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Sloan Management Review

디지털 변혁의 핵심은 '대담함', 기존 고객 대신 새 고객 세그먼트 개발을

232호 (2017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질문

기성 기업들은 디지털 변혁에 어떤 식으로 접근할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디지털화는 일반적으로 기존 기업들의 이익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 기업의 전체 전략에 통합되는 대담하고 규모 있는 대응책이 성공 가능성을 가장 높일 수 있다.

- 기존 회사들은 대부분 이런 접근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편집자주


이 글은 2017년 여름 호에 실린 ‘The Best Response to Digital Disruption’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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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업종에 있든 오늘날의 관리자들은 디지털 변혁의 중대성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고 있다. 가장 의외로 여겨지는 산업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어 상조(相助) 서비스를 생각해보자. 사랑하는 이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일만큼 개인적이고, 세심하며, 인간의 손길이 필요한 사업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독일 베를린에서 상조 업체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는 이 시장에서도 인간미는 떨어지지만 더 경제적인 옵션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1  공격적인 디지털 업체들의 등장은 1990년대 후반에 전례 없이 치열한 경쟁을 일으켰다. 온라인 할인 업체들은 우월한 시장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검색 엔진 최적화 기법을 활용했다. 그 결과 기존 업체들은 새로운 디지털 업체뿐 아니라 기존 경쟁사에도 뒤지지 않도록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시장에 진출해 고객 관계 및 명성보다 가격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디지털화가 발휘하는 파괴적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고 그 속도 또한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주장에 반박할 임원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디지털 파괴의 규모가 어느 정도고, 기존 기업들이 대대적으로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험적 증거는 놀라울 정도로 드물다. 조직의 리더들은 회사가 문제에 직면했으며, 이에 어떻게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옳은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는 데 지침으로 삼을 만한 정보는 거의 없다.


맥킨지(McKinsey & Co.)는 이런 간극을 좁히기 위해 기업의 C레벨(최고경영자급) 임원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설문조사를 실시함으로써 디지털화가 산업 전반에 어떻게 전개되고 있고, 기존에 사업을 해오던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파악했다. (‘연구내용’ 참고.) 일부 주목할 만한 예외를 제외하면 ‘그다지 훌륭하지 못하다’가 현재 기업들의 실태였다.


맥킨지 연구팀은 조사 결과 다음과 같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

● 조사 국가들 공통적으로, 디지털화는 기존 기업의 수익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이는 두 개의 루프 효과(loop effects), 즉 디지털 진입자로 인해 발생하는 경쟁과 기존 기업들 간의 다툼으로 발생하는 경쟁이라는 두 가지 경쟁의 고리를 통해 나타난다. 즉 디지털 진입자들은 파괴적 모델을 통해 기존 기업들을 경쟁 상황으로 내몰고, 기존 기업들은 디지털 파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기들끼리 더 극심한 경쟁을 하게 된다.
 
● 이런 2가지 루프 효과는 조직들이 공격 태세를 갖춰야 함을 말해 준다. 즉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보다 더 큰 규모로 개발된 성공적 디지털 전략이 최대의 성과를 가져올 수 있고, 디지털화가 초래한 극심한 경쟁 상황도 상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연구 결과는 더 나아가 기업이 경쟁에 필요한 대담한 대응 전략을 고안할 때에는 적어도 2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1) 기존 고객들에 국한하지 말고 새로운 고객 세그먼트에 집중하라. (2) 자동화를 통한 비용 및 노동력 절감에 의존하는 대신 시장을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세분화하는 데 집중하라.

