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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고객참여형 가격결정, 友軍을 만든다

마르코 베르티니 (Marco Bertini) | 159호 (2014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마케팅

질문

기업은 어떤 상황에서 고객을 가격 결정에 참여시켜야 하는가?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기업이 직접 가격을 정하는 방식이 보편적이긴 하지만 고객과 함께 가격을 정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고객이 직접 가격을 정하는 경우도 있다.

- 가격을 결정할 때 고객의 의견을 반영하면 맞춤형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며 고객의 참여를 높일 수 있다.

- 고정된 가격에서 탈피하겠다는 결정은 조직에 영향을 미치며 비용을 초래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4년 여름 호에 실린 ESADE 경영대학원 마케팅 경영 부교수 마르코 베르티니(Marco Bertini), 런던경영대학원 마케팅 부교수 오데트 쾨니히스베르크(Oded Koenigsberg)의 글 ‘When Customers Help Set Prices’를 번역한 것입니다.

 

 

대다수의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가격 결정을 민감하고 비밀스러운 업무로 여겨왔다. 경영진에게는 비용을 회수하고 적절한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근본적인 의무가 주어진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가격 결정 모형(pricing model)이 핵심 역량 중 하나인가?’ ‘가격 결정 모형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이와 같은 2개의 질문에 대한 답이 모두그렇지 않다라면 가격 결정 방식을 재고해야 할 때가 됐을 수도 있다.

 

필자들은 차별화를 통해 이윤 창출을 꾀하는 관리자들을 위해 이 글을 썼다. 자사가 얼마든지 실현 가능할 법한 상당한 규모의 이윤을 놓치고 있으며 제품 차별화를 통해 매출과 이윤을 늘릴 방법을 찾고 있다면 의외의 파트너, 즉 고객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가격 결정과 같은 중요한 비즈니스 활동에 고객을 참여시킨다는 발상이 불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많은 기업들이 제품 디자인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개선하기 위해 고객을 동원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관리자들은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이 곧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고객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물론 고객에게 이와 같은 활동에 대해 전적인 재량권을 부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고객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고객을 가격 결정에 참여시킨다고 해서 마치 양자택일(all-or-nothing)하듯 고객에게 가격에 대한 전권을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관리자들은 완전한 감독(complete oversight)에서부터 완전한 위임(complete delegation)에 이르는 다양한 가격 결정 모형 중 원하는 모형을 택할 수 있다. 자사가 활동 중인 시장의 특성에 부합하며 발생할 수도 있는 실질·잠재 비용을 제한하는 접근방법을 택하면 된다.

 

필자들은 가격 결정에 대한 전통적인 시각을 최신 연구 및 최신 관행과 결합시키려 한다. 기존 접근방법과 최신 접근방법을 더해 관리자들이 얼마만큼의 가격 결정 권한을 유지하고 얼마만큼의 가격 결정 권한을 고객에게 내줘야 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간단한 틀(simple framework)을 제시할 계획이다. (‘연구 내용참조.)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기업이 가격 결정에서 빠지고 가격 결정팀을 해체하는 한편 고객에게 원하는 가격을 지불할 권한을 줘야 한다고주장할 생각은 없다. 대신 기업들은 가격 결정 접근방법(쇄신해야 할 때가 된 비즈니스 부문)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연구 내용

가격 결정 모형에 대한 연구 자료는 심각할 정도로 분열돼 있다. 각 모형에 관한 연구 자료를 찾아보면 해당 모형의 핵심 요인들을 따로 떼어내 필요 이상으로 심층적으로 연구한 글이 수십 개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대다수의 글은 실제 경영 전선에서 활동하는 관리자들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작성됐다. 필자들은 학문적인 부분에만 치중하지 않고 기업들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겪은 다음과 같은 3개의 경험을 적극 활용했다. 첫째, 필자들은 기업들이어떤 식으로 가격을 결정할 지보다얼마의 가격을 부과할지를 결정하는 데 필요 이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둘째, 자사가 혁신적인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가치 회수(value extraction)에 똑같은 혁신 정신을 적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가치 창출뿐 아니라 가치 회수를 통해서도 중대한 혁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가격 결정은 조직이 가장 철저하게 보호하는 활동 중 하나였다.

