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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덜 탈까, 착한차를 만들까 지구를 지키는 두가지 길, 절제 & 혁신

앨리슨 켐퍼,로저L.마틴(Roger L. Martin) | 116호 (2012년 11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 4월 호에 실린 로트먼 경영대학원 학과장 로저 마틴(Roger Martin)과 요크대 교수 앨리슨 켐퍼(Alison Kemper)의 글 ‘Saving The Planet: A Tale Of Two Strategie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환경 파괴에서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활용하건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은 틀림없다. 기업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엄청난 양의 재생 불가능한 자원을 소비하고 어마어마한 양의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선진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엔진이다. 그와 동시에 기업은 자원 소비 감소 및 오염 완화를 가능케 하는 혁신을 이뤄내기도 한다. 환경 파괴를 초래한 원흉으로 비난받는 동시에 환경 파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고안해 내는 기업은 어쩔 수 없이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됐다.

 

하지만 정확하게 기업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첫 번째 논리는 환경을 구하려면 억제와 책임(restraint and responsibility)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소비자와 기업이 자원을 좀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쓰레기를 재활용하고 좀 더 효과적으로 처리하며 소비 욕구를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에 절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전통적인 절제의 미덕에 직접 호소하는 것이 첫 번째 논리의 골자다.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 결국 지구에서 인간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식량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던 19세기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의 저서에 이와 같은 세계관이 가장 명확하게 표현돼 있다.

 

맬서스주의적인 시각이 유권자와 정치인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다. 20세기의 경제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의 연구에서 출발하는 또 다른 논리는 환경 문제를 비롯한 각종 문제는 인간의 창의력(human ingenuity)을 통해서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관점은 인간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낙관론에 호소하며 규제 완화 및 성장 장려를 지지하는 근거가 된다.

 

이와 같은 2개의 세계관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이유를 깨닫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세계가 직면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진정한 발전을 이뤄내고자 한다면 두 가지 세계관 모두를 적용해야 한다.

 

 

맬서스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

맬서스는 지구가 식량 및 기타 필수품을 생산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세계 인구가 증가하면 일을 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에 필수품의 가격은 올라가고 급여는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일정한 시점이 되면 더 이상 자녀를 양육할 수 없게 돼 결국 출산을 중단하게 되고 이로 인해 갑작스레 인구가 급락한다는 것이 맬서스의 주장이다.

 

200년 전, 맬서스가 이와 같은 종말론적인 이론을 제시하자 전 세계 학계가 맬서스의 이론에 주목했다. 맬서스의 암울한 세계관이 세상에 공개되자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이 각각 강한 어조로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맬서스의 주장은 특히 저렴한 수입품 확산을 억제할 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영국 정부가 도입한 곡물법(Corn Laws) 제정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맬서스의 주장은 찰스 다윈의 이론에도 상당한 영감을 줬다.

 

하지만 맬서스가 저서를 집필한 때는 농업기계화가 진행되기 전으로 당시 미국 인구 중 90%가 농장에서 일을 했다. 맬서스의 주장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은 농업 생산성이 직선적으로 성장한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미 대륙, 뉴질랜드, 호주 등에서 농업이 활성화되고 기계화되면서 농업 생산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농업 및 제조 부문의 비약적인 생산성 증가가 뒤따랐다. 맬서스와 동시대를 살았던 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Alfred Marshall)은 생산성 증가가 경제 성장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에 관심을 가진 수많은 후세 경제학자들이 마셜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결국 맬서스가 중요한 사실을 완전히 간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1968년에 발표된 파울 에를리히(Paul Erlich)의 저서 <인구 폭탄(The Population Bomb)>, 1972년에 발표된 로마클럽(Club of Rome)의 보고서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 1972년에 발표된 윌리엄 D. 노드하우스(William D. Nordhaus)와 제임스 토빈(James Tobin)의 연구 논문성장은 이미 진부한 걸까?(Is Growth Obsolete?)’ 등을 통해 전통적인 경제 성장이 세계를 망치기 직전이라는 생생하고 단호한 경고가 잇달아 터져나오면서 맬서스의 주장이 40여 년간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후 연이어 발생한 사건들로 인해 위와 같은 경고가 잘못됐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에너지와 상품 가격이 하락한데다 규제 완화로 인해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부가적인 이익이 발생했으며 기술 혁신 덕에 기회가 늘어나고 생산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가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인류가 거침없이 자멸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맬서스의 주장이 다시 공개적인 담론의 중심에 서게 됐다. 해결이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기업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한창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의 맬서스주의자들은 맬서스의 논리를 식량 문제에 국한시키지 않고 좀 더 포괄적으로 적용한다. 즉 재화를 생산하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재화를 소비하게 될 뿐 아니라 자식을 낳고 지구의 자원을 소모하는 속도가 빨라진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주장은 인간이 석유, 어류, 깨끗한 공기와 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숲 등 지구가 갖고 있는 천연 자원을 훼손하는 대가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두려움을 바탕으로 한다. 인간은 경제 활동을 통해 재생 불가능한 자원을 모조리 써버릴 뿐 아니라 생태계를 파괴한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경제 활동으로 인구 증가 속도가 나날이 빨라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 인간이 저 멀리 숨어 있는 일종의 벽을 향해 서서히 다가가고 있는 형국이다. 매년 우리는 그 벽과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인간은 결국 그 벽과 정면 충돌해 자연 재해, 전염병, 기근, 죽음과 같은 파괴적인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행진 속도를 늦추는 것뿐이다.

