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제국의 기억, 영국해군을 살찌운다

124호 (2013년 3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맥킨지쿼털리>에 실린 ‘Leadership Lessons from the Royal Nav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영국 해군은 기강이 잘 잡혀 있고 지휘통제가 원활하게 이뤄지며 14000만 제곱 마일의 바다를 누비는 조직이다. 함정이나 잠수함만큼 힘든 환경도 드물다. 하지만 영국 해군에 관해 연구를 진행하던 중 전쟁을 이끌어나가는 엔진이라 표현할 수 있을 법한 이런 조직들이소프트(soft)’ 리더십을 바탕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제한된 구역 내에서 소규모 팀을 이끄는 장교들에게 쾌활함(cheerfulness)과 효과적인 스토리텔링(storytelling)만큼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은 없다. 사실 필자는 소프트 리더십의 중요성이 영국 해군이 활용하는 훈련 방식의 토대가 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다시 말해서같은 자원을 보유한 두 집단이 동일한 일을 할 경우 집단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구성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노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좀 더 부드러운 기술을 구사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리더가 있는 집단이 승리한다는 개념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이다.

 

필자는 기업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영국 해군에서 활용하는 원칙을 비즈니스 리더(경영대학원 교수 및 의사소통 전문 고문으로 일하는 동안 알게 된 수많은 리더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들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쉽게 설명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 설명하는 내용 중 일부는 1963년 이후 처음 발행되는 영국 해군의 새로운 리더십 안내서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것들이다. 작년에 출판된 <영국 해군 리더십 안내서>1 는 전례 없을 정도로 오랜 기간 동안 광범위하게 진행된 연구를 토대로 한다. 뿐만 아니라 필자가 영국 해군의 장교 훈련 과정과 바다에서의 생활상을 직접 관찰한 내용 역시 리더십 안내서에 포함돼 있다.

 

영국 해군이 중요하게 여기는 수많은 소프트 리더십 기술 가운데 앞서 언급한 쾌활함과 스토리텔링을 강조하고자 한다. 두 가지 모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요소였던데다 적용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영국 해군이 주는 교훈을 적용하는 방식은 조직마다, 그리고 개인마다 다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교훈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하다 보면 고위급 경영진이 소프트 경영 기술 및 뛰어난 성과 간의 관계에 대해 참신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쾌활함이 중요하다

비관론자를 따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또한 누구든지 쾌활해지는 쪽을 택할 수 있다. 직장에서 사람들에게 행복한 기분을 선사하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져 있었다.2 어떤 환경에 처해 있건 쾌활한 리더는 자신감과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퍼뜨린다. 영국 해군은 이 같은 사실을 본능적으로 이해한다. 함정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것은 언제나 함장이다. 함장이 우울해 하면 함정의 분위기도 우울해진다. 게다가 기분은 전염성이 강하다. 대부분의 해군 함정에 승선하는 승무원들의 숫자는 150명 이하다(혹은 150명 이하로 구성된 여러 단위로 나뉜다).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가 온전히 기능하는 사회적 집단의 규모를 표현하기 위해 제안한던바 수(Dunbar’s Number)’의 최대치와 가까운 숫자다.3

 

영국 해군은 작전을 수행할 때 쾌활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부지런히 기록한다. 예컨대, 2002년에 영국 해군 함정 한 척이 좌초되면서 위험한 침수 사건을 겪었다. 해군 조사탐문 위원회는 힘겹게 피해에 대처하던 시간 내내 사기가 충만했으며 승무원들이 쾌활하고 열정적인 태도로 임무를 완수하는 데 집중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설명도 덧붙였다. “병사들은 고위급 장교들의 존재, 리더십, 쾌활한 태도가 함정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과 자신감을 갖는 데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했다.”4 다시 말해서 분위기를 띄우고 쾌활한 태도를 유지하는 방법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다.

 

쾌활한 태도를 가르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국 해군은 쾌활한 태도가 얼마나 유용한지 보여주기 위해 비공식적인 기회를 적극 활용한다. 훈련을 비롯해 기타 정례적인 활동을 하다 보면 얼마간의 시간이 남게 마련이다. 영국 해군은 그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비공식적인 게임이나 경연대회를 연다. 도그와치 스포츠(Dogwatch Sports, 저녁에 반당직(dogwatch)이 끝난 후 모든 승무원이 깨어 있는 시간에 진행된다)라고 알려져 있는 게임들은 대개 사소하고 우스꽝스럽다. 가령, 간격을 점차 넓혀가며 건너편으로 막대기를 던지는 식의 게임이 진행된다. 하지만 이런 게임은 쾌활한 분위기를 조성할 뿐 아니라 사고의 속도를 높이고 외향적인 마음가짐과 대화하려는 의지를 불어넣는 데 도움이 된다. 쾌활한 마음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고, 일어서고, 몸짓을 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 채 눈길을 피하는 것은 쾌활하지 않다는 신호다.