 

필자들은 가격 결정에 대한 관리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이 글은 다양한 학문 연구(주로 가격 차별 및 참여 중심의 가격 결정 전략)와 오랫동안 필자들이 지속해 온 가격 결정 분야의 연구(공식적인 분석 모형, 실험실 실험, 현장 실험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연구) 및 기업들과의 상호 작용을 모두 통합하고 해석한 결과물이다.

 

어떤 방식으로 가격을 결정할지 선택하라

가격 결정 모형은 해석하기 힘들고 비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IT의 발달과 함께 등장한 가격 결정 모형은 특히 그렇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어떤 가격 결정 접근방법이 시장 우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가격 결정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할까? 고객과 협력해야 할까? 고객에게 결정권을 줘야 할까? 기업들이 자사에 가장 적합한 가격 결정 방법을 택할 수 있도록 가격 결정과 관련된 3개의 보편적인 원리(기업이 직접 가격을 정하는 방식, 협력을 통해 가격을 정하는 방식, 고객이 가격을 정하는 방식)를 소개하고 각 방식 내에 존재하는 구체적인 모형을 제시할 생각이다.1  (그림 1)

 

그림 1고객 참여 연속체

 

기업이 직접 가격을 정하는 방식.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본적으로하나의 고정 가격(single fixed price)’을 정한 다음 해당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모든 사람에게 판매하는 접근방법을 활용한다. 물론 조직 내에서적절한(right)’ 가격을 찾는 방법을 두고 의견이 분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접근 방법하에서는 기업이 가격을 전적으로 통제하는 반면 고객은 방관자 역할을 하게 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고정 가격은 1860년대 초반이 돼서야 널리 확산되기 시작했다. 당시 존 워너메이커(John Wanamaker)는 필라델피아에서 자신이 경영하는 첫 번째 소매매장의 문을 열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워너메이커는 만인이 신 앞에서 평등하다면 모두가 똑같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하나의 고정 가격을 활용하는 방안은 경제적으로 봤을 때 비효율적이다. 사실 고객들은 제품의 가치를 저마다 다르게 평가한다. 따라서 하나의 가격을 채택하면 좀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은 사실상 할인을 받게 되고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지불하고자 하는(그렇긴 하지만 여전히 수익성에는 도움이 되는) 사람들은 구입을 포기하게 된다.2

 

가격에 변동성이라는 요소를 추가하면 이와 같은 비효율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것이 바로맞춤형 가격(personalized price)’이다. 맞춤형 가격을 책정하려면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구매 환경이나 지불 의사에 영향을 미치는 고객의 특성 및 행동을 파악해야 한다. 예컨대,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은 미국의 대형 사무용품 업체 스테이플즈(Staples)가 웹사이트에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여러 고객에게 각기 다른 가격을 제안한다고 보도했다. 스테이플즈는 가격을 조정할 때 고객이 오피스맥스(Office Max)나 오피스디포(Office Depot)의 오프라인 매장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특히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마찬가지로, 홈디포(Home Depot)는 고객이 위치한 동네와 인터넷 검색 기록을 토대로 맞춤형 가격을 제시했다. 맞춤형 가격을 활용하는 세 번째 사례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여행업체 오비츠(Orbitz)를 들 수 있다. 오비츠는 사용자가 질문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컴퓨터 플랫폼이 무엇인가에 따라 각기 다른 호텔과 가격을 제시했다. 인구통계적으로 유사한 특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놓고 봤을 때 맥(Mac) 사용자가 일반 PC 사용자에 비해 하룻밤 숙박료로 최대 30%가량 더 많은 금액을 지불했다.3

 

하지만 맞춤형 가격을 성공적으로 활용하려면 세 가지 요소가 충족돼야 한다. 첫째, 기업이 다량의 우수한 데이터를 갖고 있어야 한다. 둘째, 맞춤형 가격을 활용하려고 할 때 등장할 가능성이 큰 조직적인 도전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고급 분석 기법을 적극 활용하려면 경영 방식과 인사 정책이 바뀌어야 할 수도 있다.4 셋째, 맞춤형 가격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고객들의 반발에 대비해야 한다.

