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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를 몽땅 해고하라고?

게리 하멜 | 109호 (2012년 7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 12월 호에 실린 게리 하멜의 글 ‘First, Let’s Fire All The Manager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기업에서 가장 효율성이 떨어지는 활동이 바로 경영 관리다. 팀장과 부서장, 부사장 등이 부하 직원들의 업무를 감독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지 생각해 보자. 고위경영진이 많은 조직 구조는 거추장스럽고 비용도 높다. 기업 경영의 비효율성은 바로 이런 조직 구조에서 나온다.

 

경영진 위계구조는 어떤 조직에서든 상당한 대가로 이어진다. 그 형태는 다양하다. 첫째, 경영진이 많아지면 간접비가 많아진다. 조직이 성장할수록 경영진에 대한 비용은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 모두 증가한다. 작은 기업이라면 관리자 1명당 직원이 10명 정도 있다. 그러나 10만 명의 직원을 둔 기업에 직원 대 관리자의 비율 110을 적용하면 관리자는 11111명이 된다. 추가적으로 생긴 1111명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관리자가 1만 명이 되면 이들을 관리하는 또 다른 관리자가 필요하다는 데서 비롯된다. 여기에 재무 및 인사, 사업 계획 등을 담당하는 경영 관련 부서에서 직원을 수백 명 추가 고용할 필요도 생긴다. 이들의 업무는 조직이 스스로의 무게에 짓눌려 무너지지 않도록 떠받치는 것이다. 관리자급 직원은 신입사원보다 3배 많은 연봉을 받는다고 가정할 때 관리와 관련한 직접 비용은 전체 지급 연봉의 33%를 차지하게 된다. 어느 기준에서 봐도 경영은 상당한 대가를 필요로 한다.

 

둘째, 전형적인 경영 위계질서는 자칫 잘못하면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의사결정의 위험을 높인다. 의사결정의 규모가 커질수록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직급의 사람이 적어진다. 교만과 근시안적 관점, 앞뒤 분간 못하는 순진함은 어느 자리에서건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진다. 특히 의사결정권자가 모든 상황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때 위험이 가장 커진다. 누군가에게 국왕과 같은 절대적 권력을 주면 그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을 크게 망쳐놓고 만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조직에서 가장 큰 권력을 쥔 경영자들은 대부분 실제 현장과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다. 올림피아산 정상에서 내려진 결정은 땅에서는 별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셋째, 다층적 경영 구조는 그만큼 결재를 받아야 할 곳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재를 받을 곳이 많다 보니 문제에 대한 대응도 늦어진다.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고 싶은 관리자들은 종종 의사결정을 앞당기기보다는 미루는 경우가 많다. 편견 또한 조직이 지불해야 하는 대가다. 위계구조가 엄격한 조직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거절하거나 수정할 권한이 종종 한 사람에게 집중되기 때문에 그 한 사람이 가진 편향적 시각과 이해관계가 의사결정을 왜곡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독재에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 경영자가 가끔 통제에 집착한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체계적으로 부하 직원들의 권한을 뺏어가는 위계구조가 문제다. 보통의 소비자라면 2만 달러 이상 내고 새 차를 살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러나 직장에서는 500달러짜리 사무용 의자를 구매해 달라고 요구할 권한이 없다. 개개인의 권한 범위를 좁히는 것은 그의 꿈과 상상력, 기여도를 키우는 인센티브를 줄이는 것과 같다.

 

위계질서 vs. 시장

경제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시장이 통제를 거의 혹은 전혀 하지 않고도 인간의 활동을 조율할 수 있다고 찬양했다. 물론 시장에도 한계는 있다. 로널드 코스(Ronald Coase)와 올리버 윌리엄슨(Oliver Williamson)을 비롯한 경제학자들이 강조했듯 시장은 각 구성원의 필요가 단순하고 안정적이며 구체적일 때 가장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구성원 간 상호 작용이 복잡할수록 효율성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공정이 아주 복잡한 대규모 제조업체에서 이뤄지는 변화무쌍한 활동을 정확히 조율할 능력이 시장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업과 관리자가 필요하다. 관리자들은 시장이 할 수 없는 일을 한다. 이들은 수천 개의 이질적 활동을 융합해 단일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역사학자 알프레드 D. 챈들러 주니어(Alfred D. Chandler Jr.)가 명명한보이는 손(visible hand)’의 역할을 해내는 것이다. 그러나보이는 손은 비효율적이고 서툴다는 단점이 있다.

 

감독 역할을 수행하는 상위 구조 없이 각각의 업무를 완벽히 조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유 시장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누리는 동시에 엄격히 조직된 위계 구조의 통제력과 조정력을 갖춘다면 좋지 않을까?

 

누구나 참여 가능한 오픈 소스(open source)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이상적 조직을 엿볼 수 있다. 수백 명의 프로그래머가 함께 일하는데 관리자는 거의, 혹은 전혀 없다. 그러나 오픈 소스 프로젝트의 경우 업무가 기본 단위로 구분돼 있고 지원자들이 독립적으로 일하며 각각의 접점이 분명히 규정돼 있다. 목표는 과학적 혁신이나 돌파구를 찾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과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은 플러그를 꽂았다 빼는 것과 마찬가지로 단순하다. 그러나 보잉(Boeing)이 새로운 항공기를 개발하는 일은 이와 정반대다. 엄청나게 많은 전문가들이 함께 일하며 수천 개에 달하는 첨단 디자인이나 생산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야 한다. 개발 업무를 아웃소싱한다 해도 조율 업무가 쉬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잉 사례에서 알 수 있다. 적어도 시장의 자율적 힘으로는 드림라이너(Dreamliner)를 만들 수 없다.