 

이 같은 논리가 지금 이 시대를 지배하고 있다. 지속 가능성이 중요시되는 세계에서는 자원 사용을 줄이고 자원을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는 사람, 혹은 기업이 선량한 시민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좋은 기업이 되려면 자원 사용량을 줄이고 속도를 늦추고 아껴 써야 한다. 맬서스의 주장을 충실하게 따르려면 기존의 자연 자본을 활용한 공장 가동을 멈추고 대기 오염, 이산화탄소, 쓰레기 등 부정적인 외적 결과를 더 이상 생성해내지 말아야 한다.또한 좀 더 규모가 큰 싸움, 즉 지구를 위한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스스로 성장을 억제해야 한다. 필자들은 기업이 이와 같은 억제를 장려하거나 강제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한다.

 

 

솔로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

맬서스와 반대로 마셜의 주장을 지지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 중 하나인 로버트 솔로는 생산성의 변화에 주목해 왔다. 솔로는 신기술을 활용하는 자본이 구()자본보다 생산적이며 기술 및 프로세스의 혁신이 생산성을 높이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라고 확신한다. 솔로는 인류가 풍요로운 삶을 위해 신세계를 정복하고 새로운 대륙에 묻혀 있는 자원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즉 기존의 자원 내에서 혁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솔로의 주장이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을 때 대표적인 솔로주의적 혁신 사례가 등장했다. 일본이 세계 유일의 천연 고무 생산지 말레이시아를 점령하자 연합군은 타이어 부족으로 전투기를 이륙시키지 못할 처지가 됐다. 전투기를 출격시키지 못하면 추축국에 패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연합군이 택할 수 있는 방안은 오직 혁신뿐이었다. 이후 연합군은 단기간 내에 천연 고무와 별반 차이가 없는 합성 고무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수많은 학자들이 솔로의 논리를 더욱 발전시켰다. 경제학자 폴 로머(Paul Romer)는 기술 혁신 능력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에 성장에는 자연적 한계가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신성장(new growth) 이론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머는 인적 자본에 투자하면 그만큼 수익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로머는 특히파급(spillover, 특정한 산업 내의 지식 발전이 다른 분야의 기술 발전을 자극하는 긍정적인 외부 효과)’의 가치를 강조했다. 벨연구소(Bell Labs)가 전화 시스템에 사용할 트랜지스터를 개발했을 때만 하더라도 트랜지스터가 무수한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은 이익을 안겨줄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모토로라(Motorola)에서 근무하던 마틴 쿠퍼(Martin Cooper) 박사가 휴대전화를 발명했던 1973년에는 그 누구도 휴대전화라는 기계가 전 세계인의 일상생활에 얼마나 커다란 변화를 안겨줄지 가늠하지 못했다. 같은 해 새 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파라볼라 마이크(접시 안테나라고도 불리는 파라볼라 안테나의 중심부에 세워두는 마이크)를 발명한(이후 특허 취득) 자연 사진 촬영 전문가 댄 깁슨(Dan Gibson) 역시 머지않아 파라볼라 마이크가 모든 축구 경기장 사이드라인에 등장하게 될 것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기술 혁신과 지식 파급 효과로 인간의 생활 수준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그 결과 맬서스가 예견한 파국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났다. 혁신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1960년대 말에 등장해 가장 낙관적인 추정치도 뛰어넘을 만큼 전 세계의 농업 생산량을 대폭 끌어올린 녹색 혁명(green revolution)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솔로주의자들은 기술과 혁신이 부족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혹은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기술과 혁신을 바탕으로 인간이 그 벽을 손쉽게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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