 

맞춤형 가격을 활용하면 가격이 올라갈 수도 있고 내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전후 사정과 고객 정보를 토대로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 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Coca-Cola)는 외부 온도를 근거로 각기 다른 가격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한 후 많은 비난을 받았다. 사실, 맞춤형 가격을 활용하는 방식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충분히 고민하는 기업은 드물다.5

 

가격 결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두 번째 방법으로가격 메뉴(price menu)’를 들 수 있다. 가격 메뉴를 만들려면 여러 개의 소매 가격을 관리하고 고객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 관리자들은 둘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첫째, 하나 이상의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 여러 제품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portfolio of products)를 개발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좋은 제품, 좀 더 나은 제품, 가장 뛰어난 제품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활용할 수 있다. 둘째, 기본적인 제품(basic product)을 제공하되 자사에 도움이 되는 여러 구매 조건을 반영해 가격 메뉴를 구성할 수 있다.

 

폴크스바겐그룹(Volkswagen Group)은 제품 포트폴리오 접근방법을 활용해 폴크스바겐, 아우디(Audi), 포르셰(Porsche), 람보르기니(Lamborghini) 등 다양한 브랜드의 자동차를 판매한다. 고객은 자신에게 최대의 순만족(net satisfaction)을 선사하는 조합(브랜드와 가격, 제품 특징으로 이뤄진 조합)을 선택할 수 있다. 폴크스바겐그룹은 판매량을 최대로 늘리는 동시에 매출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자신이 지불하고자 하는 금액에 가장 가까운 가격의 자동차를 선택하도록 고객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매 조건(purchase-requirement) 접근방법을 활용하는 기업들은 고객들이 조기 구매, 대량 구매, 빈번한 구매 등 특정한 구매 조건을 충족시킬 경우 가격을 할인해준다. 이와 같은 판매 방식이 기업의 수익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고객은 기업의 요구 조건을 따랐을 때 발생하는 비용이나 불편함을 감수해도 좋을 만큼 가격이 충분히 인하되는지 판단한다. 기업들은 자기잠식(cannibalization)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다시 말해서 고객이 정가를 지불할 의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하게 가격을 깎아주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가격 메뉴를 활용하는 접근방법이 고객들에게 좌절감을 안길 수도 있다. 고객이 자신에게 어떤 선택권이 있는지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어떤 제품이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고객들이 판매자가 솔직하지 못하며 필요 이상으로 많은 제품을 구매하도록 고객을 조종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동통신, 은행, 에너지 등 서비스 부문에서 이런 반응이 관찰되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고객이 자신에게는 어떤 권한도 주어지지 않고 의무적으로 구매 조건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면 자율성을 되찾기 위해 판매자의 요구를 거부할 수도 있다. 예컨대, 휴대전화 앱을 통해 승객과 운전자를 연결해주는 샌프란시스코의 운송 서비스 우버(Uber)는 최근 성수기가 되면 고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운다는 이유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협력을 통해 가격을 정하는 방식.

상호적인 가격 결정 접근방법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언급할 만한 가치가 있는 3개의 협력 모형으로 경매(auction)와 원하는 금액을 말할 수 있는 경매(name-your-own-price auction), 협상(negotiation)이 있다. 경매 방식을 활용하는 기업은 잠재 구매자들에게 구매 권리를 놓고 입찰을 하도록 권유한다. 경매 방식이라고 하면 흔히 골동품, 수집할 가치가 있는 물품, 미술품, 그 외 희귀한 제품 등이 연상된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좀 더 익숙하게 여기는 환경에서도 경매 모형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웨스트 할리우드에 위치한 티켓 판매 기업 티켓마스터(Ticketmaster)는 인기 있는 공연의 티켓을 판매하기 위해 경매를 활용한다. 인기 있는 공연의 티켓을 판매할 때 경매 방식을 적용해 해당 공연을 가장 가치 있게 평가하는 사람에게 티켓을 판매하는 것이다. 구글(Google) 역시 광고 판매를 위해 경매 방식을 활용한다. 구글에 광고를 싣고자 하는 광고주들은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페이지 내에서 눈에 잘 띄는 위치에 광고 링크를 싣기 위해 좀 더 많은 돈을 걸고 입찰에 응한다.기업의 조달 부서들은 공급업체들 간의 가격 경쟁을 부추기기 위해 비즈니스 시장에서 경매 방식을 활용한다. 정부 역시 민간 부문에 희귀한 자원(채굴권, 이동통신용 전자기 스펙트럼 주파수 등)을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할 때 경매 방식을 활용한다.

