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년 1-2월 호에 실린 제이넵 톤(Zeynep Ton)의 글 ‘Why Good Jobs are Good for Retailer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미국 노동자 5명 중 1명은 열악한 근로 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다. 낮은 임금에 복지 혜택은 형편없으며 근무 일정은 사전 예고가 (거의) 없이 바뀌곤 한다. 승진의 기회는 거의 없다. 기업은 안 좋은 조건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특히 가격을 기준으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소매 유통업체들은 더욱 그런 상황에 있다고 생각됐다. 만약 소매 유통업체들이 직원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그 비용은 고객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가 알게 모르게 통용된 것이다. 그래서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손꼽히는 소매유통 체인점 웨그만스(Wegmans)나 컨테이너 스토어(Container Store)의 경우는 고객들이 더 비싼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10여 년간 소매 유통업체를 연구한 결과 직원에게 투자하면 낮은 가격에 제품을 제공할 수 없다는 이전의 믿음은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퀵트립(QuikTrip) 편의점이나 메르카도나(Mercadona), 트레이더 조스(Trader Joe’s) 슈퍼마켓, 코스트코(Costco)클럽처럼 승승장구하고 있는 대형 유통점을 살펴보면 이들은 매장 직원에게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면서도 업계 최저 가격을 제공한다. 재무 상태가 우수하고 고객 서비스 또한 경쟁업체 대비 훌륭하다. 이들은 유통산업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최저 가격을 제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아니라 단순한 선택의 문제임을 보여주며 가격과 직원 대우 사이의 제로섬 관계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직원에게 투자함과 동시에 직원과 고객, 회사 모두에게 이득을 주는 운영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들의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이후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번 연구는 소매 유통 분야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 유통업체들이 구축한 운영 모델은 고객 수 변동이 크고 직원이 생산과 고객 서비스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는 병원이나 레스토랑, 은행, 호텔 등의 서비스 업종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미국에는 더 많은 일자리가 아니라 더 좋은 일자리가 필요하다. 소매 유통업체처럼 직원에게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 서비스 산업을 개선한다면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 탄력을 받을 것이다.
소매업체가 직원에게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 인력 투자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면 왜 모든 소매업체들이 직원에게 투자하지 않을까?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가 통제 가능 항목 중 비중이 가장 크다는 점이다. 인건비는 전체 매출의 10% 정도로 수익 마진이 낮은 서비스 업종에서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인력을 매출 창출 동력으로 보기보다 비용으로 파악하는 유통업체들은 인건비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 때문에 매장 관리자들은 매출의 일정 부분을 기준으로 월간 혹은 주간 인건비를 맞추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는다. 관리자는 매출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으나 (이들은 진열 제품 구성이나 배치, 가격, 판촉 활동 등에 거의 결정 권한이 없다) 직원 월급 총액만큼은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 따라서 매출이 감소하면 이들은 곧바로 직원 수를 줄인다.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강하기 때문에 월마트(Walmart)를 비롯한 대형 유통 체인의 매장 관리자들은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실제보다 적게 보고하는 등 무급 초과근무를 강요하기 일쑤다.
직원 감축이 가져오는 재무적 이점은 직접적이고 즉각적이며 쉽게 측정되는 반면 그에 따른 부작용은 간접적이고 장기적이며 측정도 어렵다. 홈데포(Home Depot)가 좋은 예다. GE 경영진이었던 로버트 나델리(Robert Nardelli)는 2000년 말 홈데포 CEO로 취임한 후 비용 감축과 수익 증대를 위해 직원 수를 줄이고 대신 비정규직의 비중을 늘렸다. 그의 결단으로 2개 목표는 즉각 달성됐지만 이는 홈데포가 유명해진 원인이자 경쟁우위의 원천이었던 고객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졌다. 고객 만족도는 급감했고 매장 매출 증가세가 주춤하더니 수년 후에는 감소세로 돌아서고 말았다.
홈데포는 아주 흔한 사례 중 하나다. 인터뷰에 응한 다수의 유통업체 매장 관리자들은 단기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직원 수를 줄이면 남은 직원들이 자신의 할 일을 다 하지 못하고 실수를 하리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직원을 감축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들은 직원 감축이 결국 매출과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연구 결과, 직원 수가 부족한 유통 매장은 결국 많은 사업 기회를 놓쳤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당시 최고의 서점 체인이었던 보더스(Borders) 매장에 대한 여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인력수가 1 표준편차만큼 상승하면 1년간 매장 마진이 10%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마셜 피셔(Marshall Fisher)와 세르게이 네테신(Serguei Netessine), 자얀스 크리슈난(Jayanth Krishnan)의 연구 결과는 우리 연구팀의 결과를 뒷받침한다. 대형 유통 매장의 17개월간 인건비 및 매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인건비가 1달러씩 증가할 때 월 매출이 4∼28달러씩 늘어났다.
물론 직원 수와 수익성이 무조건 정비례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포인트를 넘기면 인건비 상승은 수익성 감소로 이어진다. 그러나 단기적 압박감에 무조건 인건비부터 줄일 때 유통업체들은 지속적으로 수익을 끌어올릴 적정 인력 수를 도출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많은 경우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면 매장에 더 많은 직원을 둬야 한다.
소매 유통업체들은 인력 수를 늘리는 데 투자를 안 할 뿐만 아니라 인력의 질을 높이는 데도 매우 소극적이다. 이들은 임금을 적게 주고 직원 혜택을 거의 제공하지 않으며 교육 프로그램도 계획하지 않는다. 단기적인 이익을 늘리라는 압박이 저항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세기 때문이다. 결국 불가피하게 매장 직원 수는 부족해지고 숙련도가 부족한 직원들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감이라고는 전혀, 혹은 거의 없이 짧게 일하다가 금세 다른 곳으로 떠나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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