 

우리가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에 갇힌 건 아닐까? 구성원의 활동을 통제하지 않고도 서로를 조화롭게 조율할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이것이 이제껏 불가능하게 보였던 이유는 철저하게 분권화되면서 업무를 정확히 조율하는 기업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범한 기업 경영을 넘어서

우리 모두는 익숙한 것의 노예다. 아이폰이나 J.K. 롤링(Rowling)의 마법 세계,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요란한 옷차림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그런 것을 스스로 상상하지 못했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다음과 같은 회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직접 보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었다.

 

상사라는 존재가 없다.

● 직원들이 동료와의 협의를 통해 자신의 책임 범위를 정한다.

● 누구나 회사 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

● 자신의 업무를 위해 필요한 도구를 얻는 일에는 자신이 책임을 진다.

● 직함도 없고, 승진도 없다.

● 동료들이 각자의 보상 및 연봉을 결정한다.

 

불가능하다고? 그렇지 않다. 자본 집약적 대기업으로 대형 단지의 생산 공장에서 매시간 수백 톤의 원료를 소비해 제품을 생산하고, 수십 가지의 생산 공정을 엄격한 기준에 따라 감독하며, 400명의 정규직원이 연간 7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하는 회사가 실제로 이뤄낸 위업이다. 게다가 이 독특한 회사는 글로벌 시장의 선도기업이기도 하다.

 

도저히 믿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랬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모닝스타(Morning Star)의 이야기를 듣고 캘리포니아 샌호아킨 밸리(San Joaquin Valley)에 위치한 생산 공장 중 한 곳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을 때 이를 즉시 받아들였다.

 

피자를 한번이라도 먹어봤거나 햄버거 위에 케첩을 뿌렸거나 푸짐한 스파게티 위에 소스를 뿌려본 적이 있다면 이미 모닝스타의 고객인 셈이다. 새크라멘토(Sacramento) 근처 캘리포니아 우드랜드(Woodland)에 본사를 둔 모닝스타는 세계 최대의 토마토 가공업체로 매년 미국에서 생산되는 토마토의 25∼30%를 가공한다.

 

모닝스타는 1970년 당시 UCLA MBA 학생이었던 크리스 루퍼(Chris Rufer)가 설립했다. 처음 모닝스타는 토마토 가공업체가 아니라 토마토 배달업체였다. 루퍼는 지금도 모닝스타 사장직을 맡고 있다. 3개의 대규모 생산 공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한 모닝스타는 수백 개의 고객 요구사항에 따라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토마토를 가공한다. 대량 생산뿐만 아니라 슈퍼마켓 및 레스토랑 등에 토마토 통조림을 공급하며 연간 200만 톤의 토마토를 이송하는 운송 사업, 토마토 수확을 관리하는 사업까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모닝스타의 생산량과 매출, 수익은 두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해 왔다고 루퍼는 말한다. 업계 성장률이 연평균 1%인 정도인 상황에서 가히 놀랄 만한 성과다. 증시에 상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닝스타는 재무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사에 따르면 모닝스타는 성장을 위한 모든 투자 자금을 대출 없이 자체적으로 해결했다. 회사의 수익성이 그만큼 좋다는 얘기다. 회사 내부 자료에 따르면 모닝스타는 세계에서 효율성이 가장 좋은 토마토 가공업체다.

 

모닝스타는긍정적 예외 사례. 실제로 내가 접해본 기업 중 가장 희망적으로 독특한 기업이라 할 수 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권한이 주어지는 직원(회사 내부 용어에 따르면동료’)들은 치밀하게 구성된 안무에 맞춰 춤추는 댄서들처럼 주도면밀하게 움직인다. 모닝스타의 차별화된 경영 모델 근간에 있는 원칙과 관행을 들여다보면 경영의 부정적 대가를 피하거나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모닝스타의 경영 모델 분석

모닝스타의 전사적 비전에 따르면 이 회사의 목표는 모든 팀원이주도적으로 자신을 관리하는 전문직원이 돼서 타인으로부터 지시나 명령을 받지 않고 동료나 고객, 협력업체, 동종업계 종사자와 함께 주체적인 의사소통을 하고 활동을 조율해 나가는 회사.

 

읽다 보면타인으로부터 지시나 명령을 받지 않고라는 말이 걸린다. 누구도 지시를 주고받지 않는 회사를 도대체 어떻게 경영한단 말인가? 모닝스타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임무를 상사로 삼는다. 모닝스타의 모든 직원은토마토 제품 및 서비스를 생산하며 고객을 위한 품질과 서비스 기대 수준을 꾸준히 충족시킨다는 회사의 목표를 개인적으로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사명 선언문(mission statement)을 작성한다. 일례로 캘리포니아 로스 바노스(Los Banos) 공장에서 근무하는 로드니 레거트(Rodney Regert)는 매우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토마토 주스 가공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았다.