 
필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극소수의 기업만이 디지털 파괴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 90%의 기업들은 어떤 형태로든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대담하고 규모 있는 전략으로 대응해 왔다고 말한 기업은 고작 16%에 그쳤다. 또한 30%의 기업만이 고객의 요구 사항들을 서로 분류하고 합치거나 시장을 다시 세분화하는 새로운 방법들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여기서 희소식은 디지털 파괴에 완전히, 그리고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거나 그 과정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창출하지 못한 조직이 당신의 회사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어떤 산업에 속해 있든 조직의 리더들은 아직 대담한 디지털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기회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파괴의 2가지 루프

 
디지털화는 다차원적 개념이다. 디지털화가 공급망에서는 자동화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또 유통 및 고객 관련 활동에 대한 새로운 플랫폼도 될 수 있고, 가상화되거나 전자화된 상품이 될 수도 있으며, 제품 기반에서 서비스 기반으로 상품 형태가 바뀌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 모든 변화들을 고려할 때 맥킨지의 조사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기업 매출의 35% 정도가 디지털화를 통해 창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기존 기업들이 특정 영역에서 완전한 디지털화를 이루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예를 들어 조사 응답자 중 자신의 회사 제품들이 근본적으로 디지털화돼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고작 5%였고, 회사의 주요 사업 프로세스가 고도로 디지털화돼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6%에 그쳤다.

 

이 수치들이 가리키듯 디지털화가 아직은 비교적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일부 리더들은 디지털 활동들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고(혹은 디지털화를 신중하게 추진해 나갈 여유가 있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가정은 위험하다. 새로운 디지털 진입자들이 지역 및 산업 전반에 걸쳐 이미 매출을 상당 수준 가로챘기 때문이다. 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디지털 진입자들이 평균적으로 시장 매출의 17%를 점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83%만이 기존 기업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

 

성공적인 신규 진입자들은 이중으로 위협을 드러낸다. 이들은 자신들이 창조한 새로운 모델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데 상당한 우위를 차지한 상태에서 업계의 다른 회사들까지 새로운 디지털 방향을 향해 나아가도록 내몬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기업들은 디지털 진입자들을 따라잡기 위한 경쟁에 가담한다. 디지털 진입자들이 전 세계 매출의 17%를 차지하지만 디지털 분야 매출만 놓고 보면 그중 47%를 차지한다. 실제로 디지털화가 더 많이 진행된 부문에서는 디지털 진입자들이 이미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통신 부문의 경우에는 이들 진입자가 디지털 시장의 56%를 점령한다. 금융서비스 부문에서는 기존 기업들과 신규 디지털 진입자들이 시장 매출을 50대50으로 분할한다.

 

첫 번째 루프: 디지털 진입자들이 기존 기업들을 위협. 디지털 역량을 갖춘 진입자들은 기존 기업들의 순이익을 위협하는 새로운 경쟁 역학을 창조하고 있고, 그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다. 2009년에 스마트폰 앱으로 도입된 구글 맵스 내비게이션(Google Maps Navigation)이 18개월 뒤 어떻게 됐는지를 기억해 보라. 독립형 GPS 기기를 제조하는 선도 기업들의 시가 총액 85%가 그대로 증발해 버렸다.2

 

또 새롭게 등장한 여러 디지털 업체들이 초래한 위협에 직면한 은행 업계를 생각해 보라. 예를 들어 중국의 전자상거래 거인인 알리바바그룹(Alibaba Group Holdings Ltd.)은 불과

7개월 만에 중국 최대의 머니마켓펀드(MMF) 운용사가 됐다. 3 소셜미디어 회사인 페이스북은 2016년 10월에 아일랜드중앙은행(Central Bank of Ireland)과 라이선스를 체결함으로써 유럽연합(EU)의 28개 전체 회원국에서 전자화폐를 발행하고 고객들에게 계좌이체 같은 지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4 구글도 지메일(Gmail) 사용자들에게 e메일 첨부 파일로 현금을 지급할 수 있는 송금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효과가 위의 사례들처럼 엄청나지 않을지라도 이런 새로운 경쟁 역학은 위협적이다. 공격자들은 단지 시장점유율만 뺏는 게 아니다. 그들은 종종 가격에 압박을 가하고, 고객 행동을 바꾸며, 업계 경쟁사들 사이에서 가치가 분산되는 방식도 바꿔버린다.