 

구글에 광고를 싣고자 하는 광고주들은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페이지 내에서 눈에 잘 띄는 위치에 광고 링크를 싣기 위해 좀 더 많은 돈을 걸고 입찰에 응한다.

 

경매 입찰 규칙과 최종 가격을 결정하는 프로세스는 매우 다양하다. 최고 입찰 가격이 최저 경매 가격(reserve price)에 못 미칠 경우 판매자에게 판매를 무효화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경매 방식도 있다. 반대로, 판매자에게 이런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마찬가지로, 판매자가 경매 내용을 공개할 수도 있고 비밀에 부칠 수도 있다. 세부사항이 어떻건 고정된 가격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협력을 통해 가격이 결정된다.

 

원하는 금액을 말할 수 있는(Name-your-own-price) 경매란 고객에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독특한 경매 방식이다. 이 방식을 활용할 경우, 구매를 원하는 개인이 구매 가격을 제시하면 기업이 해당 가격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 있고 좀 더 높은 가격으로 역제안할 수도 있다. 예컨대, 아메리칸항공(American Airlines), 버진애틀랜틱(Virgin Atlantic) 등 여러 항공사들은 뉴욕에 기반을 두고 있는 플러스그레이드(Plusgrade)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한다. 항공사들은 플러스그레이드를 활용해 승객들에게 직접 원하는 가격을 기입해 좌석 업그레이드를 요청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방식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두 가지다. 첫째, 구매자가 주도권을 갖는다. 이런 경매 모형하에서는 구매자가 기업에 접근하고 관심을 표시하며 기꺼이 동의할 수 있는 좁은 범위의 가격 외의 나머지 가격을 모두 배제시킨다. 둘째, 기업이 자사나 자사 제품의 정체성을 감추기 위해 중개인을 활용하면 거래와 관련된 세부사항이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사실, 프라이스라인(Priceline)이나 그린토(Greentoe) 같은 온라인 소매업체를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면 안전하게 재고를 떨어낼 수 있다. 전통적인 경로에서 정가에 판매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매출이 줄어들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협상을 통한 가격 결정은 가장 상호적인 협력 모형이다. 협상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상담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이 통용되는 비즈니스 시장과 일부 소비 시장에서 흔히 관찰된다. 스페인 빌바오에 본사를 두고 있는 BBVA를 비롯한 은행들이 협상 방식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들은 대출 상품에 적용되는 표준 금리를 미리 정해두는 한편 지점 관리자들에게 재량권을 부여해 대출을 받는 상대에 따라 대출금리를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호텔 산업 내에서는 스페인 팔마데마요르카에 위치한 바르셀로호텔앤리조트(Barcel Hotels & Resorts) 본사가 협상 방법을 활용한다. 140개가 넘는 호텔을 운영하는 바르셀로호텔앤리조트 본사는 모든 호텔의 객실 요금을 직접 결정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개별 호텔을 관리하는 경영자에게 여행사, 전문 여행업자, 기타 중개업체 등과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그 외에도 여러 부문에서 서비스를 놓고 협상을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영국에서 2013년에 실시된 2개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좀 더 나은 거래 조건을 요구한 휴대전화 사용자 86%와 같은 요구를 한 유료 텔레비전 사용자 85%가 원하는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가격을 깎는 데 성공한 휴대전화 사용자 42%와 유료 텔레비전 사용자 26%는 일시적인 가격 인하가 아니라 영구적인 가격 인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6

 

보편적으로 이야기하면 협상은 경매보다 좀 더 은밀하며 덜 체계적이다. 또한 인간 관계의 상태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협상은 단순한 가격 결정 메커니즘, 그 이상이다. 협상은 양측이 서로에 대해서 배워가는 과정이다. 뿐만 아니라 협상 과정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대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협상은 서로 다른 당사자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결국, 뛰어난 협상 능력을 가진 고객들이 최종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발언권을 갖게 된다.

 

 

고객이 가격을 정하는 방식.