 

직원 사명서는 모닝스타가 구축한 경영 모델의 핵심이다. “자신의 임무를 달성하고 필요한 훈련이나 자원, 협업을 이뤄내는 책임은 온전히 자신에게 있다고 루퍼는 말한다. 생산 공장 기술자인 폴 그린 시니어(Paul Green Sr.)나를 움직이는 힘은 상사의 명령이 아니라 스스로 부여한 임무와 약속이다고 설명한다.

 

직원들끼리 합의를 이룬다. 모닝스타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동료 직원들과 매년 동료 양해각서(Colleague Letter of Understanding·CLOU)를 체결한다. ‘클루로 발음되는 CLOU는 임무를 달성하기 위한 운영 계획을 말한다. 협의를 하는 동안 직원은 10여 명의 동료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각각의 협의는 20∼60분 정도 걸린다. CLOU는 최대 30개의 활동영역을 다루고 이와 관련한 모든 성과 지표를 측정한다. 각 직원이 체결하는 CLOU를 모두 합하면 대략 3000개의 공식적 관계가 모닝스타 정규직 직원 사이에 수립된다.

 

CLOU는 매년 변하는 직원 역량과 이해관계를 반영하며 모습을 바꾼다. 시간이 지나면서 숙련된 직원들은 보다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기본이 되는 단순 업무는 신입 사원에게 물려준다. CLOU의 원리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루퍼는 독립 에이전트 사이에 자발적으로 체결하는 합의 사항이 매우 효율적인 조율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CLOU는 구조를 만들어 낸다. 동료 사이인 직원들은 상대편과 보고서를 공유하고 컨테이너를 트럭에 싣고 특정 장비를 작동하는 방법 등을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다. 이것은 서로를 향한 자발적 지시 사항으로 유연성을 제공한다. 상의하달로 규정하는 것보다 관계가 훨씬 자유로워진다.”

 

놀랍게도 루퍼는 자유가 업무 조율 및 관리를 방해하는 적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도와주는 동맹군이라고 본다. 모닝스타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은 다수의 임무를 가지고 촘촘한 관계망을 형성하는 독립적 협력업체다. 모닝스타의 한 팀원은 이렇게 표현했다. “이곳에서는 상사가 아무도 없기도 하지만 모두가 상사가 되기도 한다.”

 

모닝스타의 23개 사업 단위는 고객 및 협력업체와의 합의 사항을 매년 조율한다. 그 과정을 보면 CLOU를 체결하는 과정과 흡사하다. 수익 및 손실 회계가 사업 단위별로 이뤄지기 때문에 협상은 아주 치열하다. 예를 들어 토마토 농작 부서와 가공 공장은 생산량 및 가격, 배달 시한을 두고 옥신각신 흥정하며 협상을 해나간다. 취지는 CLOU와 같다. 구성원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합의가 중앙 부서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해 전달하는 지시사항보다 현실 반영 및 인센티브 설정에 더 효과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모든 직원에게진정한권한을 준다. 대부분 기업에서 실 제 권한 부여는 이론을 못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닝스타는 상황이 다르다. 사업 개발 전문가 닉 캐슬(Nick Kastle)은 자신의 전 직장과 모닝스타가 확연히 대조된다며 이렇게 설명한다. “전 직장에서 내가 부사장에게 보고하면 부사장은 선임 부사장에게, 선임 부사장은 다시 최고부사장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모닝스타에서는 자신이 직접 버스를 몰아야 한다. 다른 누군가에게이것 해 놓게라고 명령할 수 없다.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자신이 직접 해야 한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에는 업무를 위해 필요한 도구나 장비를 구매하는 일도 포함된다. 모닝스타에는 중앙에서 관리되는 조달 부서가 없고 각종 경비 지출을 승인하는 임원도 없다.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구매 요청서를 작성할 수 있다. 만약 장비 보수 엔지니어가 8000달러짜리 용접기가 필요하면 직접 주문할 수 있다. 청구서가 도착하면 엔지니어는 장비를 수령을 확인하고 회계 담당자에게 서류를 보내 대금 지급을 요청한다. 이렇게 각 부서에서 개별적으로 조달 및 구매를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물품을 대량 구매하거나 같은 조달업체를 이용하는 직원들은 정기적으로 만나 구매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서로 점검한다.

 

루퍼는 이 같은 업무 절차를 가능하게 한 사고방식에 대해 설명한다. “어느 날 수표에 서명을 하다가수표를 최종 승인하는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the buck stops here)’는 관용어구가 생각났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내 앞에는 구매 요청서가 있었다. 해당 물품이 배송됐고, 회사가 물품을 수령했으며, 청구서와 주문서에 적힌 금액이 동일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문서였다. 그래서 수표가 마련됐다. 다 끝난 마당에 나한테 수표에 서명하지 않을 선택권이 있었을까? 결코 아니다. 따라서 관건은 수표를 최종 승인하는 사람이 아니라 애초에 그 물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주문을 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 직원의 구매 요청서를 검토할 필요가 없었고 그는 관리자의 결재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때로는 회사 보유 현금보다 더 많은 구매 요청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투자가 잠시 지연된다. 그러나 이럴 때조차도 모닝스타 자금부서의 역할은 예산을 정하기보다 필요한 자금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자율 관리는 인력 및 고용 결정에도 적용된다.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아서 추가 인력이 필요하거나 새로운 업무가 생겨 이를 수행할 사람이 필요할 때 고용 절차를 진행하는 책임은 직원에게 있다. 일선 직원이 회사의 인건비를 결정하고 고용 절차를 주체적으로 진행하는 일은 상당히 드물다. 그러나 루퍼에게 이는 상식에 가깝다. “모닝스타의 어떤 직원도 필요한 장비나 유능한 동료가 없어서 실패할 수는 없다.”