 

디지털 진입자들의 영향력을 산정하기 위해 필자들은 디지털화와 기업의 성장 간의 관계를 측정하는 여러 계량경제학 방정식을 사용했고, 이를 통해 기존 기업들의 대응 방식을 바꾸고자 했다. 분석 결과,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파괴가 기존 기업들의 매출 성장을 30% 낮추고, 이자 및 법인세 차감 전 이익(EBIT) 성장을 25% 감소시켰다.

 

디지털 진입자들이 잠재 수요를 매년 약 0.5%씩 높임으로써 산업 규모를 확대한다고 해도 이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기존 기업들의 몫을 공격적으로 탈취하고 있다. 그 결과 기존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은 해마다 평균 약 2%포인트씩 디지털 진입자들의 몫으로 대체되고 있다. 게다가 디지털 진입자들은 기존 업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림으로써 판매된 제품당 매출수익을 연간 2%씩 감소시킨다. 언뜻 보면 효과가 미미한 것 같지만 이는 기존 기업들의 이윤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준다. 10%의 이익률에서 2%포인트가 떨어지는 것은 20%의 수익성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필자들은 디지털화가 더 진행된 산업일수록 이에 대응하지 않는 기존 기업들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이 더 커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5  이를테면 하이테크 분야에서는 디지털 파괴에 대응하지 않는 기존 기업들의 매출 성장 궤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이 다른 부문들에서의 평균 영향력보다 4배나 더 높았다. 소매 및 운송 분야가 받는 부정적 영향력은 평균보다 50% 더 높았다. 반면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평균의 60% 수준이었다.

 

분석 결과를 보면 성장 속도가 느린 기업들이 디지털 파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장률 측면에서 하위 25%에 속하는 기업들은 상위 25% 기업들보다 디지털 파괴에 의해 감소된 연간 매출이 3배나 더 높았다.

 

두 번째 루프: 붉은 여왕 효과를 조심하라. 디지털화의 첫 번째 루프가 기존 기업들에 미치는 고통은 조직의 리더들도 대부분 직관적으로 알고 있지만 기존 기업들 간의 상호 반응에 의해 나타나는 두 번째 루프가 주는 상처 또한 심각하다. 필자들은 디지털 파괴에 대한 기존 기업들의 대응이 ‘붉은 여왕 경쟁(Red Queen competition)’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6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전통 기업들은 자기 강화 과정에 따라 적극적인 모방-처음에는 디지털 진입자에 맞서, 그다음에는 기존 경쟁사들에 맞서-에 착수한다. (이런 유형의 경쟁을 붉은 여왕 경쟁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Glass)>에서 유래한 말로, 붉은 여왕이 경주에서 단지 그 자리에 멈춰 있기 위해서도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역설적인 경쟁 상황을 일컫는다.)


붉은 여왕 경쟁의 전형적인 예로 UPS(United Parcel Service)와 페덱스(FedEx) 사이에서 흔히 목격되는 익일 배송 서비스(overnight package-delivery) 관련 디지털 맞대응 전략을 들 수 있다. 수년간 진행된 이들의 경쟁을 보자. 두 회사 중 한 곳이 핸드헬드 기기 등을 통해 배송 정보 및 온라인 택배 추적, 웹 해운 서비스 등을 관리하는 디지털 혁신 서비스를 도입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 기업도 서비스에 비슷한 기능을 추가해 왔다. 이 두 경쟁사는 상대의 대응 움직임에 또다시 맞대응하는 전략을 끊임없이 구사하면서 점점 더 혁신보다는 모방이 우선시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7

 

