 동시에 다재다능한 수완을 발휘해야 한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고객 경험 개선을 위해서도 조직을 꾸준히 혁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퓨처레디에 실패한 기업들은 새로운 스타트업, 다른 산업에서 넘어온 업체들, 기존 조직에서 살점을 떼어낸 민첩한 경쟁자들로부터 연이은 공격을 수없이 당하며 죽음의 고통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신중하지만 현실적인 조언으로 연구의 결론을 내려고 한다. 필자들은 최근 국제 금융 서비스 산업에 속한 한 기업의 CEO 및 임원진과 함께 디지털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필자들은 참석자들에게 기사에서 설명한 4가지 경로를 통해 회사가 최근 3년 동안 택한 디지털 변화의 여정을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회사의 임원진이 발표를 끝낸 후 CEO가 발표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CEO는 복잡한 사일로 분면에서 시작해 위로 올라간 다음, 그 오른쪽의 퓨처레디 분면으로 이동한 후 아래로 내려와 원래의 위치로 복귀하는 일련의 움직임을 그렸다. 결과적으로는 원형 곡선이 여러 번 반복되는 식이었다. CEO는 발표를 마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뭐, 저희가 일부러 이런 식으로 경로를 짰던 건 아닙니다. 업계 대비 객관적인 지표를 사용하다 보니 이런 식으로 움직이게 됐네요.”

그는 자신의 견해를 밝힌 다음 경영진에게 회사가 나아갈 경로를 택하고 그 방향을 고수하라고 당부했다. CEO의 조언은 훌륭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이사회, 직원, 파트너, 고객을 포함한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회사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으며, 그곳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알고 있어야 한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7년 가을 호에 실린 ‘Is Your Company Ready for a Digital Future?’를 번역한 것입니다.

피터 바일(Peter Weill @peterdweill)은 MIT 슬론 경영대학원에 있는 정보시스템연구센터(CISR, Center for Information Systems Research)의 회장이자 수석 연구원이다.
스테파니 L. 뵈르너(Stephanie L. Woerner @SL_Woerner)는 같은 연구센터의 연구원이다. 이 기사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9224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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