 

모닝스타를 방문하는 동안 나는 어떤 직원도권한 부여(empowerment)’라는 말을 쓰는 것을 듣지 못했다. 이는권한 부여라는 말 자체가 권한이 상부에서 내려오는 것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권한이란 위에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일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자율 관리의 원칙 속에 운영되는 조직에서 직원은 상부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을 필요가 없다. 처음부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직원에게 정해진 원칙을 강요하지 않는다. 모닝스타는 직원의 역할을 중앙에서 명확히 지정해 주지 않는다. 덕분에 직원들은 자신의 기술을 발전시키고 경험을 쌓아가면서 이전보다 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될 기회를 갖게 된다. “직원들이 각자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정 업무에 가둬두지 않는다그 결과, 모닝스타 직원들은 다른 어떤 회사보다 폭넓고 복잡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모닝스타의 업무 연수 및 능력 계발을 총괄하는 폴 그린 주니어는 말했다.

 

모닝스타에서는 직원들이 부서를 막론하고 어느 부분에 대해서든 개선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 다른 회사 직원들은 변화가 경영진 주도로 시작된다고 믿지만 모닝스타 동업자(‘직원동업자로 부른다)들은 변화를 이끌어 나갈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다. “자신의 기술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어떤 업무든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모닝스타 사람들은 좁은 업무 영역을 벗어나 어디에서나 변화를 이끌 수 있다. 모닝스타에서는 혁신이 자발적으로 이뤄지며 변화를 위한 발상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된다고 그린은 말한다.

 

승진이 아닌 변화를 위한 경쟁. 위계질서도 없고 직함도 없기 때문에 모닝스타에서는 승진을 위해 올라갈 사다리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동등한 레벨에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전문 분야에서든 보다 뛰어나고 유능하다고 인정받는 동료가 있는데 이러한 역량 차이는 급여 수준에 반영된다. 내부 경쟁이 있긴 하지만 경쟁의 목표는 누가 요직에 앉느냐보다 누가 더 많은 기여를 하느냐에 있다. 남보다 앞서 가려는 직원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거나 동료에게 도움을 주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해야 한다. “우리 회사에서는 승진이 없다. 내 이력서를 훌륭하게 만들어주는 건 직함이 아니라 내가 했던 업무, 내가 맡았던 책임이다 IT 전문가 론 카오와(Ron Caoua)는 말한다.

 

루퍼는 골프를 예로 들어 직원 능력을 계발하는 원리를 설명한다. “잭 니컬러스(Jack Nicklaus)가 골프 대회에 참가할 때 선임 부사장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골프를 치는가? 그렇지 않다. 자신이 실력을 발휘하면 모든 사람이 원하는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는 걸 알고 있다. 또한 그 성취감을 통해 얻은 수입으로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산다는 걸 알고 있다. 위로 올라간다는 것은 역량과 명성을 드높이는 것이지 사무실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다.”

 

 

성공할 자유

다소 기묘하지만 효과적인 모닝스타의 경영 모델을 들여다보면 그 핵심에는자유가 있다. “자유로운 사람들은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에 끌린다. 남들이 좋다고 말해주는 것에 등 떠밀리듯 가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루퍼는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그 일을 잘하게 된다. 보다 열정적으로 일을 하기 때문이다.” 모닝스타 직원들 또한 그의 말에 동의한다. “사람들이 하라는 일만 하면 그건 기계나 다름없다고 한 기기 운영 담당자는 말한다.

 

바로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대기업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믿을 수 있고 정확하고 열심히 일하는 기계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보통 업무 분량을 결정하고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책임을 게을리하는 사람에게 징계를 내리며 규율을 강제하는 역할은 감독관이나 관리자가 맡는다. 그런데 이들이 사라지면 어떤 결과가 생기겠는가? 모닝스타는 직원 사명서 및 양해 합의서 등을 통해 각자의 역할을 조율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기강을 잡는 일은 누가 하나? 누구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조직을 통제할까?

 

책임이 없는 자유는 방종이고 무질서다. 하지만 모닝스타의 거대하고 복잡한 생산 공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예상 외로 무질서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오히려 그 반대, 질서정연한 모습만을 볼 수 있다. 모든 직원이 즐기는 자유를 효율적인 운영으로 이끌어내는 원리는 도대체 무엇일까?