고객이 원하는 만큼 가격을 지불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기업은 고객에게 가격 결정 책임을 위임한다.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가격을 지불할 수 있다. (심지어 아예 지불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신 판매자는 고객의 역할을 존중해야 한다.7 유명한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는 처음 설립된 2001년 이후 줄곧 이 모형을 활용해 왔다. 하지만 고객이 가격을 정하는 방식은 2007 10월이 돼서야 널리 알려졌다. 당시, 영국의 록밴드 라디오헤드(Radiohead)는 별도의 가격을 책정하지 않은 채 새로운 앨범 <인 레인보우스(In Rainbows)>의 디지털 다운로드 버전을 공개했다. 요즘은 은행을 비롯한 주류 서비스 부문들마저도 고객에게 가격 결정 권한을 위임하는 방법을 활용한다.8

 

고객이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고객들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판매자의 가치를 약화시키려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임 승차자를 경계하라참조.) 최저 가격(price floor)을 정해두면 이런 위험을 완화시킬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가격을 지불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신생 소셜 전자상거래 플랫폼 제너러스(Generous)가 바로 이런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도록 고객을 부추기는(nudge) 데 도움이 되는 지침을 개발하거나 지불 금액을 제안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뉴욕에 위치한 본보이어드벤처트래블(Bonvoy Adventure Travel)은 여행 상품을 구성하는 여러 비용 중 줄일 수 없는 경성 비용(hard cost)을 나열하고 추가로 어떤 요소가 더해져 소매 가격이 탄생했는지 명확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본보이어드벤처트래블은탄력 가격(flex pricing)’ 접근방법을 도입해 고객들에게 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비디오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하는 험블번들(Humble Bundle)은 고객이 원하는 가격을 지불하는 방식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험블번들은 구매자들에게 원하는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뿐 아니라 게임 개발업체와 자선단체, 험블번들 운영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돈을 나눠주고 싶은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이런 접근방법은 고객들에게 자사가 공정하고 이타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 험블번들은 설립 후 첫 3년 동안 5000만 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렸다. 그중 2000만 달러가 넘는 돈은 전자프런티어재단(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 샌프란시스코에이즈재단(San Francisco AIDS Foundation), 미국적십자(American Red Cross) 등 자선단체에 돌아갔다.9

 

무임 승차자를 경계하라

고객에게 가격 결정에 대한 발언권을 줬을 때 고객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악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고객이 자가 이익을 추구하고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가격 결정 모형은 무임 승차(freeloading)를 막는 이상적인 안전 장치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서 고객이 개인적인 가치 판단을 공개했을 때 최대의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가격 결정 모형을 설계해야 한다. 예컨대, 가격 메뉴를 개발할 때는 고객들이 개인적인 지불 의사에 가장 근접한 가격을 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성공적인 경매를 원한다면 사람들이 경매의 대상이 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솔직하게 의견을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경매를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정도의 정확성을 반영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대안을 살펴보자.

 

1. 기업들은 기준을 활용해 고객을 살살 부추길 수 있다.i

훌륭한 사례로 뉴욕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을 꼽을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방문객이 원하는 만큼 관람료를 지불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웹사이트에는 성인에게 25달러를 기부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과 더불어 다음과 같은 설명이 게재돼 있다. ‘전시회 비용을 충당할 수 있도록 권고 금액을 전액 지불해 주시기를 요청합니다.’ 험블 번들(Humble Bundle)은 구매자들에게 원하는 만큼 돈을 지불해도 좋다고 이야기하는 한편평균 가격을 상회할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돈을 낼 것을 권장한다. 뿐만 아니라 가장 많은 돈을 낸 고객 목록과 이들이 지불한 가격을 공개하는 등 많은 돈을 내는 구매자들에게 특전을 제공한다.

 

2. 기업이 시장 규범을 존중하기보다 공정성, 이타주의, 호혜주의로 대변되는 사회적 규범을 강조할 수 있다.ii

디즈니(Disney)는 방문객들이 놀이동산 내에 있는 놀이기구를 타는 동안 촬영한 사진을 판매하면서 원하는 만큼만 돈을 내는 방식을 시범적으로 활용했다. 놀랍게도 원하는 만큼 돈을 내는 방식을 도입하자 놀이기구 탑승객 1인당 이윤이 상당히 증가했다. 하지만 탑승객들에게 지불 금액의 절반이 자선단체에 기부된다는 사실을 알린 경우에만 이윤이 증가했다. 원하는 만큼 가격을 지불하는 방식이 사람들에게 개인적인 아량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iii

 

3. 즉각적인 사리 사욕을 추구했을 때 장기적으로 어떤 부정적인 결과가 벌어질지 고객들에게 알릴 수 있다.