 

영국 해병대 사령관들은 유머를 활용하면 한층 쾌활한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필자가 만나 본 어느 해병 사령관은 모든 승무원에게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동료 해병들 앞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것을 요구한다. 어떤 이야기건 상관없다. 영국 해군 문화는 가장 계급이 높은 사람에서부터 가장 계급이 낮은 신참 해병에 이르기까지 누구라도 즉흥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과 의사를 갖추도록 요구한다. 사람들을 자주, 신속하게 이동시키며(대개 2년마다) 새로 배치받은 곳에서 성공적으로 업무를 완수할 것을(생사가 걸린 경우가 많다) 요구하는 조직인 만큼 이런 기술이 특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영국 해군이 관계를 조정하고 위계질서를 허물기 위해 공개적으로 장려하는 관행이 있다. 해군이 장려하는 낙관적이고 비공식적인 방법은 바로정감 어린 농담(banter, 부드럽게 상대를 놀리듯이 이야기하는 영국인 특유의 장난기 어린 의사소통 방식)’이다. 모든 계급에서 이런 태도가 관찰되며 서로 다른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이 이런 대화를 주고받는 경우도 많다. 기업에서 일하는 일선 직원들은 엘리베이터에서 CEO를 맞닥뜨리면 쉽게 다가가지 못하겠지만 영국 해군 소속 기관사라면 해군 제독을 만나더라도 훨씬 편안하게 이야기를 건넬 가능성이 크다. 필자와 친분이 있는 어느 CEO모든 사람들이 마치 우리 큰 딸과 만나고 있는 것 같다는 말로 직장 내에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분위기가 얼마나 어색해지는지 설명했다(물론 CEO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직원들에게서는 당황한 기색이 뿜어져 나온다).

 

필자 역시 농담이 사회적 결합에 도움이 되는 현상을 여러 차례 직접 경험했다. 그중에서도 산꼭대기에서 해병 훈련에 참여했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해질녘이 되자 필자가 코를 곤다는 소식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하지만 쑥스러움은 잠시였을 뿐 머지않아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 틈에서 그 무리의 일원이 된 듯한 통합감을 느꼈다. 영국 해군은 상대를 놀리듯 농담을 던질 때 반드시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도 함께 표현한다.

 

반대로, 공허한 낙관주의나 거짓된 쾌활함은 사기를 떨어뜨린다. 영국의 어느 해군 함장도 이런 점을 지적한다. “불확실한 것을 확실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바로 리더십의 비결이다. 하지만 항상 최고로 낙관적인 태도로만 일관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낙관주의의 효과가 약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영국 해군에게서 관찰된 이런 기법 중 상당수는 일반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요즘처럼 직무 순환 속도가 빠르고 팀 위주의 업무가 많으며 단기 프로젝트가 넘쳐나는 세상에서라면 특히 그렇다. 단기 프로젝트는 갑작스레 등장한 경쟁 구도에 대처하기 위해 조직되는 경우가 많으며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신속하게 대처할 것이 요구된다.

 

 

 

 

‘디트’를 공유하라

영국 해군 내에는 매우 효율적이며 비공식적인 내부 네트워크가 존재하며 리더십 정보 및디트(dit)’라 불리는 이야기들이 네트워크 내에서 활발하게 교환된다. 서로 다른 관리 계급, 세대, 조직, 사회 집단 사이에서도 이런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디트는 영국 해군이 하나의 집단으로서 갖고 있는 집합의식이 기존의 정보 및 통찰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정보와 통찰력을 완전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영국 해군은 해군 시설이나 함정을 찾은 방문객들에게도 디트를 들려줄 것을 부탁하곤 한다. 뿐만 아니라 승무원들에게도 디트를 공유할 것을 권한다.

 

디트는 기업이 문화, 혹은 철학이라 표현하는 것을 발전시키기 위해 영국 해군이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다. 오랫동안 맥킨지의 관리이사를 지냈던 마빈 바우어(Marvin Bower) 1966년에기업 철학에 관한 문헌들은 매우 방대하지도 않고 매우 만족스럽지도 않다5 고 이야기했다. 오늘날이라고 해서 상황이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사실상 조직의 집단 기억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발전시킬 방법을 신중하게 고심하면 수많은 비즈니스 조직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사 로비에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설립자의 흉상을 세워둔다고 해서 비공식적인 리더십 경험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리더십 훈련 과정을 통해 그 경험을 알리는 영국 해군의 방식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소말리아 해적 소탕 작전에 참여한 어느 특수부대 사령관은 교전을 앞두고 부하들과 함께 무려 40개에 달하는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이 사령관이 경험한 바와 교전에 임하는 태도는 영국 해군이 세부적이고 철저한 계획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을 시사한다.