 

명확한 목표, 투명한 정보. 겨울에 리조트를 가면 수백 명의 사람들이 스키를 타고 가파른 비탈을 신나게 내려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키를 즐긴다. 그러나 맹인이 스키를 탄다면 방향을 소리쳐 줄 다른 사람과 함께 비탈을 내려와야 한다. 이처럼 결정을 내릴 때에는 방향을 가르쳐 줄 정보가 필요하다. 정보 없이 스스로를 관리하기는 불가능하다. 모닝스타는 관리자가 없는 대신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를 모니터링하고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CLOU를 작성할 때 직원들은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중간 단계를 상세히 서술해야 한다. CLOU를 바탕으로 동료들은 해당 직원이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성과를 이뤘는지 추적한다. 또한 회사는 사업 단위별로 상세한 재무 계정을 만들어 이를 한 달에 2번 발표하고 모든 직원에게 공개한다. 동료들은 각 결과에 대해 서로에게 책임을 묻기 때문에 비용 지출이 이유 없이 증가했다면 이를 분명히 해명해야 한다. 이렇게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잘못되거나 나태한 결정은 곧바로 표시가 난다.

 

모닝스타는 수직적·수평적으로 모두 통합돼 있기 때문에 직원들은 자신의 결정이 다른 사업 부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사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루퍼는 동일한 전사적 데이터 시스템이 있고 직원 모두가 접근할 수 있다면 사업을 전체적으로 보는 시각이 확보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모닝스타에서는 각 부서가 따로 정보를 관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관리·공개하며 누군가 정보를 필요로 할 경우 그 이유를 묻지 않는다.

 

정확한 계산 및 협의. 직원들은 회사 예산을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 수익률 및 순현재가치 등이 포함된 설득력 있는 사업적 근거를 내세워야 한다. 동료 직원과 논의를 해야 함은 물론이다. 300만 달러의 투자를 요구하는 직원이 있다면 지출을 결정하기 전에 최대 30명의 동료들과 투자 내용을 논의해야 한다. 또한 부서 인력을 늘리고 싶다면 자신의 동료들을 설득해야 한다.

 

모닝스타의 동료들은 많은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으나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대로 일방적으로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무시할 권한도 없다. 직원들은 판사나 배심원, 집행관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방향을 제시하는 코치의 역할을 한다. 과감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직원은 베테랑 직원의 충고를 듣는다. 베테랑 직원들은자네의 아이디어를 분석하기 위해 사용 가능한 모델이 여기 있네. 좀 더 연구를 해보고 준비가 됐을 때 다시 얘기하지와 같이 간단한 방식으로 방향을 제시한다.

 

갈등 해결 및 적법 절차. 자신의 자유를 남용하거나 계속 실망스러운 성과를 보이거나 다른 동료와 사사건건 갈등하는 직원이 있으면 어떻게 할까? 모닝스타에는 갈등을 중재할 관리자가 없고 강제로 의사결정을 내려줄 사람도 없다. 자영업자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중재나 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법원에 가서 판결을 받는데 모닝스타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사업부서에 속한 두 사람 A, B가 있다고 하자. A B CLOU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A B를 만나 그것을 지적했다. B는 변명을 할 수도 있고 더 잘하겠다고 약속하거나 사실 원인은 A에게 있다며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 둘이서 해결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둘 다 신뢰하는 중재자를 선정하고 그 앞에서 각자의 사정을 설명한다. 설명을 듣고 난 중재자는 A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그가 내세운 중재안을 B는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이 경우 6인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결성돼 둘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위원회는 중재자의 권고안을 지지하거나 또 다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B가 이것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사장이 직접 나서서 당사자의 주장을 듣고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대부분의 문제가 그 전에 해결되기 때문에 실제로 루퍼가 직접 분쟁에 나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직원 중 누군가의 성과가 심각할 정도로 나쁘다면 갈등 해결 절차는 당사자의 고용 계약 종결로 끝날 수도 있다. 어쨌든 모닝스타에서는 직원의 운명이 상사의 변덕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루퍼는 이런 원칙이 어떤 장점을 가지는지 설명한다. “동료 직원들로 위원회가 구성되면 절차가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진다는 믿음이 생긴다. 누구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억울함을 호소할 통로가 있다. 우리는 다른 곳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애꿎은 직원에게 푸는 상사의 권한을 없애 버렸다.”

 

동료 평가 및 테스트 절차.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은 모닝스타의 DNA에 깊숙이 각인돼 있다.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자기관리 세미나는 책임과 자유가 쌍둥이처럼 서로 연결돼 있다는 교육을 받는다. 최대한 많은 사람의 자문을 구할 수는 있지만 결정에 대한 최종 책임은 결국 자신이 진다. 어려운 결정을 남에게 떠넘기는 선택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연말이 되면 모닝스타의 모든 직원은 CLOU 동료들에게서 피드백을 받고 1월이 오면 모든 사업부가 지난 12개월 동안의 성과를 설명한다. 각 부서 성과에 대한 논의는 거의 하루가 걸리기 때문에 사업부 전체를 끝마치는 데는 수주의 시간이 걸린다. 각 부서의 성과 발표는 곧 주주를 위한 사업 보고서가 된다. 팀원들은 회사 자원을 왜 사용했는지 그 근거와 이유를 설명하고 미숙했던 점을 스스로 분석한 후 개선안을 내놓아야 한다.