거래가 일회성에 불과하거나 거래 빈도가 잦지 않은 경우라면 고객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행동 방식이 타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양측이 모두 장기적인 거래를 바라는 경우라면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가격 결정 모형이 재무적으로 실행 가능해야만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충분한 숫자의 고객이 합당한 금액을 지불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면서까지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만일 고객이 이 같은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기꺼이 좀 더 많은 돈을 지불할 가능성이 크다.iv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라

기업은 가격을 결정할 때 고객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의견을 구해야 할까? 적절한 가격 결정 모형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2개의 중요한 요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상황이 다르다. 다시 말해서, 모든 시장이 다른 시장과는 다른 문제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특정한 환경에는 적합한 가격 결정 모형이 다른 시장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모형이 특정한 환경에 가장 적합한지 파악해두면 도움이 된다. 둘째, 하나의 고정된 가격에서 탈피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면 여러 가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가격 결정 프로세스를 실행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비용이 발생할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좀 더 복잡한 프로세스로 인해 실수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

 

시장을 이해하라.

최고의 가격 결정 접근방법을 찾아내려면 관리자들이 최대 4개에 달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필요가 있다.

 

1. 첫 번째 질문은 고객이 제품을 얼마나 가치 있게 여기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고객들의 제품 평가에 중대한 차이가 있는가?’ 만약 이 질문에 대한 답이그렇지 않다라면 고객들에게 가격 결정 프로세스 참여를 요청할 이유가 없다. 또한 관리자들이 통제권을 유지하고 계속해서 하나의 고정 가격을 활용하는 편이 낫다.

 

2. 하지만 각기 다른 여러 고객 집단이 인지하는 제품의 가치에서 중대한 차이가 관찰된다면 고객을 가격 결정에 참여시켰을 때 이익을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라면 다시 두 번째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우리 회사가 확신을 갖고 여러 고객들이 어떤 식으로 다르게 평가하는지 증명해 보일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그렇다이고 핵심적인 가치 동인(driver of value)이 잘 알려져 있으며 관찰 가능하다면 맞춤형 가격을 제시하는 방법이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치 동인이 알려져 있지 않거나 가치 동인을 확인하기 힘든 경우라면 고객들이 선택을 통해 자신이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릴 수 있도록 가격 메뉴를 개발해도 좋다.

 

3. 사실 맞춤형 가격을 실행하거나 빈틈없는 가격 메뉴를 설계하기 위해 필요한 노하우를 갖추지 못한 기업이 많다. 이런 경우에는 관리자들이 세 번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고객들은 우리 회사 제품이 자신에게 얼마만큼 가치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을까?’ 만일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그렇지 않다이며 고객들이 자사 제품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고 생각된다면 협상을 비롯해 기업과 잠재 고객이 상호 작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가격 결정 모형이 필요하다.

 

4. 반면 고객이 이미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각자 다르게 평가하며 기업은 고객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미리 알기 어려운 경우라면 마지막 질문으로 넘어가야 한다. 우리 회사 제품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까?’ 만약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그렇다라면 경매 방식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경매 방식을 활용하면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장 높이 평가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그럴 수도 있다라면 수요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가격 인하 압력이 거세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계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가격을 결정하기 전에 수요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이런 경우라면 원하는 금액을 말할 수 있는 방식의 경매 모형(name-your-own-price auction model)이 적절할 수도 있다. 만일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이그렇지 않다라면 고객이 원하는 만큼 가격을 지불하는 모형(pay-as-you-wish model)을 시도해볼 수도 있다. 판매량이 늘어나더라도 비용이 거의 늘어나지 않는 디지털 제품의 경우라면 특히 이런 모형을 활용해볼 필요가 있다. 공급이 많고 고객의 평가가 저마다 다르다면 고객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진짜 가치(이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확인하거나 측정할 수 없는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고객이 직접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을 활용하면 고객에게 개인적인 선호도를 드러낼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비용을 이해하라.