온라인 진입자들이 전통적 상조 업체들의 서비스 방식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 사실 경쟁 활동에서 발생하는 그런 변화는 다른 업종에서도 일반적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금융 서비스에서 모바일뱅킹 이용률이 높아지고 현금 지급 서비스에 대한 기준과 가격을 새롭게 설정하면서 기존 은행들도 수수료를 내리거나 없애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됐다. 여러 금융 기술 벤처들이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도이치은행은 벨기에에서 은행을 슈퍼마켓에 비유하는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광고는 슈퍼마켓 계산원이 고객이 구매한 제품뿐 아니라 영수증을 인쇄한 비용이나 매장 컨베이어 벨트 사용료, 혹은 고객 카드를 소지하지 않은 데 대한 비용을 청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만약 슈퍼마켓도 은행처럼 당신을 대한다면 어떨까요?”란 질문을 던진다. 이 광고는 다음과 같은 카피로 끝난다. “슈퍼마켓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청구한다면 당신은 용납하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왜 은행에서는 용납하나요? 이제 도이치은행으로 바꾸세요.” 경쟁으로 인해 일어난 효과적인 변화가 기존 업체들의 맞대응 모드를 이끌면 수익이 줄지라도 그런 움직임을 따라야 하는 압박이 생긴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또 다른 예를 찾을 수 있다. 집카(Zipcar)나 블라블라카(BlaBlaCar), 우버(Uber Technologies) 같은 온라인 진입자들이 차량 공유 개념을 기초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자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은 유사 사업에 주목하며 투자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차량 공유라는 신흥 시장의 접근성이 확대되고 신뢰도가 높아졌다. 2008년에 다임러는 독일 울름(Ulm)에서 카투고(car2go)라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자사 직원들을 통해 시험했다. 현재 카투고는 일반 대중들도 이용할 수 있으며 2016년 말 기준으로 유럽 전역 30개 도시와 미국, 중국에서 1만4000여 대 차량이 운영되고 있다. 2011년에는 BMW그룹도 식스트(Sixt AG)와 파트너십을 맺고 드라이브나우(DriveNow)라는 유사 서비스(미국에서는 리치나우(ReachNow)라는 이름으로 출시)를 도입했다. 2016년 10월 기준으로 BMW의 디지털 플랫폼은 12개 도시에서 약 4000대의 BMW와 미니 차량을 운영하고 있으며 보고된 바에 따르면 사업도 이미 흑자를 내고 있다. 8 2016년 12월에 폴크스바겐그룹은 모바일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모이아(MOIA)라는 별도 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작년 초 제너럴모터스(GM)도 메이븐(Maven)이라는 유사 사업에 착수했으며, 파리에 본사를 둔 PSA그룹은 자체적으로 프리2무브(Free2Move)라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편 포드자동차는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셔틀 밴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인 채리어트(Chariot)를 6500만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기업들이 출시하는 디지털 벤처 사업들이 확산되면 새롭게 등장하는 모바일 모델에 경쟁 압박이 가중되고 수익성은 떨어진다. 다임러와 BMW는 규모의 경제를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자신들의 사업체인 카2고와 드라이브나우의 잠재적 합병을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9

 

기존 기업들은 붉은 여왕 경쟁에 빠져 상당한 타격을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필자들은 계량경제 연구를 통해 디지털 파괴가 기업의 성장 궤도에 미치는 전체 효과를 평가한 후 첫 번째 루프와 두 번째 루프가 일으키는 부정적 효과의 비중을 각각 측정했다. 그 결과를 보면 2가지 루프가 기존 기업의 매출 및 이익을 잠식하는 데 비슷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지털화가 없었을 경우의 글로벌 시장과 비교했을 때, 산업 전반적으로 디지털 신규 진입자들과 붉은 여왕 경쟁자들은 각각 기존 기업들의 매출 및 이익 성장을 평균 30% 정도 줄였다.

 


대담한 대응의 필요성

 

필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디지털 파괴의 2가지 루프에 제대로 대응해 오지 못했다. 2가지 차원의 디지털화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 활동들을 측정한 결과, 일반 기업들은 새로운 경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기업 전략을 충분히 조정하지 않았으며 대규모의 디지털 변혁을 추진하지도 않았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임원 중 3분의 2는 자신들의 기업 전략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으며 5개 기업 중 한 곳만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에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더군다나 설문 결과를 보면 디지털 전략을 개발한 회사들 중에서도 더 광범위한 기업 전략을 고려해 준비한 곳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회사의 디지털 전략과 전반전 기업 전략이 완전히 통합돼 있다고 말한 사람들은 C레벨 임원들 중 25%밖에 없었다.