 

성과를 기준으로 사업부서의 순위를 매긴 후 하위권에 속한 부서는 철저한 조사를 받게 된다. “투자 결과가 좋지 않으면 정당한 문책과 비난을 받아야 한다. 투자에 실패한 사업부는 향후 투자를 할 때 다른 부서 동료를 설득하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루퍼는 말했다. 직원들도 이에 동의한다. “동료 모두가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일을 밀어붙이려면 그만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

 

매년 2월에는 전략 회의를 통해 동료끼리 서로 평가할 수 있는 자리가 다시 한번 마련된다. 각 사업부서는 전 직원 앞에서 향후 1년의 업무 계획을 발표한다. 그러면 동료들은 가장 가능성 높아 보이는 전략에 가상 통화를 투자한다. 필요한 만큼의 가상 통화를 투자금으로 모집하지 못한 부서는 엄격한 투자 심사를 받게 된다.

 

투표를 통한 급여위원회 구성. 모닝스타의 급여 결정 방식은 제조기업보다는 전문 서비스 제공업체의 방식과 더 흡사하다. 연말이 오면 모든 직원은 자신의 CLOU 목표와 투자 대비 수익 목표, 기타 다른 평가 지표를 기준으로 한 자체평가 결과를 문서로 작성한다. 이후에는 투표를 통해 급여위원회 위원이 선정된다. 위원회는 전사적으로 8개 정도가 구성된다. 각 위원회는 직원 자체평가 결과를 점검하는 한편 보고되지 않은 다른 성과 및 공적을 살핀다. 각 자료를 정밀히 검토한 위원회는 직원별 보상 수준을 결정해 이들이 회사에서 창출한 가치가 연봉에 그대로 반영되도록 한다.

 

자율적 관리의 이점

모닝스타 직원 중에는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다 온 사람이 다수 있다. 이들에게 자율적 관리의 이점에 대해 질문하니 열정적으로 논리 정연하게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주체적 활동의 증가. 직원이 주체적으로 행동하게 하기 위해 모닝스타에서 내세우는 원칙은 단순하다. 직원의 역할을 포괄적으로 설정하라. 직원에게 행동에 나설 권한을 줘라. 동료를 도울 때에는 그 공로를 충분히 인정해 줘라.

 

나는 생산공장 기계공에게 직접 질문을 했다. “팀원들이 동료를 적극적으로 돕도록 만드는 요인은 무엇입니까?”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 조직에서평판은 또 하나의 재산입니다. 회사의 다른 부서에 유익한 충고를 해주면 평판이라는 재산이 늘어납니다.”

 

전문성 축적. 자율적 관리 모델은 직원들이 자신의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도록 유도한다. 모닝스타에서 전문가는 관리자나 상위 직원이 아니라 실제로 그 일을 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패키징 라인에서 무균 컨테이너에 제품을 채우는 직원들은 미생물학에 대한 지식이 상당하다. “우리 회사에서는 자신이 하는 일의 완성도에 책임을 져야 한다. 직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히 높다. 일이 잘못됐을 때 대신 책임져 줄 상사가 없기 때문이다고 내부 품질 전문가 스캇 마노크(Scott Marnoch)는 말한다.

 

유연성 확대. 모닝스타의 경영 모델은 신속함과 유연성을 확대한다. 루퍼는 다음의 비유를 통해 설명한다. “대기 상태와 온도, 습도에 따라 수증기 입자는 커지고 작아진다. 이에 따라 구름이 형성되는가 하면 흩어져 사라지기도 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조직에서 활동하는 힘에 따라 구조는 나타나거나 사라질 수 있다. 행동할 자유가 주어질 때 사람들은 이 같은 힘을 감지하고 현재 상황에 가장 잘 맞는 방식으로 행동한다.” 폴 그린 주니어는 자신의 동료들이 매년 힘을 합쳐 수백 개의 변화 캠페인을 시작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사명 및 임무를 보다 잘 달성하는 방법을 시도한다고 설명한다.

 

동등한 관계 확대. 조직의 피라미드를 해체하면 조직이 가진 해악의 상당 부분을 없앨 수 있다. 남보다 앞서가기 위한 경쟁이 개인의 목적 달성을 돕긴 하지만 내가 가지면 남이 그만큼 잃어야 하는 제로섬 게임의 성격 때문에 정치적 술수가 난무하고 경쟁 구도로만 서로를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피라미드가 아니라 팬케이크처럼 납작한 조직에서는 비위를 맞춰야 할 상사도 없고 밀치고 나아가야 할 경쟁자도 없다. 모닝스타 직원인 폴 터펠룩(Paul Terpeluk) <포춘> 500대 기업 중 2곳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는 승진이 없는 조직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승진이라는 드문 기회를 부여잡기 위해 서로 경쟁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중상모략이 그만큼 적다. 사람들은 최선을 다하고 동료를 돕는 데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사용한다.”

 

판단력 개선. 대부분의 조직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경영 분석 등을 체계적으로 배운 고위경영진이다. 이들에게는 풍부한 데이터가 있고 첨단 분석을 실시할 역량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맥락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현장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고경영진의 눈에 매우 훌륭해 보이는 결정도 일선 직원들의 눈에는 어리석기 짝이 없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모닝스타에서는 결정권을 자꾸 윗선으로 옮기지 않고 조직 하위를 차지하는 직원들에게 넘긴다. 예를 들면 모닝스타에서는 직원의 절반가량이 협력업체와 협상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을 받는다. 재무 분석 교육을 받는 직원도 상당수다. 생각하는 사람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동일하기 때문에 더 현명하고 시의 적절한 결정이 가능하다.