어떤 가격 결정 모형을 활용할지 결정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두 번째 요소는 비용이다.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하려면 투입되는 자원(, 시간 등) 역시 점진적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관리자들은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얼마나 많은 자원이 필요할지 평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관리자들은 한층 증대된 복잡성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평가해야 한다. 어떤 가격 결정 방법을 택하건 문제는 있다. 예를 들어, 맞춤형 가격을 제시하려면 고급 분석 기법과 전문 인력에 투자해야 한다. 가격 메뉴를 활용하면 자기잠식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가격 메뉴를 정하려면 다양한 가격을 고려하고 조정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뿐만 아니라 경매를 진행하고 운영하려면 성가신 일들이 뒤따른다.

 

대개 다양한 제품 라인을 관리하거나 구매 빈도가 잦은 소수의 제품을 판매하는 복잡한 기업들은 한층 심각한 비용 문제에 직면한다. 예컨대 대형 식료품 판매업체가 수천 개에 달하는 SKU의 가격을 놓고 고객들과 직접적으로 경매를 하거나 협상을 벌이기는 힘들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면 고객과의 협상이 좀 더 수월해질 수도 있다. 예컨대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프라이서(Pricer)는 단 몇 초 만에 매장에 부착된 제품 가격을 업데이트하는 전자 시스템을 개발했다. 프라이서의 전자 시스템을 활용하면 수작업으로 제품 가격을 조정하는 경우에 비해 훨씬 적은 비용이 든다. 프라이서는 프랑스에 있는 카르푸(Carrefour) 매장과 유럽, 아시아, 남미에 위치한 일부 카르푸 매장에서 1200만 개가 넘는 디지털 가격표를 관리하고 있다.10

 

눈여겨봐야 할 또 다른 두 가지 요소로 제품의 변동비(원자재 및 공급되는 제품의 비용, 인건비 등)와 인지 비용(cognitive cost, 가격 결정 모형이 고객에게 요구하는 비용)이 있다. 첫 번째 비용, 즉 원자재 비용은 가격 결정 권한을 위임했을 때 발생 가능한 재무 위험을 나타내는 대리 지표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원자재 비용은 관리자의 가격 결정 모형 선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고객이 원하는 만큼 돈을 내는 가격 결정 방식(pay-as-you-wish pricing)을 생각해 보자. 관리자들은 투입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기만 해도 마음이 불안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관리자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기업체가 원하는 금액을 말할 수 있는 경매 방식(name-your-own-price)이나 고객이 원하는 만큼 돈을 내는 방식(pay-as-you-wish), 혹은 그 외 유사한 가격 결정 모형이 디지털 제품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디지털 제품의 경우 판매량이 늘어날 때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이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미미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비용, 즉 고객에게 요구되는 인지 비용 역시 중요하다. 가격 결정에 참여하려면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지 비용은 고객의 의욕을 꺾고 고객이 구매를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관리자들은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런 문제를 완화시킬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고객을 가격 결정에 참여시키면 단순한 효율성 개선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먼저, 고객의 참여를 늘릴 수 있다.

 