 

영국 해군은 이런 식의 교류를 위해 시간과 공간을 할애한다. 스탠드 이지(Stand Easy, ‘편히 쉬어라는 뜻의 구령으로 아침 나절에 차를 마시는 휴식 시간을 일컫는다)와 함정에 승선한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험 훈련(Adventurous Training, 12∼100명 정도의 승무원들로 구성된 집단이 등산, 동굴 탐험, 카약 등 다양한 팀 활동 및 개인 활동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또한 영국 해군은 오래 전부터 승무원들이 동료들과 어울리고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회합 장소를 운영해 왔다. 최근에 들어서야 기업들도 이런 방법을 받아들여 매력적인 공용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필자가 알고 있는 어느 조직은 이런 공간에마을 공터(village green)’라는 이름을 붙였다. 영국 해군의 집단적인 공식 기억, 혹은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문화는 비공식적인 디트를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모든 해군 시설의 입구에는 2권의 책이 비치돼 있으며 매일 그날의 날짜가 적혀 있는 페이지가 펼쳐져 있다. 첫 번째 책은 해당 날짜에 작전 중 사망한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고 두 번째 책은 과거에 해군이 해당 날짜에 수행한 활동에 관한 것이다. 2권의 책 모두 영국 해군의 400년 역사를 바탕으로 기술된 것이다.

 

물론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를 존중하는 것은 과거의 포로가 되는 것과는 다르다. 영국 해군이 활용하는 접근방식이 효과적인 이유는 크고 작은 상황하에서 개개인이 실제로 한 행동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도전의 본질 및 도전에 대한 리더의 대처 방법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동시에 새로운 도전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는 데 도움이 된다.

 

그간 필자가 경험한 바에 미뤄보면 강력한 집단 기억을 보유하지 못한 조직들은 불확실한 시기가 도래했을 때 그동안 자사가 쌓아 온 지혜를 외면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이런 조직들은 자사의 지난 경험을 돌이켜 보지 않고 리더십에 관한 최신 조언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무작정 최신 유행하는 조언을 따르기만 하면 자사만의 특화된 역량이 사라진다. 스토리텔링에 시간을 할애하는 방법을 활용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구술로 역사를 되짚어보는 로테크(low-tech) 방식을 활용해도 좋고 최첨단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해 리더들에게 주기적으로 디트를 풀어놓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부여해도 좋다. 마지막으로 주기적으로 기업 역사를 확인하고 살펴보는 과정 역시 조직의 정신을 강화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 (직원들이 그동안 자사가 어떤 일을 해왔으며, 자사가 무엇을 상징하고, 자사가 어떤 식으로 비즈니스를 하는지 돌아볼 수 있는 매우 귀중한 기회가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특정한 전략이나 전술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자신이 처한 독특한 상황에 걸맞은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이 핵심이다. 어느 상급 장교는 넬슨 제독과 휘하 함장들이 트라팔가 해전이 벌어지기 약 2주 전에 논의한 계획이 요약돼 있는 트라팔가 메모 사본에 보호막을 씌워 들고 다닌다(‘넬슨 터치참조).6 메모에는 넬슨의 의도, 전략, 자원, 긴급 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계획, 영감을 주는 아이디어 등이 적혀 있다(넬슨의 메모는 하나의 임무를 통째로 맡기는 방식의 정수이자 프로젝트 관리의 전신과 같다. 또한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군사 작전에 적용되고 있는 방식이 메모에 기술돼 있다).

 

넬슨이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지 200여 년 만에 많은 것이 변했다. 오늘날의 항로는 트라팔가 해전이 벌어진 스페인 앞바다 못지않게 복잡한 만큼 맡고 있는 역할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이 사령관의 의중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운영, 전술, 전략의 차원에서 이런 수준의 명료성을 갖고 있는 조직이 몇이나 되겠는가?

 

영국 해군은 신뢰와 존중, 공동의 노력을 장려하는 리더십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쾌활함, 스토리텔링, 집단 기억 등과 같은 소프트 리더십 기술은 해군 함정 및 함대가 효과적으로 제 기능을 해낼 수 있도록 많은 기여를 한다. 이는 비즈니스 리더들 역시 진지하게 고심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앤드루 세인트 조지

앤드루 세인트 조지(Andrew St. George)는 영국 애버리스트위스 대(Aberystwyth University) 경영대학원(School of Management and Business) 선임 연구원이다. 그는 기업 고문으로 활동하며 <영국 해군에서 엿보는 리더십(Royal Navy Way of Leadership, 코너스톤 퍼블리싱, 2012 6)>을 비롯해 비즈니스와 의사소통에 관한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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