 

충성심 강화. 모닝스타를 떠나 경쟁업체에 합류하는 직원은 거의 없지만 반대의 경우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임시직 직원들조차 회사에 충성한다는 사실이다. 토마토 수확기인 매년 여름, 모닝스타의 가공 공장은 800명의 여름 임시직 노동자를 모집한다. 이때 이전에 임시직으로 일했던 사람 중 90%가 다시 모닝스타에서 근무하기 위해 돌아온다. 회사는 이들에게 자율 관리의 원칙에 대해 교육을 실시한다. 최근 외부 연구기관이 여름 임시직원들의 권한 및 주인 의식을 측정했는데 다른 기업의 고위경영진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높은 참여 지수를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관리자를 두지 않으면 회사 인건비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 절약한 돈의 일부는 모닝스타 정규 직원에게 경쟁사보다 10∼15% 더 많은 급여를 주는 데 사용된다. 절약해서 얻은 돈은 회사 성장을 위한 투자에 사용될 수도 있다.

 

 

많은 장점을 위해 감수한 단점

모닝스타의 조직 구조가 관리 비용을 절약시켜 주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단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모닝스타의 모델은 모든 기업에 적용 가능하지 않다. 이는 역량보다 문화적 적응의 문제다. 위계질서가 확실한 조직에서 수년을 근무한 사람은 모닝스타의 기업 구조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신입 직원이 자율적 관리 환경 속에서 온전히 능력을 발휘하기까지는 1년 이상이 걸린다고 루퍼는 추산한다.

 

이는 고용 절차의 시간과 복잡성을 증가시킨다. 기업의 규모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을 때만 해도 최종 후보자와 루퍼의 면접 시간은 반나절을 넘기지 않았고 면접은 주로 후보자의 집에서 진행됐다. 당시 면접은 회사에 대한 지원자의 기대 수준과 모닝스타의 경영 철학이 서로 맞는지 판단하기 위해 실시됐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최종 후보자에 오른 사람은 자율 경영을 소개하는 2시간짜리 교육을 받고 10∼12명의 모닝스타 동료 직원들 앞에서 면접을 본다. 이렇게 해도 실수는 발생한다. 폴 그린 주니어에 따르면 고급 경력직으로 채용한 직원의 최대 50% 2년 내 회사를 떠난다. 이전에 있었던 회사에서처럼 막강한 권한을 휘두를 수 없는 구조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동료 직원끼리 서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2번째 과제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조직에서는 문제를 일으키는 직원이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는 직원을 상사나 관리자가 직접 관리했다. 그러나 모닝스타에서는 품질과 효율성, 팀워크에 대한 책임을 모두가 진다. 이들은 동료가 규정이나 관습을 위반할 때 이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직원들이 이러한 의무를 실천하지 못하고 필요할 때 쓴소리를 하지 못하면 자율 관리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모닝스타는 직원 교육 프로그램에서 용기를 발휘하지 않으면 동료 평가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이런 위험을 분명히 짚고 넘어간다.

 

3번째 과제는 바로 성장이다. 모닝스타는 계속해서 업계 평균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루퍼와 동료들은 기업 문화가 흐려질까봐 노심초사한다. 이런 걱정 때문에 모닝스타는 다른 기업 인수에도 소극적이다. 모닝스타는 이전부터 사업 확대를 모색해 왔지만 성장을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뛰어난 기업 문화를 희생하지 않기 위해 욕구를 꾹 참아왔다.

 

직원의 자기계발을 추적하는 일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대부분 기업에서는 위계질서상에서의 지위 변화가 해당 직원의 성장을 측정하는 기준이 된다. 그러나 위계질서가 없는 모닝스타에서는 동종업계 경쟁사 직원들과 비교해 성과를 평가하는 일이 어렵다. 이는 모닝스타에서 다른 회사로 이직하려는 사람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직함 변화나 승진처럼 자신이 이룬 성과를 구체적으로 증명해 보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관리자 vs. 관리

모닝스타에서 관리자 없이 관리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하자 루퍼는이곳에서는 모두가 관리자라며 즉시 내 말을 정정했다. “모닝스타에도 관리자가 충분히 있다. 관리 업무에는 기획, 조직, 방향 제시, 인력 충원, 통제 등이 포함된다. 모닝스타의 모든 직원은 이런 관리 업무를 모두 해낸다. 모두가 자신이 맡은 업무의 관리자인 셈이다. 이들은 자신과 동료가 결정한 합의 내용에 대한 관리자이자 업무 완성을 위해 필요한 자원의 관리자, 동료에게 책임을 묻는 관리자가 된다.”

 

물론 루퍼도 내 말의 의도를 알고 있다. 수십 년 동안 기업은 잘 훈련받고 공식적으로 임명된 관리자만이 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모닝스타는 오랜 세월에 걸친 실험을 통해 모두에게 관리 업무를 나눠주는 일이 가능하며 이 편이 수익성도 더 높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각 직원에게 올바른 정보와 인센티브, 도구, 책임이 주어진다면 이들은 거의 모든 경우 자신을 잘 관리할 수 있다.