효율성 개선 이외의 효과

시장에서 생성된 가치 중 좀 더 많은 부분을 획득하기 위해 고객의 의견을 구한다는 아이디어는 직관적이고 설득력 있다. 하지만 고객을 가격 결정에 참여시키면 단순한 효율성 개선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먼저, 고객의 참여를 늘릴 수 있다.11 고객에게 가격 결정 참여를 요청하면 고객에게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 또한 권한을 부여하면 그만큼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면 고객은 단순히구매를 할지, 구매하지 않을지결정을 내리기만 하면 된다. 다시 말해서 해당 제품에 표시된 가격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결정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가격에 대한 발언권이 주어지면 고객은 해당 제품이 실제로 자신에게 얼마만큼 가치 있는지 결정하려는 한층 커다란 동기를 느끼게 된다. 물론, 이 같은 접근방법은 고객에게 좀 더 커다란 부담을 안긴다. 하지만 고객을 가격 결정에 참여시키는 방법은 고객의 참여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고객의 의견을 가격 결정에 반영하면 맞춤형 가격을 활용할 수 있다. 맞춤화라 하면 관리자들은 대개 고객의 요구와 욕구를 고려해 제품의 특징을 수정하는 방식을 떠올린다. 하지만 관리자들은 가격 역시 제품이 갖고 있는 여러 특징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간과한다. 지불 가격이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신호 역할을 하는 경우(: 고가의 사치품)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맞춤형 가격을 제시하는 전략이 고객을 사로잡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고객에게 자신의 능력과 자원, 가치관 등과 관련된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무언가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셋째, 고객 의견이 기업이나 제품에 대한 정보를 표시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워싱턴 벨링햄에 위치한 소프트웨어·전자책 출판 기업 로고스바이블소프트웨어(Logos Bible Software)는 일부 전자책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원하는 금액을 말할 수 있는 경매(name-your-own-price auction) 방식을 변형시킨커뮤니티 가격 결정(community pricing)’ 방식을 활용한다. 로고스는 직접 가격을 정하는 대신 고객들에게 특정한 전자책이 출판될 경우 얼마만큼의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다수의 고객들이 제안한 가격을 근거로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수익성에 도움이 될 정도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면 로고스는 해당 전자책을 출판한다. 또한 해당 가격이나 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고객들은 최종적으로 결정된커뮤니티 가격(community price)’을 지불하고 전자책을 구입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고객들이 해당 전자책을 구매할 때는 좀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12

 

 

 

제품 자체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자사가 판매하는 제품에 확신이 없는 기업은 가격에 대한 결정 권한을 고객에게 양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가격 결정권을 아웃소싱한다는 것은 곧 뛰어난 품질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고객에게 가격에 대한 발언권을 부여하면 경쟁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13 많은 기업들이 경쟁 상대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 위해 가격 전략을 활용한다. 고객에게 좀 더 커다란 가격 결정권을 부여하면 사실상 품질, 관계 관리 등 다른 측면으로 경쟁의 초점을 이동시킬 수 있다.

 

고객을 참여시켜라

마케팅 부서들은 고객과 친밀감을 쌓는 데 많은 관심을 보인다. 또한 연구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고객 행동과 경쟁 기업의 동태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하지만 고객을 가격 결정에 참여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그다지 폭넓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14 중개인이 거래 조건을 결정하며 규제가 심한 환경하에서는 고객을 가격 결정에 참여시키기가 힘들다. 기업이 애당초 가격 결정권을 내줄 권한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고객에게 가격 결정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무책임하거나 위험천만할 정도로 비생산적인 경우도 있다. 첫째, 가격 결정이 혁신이 가능하거나 혁신이 바람직한 영역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의 경우, 가격을 결정할 때 가치 확보보다는 비용 회수에 초점을 맞춘다. 둘째, 가격 결정과 관련된 대화는 극비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 탓에 가격 결정과 관련된 대화가 고객에게 알려질 가능성이 낮다. 마지막으로, 어떤 식으로든 가격 전략의 성과를 주기적으로 분석하는 기업은 드물다.

 

고객을 가격 결정에 참여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면 중요한 우위를 가질 수 있다. 특히, 가치를 포착하고 좀 더 효율적으로 차별화를 추구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객 참여를 강화하고 맞춤화의 범위를 확대하며 기업의 가치관이나 제품의 품질에 대한 신호를 보내 경쟁을 완화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고객 참여가다다익선(more is better)’이라는 말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분야는 아니다. 적절한 방식으로 고객의 참여를 유도하려면 관리자들이 환경을 파악하고, 추가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세심하게 고려하고, 선택 가능한 모든 방안들을 두루 평가해야 한다.

 

많은 관리자들이 한때는 탄탄한 성장세를 자랑했던 여러 시장이 점차 생기를 잃어가고 있으며, 모방 제품이 등장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고, 예전보다 의미 있는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다고 불평한다. 고객과 함께 새로운 가격 결정 전략을 개발하면 새롭게 흥분감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마르코 베르티니오데트 쾨니히스베르크

마르코 베르티니(Marco Bertini)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ESADE 경영대학원의 마케팅 경영 부교수다. 오데트 쾨니히스베르크(Oded Koenigsberg)는 런던경영대학원 마케팅 부교수다. 이 글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5419에 접속해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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