 

필자들은 디지털 파괴에 대한 기업의 대응 수준을 약함, 중간, 약간 대담, 대담이라는 4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각 회사는 전략적 대응의 강도(‘무대응이나 임시 대응’부터 ‘장기적인 기업 전략의 변화’까지)와 디지털 기술에 대한 경쟁사 대비 투자 규모(‘매우 낮은 투자’부터 ‘매우 높은 투자’까지)를 기준으로 4가지 유형 중 하나로 분류됐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의 22%는 디지털 파괴에 대해 약한 대응을 했고, 28%는 중간 수준의 대응을 했다. 과감한 전략을 구사했거나 디지털 사업에 상당히 높은 투자를 감행한 34%의 기업들은 약간 대담한 그룹으로 분류됐다. 설문 대상 중 나머지 16%의 기업들은 필자들이 규모 있고 대담한 디지털 전략이라고 이름 붙인 대응을 취했다.

 

대응의 강도와 통합 정도를 모두 고려했을 때, 디지털 파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회사의 전반적인 기업 전략에 디지털 전략을 완전히 통합한 기업은 기껏해야 8% 정도였다. 이는 기업들이 굉장한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증거였다. 필자들의 분석 결과, 대담하면서도 기업의 전체 전략에 완전히 통합된 성공적인 대응만이 디지털화 이전보다 이후에 더 높은 매출과 이익 성장을 이끌 수 있었다.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2가지 루프 효과라는 논리로 다시 돌아가 보자. 디지털 압박에 어떤 대응을 하든 기업들은 그와 비슷한 강도로 붉은 여왕 경쟁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업계에서 월등한 성과를 내려면 다른 기업들보다 훨씬 더 대담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걸 뜻한다. 게다가 단지 대담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진입자들에 맞서 적절한 대응을 펼쳐야 한다. 디지털 진입자들은 보통 파괴적 힘을 발휘하므로 기존 기업들도 이에 상응하는 파괴적이고 빠른 대응을 보여야 한다. 이런 접근법으로 신규 디지털 업체에 경쟁 기반을 뺏기지 않는 동시에 대응이 느린 기존 기업들로부터 이득을 취해야 한다.

 

필자들은 여러 가지 전략적 대응이 매출에 일으키는 영향력을 분석함으로써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그 과정에서 3가지 분명한 메시지도 얻을 수 있었다.

 

● 기존 기업들은 보통 무대응보다 대응 전략을 취하는 편이 낫다. 디지털 사업은 대개 업계에 존재하는 잠재 수요를 활용해 시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확대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예전보다 음악과 동영상을 더 많이 즐기는 이유는 온라인에서 더 쉽게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다양한 제품들을 더 많이 구매하려는 것도 판매자들이 기존 구매자들을 통해 상품을 효과적으로 추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사업에서 오는 이런 혜택도 2가지 루프가 일으키는 부정적 효과로 상쇄되며 그 결과 디지털 대응의 순수 효과는 전반적으로 평범한 수준이 된다.

 

