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이 글은 <맥킨지쿼털리>에 실린 글 ‘The human factor in service desig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형편없는 고객서비스(customer service)로 골치가 아픈 것은 소비자들만이 아니다. 고위경영진 역시 이로 인해 골치를 앓고 있다. 적정 수준의 서비스 원가를 유지하면서 탁월한 고객경험을 제공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다양한 지역에 분포해 있는 조직에서 일선 직원들의 서비스 간 일관성과 효율성을 기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많은 기업들은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결정적 요인을 간파하지 못하고 잘 알려진 행동과학의 원칙들을 간과함으로써 부지불식 중에 고객 불만족을 초래하고 만다.
동시에 소셜미디어 및 새로운 휴대폰 기술의 보급으로 이전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양의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고객서비스 환경 역시 바뀌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이러한 상호작용의 기본속성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다. 고객불만 사례가 인터넷 등을 통해 전파되는 속도와 여파를 생각해 보라.
세 가지 질문
그러나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서비스 설계 및 구현에서 괄목할 만한 개선을 달성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고객서비스와 관련한 사람 측면의 요소에 세심히 주력한 결과 이 기업들은 10% 이상의 원가절감을 실현하는 동시에 최대 30%의 고객만족도를 개선을 달성하고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이와 같은 대표적 기업 3개, 즉 케이블 TV 및 인터넷 서비스업체, 중소기업 대상의 IT 업체, 렌트카 업체의 사례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이들의 사례를 기반으로 신규 서비스 도입 혹은 기존 서비스의 건전도에 대한 현실성 검증(reality check)에 앞서서 CEO 및 고위경영진이 반드시 자문해야 할 3대 질문을 도출했다. 이 질문들은 생산적 대화의 시발점이자 더욱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서비스를 구현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1. 우리의 서비스는 얼마나 인간적인가?
고객 서비스의 품질이 해당 기업에 대한 긍정적 경험과 인상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고객들이 서비스에 대한 견해를 갖게 되는 과정을 주시하는 기업들은 극소수다. 심리학 및 행동과학의 기본 이론들을 서비스 설계에 적용해 고객들의 욕구를 자극 혹은 저하시키는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신속히 고객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1
형편없는 서비스로 널리 알려졌던 한 케이블 TV 업체가 평판 개선을 위해 행동과학 이론을 어떻게 적용했는지 살펴보자. 먼저 이 회사는 가장 중요한 고객 접점, 즉 신규 서비스 가입을 위한 고객전화 상담 현황을 면밀히 고찰해 몇 가지 문제들을 신속히 파악했다. 그 결과 신규가입 상담을 위한 통화 중 상담원이 일방적으로 지시문을 읽어내리거나 고객들이 어색하게 대기해야 하는 등 시간낭비 요소들이 있음을 발견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상당수의 신규가입 상담 전화가 결제 및 이용약관에 대한 어색한 대화로 끝난다는 사실이었다.
이에 이 회사는 전화상담 절차를 완전히 재설계했다. 우선 고객의 계좌 개설을 돕는 동안 신용 조회 절차가 배후에서 자동적으로 이뤄지도록 이 단계를 앞쪽에 배치했다. 이를 통해 이전까지 신용조회 단계에서 통상 흐르곤 했던 어색한 침묵 및 조회결과 신용이 부적격일 때 발생했던 당혹스러운 순간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이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고객들은 더욱 많은 선택권을 부여받은 느낌을 받았다. 즉, 이전까지는 일방적 지시문으로 제시되던 사항을 “수신료 결제는 어떠한 방식으로 하시겠습니까” 혹은 “어떠한 방식의 설치를 원하시는지요” 등 단순한 선택사항을 수반한 질문 형식으로 재구성한 결과, 상담내용 및 방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더욱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행동과학 이론을 응용해 상담통화를 끝낼 때에도 보다 밝은 톤으로 마무리하도록 했다. 즉, 이전까지는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읽어내리던 끝인사(이전까지는 ‘이용약관 관련 수많은 공지사항과 정보들’을 기계적으로 읽어야 했다고 한 상담원은 이야기했다) 대신에 고객들에게 무료상품 쿠폰이라는 깜짝 선물을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고객들에게 더욱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는 동시에 제품 카탈로그를 소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더 큰 매출을 창출하는 기회로도 작용했다.