 

시장 원리와 위계질서 중 하나만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모닝스타는 개별 협력업체가 느슨하게 묶여 일하는 집단도 아니고 개인을 무력하게 만드는 관료적 조직도 아니다. 모닝스타는 시장과 위계질서를 미묘하게 섞은 중간 지점에 자리한다.

 

한편으로 모닝스타는사회적 관계로 가득 찬 시장이다. 직원들은 동료와 협상을 통해 시장에서 체결하는 것과 비슷한 합의를 이룬다. 이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불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음의 요소들이 이런 위험을 줄여준다. 첫째, 협상에 참여한 모두는 동일한 점수표를 사용한다. 실제 시장에서 구매자는 거래가 판매자에게 도움을 주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닝스타 직원들은 회사가 잘되지 않으면 훌륭한 일터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잘 안다.

 

둘째, 모닝스타 팀원들은 동료를 이용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은 동료와의 합의를 단순한 계약이 아닌관계로 파악한다. 마지막으로, 모닝스타 직원 대부분은 수년 동안 토마토 산업에 몸 담아왔기 때문에 누가, 어떤 일을 담당해야 하는지 잘 안다. 직원들이 합의하는 계약의 모든 내용이 매년 새로 작성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통의 목표와 장기적 관계, 산업에 대한 지식 등과 같은 사회적 접착제가 없었다면 모닝스타의 시스템은 그 효율성을 잃을 것이다.

 

다른 차원에서 살펴보면 모닝스타는자연스럽게 역동하는 위계질서의 집합으로 볼 수도 있다. 공식적인 하나의 위계질서가 아니라 비공식적인 위계질서가 다수 있는 것이다. 사안에 따라 다른 직원보다 많은 결정권을 가지며 위계질서 위에 서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위계질서는 해당 사안에 대한 전문성과 도움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는 직급이 아닌 영향력을 기준으로 한 위계질서이며 아래로부터 만들어진 질서다. 모닝스타에서는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며 동료를 돕고 가치를 창출해야 권위를 쌓을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영향력이 감소하고 결국 연봉도 줄어든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위계질서는 자연스럽지도, 역동적이지도 않다. 리더는 아래에서부터 만들어지지 않고 위에서 임명된다. 안타깝게도 중요 직책은 가장 유능한 사람이 아니라 사내 정치를 잘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또한 권한은 직급과 긴밀히 연결되기 때문에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서 유능한 사람으로 자연적으로 흘러가지 못한다. 많은 경우 관리자들은 해고됐을 때에만 권한을 잃고 해고되지 않으면 자신의 권한으로 계속 일을 망칠 수 있다. 모닝스타는 모든 결정에서 전 직원이 동일한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사라고 해서 모든 최종 결정을 혼자 내릴 권한은 없다고 믿는 것뿐이다.

 

미래 경영환경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직 모르지만 모닝스타는 당찬 서문을 써내려가고 있다. 질문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직원이 1만 명, 혹은 10만 명인 기업에도 모닝스타의 자율 관리 방식이 적용될 수 있을까? 다른 문화권에도 전파가 가능할까? 저비용을 앞세운 해외 아웃소싱처럼 심각한 위협도 이겨낼 수 있을까? 루퍼와 동료들은 이런 문제 때문에 밤을 지새운다. 이들은자율 관리라는 개념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흔쾌히 인정한다. “개념적으로 우리는 90% 정도 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완성도는 70%”라고 루퍼는 말한다.

 

나는 모닝스타의 기업 모델이 모든 크기의 기업에 적용 가능하다고 믿는다. 대기업은 대부분 다양한 팀과 부서, 조직 등이 모인 집합체인데 이들의 상호의존도가 모두 똑같은 것은 아니다. 기업이 아무리 커도 한 부서가 접촉하는 부서는 대부분 한정돼 있다. 연간 매출이 7억 달러를 기록하는 모닝스타는 중소기업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거대 기업으로 볼 수도 없다.

 

모닝스타가 고작 한 부서로 이뤄졌다고 해도 자율 관리 모델은 훨씬 더 큰 기업에 적용할 수 있다. 전 부서가 핵심 경영철학을 공유하면 된다. 글로벌 거대 기업의 부서장들이 모여 모닝스타 사업장들이 매년 참여하는 사내 협상을 벌이는 모습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진짜 문제는이 모델을 확대 적용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기존의 전통적인 위계질서에도 적용 가능한가이다. 나는 물론 적용 가능하다고 믿지만 이런 변신에는 시간과 에너지, 열정이 필요하다. (자료자율 관리를 위한 길참조)

 

어떤 불확실성이 있든지 모닝스타의 사례는 2가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첫째, 약간의 상상력만 있다면 자유 vs. 통제의 이분법을 뛰어넘을 수 있다. 오래 전부터 기업을 괴롭혀온 문제를 넘어서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둘째, 선택받은 소수가 아닌 모두가 참여하는 기업 경영을 더 이상 몽상할 필요가 없다. 모닝스타라는 현실이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게리 하멜

게리 하멜(Gary Hamel)은 런던 경영대학원 객원 교수이며 경영 혁신을 주제로 한 웹 기반 연구 프로젝트 경영혁신교류(Management Innovation eXchange, MIX) 이사다. <지금 중요한 것(What Matters Now)>을 비롯해서 6권의 책을 저술했다.

번역 |우정이 woo.jungy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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