● 일반적으로 대규모의 대담한 대응은 약간 대담한 대응의 2배 효과를 내고, 중간 수준 대응의 3배 효과를 낸다. 물론 이런 숫자는 산업 유형별로 다르지만 차이가 크지는 않다. 이를테면 통신과 하이테크 분야에서 기업의 대담하고 규모 있는 디지털 대응은 중간 수준의 대응보다 2.5배 더 높은 성과를 냈다. 제조업에서는 그 차이가 2.2배였으며 소매업과 미디어 분야에서 효과는 1.9배 차이가 났다. 이런 결과를 기반으로 필자들은 중간 수준의 대응이 연간 EBIT 성장률에는 1.5%포인트, 그리고 매출 성장률에는 2%포인트 가치가 있으며, 대담하고 규모 있는 대응은 EBIT 성장률에 4.5%포인트, 그리고 매출 성장률에 6%포인트 가치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디지털 진입자가 처음 등장했을 때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을 감안해도 긍정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 디지털 파괴의 영향을 피하거나 그 안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략을 기업의 전체 전략에 통합해야 한다. 대응 전략의 대담함과 통합성 측면이라는 기준에 부합되는 회사들은 디지털화 이전보다 연간 매출 성장률과 EBIT 성장률에서 3∼4%포인트의 가치를 창출했다.

 

3가지 기회. 조사 결과, 대담한 전략을 통해 디지털 변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런 기업들에는 3가지 공통적인 전술이 있었다.

 

1. 새로운 고객 세그먼트 개발. 디지털 변혁에 성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비용 절감이나 자동화, 서비스 개선을 추진해 기존 사업을 방어하는 대신 새로운 고객 세그먼트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다. 벨기에의 대표적 무료 동영상 방송 업체인 메디알란(Medialaan NV)은 젊은이들의 동영상 소비가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메디알란은 탁월한 데이터 요금제를 가진 가상 이동통신 사업자인 모바일 바이킹스(Mobile Vikings)를 인수하는 대담한 전략을 취했다. 메디알란은 플랑드르(네덜란드어를 사용하는 벨기에 북부-역주) 지역의 10대들을 위한 동영상을 제공하는 선도적인 소셜플랫폼으로 탈바꿈함으로써 데이터 요금제까지 포함해 사업 기반을 다각화했고, 그동안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던 10대라는 새로운 세그먼트와 관계를 새롭게 구축함으로써 이들에게 자사의 TV 프로그램들을 더 효과적으로 광고하게 됐다. 메디알란은 젊은 고객층 확대에 성공한 몇 안 되는 전통 방송사 중 하나다.

 

2.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도입. 혁신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고수해 온 전략들을 스스로 파괴하는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적으로 도입한다. 금세기 초,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십스테드미디어그룹(Schibsted Media Group)은 다른 대부분의 매체들도 신문 사업에서 공통적으로 목격한 현상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신문의 안내 광고(classified, 주로 구인·구직 용도로 신문에 내는 항목별 광고) 요청이 줄고 있다는 것이었다. 십스테드는 회사의 가장 중요한 수익원 중 하나가 죽어가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는 대신 인쇄 매체에서의 안내 광고 사업을 자진 중단하고 이를 무료 온라인 시장으로 변경하는 결정을 내렸다. 오늘날 십스테드그룹의 수입 중 80% 이상은 소비자 전자상거래 플랫폼 매출에서 얻는 수수료로 창출된다. 10

 