또 행동과학 이론에 따르면 고객들은 서비스를 위한 상담 중 예기치 않은 변경을 싫어하며 자신들의 습관을 고수할 수 있을 때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 이에 한 IT 회사의 B2B 세일즈 그룹은 이러한 성향을 감안해 중소기업 고객 대상 세일즈 프로세스를 전반적으로 재설계했다. B2B 환경에서 전통적 영업방식으로 통용되는 대대적인 세일즈 공략기법, 즉 다수의 영업사원들이 많은 고객사를 동시에 상대하는 기법을 보완하기 위해 고객사마다 한 명의 ‘서비스 챔피언’을 지정했다. 각 고객별로 일관된 담당자가 정해지자 고객만족도는 개선되기 시작했으며 영업사원들 역시 세일즈에 전적으로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확보했다.2
마지막으로 고객들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움직이는 요인이 과연 무엇인지를 보다 면밀히 고찰할 경우 서비스의 취약점을 오히려 경쟁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으며 신규 서비스 창출 가능성도 높아진다. 한 렌트카 업체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업체는 렌트할 차량을 복잡한 주차장에서 찾아야 할 때 프리미엄 고객들에 비해 가격에 더욱 민감한 저가선호(value-segment) 고객군의 스트레스가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저가선호 고객들은 프리미엄 고객보다 여행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으며 렌털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관찰사항을 기반으로 이 회사는 여행자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아무 차나 고르세요(pick any car)’ 옵션을 도입했다.
2. 서비스의 경제성은 어느 정도인가?
이 렌트카 업체가 도입한 서비스는 매우 명확한 경제성 전망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아무 차나 고르세요’ 옵션은 기존 시스템 대비 더욱 뛰어난 운영 효율성은 물론 매우 큰 매출 기회를 창출했다. 이코노미 차량과 럭셔리 차량들을 나란히 주차해 놓음으로써 가족 여행 중인 저가선호 고객들이 보다 고가의 대형 차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많은 경영진은 고객 서비스의 경제성 및 그 전체적 여파를 큰 그림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에 이와 같은 기회를 종종 놓치고 만다.
물론 실제적으로는 서비스 수준, 매출 및 비용 차원에서 복잡한 득실관계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를 능숙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고객 접점에 대한 경제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각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서비스 변경 시 고객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느냐를 조사하는 시점변화(breakpoint) 분석 등을 활용하는 것도 매우 유용하다.
렌트카 업체의 경우 이러한 분석작업을 통해 저가선호 고객들이 기존의 가설보다 더 오래된 차에 대해 수용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렌트카 업계의 통념은 주행거리 3만 마일 이상의 차들은 고객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량적 및 정성적 분석 결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 차량이 깨끗하며 탁월한 유지보수 점검 및 안정성을 렌트카 업체가 보증할 경우 고객들은 그보다 더 높은 주행거리의 자동차들도 수용할 의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 결정적 지점을 파악하게 되자 이전까지는 전혀 고려대상으로 삼을 수 없었던 보다 높은 주행거리의 차량들을 렌트카 대상으로 포함시킬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막대한 원가절감 기회를 갖게 됐다.
마찬가지로, 앞서 언급한 IT 회사의 B2B 세일즈 그룹 역시 고객의 전화문의에 대한 응답 콜의 경우 매우 다양한 수준의 서비스 레벨이 허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은 주문확인을 위한 문의전화에 즉시 응답해야 한다는 사실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유형의 문의전화에 대해서는 고객들이 최대 1주일까지도 기다릴 용의가 있다는 사실은 전혀 새로운 발견이었다. 상황별로 서로 다른 기준점을 파악해 관리한 결과, 서비스 챔피언들은 업무 효율성을 유지하면서도 긴급 서비스가 필요한 영역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케이블 TV 업체들 역시 이와 유사한 분석을 통해 가정방문 설치 일정 관리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해소했다. 이는 고객들의 불만요인이기도 했다. 당초 이 회사는 고객에게 통지하는 자택방문 시간대(몇 시부터 몇 시 사이에 도착하겠다는 약속)를 4시간 단위에서 1시간대로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고객 민감도를 분석한 결과, 정작 고객들이 더 중요시 여기는 것은 약속된 시간대 내에 설치담당자가 반드시 도착하는 것이지, 약속 시간대의 길고 짧음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또한 효율성과 고객만족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최적의 시간대는 2시간 지점에서 나타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는 곧 2시간 미만으로 방문약속 시간대를 좁혀봤자 추가적 최적화 비용에 상응할 만한 효과를 달성할 수 없음을 의미했다.
이 외에도 다른 기본 원가요인들을 면밀히 고찰해 서비스 결과 대비 최적화를 추진했다. 예를 들어 고객들의 큰 불만족을 유발하는 상황 중 하나는 설치 중 연장 및 부품 누락으로 인해 설치담당자가 재차 방문 일정을 잡아야 하는 경우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치담당자가 이와 같이 누락된 부품 및 연장을 가지러 창고에 다녀와야 할 때 제품에 대한 고객교육은 물론 서비스 업그레이드와 같은 충동구매 유도 기회를 놓칠 수 있기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이에 이 업체는 모뎀 및 비디오 장비의 공급망 및 재고 레벨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트럭 운송중(On truck) 가용도’를 대폭 개선했다. 이를 비롯한 많은 프로세스 변경을 통해 결국 설치담당자의 고객 교육 시간은 두 배 증가했고 설치당일의 추가 매출 역시 10%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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