3. 가치사슬 재정의. 호주 연방은행(CBA· Commonwealth Bank of Australia)은 디지털 진입자들이 자신들의 지불 서비스를 위협하기 시작하자 이에 정면으로 맞서는 전략을 택했다. 지불 서비스에만 집중하는 대신에 전자기기와 앱 생태계를 관리하는 오픈 결제 플랫폼인 파이(Pi)를 개발했다. CBA는 파이 플랫폼을 다른 외부 개발자들에게 개방하면서 안드로이드 기반의 POS 단말기인 알버트(Albert)를 자체적으로 개발했고, 이를 파이 지불 플랫폼에 완전히 통합했다. 알버트 단말기에는 카드 리더기와 프린터가 결합돼 있고 전용 앱도 있어서 결제 이상의 다양한 기능들을 수행할 수 있었다. 파이 플랫폼을 처음 채택한 곳 중 하나로 연료 공급업체인 모가스리저널(Mogas Regional Pty. Ltd.)의 모기업이자 호주 남부의 노스 애들레이드(North Adelaide)에 본사를 둔 어슬링인베스트먼트(Earthling Investments Pty. Ltd.)가 있었다. 이들은 모가스리저널의 주유소에서 고객의 결제를 처리하는 데 알버트를 사용했고, 이를 통해 판매 데이터를 더 신속하게 수신할 수 있었다. 11 파이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사업 생태계가 은행의 전통적인 가치사슬을 파괴했지만 덕분에 CBA는 디지털 진입자들에 맞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당시 은행의 대출 서비스도 온라인 검색 플랫폼이나 주택 담보 플랫폼들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었다. 이에 CBA는 증강 현실 앱을 개발해 회사의 디지털 가치 사슬을 새롭게 정립했다. 고객이 자신의 아이폰 카메라를 집 쪽으로 맞추면 해당 부동산의 거래 이력과 지역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고객이 구매하고 싶은 부동산을 발견하면 해당 앱에서 바로 대출 신청서도 제출할 수 있기 때문에 CBA는 신규 디지털 업체 및 기존 은행들 대비 강력한 디지털 입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디지털 파괴는 피할 수 없으므로 기업은 어쨌든 대응에 나서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기업들은, 혹은 적극적인 대응을 취하지 않는 기업들은 매출과 이익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담한 대응 전략을 대규모로 추진하고, 디지털 전략을 기업의 전체 전략에 완전히 통합시킨 회사는 후발 기업들의 매출과 수익까지 가져오면서 신규 경쟁자와 기존 경쟁자 모두를 제치고 더 높이 부상할 수 있다. 

 
자크 뷔갱(Jacques Bughin)은 맥킨지 브뤼셀 사무소의 시니어 파트너이자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McKinsey Global Institute)의 이사다.
니콜라스 반 지브로크(Nicolas van Zeebroeck)는 브뤼셀자유대(Université libre de Bruxelles) 솔베이 경제·경영대학원의 혁신 및 디지털 경영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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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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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내용

최근 맥킨지는 C레벨 임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화에 대한 대규모 설문조사에 착수했다. 이 조사에는 60여 개 국가의 2000개 전통 기업들과 맥킨지가 기존에 활용해 오던 1만5000여 개 패널이 참여했다. 기업 패널은 런던에 본사를 둔 칸타르(Kantar) TNS가 맥킨지 대행으로 관리한다. 조사 결과는 기밀로 유지됐고, 답변의 질을 높이기 위해 쉽게 옵트아웃(Opt-out)할 수 있는 옵션을 만들었다. 조사 질문에는 기업의 매출 및 EBIT 성장, 디지털 사업의 투자수익률, 디지털 역량과 디지털 사업 매출의 절대 수치 및 경쟁사 대비 수치, 디지털 파괴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 디지털 전략에 대한 기업의 집중 정도, 디지털 투자 규모, 디지털 역량, 디지털화를 위한 조직 구조, 조직의 일반적 도전 과제, 경영진의 지원 정도 등이 포함됐다.i) 이 연구는 조사를 통해 얻은 데이터 세트를 가지고 기업의 성과, 디지털 변혁 프로그램, 디지털화를 따르는 기업들의 움직임에서 발생하는 역학 간 연결고리를 정식으로 분석했다. 또한 기존 기업들이 디지털 파괴라는 새로운 힘에 맞서 어떤 최선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지 지침을 주기 위해 고정 효과 모형(fixed effects model, 각 독립변수의 효과가 반복 연구를 해도 동일한 특성의 효과임을 나타내는 통계 모형-역주)과 주요 회귀 기법을 포함한 계량경제학 접근법을 활용했다.ii) 


i) J. Bughin, L. LaBerge, and A. Mellbye, “The Case for Digital Reinvention,” McKinsey Quarterly, February 2017, www.mckinsey.com.

 

ii) J. Bughin and N. van Zeebroeck, “The Case for Offensive Strategies in Response to Digital Disruption,” Université libre de Bruxelles, iCite working paper number WP021-2017, www.solvay.edu/sites/upload/files/WP021- 2017.pdf.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